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네 방향 Dear 그림책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그림, 이지원 옮김 / 사계절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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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로서 ‘50년의 삶을 갈무리하는 일생의 역작이라고 스스로 말하는 작품을 자신의 나라가 아니라 한국에서 초판을 찍었다. 폴란드, 쇼팽, 울음, 고통... 여전히 이런 전형적인 연상 밖에 못하는 나로서는 작가도 과문해서 역작을 작년에 첫 작품으로 만났다.

 

1500년부터 2000년까지. 백년마다 한 번씩 어느 날 어느 시에 시계탑의 동서남북 네 집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렸다. 무려 6세기가 지난다. 고작 24장면. 너무 슬퍼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인간으로 머무는 짧은 시간도 새삼스럽고, 아쉽고, 그립고, 혼란스러웠다.

 

생각 안에서 길을 잃어 그렇겠지만 묵묵히 해야 할 일을 하며 살다가도 이 모든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인류 전체의 행보가 제 죽을 길을 향해 확실히 전진하는 시절에는 더 그렇다. 다시 읽어도 서글프긴 마찬가지. 가을이라 흐리고 비 오는 날이라, 늘 손쉬운 계절과 날씨 탓을 하고 넘긴다. 오늘도 내일도 해야 할 일은 빼곡하니까.




 

1. 15002월 어느 날, 아침 6

 

동쪽집의 부엌 - 잡아 온 물고기를 보고 있다. 사육제 기간인 오늘 저녁엔 큰 잔치가 열린다.

남쪽 집의 작업실 - 가죽공방. 책을 만들고 있다.

서쪽 집의 아이들 방 - 잠든 아이들과 바라보는 어머니가 있다. 눈썰매와 아기침대가 있다.

북쪽 집의 거실 - 여행을 떠나는 남편을 배웅하는 아내가 보인다.

 

2. 16004월 어느 날, 아침 9

 

동쪽집의 부엌 - 부활절 음식 준비 중이다. 케이크에 넣을 달걀 흰자 거품을 내고 있다. 생선은 조리를 위한 양념을 입고 잘려 있다. 100년 전과 같은 종류의 생선.

남쪽 집의 작업실 - 가죽으로 부활절에 신을 주교를 위한 구두 제작 중이다.

서쪽 집의 아이들 방 - 부활절 달걀에 무늬를 그려 넣는 아이, 아파서 침대에 누워 있는 오스카. 부활절에 세례를 받을 막내 테레사.

북쪽 집의 거실 - 부활절 딸의 세례식을 기다리는 친구에게 줄 선물로 흰 블라우스에 수를 놓고 있다. 강물이 곧 범람할 듯하다. 집을 안락한 일상을 떠나야 한다.

 

3. 17006월 어느 날, 오후 1

 

동쪽집의 부엌 - 성 얀 축일인 하지이다. 그러니 612일일 것이다. 이날 밤에 상류에서 여성이 띄운 꽃관을 하류의 남성이 받으면 사랑이 맺어진다고 한다.

남쪽 집의 작업실 - 시계방이 되었다.

서쪽 집의 아이들 방 - 천둥 치고 비오는 날, 아이들이 흠뻑 젖었다. 내일은 자신의 이름과 같은 이름의 카톨릭 성인의 축일을 기념하는 제2의 생일이라 불리는 영명축일이다. 축하하기 위해 연을 만들고 있다.

북쪽 집의 거실 - 말다툼이 벌어졌다. 외동딸 엘리자가 가난한 조각 장인과 사랑에 빠져 허락하지 않으면 가출하여 돌아오지 않겠다고 부모님께 협박 중이다. 성 얀 축일에 꽃관을 띄우면 사랑이 이루어질까.

 

4. 18008월 어느 날, 오후 5

 

동쪽집의 부엌 - 생강빵을 만들고 있다. 후추, 정향, 생강, 계피를 잘게 부수어 반죽에 넣을 준비를 마쳤다.

남쪽 집의 작업실 - 모자 장인이 살고 있다. 프랑스 패션 잡지에서 본 모자를 주문한 손님이 외국에 나간 약혼자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서쪽 집의 아이들 방 - 아이들은 시골에 갔고 어머니는 방 정리 중이다. 아이들의 초상화를 보며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한다.

북쪽 집의 거실 - 100년 전 제작된 시계가 걸려 있다. 초대 손님과 만찬 중이다. 무척 귀한 커피와 마지판을 디저트로 대접한다. 아주 귀한 설탕은 은함에 넣고 열쇠로 잠가 보관 중인데, 열쇠를 찾지 못해 커피에 설탕을 넣지 못한다.

 

5. 190010월 어느 날, 저녁 8

 

동쪽집의 부엌 - 가족이 저녁을 먹고 있다. 숲에서 따온 버섯을 비고스, 만두, 버섯 수프에도 넣어 겨우내 먹을 생각이다.

남쪽 집의 작업실 - 사진가의 작업실이다. 네 살 로테가 놀고 있다. 자라서 유명한 사진작가가 된다. 로테 야코비.

서쪽 집의 아이들 방 - 유모가 아이들에게 안데르센의 <장난감 병정>을 읽어 준다. 벽장 속 상자에는 증보할아버지의 장난감이었던 납으로 된 병정이 있다. 군인과 전투가 많았던 도시이다.

북쪽 집의 거실 - 6월에 사랑하는 이와 집을 나간 언니에게 편지가 왔다. 크리스마스에 집에서 결혼식이 열릴 지도 모른다.

 

6. 20001231, 자정

 

동쪽집의 부엌 - 생선요리를 먹으며 식사한 흔적이 가득하다.

남쪽 집의 작업실 - 그림책 만드는 화가의 작업실이다. 그림책 표지를 보니 이보나의 <파란막대>이다. 이 책 작가의 작업실이다.

서쪽 집의 아이들 방 - 이탈리아에서 돌아 온 아빠가 하루 종일 아이와 놀고 있다. 종이 극장 놀이를 하는데 이 책의 소재이다. 이야기 속 이야기.

북쪽 집의 거실 - 호텔의 거실이다. 외국인 두 명이 호텔 앞에서 아주 오래된 은색 열쇠를 주웠다. 200년 전 잃어버린 설탕을 담은 은 함의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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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킹의 발명노트 - 소다 사막에서 발견된 어디에도 없는 발명품 이야기 킨더랜드 픽처북스
샤샤미우 지음 / 킨더랜드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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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혼자 책을 즐길 수 있는 시간, 아이들끼리 읽고 읽어 주고 토론하고 그리고 엄청 즐길 수 있는 멋진 책이다.

 

사막? 도마뱀? 발명? 엉뚱하고 기발하고 그래서 특별한 이야기일 거라는 설정이다. 아니면 허무맹랑할 테니까. 소다사막, 사구아로 타워, 스킹. 버젓한 작업실이 있다. 예상과 달리 발명품들이 엄청나게 귀엽고 탐이 난다. 생각보다 많은 글자들을 다 읽어 나가면서도 2권도 출간해 주겠지, 하는 아쉬움과 기대가 생긴다.

 

왜 발명을 하는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걸 자각했다. 생활의 편리나 편의를 위해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상품 가치가 있으면 제작되겠지 하는 짐작 정도만 했다.

 

스킹은 친구들을 위해서 자신을 위해서도 발명을 한다. 기분과 마음과 존재와 삶을 살피는 따뜻하고 애틋하고 응원하고 싶은 뭉클한 이유들이 있다. 캐릭터들이 가만히 존재하는 모습, 시선만으로도, 설명 없이도 무척이나 짠하다. 태어나서 살아간다는 슬픔이 느껴진 달까. 감정이입이 지나친 건가.

 

발명품 만드는 과정을 읽는 것도 참 좋고, 발명품이 현실에 있으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보는 일도 참 좋고, 이런 책이 있어서 내 마음도 위로를 받는다.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되어 움직이고 말하고 쓰고 만드는 모습을 보게 되면 좋겠다. 굿즈로 발명품들이 모두 제작되면 - 모양만 말고 기능 탑재! - 더 좋겠다.

 

귀하고 멋진 책, 2권 주세요!

 

갖고 싶은 발명품들을 골라보는 재미가 컸다!

 

발명품으로 하는 자가진단 결과 : 잠 못 자고, 많은 생각 때문에 힘들고,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고, 몸이 아프고, 아무 것도 하기 싫고.

 

달을 보며 하루 중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는 것도 좋아한다

발명을 위해 꼭 필요한 세 가지를 꼽으라면

초콜릿과 달 그리고 낮잠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좋아한다.”

 

그런데 늘 실험하고, 연습벌레, 질문 왕, 완벽주의자!

 

1. 눈 깜짝할 새

 

어찌된 일인지 지난주부터 밤에 잠이 오지 않았다. (...)

비바가 알려 준 빨리 잠드는 방법은 나에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자고 싶을 때 잘 수 있는 새로운 발명품을 만들어야겠다.

푹 자고 일어나면 몸도 마음도 다시 새로워지겠지

 

2. 달팽이 모자

 

오늘은 머릿속이 나무 바빴다.

불쑥불쑥 떠오르는 많은 생각 때문에 힘들었다. (...)

쫓기기 시작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그냥 흐르도록 내버려 두어야 한단다.” (...)

쓸데없는 잡념이 사라지자 어떤 생각에 집중해야 하는지 그제야 알 수 있었다.

 

3. 우주 사탕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먹으면 사탕이 녹을 때까지 우주에서 머물 수 있다. (...)

처음 우주에 갔을 땐 아주 작은 먼지가 된 것 같은 느낌에 사탕을 깨물어 먹었다. (...)

끝을 알 수 없는 우주를 보고 있으면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다. (...)

현실이 아닌 다른 세상에서 행복한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편하다.

 

4. 안마 망토

 

비바가 아프다. (...)

비바에게 슈퍼 히어로의 힘이 담긴 만능 망토를 선물해 주고 싶다.

아픈 것을 주물러 주는 망토!

입으면 기운이 마구마구 솟아나는 망토!

온몸을 구석구석 야무지게 어루만지는 망토!

 

5. 알 침낭

 

, 쉬고 싶다.

오늘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이렇게 충전이 필요한 날도 있지.

오늘은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다.


https://blog.naver.com/kiyukk/222528875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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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공동체 - 미세먼지, 코로나19, 폭염에 응답하는 과학과 정치
전치형 외 지음 / 창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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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적일 수밖에 없더라도 매 순간의 곤경에 충실히 대응하는 것완벽한 도피가 불가능함을 알면서도 최선의 돌봄으로 피해를 줄이는 것무엇보다 폭염 취약계층이 재난 앞에서 흩어져 각자 살아남도록 내버려두는 대신 이들과 같이 숨쉴 수 있는 공기를 마련하는 것우리는 일시적이지만 일상적이고급박하지만 든든하고낯설지만 호혜적인 공기 관계를 구성함으로써 더 자주 더 극심하게 찾아올 공기위기를 겨우 살아낼 수 있을 것이다이제 피서는 끝났다피난 준비를 시작할 때다.”

 

저는 과학자들 인문 사회 자연 이 하는 말을 잘 듣습니다그래서 공기종말air-pocalypse’이라 명명하고 위와 같은 당부처럼 들리는 제안을 하는 이 책을 읽고 무척 겁이 납니다알지만 마지막까지 부정하고 싶은믿고 싶지 않은그래도 아닐 가능성만 찾는 그런 마음은 이제 그만둬야할 날이 머지않았나 봅니다버텨보려 했는데……심장이 세차게 뜁니다.

 

비 오는 장마철이면 안전한 실내에서 제습과 냉방을 쾌적하게 하고 향이 좋은 뜨거운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이 있고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 곰팡이가 번진 자리들을 보며 곰팡이와 섞인 습한 집에서 잠을 못 이루는 이가 있습니다.

 

거의 완벽하게 정제된 안전한 물을 마시고 부드러운 연수로 원하는 만큼 몸을 씻을 수 있는 사람이 있고마실 물을 구하기 위해 매일 십 수 킬로를 걸어 다니는 이가 있습니다.

 

황사와 미세먼지가 세상을 뒤덮으면 집을 밀폐시키고도 공기를 환기하고 정화하며 필요한 에너지를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있고뿌연 공기 속에서 보호 장비도 없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 이가 있습니다.

 

인간 공동체에 한정한 분류이지만 확대하면 더 많은 양상들이 있겠지요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주저하지 않는 산업이 만들어낸 온갖 공해로 매 순간 죽어가는 생물체들과 아예 멸종이 되는 이들도 있습니다


분명 지구에서 서식지를 나눠 쓰며 함께 사는 거주 생명체들인데지구공동체라고 하기에는 삶의 양상들에 유사성보다 차이가 더 도드라집니다.

 

호흡공동체는 과학과 정치가 함께 만들어내는 지식테크놀로지제도규범윤리 등을 통해 고유한 공기관계를 설정하고 유지한다같이 사는 것은 같이 숨 쉬는 것이다혼자 쉬는 숨은 없다.”

 

미세먼지코로나19, 폭염은 우리가 누구이며 어떻게 살 것인지 묻는다호흡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우리는 어떤 공기를 어떻게 나눠 마실 것인가우리는 누구와 숨을 바꿔 쉬며 살 것인가.”

 

영원히 사용할 충분한 에너지원이 없다면평생을 실내에서 머물 수 없다면적어도 호흡의 문제는 공동체의 문제로 인지하고 함께 책임지고 해결해야 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그리고 인간의 모든 활동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일이므로에너지 인프라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가 고민의 핵심입니다.

 

공기는 인간이라는 생물학적 존재의 기본 조건이고인간이 맺는 모든 사회적 관계의 자연적 토대.”

 

과학자들의 경고가 이 정도로 섬뜩한데이런저런 고민을 하자는 말이 한가하게 들리긴 합니다그래도 무서우면 공부를 더하고 생각하는 수밖에 다른 방법을 잘 모르겠습니다죄책감과 두려움으로 삶을 중단한 이들의 심정을 아예 이해 못한다고도 할 수 없겠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제목처럼 호흡공동체를 살려나가기 위해 애쓰는 이들을 만납니다늘 누군가 노력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은 알지만실증적으로 아는 바가 적어 막연한 기대 이상이 아닌 경우도 많은데많은 분들이 구체적인 활동을 하는 것을 읽으니 호흡이 좀 편해집니다.

 

시민들정부병원관련 연구자들도시계획 입안자들……. “같이 사는 것은 같이 숨쉬는 것이다혼자 쉬는 숨은 없다.” 이런 믿음으로 매순간 형태를 달리하는 갖가지 어려움들을 당황하지 않고 하나씩 대응해가며 끊임없이 노력하는 서로를 구원하려는 분들이 많습니다공기과학과 정치 얘기를 읽으며 이 모든 노력 탓에 울컥합니다.

 

황사인지 미세먼지인지 구분도 못하던 시절을 지나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KORUS-AQ 연구를 진행하여 휘발성유기화합물의 위험을 밝히고반복되는 감염병의 위기 대응책으로 역학 조사를 진행하고폭염을 기록하고 연구라는 실험들과 연구진들이 있었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에어컨을 틀고 공기청정기를 돌리며 우리가 애써 구획했던 그 공기가 종래엔 바깥 공기와 다시 섞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당연한 일이지만 애써 일시적으로 외면했던 인정하게 되니 이분들이 꾸준히 연구와 실험을 계속해 오신 것이 구원과 의지처로 느껴집니다.

 

혼자 쉬는 숨은 없다는 문장은 더 이상 간명해질 수 없는 진실입니다오래 전 과학 공부한 생각만 말고 현재의 과학(science of the present), 공공의 과학(science for the public good), 돌봄의 과학(science as care)에 대해 새로 배워야할 때인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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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유미리 지음, 강방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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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5일 오늘은 세계 한인의 날이라고 한다현재 조사된 수는 750만 명에 이른다유미리 작가는 한국 국적을 가진 재일 교포이다특별한 역사적 경험으로 인해어쩌면 세계에서 가장 강렬한 감정을 표출하며 사는 양국이다상당 기간 보관만 한 이 책을 오늘을 계기 삼아 읽어 본다인터뷰에서 엿본이지메실어증별거가출정신병원 입원자살 시도...... 부디 늘 나쁘거나 아프지는 않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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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머니는 다섯 살 때 일본에 왔다한국 전쟁으로 인해 어머니가 나고 자란 마을은 주민끼리 서로 밀고하고 서로 죽고 죽이는 전쟁터로 변했다할아버지는 공산주의가 혐의를 받고 투옥된 후 처형되기 직전에 탈옥해 홀로 일본으로 피신했다할머니는 어머니를 포함한 4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작은 어선을 타고 난민으로서 일본에 밀입국했다. (...)

 

일본에서는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혐오 표현을 전례가 없을 정도로 서슴없이 하게 되었고 그 풍조에 조금이라도 이의를 제기하려면 싫으면 너의 나라로 돌아가라” “일본에서 나가라는 말을 가차 없이 퍼붓는다.

 

나는 내가 차별당하고 배제당하는 측이어서 다행이었다고 생각한다.

온 세계에 존재하는차별당하고 배제당하는 사람들과 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나는 2020년 도쿄올림픽 개회 기간에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과 쌍을 이루는 소설을 쓸 생각이다후쿠시마에서 오염 제거 작업원으로 일하다가 소모품처럼 버려지고 자살한 노숙자의 이야기이다.

 

나는 그의 인생과 죽음을 길 위에 방치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의 존재를 죽음과 망각으로부터 건져 올릴 것이다.

그리고 그가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의 무게를 양팔에 느끼면서 이야기를 써 나갈 생각이다.”

 

2019년 10월 20일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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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 소설을 12년 전 구상하고 2006년 행행계(천황 관련 행사직전에 노숙자들을 강제 퇴거하는 특별 청소를 취재하였다고 한다황가(황궁근처 우에노 공원에서 사는 노숙인들은 이런 일을 주기적으로 겪게 된다.

 

이 책의 화자 가츠는 세계대전 후 고향에서 천황을 처음 보고 종교적인 황홀을 느꼈다고 한다이후 돈 벌기 위해 고향을 떠나 올림픽 관련 시설 건설을 위한 막노동을 하며국가를 위한 노동을 한다고 생각했다.

 

열심히 살았으나아들이 죽고부모님이 연이어 돌아가시고부인도 갑작스럽게 죽은 후 잠을 잘 수가 없었다그가 노력한 이유는 아이들 때문이었고아들이 죽고 난 후자신의 삶이 얼마나 허무한 것이었는지 절감하고는 노력할 수 있는 마지막 기력을 잃어버린다.

 

걱정하는 딸과 손녀에게 부담이 되는 것이 싫어 도쿄에서 노숙을 시작했다결국 노숙자 신세가 되어 다시 만난 천황과 그의 메시지는 어떻게 들렸을까그가 깨달은 것은 무엇일까그래서…… 그는 그런 선택을……절망 속에 머물던 그에게는 믿던 종교도 천황제도 구제와 도움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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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목적으로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을 다녀간 사람들은 아주 많을 것이다기계음이 들리는 듯한 제목처럼 유미리 작가는 눈물과 감동을 유도하지 않는 건조하고 담담한 문체로 이야기를 전한다자신의 현실에 대한 분노와 원망도 없다미련마저 없다죽는 날까지 그저 살아 있는 삶에서 가장 쉽게 사라져 버린 것은 감정일 지도 모르겠다.

 

원전에서 반경 20km 이내 지역은 경계 구역으로 지정되는데한 마을을 봉쇄하기도 한다그 마을의 주민은 가족들이 타향으로 돈 벌러 가야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가난한 집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니 자연재해로 집을 잃은 이들어느 날 집이 경계 구역 안에 있어 이재민 생활을 하는 이들돈 벌기 위해 타향에서 살다 집을 읽은 이들이 노숙인들이 되는 것이다저자는 이런 고통을 겪는 이들의 아픔을 이어주는 경첩 같은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이 믿는 정토진종의 사원인 하라마치 베쓰인이라는 절이 원전에서 25km 떨어진 곳에 있다본당에는 묘소가 없는 십여 개의 납골 단지가 안치되어 있는데연고가 없는 쓰나미 희생자와원전 사고 이재민그리고 오염 물질 제거 작업자의 유골이라고 한다.

 

2019년 당시에도 후쿠시마현 원전 주변 지역의 방사능 오염 물질을 제거를 위해 다른 지역에서 온 작업자들은 늘 만여 명이 장기로 머물렀다고 한다이들은 주로 오사카 니시나리구에서 모집되는데일용직 노동자노숙자조직푹력배성매매인들이 모인 빈민촌으로한 해 3백 명 이상이 길에 죽는다고 한다.

 

직업 소개 업자들은 실상 착취와 인신매매 일을 하며 모집된 사람들은 자세한 설명 없이 후쿠시마현 원전 주변 지역으로 온다고 한다알코올 의존증당뇨병간경변 등 중증질환을 앓는 고령자들도 포함되어 있다돈도 없고 건강보험가입도 안 되어 있으니 작업현장에서 쓰러지면 연고 없는 그곳에서 병들어 죽고 화장되고 재가 되는 것이다.

 

TV방송과 트위터에 드러난 노숙자를 보는 일본의 시선은 이렇다.

 

세금을 내지 않으니 대피소에서 쫓겨나는 게 당연하다.”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무섭다.”

더럽다냄새를 참을 수 없다.”

지금까지 지붕 없이 길바닥에서 살던 자들이 재해가 일어나면 지붕 밑에서 살 수 있다는 게 말이 됩니까?”

 

재해가 일어난 직후에 모두가 혼란스럽고 불안한 것은 당연하다그렇다고 타인을 인간 취급도 하지 않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차별과 배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재해가 이렇게 잦은 나라에서 재해에 대비하는 인간에 대한 규칙이 없다는 것이 충격적이다오히려 차별과 배제 의견에 공감과 동정을 보낸다니, ‘협력하고 양보하고 예의 바른’ 일본인들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모두 예의 바르게 침묵하고 있는 것인가


차분하고 섬세하고 우울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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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예가체프 두메르소 - 200g, 핸드드립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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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예가체프 커피를 무척 좋아해서 설렙니다.
올 해 처음 마셔보는 예가체프입니다.
핸드드립 용으로 로스팅과 분쇄 잘 해 주신 것
행복하게 즐겨 보겠습니다.
도착이 고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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