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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면 거리를 두는 게 좋아 (특별판 리커버 에디션, 양장) - 홀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고양이의 행복 수업
제이미 셸먼 지음, 박진희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1년 2월
평점 :
마음에 들 뿐만 아니라 중요한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사랑하지 않는다면 애초에 거리 따위 신경 쓸 필요가 없으니, 사랑해서 오래 함께 하고픈 이들 간에만 거리를 어떻게 조절 혹은 유지해서 함께 인 것이 행복할 지가 유의미한 질문이 된다.
더구나 옛날 옛날 한 옛날부터 피부까지가 나의 경계라고는 도무지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주변에 적당한 빈 공간이 있어야 나의 고유한 필드가 찌그러지지 않는다고 느끼는 내게는 ‘거리’는 중요한 문제이다.
섭식에 있어 근본주의적인 태도를 지닌 어른과 함께 식사를 하는 고통을 아는 이라면 이 말의 중요성을 원한에 가까운 심정으로 이해하게 된다.
나는 주기적으로 방문해서 인사드리고 식사를 했던 조부께서 앉는 법, 시선 처리, 대화법 등등부터 집중훈계를 하시는 분이라 어린 시절 그 시간이 돌아오는 것이 고통스러웠고, 그 경험은 ‘지금 먹기 싫은 건 나중이나 언제라도 먹지 않겠다’고 의견을 밝힌 순간까지 이어진 악몽이었다.
나중에 내게 자식이 생기면 음식으로 즐겁게 장난치다 먹고 싶은 만큼만 먹으라 하겠다고 굳은 결심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부실한 재료와 이상한 맛의 요리를 남기지 못하게 만들던 - 체벌도 동원! - 80년대 초등급식경험 역시 그러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6년 내내 나오던 소보로빵과 단팥빵을 스스로 사먹어 본 적이 없다.
어쩌면 나처럼 이런 저런 의심을 하는 독자들에 대비해서 이토록 포근한 반전 일러스트들을 미리 배치한 것인가, 하며 혼자만의 음모론 속에서 저자에게 감탄을 보내며 읽었다.
언젠가 편안한 여행이 가능한 날이 정말 온다면, 저자가 운영하는 The Dancing Cat이라는 공방을 찾아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