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8개월 28일 밤
살만 루슈디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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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의 연작판화집 <변덕>(Los caprichos)에 실린 제43번 에칭

El sueño de la razón produce monstruos.

 

 

 이성의 잠은 괴물을 낳는다라는 설명이 붙은 그림이 반갑다이 동판화는 프라도미술관이 소장한 고야의 작품으로서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눈뜬다.”라는 제목으로 오래전부터 좋아한 작품이다. 18세기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작품이고 유럽이 무대이긴 하지만시대와 장소를 차치하고도 메시지는 여전히 유의미하다책에 쓰인 설명은 다음과 같다, “이성과 결별한 상상은 터무니없는 괴물을 낳을 뿐이로되이성과 맺어진 상상은 예술의 어머니가 되어 온갖 경이를 창조하나니.”

 

계몽주의신계몽주의이성중심주의포스트모더니즘 등등의 사조 유행을 거치며 한 때 한국학회에서도 이성 비판이 유행을 거칠게 탔으나비이성과 반이성의 행위결과들에 언제나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살아 온 나로서는 이성과다로 인한 문제들을 다루는 일은 미래세계나 SF식 설정에 대한 비판처럼 느껴졌다.

 

그 세계에서 사람들은 장소신념사회국가언어는 물론이고 심지어 더욱더 중요한 명예도덕판단력진실 등으로부터도 쉽사리 분리되었다저마다 자기 삶의 참된 이야기에서 떨어져나가 엉뚱한 가짜 이야기를 발견하거나 날조하려 노력하며 여생을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건 우리한테 닥친 크나큰 시험인데우리가 만들어놓은 집단적 망상이우리 스스로 풀어놓은 초자연적 괴물이 우리 세계를우리의 사상문화지식규칙을 공격하는 거예요.

 

지금까지도 나는 온전히 이성적이거나 지나치게 이성적인 사람들을 만나 그들로 인해 힘들거나 피해를 입은 적이 없다. ‘합리적 이성은 적어도 내게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평가될 항목이다임마누엘 칸트가 <영원한 평화>*를 저술하고 발표한지 얼마인가소설 속에서만이 아니라 저자가 생명의 위협을 몸소 느끼며 겪었던 전쟁도여전히 현실의 세계 곳곳에서 전쟁을 벌이는 인간들의 모습은 최고 수준의 반이성을 입증하는 자명한 증거이다.

 

모든 사람은 자기만의 이야기 속에 갇힌 수감자 신세모든 가족은 가족사의 포로모든 공동체는 또 그들만의 이야기 속에서 꼼짝도 할 수 없고모든 민족은 자신들이 기억하는 역사의 피해자가 된다세계 곳곳에서 이야기끼리 맞붙어 전쟁을 벌이는데양립할 수 없는 둘 이상의 이야기가 같은 공간을 차지하려고말하자면 같은 지면을 차지하려고 싸우기 때문이다.

 

현실의 종교는 어느 입장에 설 수 있을까무신론자로서 냉정하게 종교적인 내용들을 상식적으로 과학적으로 합리적으로 사실 인정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집 안에 근본주의적인 유학자세례 받은 천주교 신자계를 받은 불교 신자삼위일체설로 학위를 받은 기독교 신학자 그리고 무신론자들이 다툼 없이 어울려 살았던 환경 탓도 있겠지만오래전부터 나는 종교인들의 가장 멋진 모습은 늘 행동에서 만나곤 했다.

 

존경스러운 분들이 많이 계셔서 행복했고 자랑스러웠고 신에 대한 믿음과는 별개로 나는 그분들 모두를 존경하며 살았다김수환 추기경님 말씀은 책의 어디를 넘겨봐도 언제나 여전히 명징하게 울리고법정 스님이 비구 법정이란 이름 하나 자신의 몸 위에 올리고 불타올라 온 생명들과 섞이실 때는 어느 사회 개혁가의 삶보다 깊은 감동을 받았고올 해도 새해 첫 날엔 이해인 수녀님의 시를 읽었다.

 

반가운 출간 소식으로 다시 오신 이해인 수녀님이 일부 신자들이나 친지들은 수녀들이 다 좌파라고도 해요좌파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약자 편이라고 제가 정정해주죠.”라고 속 시원하게 전해 준 이 말이꽃노래보다 더 지겹고 실체도 없는 세간의 이파저파 타령에 얼마나 통쾌한 울림을 주던지.

 

어쨌든 종교의 이런 저런 모습들이 공존하지만 이 책에서 특히 관심이 가는 내용들 중 하나는 현실에서 종교로 인해 생사의 위협을 겪어낸 저자가 펼쳐내는 두 철학자 - 12세기의 위대한 철학자 이븐루시드와 가잘리스 의 종교 논쟁이다이해인 수녀님의 일갈처럼 이 논쟁 역시 다 읽으면 속이 시원하다.

 

매번 쓰는 글마다 줄거리 전달력이 거의 없다고 해도 이 방대하고 떠들썩한 책의 내용을 조금은 언급해야한다는 생각이 든다이 책의 제목 2년 8개월 28일 천일 하고 하룻밤 더 은 귀양을 사는 이븐루시드에게 찾아온 마족의 공부에게 철학자로서의 들려 준 수많은 이야기로 보낸 시간이다공주의 이름은 두니아세계라는 뜻이다.

 

내 몸에서 세계가 태어날 테니까그리고 내가 낳은 아이들이 세계로 퍼져나갈 테니까.

 

또한 2년 8개월 28일은, 800여 년이 지난 20세기폭풍우가 몰아치고 세상이 어둠에 잠기고 비이성이 난무하는 재앙의 시간이기도 하다.

 

두려워하라내가 삼라만상을 불사르며 심판하리라.

 

진정한 사랑도인류애도복수심도또 다른 전투도영혼의 구원도운명과 본성도 저자가 세상 모두를 뒤져 모조리 가져온 캐릭터들과 모티브들을 다 이해할 수도 은근슬쩍 버무려놓은 다른 소설들 역시 모두 분간해내기 어려울 만큼 풍성하다.

 

처음 듣고는 이런 장르는 명칭 자체가 이율배반 아닌가 싶었던 마술적 리얼리즘의 작가가 만들어낸 세계는 신화에 버금가게 비현실적이고 엉뚱하고 재밌고 풍자가 가득한 창작물이면서도 여전히 현실을 반영하는 문장들이 보인다전투와 전쟁과 욕망과 혼란의 모습들은 모두가 권력 관계로 묘사된다약소국과 여성을 유린하는 기득권의 모습가난하고 국력이 약한 국가들을 경제적으로 예속시키려는 금융 국가의 모습들.

 

어떤 공동체든 그곳이 어떤 곳인지그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한마디로 어떤 상황인지 합의조차 할 수 없다면 이미 위기에 빠진 공동체입니다.

 

나는 이 지구가 결국 온 인류를 거부하리라는 사실을 미리 보여주는 실험 대상에 불과할까?

 

두려움은 두려워하는 자를 변모시키는구나.

 

광기와 분노에 휘둘리고복수와 두려움으로 자멸하고자신들이 만든 가짜 신을 위한 헛된 전쟁으로 삶을 허비하고 이 모든 혼란의 끝에 인간은 다시 평화를 찾는다물론 그 평화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 지는 다른 문제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가진혹은 숨긴 어두운 기억들과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이것들을 두려워하는 대신 두려움을 증폭시키는 주체인 자신을 직시해보라고 저자는 말을 건넨다그리고 참 반가운 말잠든 이성이 깨어난 이성의 시대가 파괴와 죽음 대신 생명과 생성의 시대를 열어줄 것이라 희망한다


가장 중요한 정보 전달자이자 이야기 공유 기능을 하는 언론이 가장 먼저 이성의 시대를 맞이해주면 한결 희망적이리라 생각하지만……신뢰도가 무한바닥인 언론 환경에 사는 처지라 의지처가 마땅하지 않다.

 

인류의 생존을 위한 최고의 희망은 그들의 회복력즉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낯설고 터무니없는 일을 직시하는 능력이다.

 

다시 고야의 동판화의 메시지를 생각해본다판화에서 잠든 인간을 깨워 펜을 쥐어주며 글을 쓰라고 재촉하는 부엉이의 역할처럼이야기가 현실을 비춰주는 참다운 거울이 되었다고 이븐루시드는 생각했다이 우아하고 유려한 혼란이 가득한 소설에서 저자는 자신이 속한 세상과 인간들을 사적 관계만이 아니라 관찰 대상으로 비춰보고 이야기로 재창조함으로써 자신의 입장도 인류의 입장도 이해해보려 했을 듯싶단 생각이 든다.

 

이야기를 만들고 나누고 이야기를 통해 자신을 비로소 이해하는 참으로 이상한 종족인 인류가 만난 재능 많은 이야기꾼들 중 한 명인 헤밍웨이는 용기란 핍박 속에서도 품위를 지키려는 마음가짐이라고 했다저자 살만루슈디Salman Rushdie는 그렇게 살았다그 와중에 위트와 농담도 잃지 않은 걸 보아 참 위대한 인간이자 작가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일이고상상 속에서마저 나는 핍박의 낌새만 확실해져도 품위를 저버리고 목숨을 구걸할 듯싶어 참담하지만기준을 높이 두고 선망하고 바라보고 발돋움을 하는 일은 포기하지 않아도 괜찮지 않은가한다아직은 거부감 없이 저 아래로 추락하여 수치심 없이 하질의 인간이라 그만 인정하고 마냥 편하게 살고 싶지 않다.



..............................


* 1795년 미카엘 축제기간에 출간된 이 저작은 현실 정치를 가능케 하는 원리를 논구하는 철학적 기획이다자유로운 개인들과 마찬가지로 국가도 도덕적 인격이기 때문에 어떤 국가도 다른 국가에 대해 도덕적 우월성을 가질 수 없고 어떤 국가도 다른 국가에 의해 지배될 수 없다즉 이 국가들의 자유로운 계약에 입각한 국제연맹을 결성하며 모든 국가들의 역사적문화적 다양성을 보존하면서 세계평화를 추구할 수 있다. 철학자 칸트의 이 세계평화론은 후일 국제연맹과 국제연합의 태동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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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라
강경수 지음 / 창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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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들이 ’ 도심에 출몰했습니다. 다행히 인명 피해 없이 사살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뉴스 보도의 현란하고 역동적인 동영상 화면에 무척 공감하며 정신없이 보다 보면 사람들 놀랐겠다그런 생각으로 결론이 나지요.

 

단일종으로 78억을 넘긴 인류는 매일 지구의 자원들을 먹어 치우고 있습니다배고프지 않을 만큼 필요할 만큼만 먹는 것도 아니고 낭비가 아주 심합니다.

 

계속 낭비할 수 있도록 지구 표면을 열심히 깎아 온갖 작물들을 경작 하는 것으로도 모자라자연산의 풍미를 즐기기 위해 얼마 남지 않은 야생동물들의 서식지에 들어가 온갖 것들을 캐내옵니다.

 

그래서 겨울을 날 식량이 부족해지고 새끼들을 먹여 기를 식량이 부족해진 야생동물들이 밭작물을 먹거나 도심으로 내려오면욕해서 쫓거나 죽입니다. 일일이 대처하는 일이 번거롭고 위험도 따르니 예방을 위해 기간을 정해 적극적으로 사냥을 나가서 일가족을 몰살시키기도 합니다.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린다는 보도도 경고도 북극곰의 서식지가 줄어든다는 걱정도 최근이 아닙니다서글프게도 장담하건대 정확한 조사를 한 적은 없지만 빙하가 다 녹고 북극곰이 바다에 빠져 모두 죽어도 그게 뭐 별일이냐고 할 인구수가 더 많았습니다.



조사가 없었는데 어떻게 아냐고 묻고 싶으시지요충분히 많은 이들이 문제 삼았다면북극 빙하만이 아니라 히말라야 만년설알래스카 빙하그린란드 빙하가 녹아내리고남극 대륙 기온 상승이 일어날리 없으니까요.

 

북극곰은 동족 사냥을 시작했고 남극 펭귄은 진흙에 빠져 허우적댑니다. 2020년 여름 2개월 동안 관측 결과 그린란드 빙하는 6000여 톤이 녹았습니다땅 속에 갇혔던 탄소들이 바다로 흘러내려와 태평양 바다의 탄소 농도와 염도가 올라갔습니다당연히 해양생물들도 재난을 맞았겠지요.

 

물론 탄소만 재등장한 것이 아니라 인류가 만나 보지 못한 그래서 면역력이 없는 바이러스나 세균들도 엄청나게 퍼지고 있을 것입니다신종코비드19가 인류의 최종악당보스면 참 좋겠습니다만…….



표지 그림을 알아보고…… 차마 말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쓰레기통에 오기까지의 과정이후에 겪을 일들이 말릴 수도 없이 주르륵 지나갔습니다.

 

몰라서 못하는 그래서 속상한 일들도 참 많은데 다 알아도 바꿀 수 없는 일들은 또 왜 이렇게 많을까요.



"고작 한 줌의 흙을 몸에 발랐을 뿐인데 자신에게 돌을 던지던 인간들이 먹을 것을 주었습니다."



"저 곰을 쫓아 주게영원히 이곳에 얼씬도 못하게북극곰은 언제나 말썽이야."



"녀석도 이번에 혼났으니 사람들 곁으로 안 올 겁니다영원히……."

 

언제나 말썽인 존재는 누구인지,

영원히 사라질 존재는 누구인지,

누가 더 빨리 사라질지,

 

...

 

 

이제는 누구도 정확히 모를 일입니다.


이 책은 기후위기 혹은 기후재앙의 상황에서 북극곰의 처지뿐만이 아니라 인간의 반응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하는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를 다 읽으면 아이들은 북극곰이 불쌍해서 마음 아파하고 어른들은 사람사는 일의 부끄러운 모습들에 참담한 심정이 됩니다. 

 

어떻게 하면 인간은 그럴듯한 것보고 싶은 거짓에 열광하는 태도를 바꿀 수 있을까요?

 

사실을 직시하고 문제 해결에 다 함께 노력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아이들과는 환경문제와 기후위기에 대해 어떤 대화를 나누면 좋을까요?


텀블러에코백다회용물건채식레시피북친환경제품유기농식품……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데 다른 무엇을 가장 먼저 실천하면 좋을까요?


우리가 정말 원하는 미래란 가장 솔직하게 말해보면 어떤 모습일까요?


정답과 희망은 어디쯤에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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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와 두꺼비의 사계절 난 책읽기가 좋아
아놀드 로벨 글.그림, 엄혜숙 옮김 / 비룡소 / 199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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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볼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개구리와 두꺼비가 등장하는 이야기라 신기하고 재밌고 궁금했다자연도감도 아닌데 이야기 속에 겨울이라고 등장하지 못할 이유는 없는데여태 그런 반전은 상상조차 못해보았다니그래서 특별히 유쾌하고 고마운 책이다.


눈개구리인가요 

눈두꺼비인가요

 

겨울밤에 서로의 집에 놀러 다니기도 하고친구 찾아 밤길을 나서기도 한다눈썰매를 타는 실력도 대단하다크리스마스의 낭만을 한껏 즐기며 겨울잠은 잊은 모습이다뭔가 갑갑한 일상에 머리가 시원해지는 통쾌함이 든다. 영어 원작본도 아주 쉽게 읽을 수 있는 사랑스러운 책이다. 아이들이 전혀(?) 부담을 느끼지 않고 좋아할 멋진 책이다.



안녕두껍아늦어서 정말 미안해. 선물 꾸리다가 그만 늦었어.”

너 구덩이에 안 빠졌어?”

.”

너 숲에서 길 잃지 않았어?”

으응.”

너 커다란 동물한테 안 쫓겼어?”

그래전혀 그런 일 없었어.”

개굴아너하고 크리스마스를 같이 보낼 수 있어서 정말 기뻐.” 하고 두꺼비가 말했어요.

 

각각의 존재도 사랑스럽지만 어쩌다 이렇게까지 절친이 되었는지 그 사연이 궁금할 정도로 아주 각별하게 서로를 친구로 사랑한다친구네 집 마당을 청소해주고 세상 제일 행복한 기분으로 잠에 빠진다.



생각보다 자주 내 인간관계의 적당함과 얄팍함에 대해 생각나게 하고 부러워지기도 한다어릴 적엔 친구들끼리 모험을 나서는 이야기를 참 좋아했는데그렇게 동시대를 함께 경험하고 공감하는 친구들의 존재가 무척 중요하고 설레는 일일 때가 있었는데…….

 

개구리와 두꺼비의 외모를 좋아하지 않는 이들에게도 충분한 이야기 전달력이 있지 않을까 싶게오랜만에 우정!’이라고 크게 써놓은 모습의 이야기를 제대로 만난 기분이다.

 

겨울을 신나게 살고 있는 양서류를 처음 만난 신나는 일과 더불어 내가 가진 시답지 않은 다른 편견도 부서졌다개구리가 의젓하고 침착한 캐릭터이고 두꺼비는 마음은 언제나 진정이지만 엉뚱하고 웃기는 사고를 곧잘 친다.


우리 썰매 타고 언덕 아래로 내려가자.”하고 개구리가 말했어요.

나는 싫어.”하고 두꺼비가 대꾸했지요.

무서워하지 마내가 같이 탈 테니까썰매는 신나게빠르게 달릴 거야.

두껍아네가 앞에 앉아내가 너 뒤에 앉을 테니까.”


영어본 맛보기


아주 오래된근원적인 그리움과 행복감이 동시에 든다마음이 간질거리면서 따끔거리기도 한다공동체를 만들어 생존해온 인간의 사회성이 소속 이익 집단을 위해서만 발현되는 세상의 뉴스들을 거의 매일 접하느라개구리와 두꺼비의 우정을 목격하며 감동하고 싶은 인류애를 느낀다이 책은 저자가 1976년에 그려 만든 책이다.


Frog&Toad 인형들바지를 올려 입고 벨트를 맨 모습!

사진 출처: costumespecialis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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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자기 결정 : 행복하고 존엄한 삶은 내가 결정하는 삶이다 일상인문학 5
페터 비에리 지음, 문항심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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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감정과 소망의 방향은 흔히 타인과 그들의 행동을 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타인으로부터 받는 영향력 가운데

우리의 자기 결정을 방해하는 것과 도움이 되는 것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요?

인간의 사회생활에서 이처럼 중요한 질문은 몇 되지 않을 것입니다.

 

오스트리아 그라츠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강연을 토대로 집필된 글이라서인지읽으며 필사를 하다 보니 심리상담 세션을 마친 기분이 들었다질문과 대답이 반복되는 형식과 철학자가 단정하고 말끔하게 입말로 전해 주는 문장들 덕분이다.

 

과감히 플라톤적 대화의 방법적 기본 사상을 표현해본다면문법적으로 잘 만들어진 문장이 전부 어떠한 사상을 나타낸다는 생각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애초에 내가 정한 주제가 아니었을지는 몰라도저 질문을 오래 고심해본 적이 없는 이는 또 누가 있을 것인가임시방편의 대답들에는 계속 도달했을지라도 결국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지도’, ‘잘 하는 일을 하며 살지도’ 못하고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사는’ 일상이  다른 모든 가능성들의 앞을 막아선다그러나 이 결론은 내가 한 선택들의 총합이다.

 

프랑스의 모럴리스트 라브뤼예르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우리는 외부에서 행복을 찾는 데에 그치지 않고 굴종적이고 올바르지 않으며 정의와는 동떨어진미움과 전횡과 편견으로 가득 찬 인간들의 판단 안에서 행복을 찾으려 한다대체 이게 무슨 미친 짓인가!"

 

자기결정에 대한 글을 읽으며 타인의’ 글을 충실히 필사하는 과정을 거치고 나니내 자신의’ 덧붙일 만한 의견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내적 구조 변경은 뚝딱 이루어지는 법이 없다는 저자의 말을 의지 삼아기억하고 익히고 경계하고 내 것들로 만들고 싶은 문장들을 기록해 두는 것으로 싸움을 포기하고 화해를 청했다.

 

내적 구조 변경은 어느 날 그렇게 하겠다고 결심하여 영혼의 연금술로 뚝딱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중략이 모든 것은 내적 단조로움과의 싸움체험과 바람이 변화 없이 굳어버리는 현상과의 투쟁입니다중략알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사이 나를 조종하는나의 느낌들과 내가 원하는 것들의 표면 밑에서 흐르고 있는 소용돌이를 감지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확실하다고 믿어오던 것들에 대해 긍정과 부정의 증거를 찾아가는 동안 나는 그 확신들이 변화할 수 있는 내적 과정의 문을 열게 됩니다이 과정이 충분히 반복되면 내 의견의 총합이 완전히 탈바꿈하여 결과적으로 생각의 정체성이 변화하게 됩니다.

 

코로나 확산의 반복을 지켜보며 특정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이들에 대해 차갑게 식어가는 공감과 연대를 감정을 느낀다울화가 더욱 파괴적인 혐오의 에너지로 전환되기 전에 나는 나름의 이해와 정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시의적절한 것이 사적 필요와 우연히 맞아 떨어진 것인지이 책을 추천한 작가의 빛나는 통찰력의 은혜가 내게도 골고루 닿았다는 편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어쨌든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다.

 

조종은 계획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최면광고속임수정보의 차단사람의 감정을 비열하게 이용하는 행위생각의 형성도 못하게 만드는 세뇌작업 등입니다조종은 대부분의 경우 자기가 가진 자아상과 너무나도 동떨어져 내적 상처를 유발합니다이런 경우 독립적인 인격체로서의 우리는 무시당합니다이건은 존엄성의 상실을 의미하는 가혹한 행위입니다.

 

막강한 권위에 의해 제정된 요란한 공식이 띠는 당위성이 지극히 당연하게 다가올수록 우리는 더욱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야 합니다중략다른 이가 먼저 살아가고 먼저 이야기한 것을 그대로 따라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이 가르치는 논리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지요.

 

공동체를 만들어 현재의 문명까지 이어온 인간의 사회성이 낳은 상호 의존성에 어떤 의문도 반감도 없지만그 안에서 여러 이유로 스스로의 도덕적 기준보다 타인의 시선이 가장 중요하게 살았던살 수 밖에 없었던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나 역시 뭐 별나게 주체적인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이런 구분은 실제로 무의미하기도 하다허나 의존성이 두려움으로 소속감이 신봉으로 상호작용을 넘어 과한 충성으로 이어지는 행동은 개인에게는 지속 불가능한 무리한 방식일 것이고집단을 이루면 소속된 집단이 소속된 사회 전체를 훼손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자기 자신이 하는 행동의 동기에 대한 이해가 적을수록 잔인함에 치우칠 위험은 높아집니다우리의 시기와 미움드러나지 않는 질투심비록 겉으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숨겨져 있는 증오 같은 것들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잔인한 폭력이 많습니다.

 

자신을 안다는 것은 타인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나의 생각그리고 그 사람이 어떠했으면 좋겠는지에 대한 나의 생각그 두 가지 사이의 차이를 구별할 줄 안다는 것입니다.

 

가짜뉴스가 적어도 지구상의 어떤 바이러스보다 확산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목격한 이후판단을 위한 정보와 지식을 찾는 일이 훨씬 더 힘겹다통계 방식이 아니고서는 이 세계를 파악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지만내가 찾아낸 수치가 사실인지 아닌지는 어디까지 확인해 봐야하는 것일까물론 수치가 바로 사실은 아니다하지만 정확한 사실을 알아내고 그 사실들에 근거해서 세상을 보고 자신을 이해하고 거듭 선택과 결정을 해야 하는 일이 삶이라면 어찌나 고단한지 하루 종일 목이 뻣뻣한 기분이다.

 

타인이 휘두르는 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것은 눈과 귀를 틀어막는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타인은 어디까지나 타인에 불과하며 그들이 우리를 평가할 때 우리 자신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오직 그들만의 문제인 수만 가지 요인에 의해 그 평가가 왜곡되고 부정적이 된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됩니다.

 

본능이 앞서는 줄 알면서도 오류를 범하는 것 또한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이라고 한다자신의 경험을 신뢰한다는 것은 곧 자신의 편견에서 출발해본다는 말에 다름 아닌 경우도 있다자기 포장을 전혀 필요로 하지 않는 철학자가 가장 선명하고 친절한 표현으로 열심히 전해 준 <자기결정>을 첫 입부터 꼭꼭 씹어 다 소화시키고 싶어서 꾹꾹 눌러 쓰며 읽었다맞춤한 분량이라 참 행복했다. 2021년 1월이 분주하게 거의 다 지나간다.

 

성공과 실패승리와 패배경쟁과 순위의 논리가 너무도 시끄럽게 세계를 뒤덮고 있어요제가 원하는 문화는 조금 더 잔잔한 소리가 지배하는 문화, 자신의 목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모든 사람이 도움을 받는 고요함의 문화입니다오직 그것이 최우선이며 다른 모든 것들은 그리 중요하지 많은 그런 문화 말이에요.


 

'다르게 볼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

그러나 나 개인적으로는 존엄성과 자유가 있는 삶 속에서

나는 다른 방식이 아닌 내가 보는 바로 그 방식으로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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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빈스키 - 종(種)의 최후 현대 예술의 거장
정준호 지음 / 을유문화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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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살아남은 음악이다.

살아남았다면 다 클래식이다.

죽은 음악을 양분 삼아,

잊힌 음악과 맞서 여전히 전하는 것이 클래식이다.

 

스트라빈스키를 본격적으로 듣기 시작한 것은 2009년 개봉한 [샤넬과 스트라빈스키] 영화를 보고 스토리보다 음악에 빠져서 한참을 듣게 된 순간이었다사람이든 다른 무엇이든 첫눈에 반하지 않는 성격이라알게 되니 좋아하게 되고 익숙해지면서 더 알게 되고 더 좋아지고 그렇게 찾아서 듣는 작곡가로 자리 잡았다

버릇처럼 잃어버린 2020년 봄에도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보고 들으며 순진하게도 코로나 상황이 곧 해결될 거라고 믿었던 기억이 서럽게 떠오른다.

 

어느 해 3개월 정도 정준호 작가가 진행한 <FM실황음악>을 들으며 거의 매일 오후 산책을 하기도 했다규칙적인 산책이 멈추고 시간대가 바뀌면서 그렇게 또 잊고 살았는데출간을 하신 줄은 몰랐다초판을 읽어 보지 못해 개정판 소식이 무척 반갑다특히나 올 해로 타계 50주년을 맞이한 스트라빈스키를차분하지만 가득 채워진 방송처럼 애정과 재능을 가득 쏟아 평면의 역사로부터 생생히 살려 내셨을 거라 믿으며 읽었다.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Igor Stravinsky) 1882년 6월 17일 출생 - 1971년 4월 6일 사망.

 

평전에서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대비는 다루는 예술가의 예술 작품의 위대성을 최고로 끌어 올리고그 예술가의 사생활은 아슬아슬한 수준까지 불리한 이야기를 들려준다예술가를 경애하는 독자나 예술 작품을 사랑하는 애호가들이나 평전을 읽는 독자는 거의 예외 없이 이 구도에서 갈등과 실망과 혹은 더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이해를 하게 되는 여러 갈림길에 서게 된다.

 

사적으론 사생활이 그다지 궁금하지도 않고 천인공노할 명백한 범죄가 아니라면 작품을 통해 예술가를 평가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단지 이토록 많은 책들을 인용하고 스트라빈스키의 작품 연주들을 성실히 언급하는 저자가 진정한 복원을 위해서가 아니라면 담지 않았을 내용이라 신뢰하기 때문에내용을 살펴보았다.

 

계산적속임수도 마다 않는이용가치 여부를 냉정하게 판단자기중심적권위적인 가부장불륜 행위니진스키는 비난을 했고 쇼스타코비치는 실망했다고 한다수신제가치국평천하,를 이상적인 가치로 여기는 한편사생활에 대한 관심도는 병적일 만큼 높은 대한민국에서는 제대로 활동하기도 평가받기도 어려운 예술가임에 분명하다.

 

내 분야는 아니지만 성공이란 걸 하기가 얼마나 가능성이 희박한 세계인지 아는 지라당시 그가 할 수 있어 시도한 모든 책략들과 태도들은 20세기의 가장 뛰어난 작곡가가 되어 살아남기 위한 생존기술들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그는 부와 명성을 추구한다나는 부와 명성을 바라지 않는다스트라빈스키는 훌륭한 작곡가지만 인생에 대해 쓰지는 않는다그는 아무런 목적 없는 소재들을 창안한다나는 목적 없는 소재를 좋아하지 않는다나는 자주 그에게 목적이 무엇인가를 이해시키려고 애썼지만그는 나를 한갓 어린아이라고 생각했다중략스트라빈스키는 일의 낌새를 예민하게 알아챈다나는 그렇지 못하다니진스키의 말 중에서. 121-122

 

2020년 노벨상 재단에서 한해 마무리 공연으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과 스트라빈스키의 <불새>를 연주했다고 한다베토벤이 고전과거라면 스트라빈스키는 새로운 미래를 묘사한 것이라 하니 음악사를 전공한 분들에게는 익숙한 내용일지 모르나 나는 조금 충격을 받았다무척 중요한 인물에 대해 무척 무지했구나하는 심정!

 

스트라빈스키조차 인정했듯이위대한 베토벤도 멜로디 위주의 작곡가는 아니었다스트라빈스키는 그 점을 시인하면서 무리하게 멜로디 주도론을 이어간다. ‘반독일 친 이탈리아 프레임의 핵심이 바로 멜로디 즉 선율이기 때문이다. 11

 

나는 <봄의 제전>을 정말 좋아한다발레 무용수들의 근육과 뼈를 찢고 부수는 노고를 통해 만들어진 안무이긴 하지만 조금 마음이 불편하기도 하지만 그 리듬을 들으면 봄에 소생하는 만물 중 하나가 된 듯지쳤다가도 일단 벌떡 일어나 보게 되는 힘이 있다.



나는 봄의 제전을 쓰면서 어떤 체계도 따르지 않았다당시 내가흥미를 갖던 다른 작곡가들곧 쇤베르크베르크베베른에 대해 생각해 보면 그들의 음악은 훨씬 체계적이다그리고 그것은 위대한 전통에 의해 지탱되었다봄의 제전을 쓰면서 내가 믿을 것이라고는 내 귀뿐이었다나는 들었고 내게 들리는 것을 적었다.” 123-124

 

또한 <봄의 제전>을 쓰면서 스트라빈스키가 음악이나 예술의 종교화를 경계하였다는데이는 바그너와 바그너주의에 대한 반감반 독일 입장 등의 여러 요소들도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쳤겠지만어쨌든 결과적으로 나는 무척 마음에 드는 그의 예술 철학이다이로서 <봄의 제전>을 한층 더 가뿐하게 좋아할 수 있다니 신나는 노릇이다.

 

그것은 억제하지도 감추지도 못하는 슬픔이었다자신(드뷔시)과 전혀 다른 세계 앞에 놓인 사람의 얼굴이었다그것은 뒤에 남은 슬픔이자자신의 한계를 드러내는 새로운 형식을 마주친 예술가의 고통이었다.” 215

 

러시아 민족주의의 영향 하에서프랑스에서의 신고전주의 곡들의 작업차이코프스키에 대한 존경러시아 정교회의 교인이 된 이후의 종교음악미국보스턴에 정착한 후의 모더니즘영화 음악에까지 이르는 활발한 작곡 활동 등스트라빈스키의 삶은 자신의 욕망과 역사의 물결에 의한 끝없는 여정이었다.

 

그리고 저자 역시 스트라빈스키를 찾고 만나기 위한 도저한 여행을 충실히 수행한 것으로 느껴진다번역서가 아니라서 더욱 잘 읽히는 내 생애 최초이자 최고의 평전으로서살지 못한 시대를 알 수도 있을 만큼 그렇게 세심하고도 깊이 있게 묘사해준다.

 

아주 오래 전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의 천장화를 보러 갔더니 오페라를 관람하러 간 것이 아니었습니다샤갈의 그림이 어울리지 않는 듯 혹은 그래서 더 특별한 듯 눈에 띄었다그림의 에펠탑 오른쪽이 스트라빈스키의 [불새firebird]를 나타낸 것이란 설명을 들었다.



그것 말고는 두 예술가에 얽힌 이야기를 모르니 화가 샤갈과 스트라빈스키 관련 내용이 무엇일까 내심 몹시 궁금했다<불새>의 탄생과 성공 스승인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새를 소재로 한’ 작품 <황금닭>과 <불멸의 카셰이> 설화를 차용한 것으로 파리가 원하던 아방가르드란 요소로 전 유럽에서 연주가 성공하게 된다 은 그 오래전 지식 없이 만난 불새와 샤걀을 이제야 정식으로 만난 만족감을 주었다.

 

또한 들리는 것을 적었다라는 작곡가의 곡을 듣지 못하고서야 문장들 역시 제대로 이해된 것이 아닐지 모른다는 면에서 유튜브나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공연 영상들을 감상할 수 있게 소개해준 부분의 내용이 반갑다.

 

무명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발탁 후 파리 활동장 콕토와의 첫 조우드뷔시와 라벨의 프랑스 음악 전성기피카소와 마티의 미술 작업 활동코코 샤넬의 여성 패션 개념의 전복이 시기를 경험하면서 스트라빈스키는 러시아 음악인에서 세계적인 음악가로 발길을 향하게 된다벌써 10년 전우디 알렌의 <미드나잇 인 파리 Midnight in Paris>에서 각자의 벨 에포크belle époque 시절을 그리워하고 찾아 떠나는 눈부신 장면들이 떠오른다.

 

러시아 혁명으로 재산도 돌아갈 곳도 사라진 스트라빈스키는 프랑스로 국적을 바꾼다1차 세계 대전으로 스위스로 건너갔다 20세기 중반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국적을 옮긴다어느 분야든 역사에 따라 중심지는 옮겨 가게 마련이고 스트라빈스키는 고향과 집에 연연하지 않았다그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것우정도 명성도 영광도 기억도 작곡 스타일도 그리고 자기 자신도마치 과거의 것이라면 무엇이든 버릴 수 있다대신 원하는 결과를 얻겠다라는 강력한 의지가 느껴지는 선택들이다.

 

“1945년 12월 28스트라빈스키는 미국 시민권을 얻었다전쟁이 끝나면서 유럽에서 건너온 인사들이 잔류와 귀향 사이에서 고민했지만중략그에게 가장 중요한 여건은 자유롭게 창작하고 연주할 환경이었다고민은 필요 없었다.” 377

 

초판본에 현대 음악의 차르라는 부제가 사라지고 이 책에는 종의 최후라는 부제가 달렸다왜 그랬을까저자는 스트라빈스키가 사망한 후 20세기 클래식 음악신고전주의 예술가란 종은 최후를 맞았다고 최종적인 비극을 발표하는 형식으로 스트라빈스키를 지상의 가장 높은 자리까지 밀어 올린 것이 아니었을까그런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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