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노랫소리, 바람 한 줌, 하얀 들꽃 - 오롯이 강릉, 시로 계절을 쓰다
안예진 지음 / 밥북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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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어귀촌 지침이나 일상 에피소드의 흔적이 없는,

책을 펼치면 준비~할 필요 없이 강릉의 햇빛과 바람이 얼굴에 화악 느껴지는 책이다.

안예진 시인은 일상의 장면들을 뽑아 종이에 올리면 그대로 시가 되는가 보다.

시처럼 사시는 분이신건지삶이 시인건지같은 말인가???



강릉에 가고 싶다손닿지 않는 부위의 간지러움처럼 읽는 내내 강릉이 마음에 감돈다.

 

내 기벽 중의 하나는 무작정 떠나는 여행이다.

어느 날 새벽 출발~해서 동터오는 동쪽을 노려보며 눈물을 흘리며 운전을 해서

아침에 강릉에 도착해서 호사스럽게 바다를 보며 바람 맞으며 커피를 마시고,

강릉은 아침 커피다몸과 마음이 다르르 떨릴 정도의 쾌락이다.

국도를 따라 쭉 운전해서 포항에서 점심을 먹는다.

해가 중앙으로 떠오르는 딱 그 시간이니 남쪽으로 달리는 내내

홍채 기능이 시원찮은 내 눈은 내내 눈부시고 아프고 눈물이 줄줄 난다.

통영에서 저녁 먹고 밤을 달려 굳이 담양까지 가서 자는 차를 혹사시키는 미친 여행.

읽는 이들 지루할까 더 미친 다음날 일정은 생략합니다.

기적처럼 기꺼이 동행 하던해가 지면 운전을 맡아 주던 O O 친구들도 늘 있었다.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보겠단 결의를 그야말로 팽하니 내팽개치고 연료를 가득가득 보충해가며 달리는 배덕하고 부정한 짓,

일 년에 한번 밖에간혹 두 번도…… 안 하는 것을 변명으로 삼아 본다.

올 해는 20일 남았는데…… 이런 여행을 포기한 첫 해가 될 듯하다.



이렇게 안 간다 정리하니……

(내게는)국내 최고의 강릉 커피는 물론이거니와 별로 좋아하지 않은 순두부도 아쉽다.

안예진 시인은 커피로 하루를 시작하는 바리스타이기도 하다.

맞습니다강릉 아침은 커피와 함께여야합니다.



2020 봄도 기억이 안 나고, 2021 봄도 기대하지 않으려 한다.

남은 시간 방역 인생을 살겠구나솔직히 그런 우울한 예감이 든다.

곧 배스킨라빈스 메뉴에 필적하는 다양한 향기품은 마스크가 생산되지 않을까 싶다.

혼자 생각에 특허 내면 대박 날 것 같지만…… 의미 없다.

누군가 기운 있으신 분 아이디어 가져다 쓰셔요…….

 

이렇게 심통낸 마음으로 보아도 참 예쁜 시집이다

표지의 색마저 마음을 살살 달랜다.

시와 글사진캘리그래피일러스트를 모두 손수 하신 공력인가 한다대단하신 분.



대학 친구가 졸업 직후 갑자기말도 없이 뜻밖에 공무원이 되었다고 강릉에서 살게 되었다고 소식을 전했다

같이 놀란 다른 친구들과 집들이 핑계로 찾아가보니 

바다가 보이는 집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며

매일 바다 보고 출퇴근하고 날 좋은 주말엔 설악산으로 산책간다고 했다.

 

그런 일상이 얼마나 좋은지 모를 나이라 제대로 부러워하지 못했는데

살다 보니 문득문득 그 친구는 그 나이에도 뭔가 알았던 거야!’ 부러운 마음이 들곤 했다

2017년에 내려갔다는, 2020년인데 벌서 강릉을 온전히 품고 사시는 저자 역시 샘이 날 만큼 부럽다.

 

새로 배운 말: 윤슬 -  햇빛이나 달빛이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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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텔라 - Estella
김동영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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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tella

fem. proper name, Spanish, literally "star," from Latin stella "star"



제목만으로 유추하면 ''이란 뜻의 이름을 가진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이다.

얘기에 저항력이 없는 나로서는 무조건 읽어 보고 싶다.

모양으로는 남십자성(The Southern Cross Star)처럼 보이는 표지의 저 별은 어디의 누구일까.



아주 오래 전원하는 모든 것들을 이루며 살았던 존재들이 있었다.

 

이 문구가 늘 누군가의 바람이고 기도이고 소원일 거란 생각이 든다

어릴 적엔 모든 것들,까진 생각 못해도 가장 중요한 소원 하나쯤은 이루며 살게 될 줄 알았다

좀 더 크면좀 만 더 크면

언제나 희망을 새로 내걸 시간은 충분한 듯 느껴졌다.

 

신화와 철학과 문학과 삶과 사람의 이야기들을 노래하듯 들려주는 이들은 늘 있었을 듯한데…… 

아쉽게도 나는 시대적 배경이 맞지 않는 중세 유럽의 음유시인 이외에는 떠오르는 이들이 없다

직업명이 무엇이었든 간에 어떤 이야기인지 잘 듣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야기 속에서 유랑 극단의 여인인 에스텔라는 계속 기타를 연주하는데 

가사만 읽을 수 있고 음율은 전혀 모르겠어서 갈수록 더 아쉽다.



지구 전체라는 의미의 가상의 원시 대륙 팡게아pangaea, 밤의 여신 녹스nox, 에덴Eden, 알 수 없는 이름의 Grigon도 등장합니다인류 최고의 막장 드라마 그리스 신화를 오디오북으로 며칠 들었더니 익숙한 듯 반갑고 재미있다.



뜻밖에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노인이다그가 하는 말은 다 맞는 듯!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는 일은 당연하지만

그 목적을 위해 타인에게 어느 정도까지 위해를 가해도 정당한 건지는 어려운 일이다

그 스펙트럼이 하늘을 뒤덮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죄책감이란 것 역시 휘발성이 있어서손익 계산이 끝나고 나면 더 이상 문제가 아닌 경우들도 부지기수다.

 

자주 경험하는 안타까운 일은 언제나 반성할 필요가 없는 이들이 자꾸만 자신을 톺아보고

정작 범죄에 가깝게 이기적이고 유해하게 사는 이들은 거리낌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잔인하게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는 이들 따로

피해자나 생존자들에게 위로와 손길을 전하는 이들 따로

이 구조는 오늘도 시소처럼 한 축에서 움직인다.


지나고 보니 그저 스쳐 지나가도 되는 것은 없었다중략.

죽은 것 같이 아팠던 순간도 지나고 나니

그때 겪었던 아픔보다는 그것이 주었던 의미를 더 생각해 보게 만든다.

그리고 다행이도 그 안에 희망이 함께 찾아왔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그렇게 나쁜 인생만은 아니었지?

 

김동영 저자에 대해 간략한 정보가 제공되는데생체의공학 전공심각한 교통사고를 겪은 후 해야 할 일원하던 일들의 목록에서 해방되어 가슴 속 무거운 것들을 가벼운 단어들로 담아 낸 노래와 이야기가 이 책이라고 한다현실에서도 이야기 속에서도 늘 누군가는 시련을 겪고 고민하고 견디고 이겨 내기도 하고 다스리며 살기도 한다는 당연한 일이 새삼스럽게 새롭다.


저자처럼 어미니께 들려 드릴 아름다운 별 이야기를 쓰는 일, 

누군가에게 별과 같은 존재가 되(고 싶)는 일, 

별을 바라보는 일, 

별을 노래하는 일, 

달도 잘 안보이는 밤에 별과 우주를 생각은 말고 잠시 찾아보는 시간이었다.



별 이병기

 

바람이 서늘도 하여 뜰 앞에 나섰더니

서산머리의 하늘은 구름을 벗어나고

산뜻한 초사흘달이 별과 함께 나오더라

 

달은 넘어가고 별만 서로 반짝인다

저 별은 뉘 별이며 내 별 또한 어느 게요

잠자코 홀로 서서 별을 헤어 보노라



자동 플레이처럼 노래가 들릴 분들이 많으실 줄 압니다물론 저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병기님은 시조 시인이셨으니 시조라 생각하고 한번 천~~히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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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얼지 않게끔 새소설 8
강민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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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단계가 격상된다는 소식에 잠시 숨이 턱 막힌다

눈도 오지 않는 2020년 겨울은 또 어떤 모습으로 버텨내야할까.

모두의 생활 방식과 질병이 누구와도 무관하지 않게 가시적으로 촘촘히 상호 연결된 시절,

연대에 실패한 불안한 개인들은 혐오로 뭉친다는 글을 읽었다.

꼭 이런 때가 아니더라도 이해하고 이해받고 의지하고 의지가 되는 한 사람은 소중하다.

 

소설이 쓰인 2019년의 겨울은 이상고온현상이 지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에겐 그 어떤 때보다 춥고 매서웠다.

겨울을 앞두고 그해의 10월과 11월에 연달아 세상을 떠나야 했던

두 여성에 관한 소식 때문이었다.

수도 없이 쏟아지는 자극적인 기사들의 틈새에서 우울과 슬픔을 겪었다.



지극히 평범한 생활공간에 더없이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흘러 가다가,

가끔씩 추리 스릴러처럼 바짝 긴장하게 만드는 분위기와 표현들이 등장한다.

인생의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여름,

모든 것은 희진에게 달렸다.

그리고 햇빛 알레르기.

 

어린 시절 면역력이 모자랐는지 여름이 시작하는 어느 날엔 늘 피부과를 방문하며 컸다.

여름에도 긴팔 옷을 입기도 하고물속에서 나오기 싫게 피부가 뜨겁기도 했다.

더위를 모르는 이와 햇빛 알레르기가 심한 이이렇게 두 명흥미로운 캐릭터들이다.

특히 송희진씨,

아무리 이상해도 그렇게 주저 없이 타인의 신체를 계속 꿋꿋하게 열심히 관찰하다니요.

 

기억 못 하실지도 모르지만저는 인경씨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그거면 지금 이 상황을 함께 감내할 만한 이유로도 충분하고,

어쨌든 나름의 책임감도 생기고요.

 

중략저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말을 보태지 않으셨잖아요그런 소문들에.

 

의미 없는 동조와 편가르기에 말 하나 더 얹어지는 것이 얼마나 큰 좌절이 되는지

모를 것라고 덧붙였다.



사람들 참 편하게 생각하잖아요.

여름에 더위 많이 타면 으레 살쪄서 그렇다건강하지 못해서 그렇다,

정말로 여름을 버티기 힘든 사람들도 있는데 속 편한 말을 잘도 한다니까요.

그거 다 노력이 부족한 거라고운동하라고.

 

그러면서 겨울에도 똑같은 이야기를 하잖아요.

추운 게 버티기 힘들다싫다 그러면 체력이 부족해서 그렇다,

밖에 나가서 좀 뛰어보기라고 하라고,

노력 부족이라는 이야기를 어쩌면 그렇게 사계절 내내 돌려 막기처럼 사용하고 그러는지.

 

참 이상하죠저는 더운게 싫을 뿐인데싫은 건 이유 없이 그냥 싫은 건데

사람들은 뭔가 늘 이유가 있고 숨겨진 사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걸 캐내는 걸 유난히도 좋아하고요.

 

뭐랄까,

작가는 이토록 예민하고 영리하게

평범한 모두의 잔인하고 비열하고 집요한 공격성을 모두 다 보고 알고 있으면서도,

결국엔 잔뜩 들어간 힘이 스르륵 풀리도록 만드는 선의와 온정과 희망을

아무 것도 모르는 순진체인 양 들려준다강한 사람이다.

뜻도 모르면서 문득 작가의 이름 - 강.민.영. - 이 주는 느낌과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그 즈음 회사에선

내가 백혈병이나 조류인플루엔자니 하여간 알 수 없는 질병에 걸렸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중략. ‘그때부터 뭔가 좀 이상했다는 심증의 빌미가 되었고

결국 그 소문은 나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갔다.

 

소설의 직장인들의 모습이 과거의 풍경인지 완전히 달라진 미래의 일상인지

더 이상 모르겠다서글프게도 현재의 매일은 더 이상 아니다.

 

누군가의 생사를 확진하는 소식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듣는 시간 속에

두 사람이 시종 조용하고 소소하게 들려주는 우정과 연대의 이야기가 편안하다.

 

더 잘 팔리는 것은 언제가 사랑이라우정은 지나치게 폄하되기도 하지만,

인간이 성장하고 살아가는 긴 시간에 우정은 자주 아쉽고 부족하다.



정말 누구나 이렇게 순간적으로 변할 수 있는 거라면,

그리고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그걸 버텨내고 있는 걸까.

 

지구가 한 번 공전하고 제자리고 돌아왔을 때에도 무사히 살아남아

아무도 다치지 않고 죽지 않은 채 손을 맞잡고 안부를 물을 수 있는 두 여성의 이야기,

그 과정을 전하고 싶었다.

 

봄이 오면 떡볶이부터 먹을 거예요맥주 한 캔이랑.



덧붙일 모든 말이 점점 더 사족처럼 느껴지는 담백한 글이라,

발췌하고 필사하는 문장들만 이어졌다.

서평이라 할 수 없는 글이 되었다.

 

마음 들볶을 일 없이 확실한 선의에 안심하며 읽어서인가 싶다.

간절히 원하지만 구할 수 없어서 기대하지 않았던 것,

노력과 눈물이 모두 보상 받는 관계,

그런 따뜻함이 기적처럼 사고 없이 미래를 보장해줄 것 같은,

내 이야기였으면 하고 바랄 그런 이야기였다.

 

누군가를 돕는 일도누군가에게 도움을 받는 일도낯설고 어색한 일이 아니면 좋겠다.

어쩌면 거기에 연대와 희망이 있을 거란 소원 쪽지를 걸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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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팜
조앤 라모스 지음, 김희용 옮김 / 창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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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팜Baby Farm행복하고 즐겁고 합법적인 농장일 리는 없을 것이다내가 대리모 출산이라는 말을 언제부터 들어 봤나 가만 생각해보니 의외로 놀랄 만큼 오래 전이다그때는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 별 생각이 없었는지완전 딴 나라 괴짜들의 일이라 치부하고 말았는지아니면 사실이든 무슨 상관이야라는 태도였는지 기억이 안 난다.





그보단 이후에 농장이란 사업 명으로 운영되지만 실은 공장식 축산업에서 이루어지는 축산 동물들의 임신과 출산 과정을 알게 되어 거대한 충격을 받았다잔혹하게 분업화된 공정 생물의 기능이 철저히 분업화되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임신 출산이 정해진 일정에 따라 의학적이고 기계적으로 이루어진다평생 임신 출산만 반복하는 역할이 있고그렇게 태어난 동물들은 성별에 따라 수명도 정확히 정해져 있다. 좀 더 살다가 육류로 가공되거나 바로 산 채로 죽임을 당해 사료가 되는 경우로 나뉘어진다.

 

소설에서 인간이 직접 육류로 소비되거나 사료로 분류되지는 않지만어쨌든 이 베이비 팜은 주문 계약에 따라 인간 아기를 만드는 공장이다등록 사업명은 골든 오스트 농장.’ 임신출산에 육체를 제공하는 이들은 호스트(참으로 기만적인 이름이다)’라 불리며당연히 비밀유지계약서와 기타 등등의 계약서들이 요구되고외출도 외부인과의 접촉도 불가하다.

 

작가인 조앤 라모스는 필리핀에서 출생하여 6세 때 미국으로 이주한 이민자이다라모스는 미국에서 무엇을 느끼고 보고 생각하며 살았을까……소설의 시작은 필리핀 출신 여성들의 이야기이다미국으로 일하러 온 여성 노동자로서의 그들의 혹독한 삶은 어째서 그들이 그 농장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지를 담백하게 설득한다이 일을 하는 여성들이 왜 있냐고 물으면 가장 상식적인 답변은 ’ 아니겠는가이 농장에 필리핀 여성들만 호스트로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백인 여성들도 있으며 이유는 같다그들 모두는 번호로 불린다.

 

마치 최고급 리조트처럼 운영이 되지만호스트를 위해 준비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의사간호사영양사마사지사트레이너코디네이터들은 축산공장의 전문가들처럼육류를 소비하는 인간을 위해 동물들을 관리하는 것처럼돈을 지불하고 아기를 구매할 고객들을 위해 호스트들을 관리하고 감시한다어쨌든 매월 받는 돈에건강한 아기를 무사히 출산하면 거액의 보너스를 보장받는다.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전개될 거라 예상할 수도 있지만이 소설은 주로 4명의 캐릭터들이 각각의 1인칭 시점으로 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아마도 결론 부분에서 이들의 대한 이야기가 추가되며 뭔가 폭로나 실마리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기대하게도 된다아주 자극적으로 아기 매매와 임신출산공장에 대한 이야기들만 집중해서 펼쳐지는 이야기라고 상상할 수도 있겠지만 읽고 나니이는 캐릭터 각자의 현실을 통해 미국 사회에 만연한 차별 인종성별국적가난으로 인한 몇 중의 차별에 대한 이야기들 -을 진하게 느끼게 하는 장치라는 생각이 든다그리고 뒤로 갈수록 임신출산육아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에 가까워진다.

 

충분히 흥미롭고 몰입도 뛰어나고 전개가 매끄러운기대보다 많은 이슈가 되었으면 하고 바라게 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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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아이 - 무엇으로도 가둘 수 없었던 소녀의 이야기
모드 쥘리앵 지음, 윤진 옮김 / 복복서가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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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뇌세포들은 매일 SNS 세계로 사라져만 가는지…… 정확한 과정은 흐릿한데…… 김영하 작가의 글을 오랜만에 읽었고북클럽 얘기가 나왔고[완벽한 아이책소개를 읽고 경악해서 읽어낼 자신이 전혀 없었는데뭔가 발칙한 관련 글을 남겼는지 복복서가*에서 책이 왔다롯토가 당첨된 양 놀랐습니다감사합니다마음의 준비가 덜 되었어,란 핑계로 며칠을 흘끔 거리기만 하다가 표지의 아이가 뇌 속에서 계속 달리고 있는 느낌을 떨칠 수 없어 책을 펼쳤다.



<On the Run>

출생 전부터 인질로 살도록 정해진 감옥을 박차고 달려 나온 아이배경이 무엇으로 보이시나요.

 

[완벽한 아이]는 소설이 아니라 작가가 4세부터 19세까지 겪었던 사실이다작가 모드 쥘리앵은 자신의 이름을 등장인물에 붙인 것이 아니라 그가 모드 본인이다. 1960년대 프랑스에서 실제로 발생한 알려지지 않은아는 이들은 모른 체한 극악한 범죄이다모드는 부모에게서 탈출한 뒤에도많은 도움을 받으며 새로운 삶을 살게 된 후에도두 아이의 어머니이자 심리치료사가 되어 살게 된 후에도더 필요했던 모든 세월이 지나, 38년이 흐른 뒤에야 이 글을 썼다.

 

나는 깨달아야 한다나는 아버지의 원대한 계획으로 태어났고 아버지가 나에게 맡길 임무들을 완수해야한다내가 아버지의 계획만큼 해내지 못할까봐 두렵다나는 너무 허약하고 서툴고 어리석다나는 아버지가 무섭다거인 같은 몸집강철도 뚫을 듯한 눈길의 아버지 앞에서면 오금이 저리고 다리가 후들거린다.

 

그가 퍼부어대는 욕을 듣고 그가 날리는 따귀를 맞아가면서 나는 아코디언과 피아노 외에도 기타클라리넷바이올린테너 색소폰 그리고 트럼펫을 배운다여덟 살이 될 때면 나치의 수용소에서 살아남기에 충분한 무기를 갖추게 될 것이다.

 

아버지는 자신이 무엇을 하든 전부 다 나를 위해서라고 되풀이해 말한다자신의 삶을 온전히 나를 위해예외적 존재가 될 운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나를 키워내는 일에나의 형체를 빚고 조각하는 일에 바치고 있다고 말한다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나를 사랑했다고도 한다.

 

아버지라는 자 루이 디디에의 교육 방침은 학대와 고문이다그 방식대로 아이를 양육하면 초인이 완성된다고 믿는다이렇게 진지하게 미친놈이 있어! 그런데 그 미친놈이 계획한 대로 결혼출산양육이 아무 제재도 받지 않고 죄다 진행된다이쯤 되면 이 정도 미친놈이 살기에도 더없이 좋은 세상인 것이다.

 

6살짜리 여아 자닌 를 구매해서 제 자식을 초인으로 양육하기에 (저 혼자 생각에)필요하다고 여기는 것들을 교육시키고, (저 혼자 생각에)아이 낳을 준비가 되었다고 판단해서 아이 낳고, (저 혼자 생각에)보충이 필요하다고 믿는 다종다양한 학대를 첨가해서 초인키우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모드가 탈출하기 전까지 어머니는 아이의 보호자가 아니라 남편의 충실한 조력자 역할을 한다깊은 충격과 슬픔과 울화를 동시에 그리고 반복해서 느끼며 읽는다.*

 

아동학대는 근절된 적이 없으니 최근까지도 아동학대 사건이 발견되면 발생률에 비해 드물게 사건화 되는 현실남편을 왜 말리지 않았냐고 아는 것도 생각도 없어 보이는 난폭한 질문을 하는 경우들이 드물지 않게 있다자닌의 경우처럼 6살 때부터 완벽하게 통제된 삶을 산 경우라면 더 말할 것도 없지만성인이라 하더라도 지속적인 폭력을 당하며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살아남은 온통 망가진 또 다른 피해자에게 그 말밖에 할 말이 없는 건지물론 어머니 쪽이 주범이나 적극적인 공범으로 밝혀진 사건들을 모조리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이런 부모가 만들어 놓은 세계가 전부였을 아이인데그래도 모드가 탈출했다는 사실이그 생명력이 비현실적일 만큼 대단하게 느껴진다망가지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굴복하지 않은 모드의 판단들과 행동들을 내가 뭐 아는 게 있어 평가할 수 있을까단지 확신범에 대한 단죄와 처벌의 부재가 견디기 힘들게 짜증나서 눈도 마음도 흐려진다정성스럽게 미친 인간이 정말 1960년대 프랑스에 살던 루이 디디에 하나뿐일까모드의 표현에서 연상되는날개가 잘린 채 새장에 갇혀 피에 젖어 있는 수많은 인질들의 모습이 번뜩 떠올라서 소스라친다.

 

나는 죽음의 냄새가 떠다니는 그 지하실에 갇혀 있는 시간이 죽도록 싫다허리가 아프고구역질이 난다고기들은 아무리 싸도 끝이 없다하지만 최악은 송아지를 잡을 때다고기가 '질겨지지않게 하려면 평온하게 긴장을 푼 상태에서 잡아야 하는데송아지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편안하게 해주는 일이 나에게 주어지는 것이다도축꾼은 치아가 하나밖에 남지 않은 입으로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그렇다니까요동물 진정시키는 일은 어린애들이 잘해요특히 여자아이가 최고죠!"

 

나는 린다에게 오리깃털을 자르는 끔찍한 가위질 소리겁에 질린 오리가 똥을 지릴 때 나는 냄새 얘기를 해준다사실나 역시 우리 집 연못의 오리와 다름없는 신세다아버지와 어머니가 내 한쪽 날개의 깃털을 피가 나도록 바짝 깎아버리고 나머지 한 날개의 길고 아름다운 깃털을 지니게 만들었다.

 

모드에게 밀착해서 읽다 보니 완벽이 어찌나 폭력적으로 들리는지살면서 완벽을 경험한 사람이 있나흠이 없다는 건 또 뭔가사물에는 몰라도 적어도 사람에게 자질로서 요구할 말은 아니어야한다고 단어에도 감정이 마구 투사된다다 읽고 나니 미치광이 아버지가 바라던 초인 자식을 완벽한 아이라 여겼다는 정보를 주려고 이 제목을 정하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면서 안 그래도 헝클어진 마음이 더 갈팡질팡한다어쨌든 누구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잖아대상도 없이 화를 내며 소리를 지를 뻔했다.

 

아르튀르한테 가서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순간이 나에게 주어지는 유일한 위안이다나는 아르튀르에게 빠짐없이 얘기한다중략전부 다 한다내가 옆에 앉아 이야기하면 아르튀르는 조용히 귀를 기울인다귀에 입을 대고 말하면 아르튀르도 린다처럼 간지러울 텐데그래도 내 말을 끊지 않고 가만히 들어준다내가 나의 슬픔을 속삭이는 동안 아르튀르의 귀는 미세하게 전율하고그 전율에 내 마음이 풀어진다.

 

도스토옙스키의 인물들은 보고 있기 힘들 정도로 아름답다중략도스토옙스키의 인물들은 삶을 두려워하거나 의심하지 않고삶에 맞서 벽을 세우지 않는다반대로 삶을 사랑하고그 안에 잠기고필요하다면 아예 깊숙이 빠져버린다그들은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뭐든지 겪어볼 만한 가치가 있어더 이상 두려워하지 마."

 

어느 날 처음 보는 도스토옙스키의 책을 찾아낸다나는 충격에 빠져 읽고 또 읽는다내 마음을 그토록 강하게 흔든 주인공은 바로 내 아버지의 모습이다. “그에게서 아무 것도 기대하지 마그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위험한 사람이야도망쳐!”

 

나에게 리스트 헝가리 랩소디 2번은 소중하다오래 전에 데콩브 선새임이 악보를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곡을 목표로 나아가렴언젠가 같이 하자꾸나.“ 헝가리 랩소디는 나에게 다른 미래가 가능하다고 영원히 이곳에 묶여 있지 않을 거라고 말해 주는 것만 같았다.

 

셰퍼드 린다집 오리 피투말 아르튀르조랑말 페리소, <적과 흑>의 마틸드, <지하로부터의 수기>, <페스트>, <레미제라블>, <파리의 노틀담>의 주인공들이그리고 탈출 동아줄 역할의 몰랭 선생길에 마주친 누군가의 미소와 조건 없는 친절도움을 받은 수많은 사람들생물학적 가족 이외의 생명들과 음악과 문학이 모드의 진짜 가족이고 친구이고 선생님이었다.

 

아버지의 손이 내 얼굴로 다가오고아버지의 긴 손가락이 내 이마 위에서 열을 확인한다이제 그 손이 내 뺨을 어루만져주길 나는 온 힘을 다해 기원한다손가락 끝으로라도 한 번만 만져준다면 바로 그 순간 이 집과 철책과 담이 사라지리라우리는 함께 바깥에서 자유롭고 행복하리라하지만 손길은 없다아버지의 손가락은 내 이마를 떠난다.

 

정말 마음에 안 들었지만…… 생존에 꼭 필요한 부모의 애정과 손길을 온 힘을 다해 갈구하는 어린 아이의 기원이 찔리는 듯 아프고 슬퍼서 한참 울음이 났다마침 혼자여서 금방 그치지도 못했다울고 나니 사는 일이 허정하게 느껴지는데생각만은 업무 이행 중인 듯 또렷하다.

 

살면서 정정당당 공명정대 허심탄회하게만 상대를 대하고 의견을 나누고 설득을 하며 살지는 못하거나 안한다특히 아직 제대로 된 대접을 받을 존재가 아니라고 암묵적으로 생각하는 아이들을 대할 때는 솔직담백진실한 태도보다는 살짝 살짝 악의 없이 속이거나 교묘하게 설득하거나 과장하거나 약간의 조작을 가하는 방식이 보다 쉬운 혹은 영리한 선택일 경우가 있다.

 

자세히 읽지도 않았는데문득 전교 일등만을 원하고 강요한 어머니를 살해한 고수험생 사건이 떠오른다좀 더 오래 전손톱속옷가방 검사를 하던 시절머리칼과 치마 길이를 정하고 규정 위반이라 판단되면 인신을 구속시키던 시절그 모든 일들의 결이 루이 디디에가 한 짓과 다르지만 완전히 다른 것도 아니다.

 

그저 한번의 미소가 누군가의 삶을 바꿀 수 있음을,

공격적인 말 혹은 눈길이 한 사람의 세상을 어둡게 할 수 있음을 모두 알게 되기를.

 

살면서 내가 의도가 없었거나 무지의 소치라 하더라도 학대한 이는 없나식은땀이 흐른다못된 말은 참 많이 하고 살았다딱히 남을 공격하려는 심사는 아니었다고 변명해본다 나는 먼저 뭘 하는 타입이 아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공개적으로 합의한 것도 발표한 것도 아니라 남들은 모르는데혼자 딱선을 그어 놓고 누가 조금이라도 침범하면 마치 내가 너를 오래 인내했으니 이건 네 책임이다이런 최후의 결전처럼 서늘한 감정을 실어 날카로운 말의 방패를 휘둘렀다정당방위라 믿었다.

 

몇 달 전 아동학대를 같이 잘 지켜보자며 배지들이 몇 개 도착했다여기저기에가방에도 달고 다니지만충실히 행동한 적이 없다여러 아이들이 눈에 띄어도 한번 살펴보려 한 적도 없다무슨 생각이었을까학대 받은 아이들이 내 배지와 인간성을 한 눈에 알아보고 스스로 다가와 사정을 조리 있게 잘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하겠지라고 정리했던 건가.

 

2020년 대한민국의 현실에서는 아동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이것의 의미는 지금까지는 아동권리보장원 직원들이 아동학대 가정을 방문해 조사를 하려 해도 부모가 완강히 거부하면 집에 들어가는 것조차 어려웠는데이제는 재학대 방지 조치에 실효성이 더해졌다는 것과아동학대는 더 이상 가정사가 아니며학대는 체벌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될 수 없다는 사실을 주지해야 한다는 뜻이다내 집구석 일이라고 간섭 말라고 당당할 수 없다는 얘기다, OOO OO!*

 

우리궁수자리 태생들지구본은 나를 꿈꾸게 하는 경이로운 물건이다.

 

궁수자리 태생지구본을 보며 많은 꿈을 꾸었다.

지구본은 돌릴 수 있어도 지구의 인류 문명은 멈춰 죽어 가는 시절이다.

지구의 어디서든 탈출 결심이 선 아이들이 달려 도착할 수 있는 곳이 여전히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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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작가와 정은수 대표는 문학동네와 협업을 하는 독립브랜드 출판사를 운영하는데작가가 기획하고 발굴할 수 있는 운영 체계이기 때문에 출간할 수 있었을 작품이 [완벽한 아이]라 생각한다실없이 위치정보를 찾아보고 서울청 유실물보관센터 근처인 것도 혼자 의미심장하게 느낀다.

 

담고 있는 정서를 정확히 이해할 수 없었고 사용해본 적도 없는데, ‘빡침이란 단어가 어떤 느낌인지 감이 왔다요즘 아이들이 더 힘들게 사는 게 맞나 보다.

 

지난해에 벌어진 아동학대 사건은 총 345건으로 2015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고재학대 비율도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해 작년에만 3431건에 달하는 재학대가 발생했다(기사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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