영웅들과 함께하는 놀라운 도전 ㅣ 재미만만 그리스 로마 신화 5
김혜정 지음, 하루치 그림, 김길수 감수 / 웅진주니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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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 10권 시리즈 중에 5번째 책이다. 완결이니 한 번에 주르륵 독서하는 즐거움을 누려도 좋을 듯. 목록을 보니 도전 대상들이 어마어마하다. 어릴 적엔 어른이 되면 재밌고 흥미롭고 신나는 도전 격파의 삶을 살지도 모른다 생각한 적도 있었다.

 

두려움에 도전하라!

운명에 도전하라!

권력에 도전하라!

불가능에 도전하라!

 

어쨌든 이 중에서 두려움(불안)과 권력(권위)에 사소하게 도전하는 중이다. 고전적인 영웅들은 멸종한 지 오래고 현대적인 영웅들은 무척 많다. 이런 세상에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자기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분들의 소식을 접하면 잠시 냉소와 오만이 싹 사라진다.

 

굳이 큰 희생을 감수하는 것만이 아니라, 필요할 때 가능한 도움을 주고받는, 참여하기를 주저 않는 많은 분들도 존경한다. 수많은 시의적절한 연대로 세상의 그물이 다 찢기지 않고 남아 있다는 것을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는 이유는 조금씩 다를 수 있으나, 서양 문면의 시작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모르고선, 관련 철학, 문학, 예술 등등을 전혀 이해할 수 없다. 성경만큼 활용도가 높고, 현대사회를 구성하는 많은 기반이라는 점에서 더 중요하다고도 할 수 있다.

 

이 책은 원전 번역의 방식이 아니라 어린이 독자가 좀 더 몰입할 수 있도록, 아아손, 오이디푸스, 안티고네, 이카로스 이 4명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독자는 각자의 입장에 자신을 세워볼 수 있다는 것이 공감을 높이는 장점이다.


 

인턴 요원이 되어 미션을 받아 도전해나가는 과정은 체험학습처럼 기억의 효과가 높을 듯하다. 인물 카드가 따로 제공되고, 미션 평가도 가능하고 임명장도 있다. 계보를 보며 인물들의 계통을 살피며 이야기의 흐름을 복기할 수도 있다.

 

텍스트 읽기에 익숙해서 문맥이 파악되면 이미지로 상상해보지 않은 신화 속 장면들 중 덕분에 처음 떠올려본 것들이 있다. 나는 훈련이 부족한 어른이라 황금 양털을 상상하는 데도 힘이 들었지만, 어린이들은 다르지 않을까 싶다.

 

한 권에 등장하는 4명의 신이 나를 돕는 구성의 신화 책, 적어도 나는 처음 만난 재밌는 방식의 흥미로운 입체적 구성이었다. 신과 내가 관계를 맺음으로써 훨씬 더 친밀감이 높아지는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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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 a Scent 향기 하나, 둘, 셋 - Promise 작가의 향기책, 내 삶에 머무르는 Promise 시집
Promise(박지연) 지음 / 지식과감성#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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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마지막 주에 흙을 보충하고 분갈이 하고 파종한 식물들이 5월이 되어서야 싹을 내기 시작하더니 오늘 첫 꽃이 피었다. 올 해는 보라보라한 한 해살이 꽃들을 4종류나 심었는데, 정작 꽃을 먼저 피운 것은 선물받은 봉선화였다.

 

반갑고 설렜다. 자고 일어나니 불그레하고 연한 꽃잎이 햇빛에 반짝이는데... 그건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 조우일까. 인사도 하고 안부도 물어본다.

 

내가 좋아하는 꽃들은 향이 좋은 꽃들이다. 장미를 좋아하지만 하우스 재배 장미는 사지 않는다. 비릿한 물 냄새만 나니까. 빛과 물과 흙에서 자란 노지 야생 장미는 발걸음을 떼기가 어려울 정도로 고혹적인 향이 난다.

 

살아 있는 꽃향기가 그리운 날, 오늘 두 번째 시집을 펼친다. 꽃들로 목차를 분류한 향기가 날듯한 책이다. 내가 심은 기다리는 좋아하는 꽃들이 눈에 띄어 반가웠다. 언젠가 필 꽃을 상상하며 사진과 시를 즐긴다.

 

 

1. 스위트 피sweet pea

 

오늘은 ‘숨쉬기’에 관한 시를 세편째 읽는다.

덕분에 의식적으로 깊은 숨을 여러 번 쉬어본다.

쉬고 있지만 충분하지 않을 지도 모를 숨.

세상의 수많은 생물들 중에 인간만이 ‘숨’을 의식하고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은

참 신기한 진화의 결과이다.

문득 왜? 인지 그 이유가 무척 궁금하다.

 

숨

숨 쉬어

숨 쉬다 보면

 


 

2. 라넌쿨러스ranunculus

 

시작(詩作)이란 대개가 무척이나 힘든 창작이라고 듣지만,

시인의 죽음과 삶이 이렇게 고통스러울 까닭이 없으면 좋겠단 생각이 든다.

흔한 일도 아니었으면...

 

삶과 죽음이 반복된다는 건 누구도 관리 불가능한 우주의 법칙이지만...

우리 모두 어리둥절한 채로 잠시 삶을 살아보다 미처 깨닫지 못하고 사라진다지만...

고통이 덜한 삶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3. 히아신스hyacinth

 

덜 하려고 저항해봐도 가득 차는 좋은 마음,

걱정하는 마음이 잔뜩 생기는 그런 마음...

그런 시절.



 

4. 리시안셔스lisianthus

 

몸에 아무런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 것,

산책을 못 나갈 이유가 없는 것,

여전히 좋아하는 노래가 있다는 것,

즐거운 감정이 생긴다는 것,

옷을 차려입을 생각이 드는 것,

 

흔하기는커녕 모두 특별하게 멋진 일이라고 느껴진다.

원하는 걸 성취하려면 변화가 필수이지만,

실은 대부분의 시간 안온함을 원하는 이 이율배반...

오늘도 충분히 무탈했다. 부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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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돌봄의 시 - 지금 내 마음에 필요한 시를 엮다
나태주 지음, 박지영 삽화, 배정애 캘리그래피 / 북로그컴퍼니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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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편이나 담아 준 시집이라 기분이 넉넉해지고 배정애 작가의 캘리그라피와 박지영 작가의 삽화가 멋지다. 나태주 시인의 시는 이 중 11편이다.

 

시를 엮을 수 있는지는 처음 알았다. 한 주제 - 자기돌봄 - 으로... 그러니 이 시집은 자기 자신에게 선물해도 좋고, 당신도 자기를 돌보라는 다정한 선물로 누군가에게 주기도 좋겠다.

 

느긋하고 편안한 시간이 필요하다. 미간에도 힘을 좀 빼고... 오후에도 커피를 한 잔 할 수 있는 주말이면 더 좋고. 자기 돌봄이 필요하다는 건 이렇게...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말일까... 그러니까 시간을 어떻게 더 확보하냐고... 미제...

 

시간 확보가 어려우니 한정된 시간 동안 마음이 보채고 복달하지 않게 시 처방을 하는 지도 모른다. 마치 현실을 못 바꾸니 나를 바꾸자는 서글픈 차선책으로...

 

일 년에 한 번만 하자, 했던 결심 중에는 손글씨도 있는데, 벌써 6월이고... 글쎄... 어느 주말이, 어느 연휴가 온전히 두근거리는 내 것이 될까... 시인의 친필 손편지가 더욱 감사하다.



 

일을 그만두면 두려울 만큼 시간이 생기겠지만 대학 때 큰 결심 없이 시작한 아르바이트부터 내내... 소득으로 환원되는 일을 하지 않는 삶을 살아본 적이 없어 엄두가 안 난다. 어쨌든 나도 지금의 내가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이다.


 

그리고... 아사로 아이들이 매일 사망하고 전쟁의 폭격이 그치지 않고 식량 위기가 심화될 거란 보도에도 패닉에 빠지지 않을 정도로... 과분할 만큼 안전하고 편안하고 모자람 없이 살고 있다.

 

그래서 약간의 스트레칭으로도 몸이 풀리는 노동을 하고, 끼니를 생략해도 굶주림에 불안해하지 않고, 세탁을 미뤄도 내일도 깨끗한 물과 전기가 공급될 것이다.

 

가만히 앉아 시를 읽으며 자기돌봄이란 주제를 생각하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피부가 벗겨진 통증처럼 스스로를 긁어대는 것도 둔감해지지 않도록 나 자신을 돌보는 방법이라...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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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식탁이 사라졌어요! ㅣ 우리학교 그림책 읽는 시간
피터 H. 레이놀즈 지음, 류재향 옮김 / 우리학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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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원만으로 보자면 패밀리(familia, 노예)보다는 식구(食口)가 좀 더 따뜻하고 좀 덜 가혹합니다. 물론 이런 환원주의적 사고는 별 의미가 없기도 하지만, 두 세대가 함께 살며 함께 식사를 하는 풍경이 일상인 시대를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매일 반복되는 고단한 노동을 미화하려는 의도는 없고, 가족에 대한 이상적인 추구도 없지만, 피러 레이놀즈가 이 책에서 말하려는 바 역시 구태의연한 시대착오적 이야기만은 아니라고 믿고 싶습니다.


 

어떤 가족 구성이든 가족이 한 집에 살면서도 식탁에서 모이는 시간이 없다는 것은 참 쓸쓸한 일임에 분명하니까요. 더구나 아이들에게는 그 부재가 더욱 생생한 느낌으로 경험될 것입니다.


 

함께 장을 보고, 요리를 하고, 식탁을 차리고, 노래하고, 말하고, 이야기를 나누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느긋하고 행복하게 ‘식사’에 집중해도 되는 시간... 십 분 내외로 뚝딱 할 수 있는 조리법이 아니라면 시도도 잘 안하는 나로선 바이올렛이 회상하는 이 과정이 눈부시게 사치스러운 일로 느껴집니다. 싫다는 게 아니라 할 수 없어 서글프지요.

 

아주 간혹 머릿속에선 계산기가 작동합니다. 구매, 손질, 조리, 뒷정리까지... 사 먹는 것에 비해, 비용만으로 따져보면, 이 무슨 수지가 안 맞는 일일까...하고. 그런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으려고 머리를 털어내긴 합니다만.

 

관계의 부재를 구체적인 물질인 식탁의 사라짐으로 표현한 것이 무척 인상적입니. 식탁은 도구이자 가구이자 공간이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바이올렛은 어떤 해법을 찾았을까요. 울지 않고 조르지도 않고 화를 내지도 않고, 몹시 현명하고 자연스럽게 멋지게 해결(?)합니다. 놀랍고 부럽고 즐거웠습니다. 보드라운 지혜가 힘이 세서 참 다행입니다.

 

그림책이라 색감의 변화로 감정과 상황의 변화를 전해주는 방식이 아주 멋지고 좋았습니다. 내 추억과 마음에도 부드럽게 여러 색이 번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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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메디슨 - 살리려는 자와 죽이려는 자를 둘러싼 숨막히는 약의 역사, 2022년 하반기 올해의 청소년 교양 도서 선정
송은호 지음 / 카시오페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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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서는 지루한 줄 모르고 읽는다. 거대한 미션처럼 느껴졌던 통사 이외에 근래에는 주제사 책들이 많아져서 만화보다도 재밌는 경우도 많다. ‘약/독약’의 역사이니 얼마나 흥미진진할 것인가. ‘살리려는 자와 죽이려는 자를 둘러싼 숨 막히는 약의 역사’가 부제이다.

 

저자도 아주 흥미로운 분이다. 현직 약사인데, 건축학과, 생명공학과, 철학과, 약학과 등 여러 전공을 공부했다. 그 중에서도 무슨 접점일까 싶은 건축학이 특히 눈에 띈다. 세계사를 바꾼 약들이라니, 읽기 전엔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들만 떠오르는 독자로서 설레며 펼친다.

 

“영국 추리 소설가 아가사 크리스티Agatha Christie는 약사의 경험을 살려 독약이 등장하는 소설로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사고사와 자살보다 질병으로 사망하는 일이 가장 많다는 것이, 일종의 위안이 된다. 최근에는 코로나 판데믹으로 인해 그 숫자가 더 커졌을 것이 분명하겠지만. 그러니 여전히 인간은 질병과 싸우는 중이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무기로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다.

 

최초에는 혹은 어떤 시절에는 시행착오를 거치느라 잘못된 개념으로 발견된 지식 정보의 부족으로 인해 여러 유해한 약들도 많았다. 그런 분위기에 매몰되지 않고 반대하고 나선 인물이 있다는 점은 늘 역사적으로 흥미롭다.

 

분야가 아니라 과문한 파라셀수스Paracelsus, Theophrastus von Hohenheim 이야기를 재밌게 배웠다. 약의 역사와 연결이 될 거란 생각도 못한 인물들을 만나는 재미도 크다. 역사 속 열두 장면 모두 순식간에 읽혀서 살짝 아쉽다.

 

‘약’이란 단어에서 내가 떠올리는 효용과 이미지는 질병 치료이다. 가장 협소한 의미와 활용일 것이다. 평소엔 의식하지 못하다가, 그건 기본이고, 역사 속에서 ‘약’이 담당한 다양하고 격렬한 역할들을 만났다. 뇌를 자극한다는 점에서, 예술가의 영감을 부르기도 하고, 군인을 광기로 이끌기도 하고…….


 

모든 우연을 서사로 만드는 것이 인간의 뇌의 기능이라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드라마틱한 일들을 즐기는 것에는 잘못이 없다(고 믿는다). 인간은 참 약해서, 도움이 되고 힘이 될만한 건 오히려 잘 알아보는 능력을 진화시킨걸까. 이 책을 통해 새롭게 배운 내용을 기록한다.

 

“율리아 아그리피나는 아들 ‘네로’를 황제의 자리에 앉히기 위해 남편이자 황제였던 클라우디우스를 ‘투구꽃’으로 만든 독약으로 죽였다.”


 

“소크라테스가 마신 사약이 가르쳐준 교훈은 제자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에게로 이어졌다. 결국 삶이 아닌 죽음으로써 더욱 가치 있는 가르침이 됐고, 그가 마신 사약은 그리스 철학과 함께 서양 철학의 시작을 알리는 도화선이 됐다.”


 

“11세에 아버지의 죽음을 눈앞에서 보고, 마찬가지로 험난한 왕으로 사는 삶을 살아가게 된 정조. 그 역시도 아버지와 같이 우황청심원을 애용했다고 알려져 있다. 가슴에 화가 쌓이는 삶은 사도세자나 정조나 다르지 않았나 보다.”


 

“약물 알레르기 증상은 스트렙토마이신 투여를 중단한 후 금세 호전됐으나, 문제는 완치되지 않았던 결핵이 재발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이제 더는 방법이 없었다. (조지 오웰)그는 남은 스트렙토마이신을 병원에 기부했고, 기부한 약은 결핵에 걸렸던 두 의사의 아내를 치료하는 데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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