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박완서의 부엌 :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 띵 시리즈 7
호원숙 지음 / 세미콜론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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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해신기해화려해라고 생각하며 읽은 기억은 없다박완서 작가의 이야기는 시대적 배경이 언제이든 상관없이 생생하고과장도 군더더기도 없는감상이 진하거나 거추장스러운 꾸밈없이도 입에 착 달라붙게 맛있는그래도 내내 마음을 흔드는 문학이다.

 

올 해가 타계 10주기라고 해서 비로소 그런 줄 알았다그런 버릇이 없는데 돌아가셨단 소식을 듣고 스스로를 말릴 틈도 없이 벌떡 일어나서 의자가 뒤로 밀려 탁부딪치는 소리가 크게 난 기억이 있다잠시 서있다 어쩔 줄 몰라 사무실을 잠시 나갔던가…….

 

소중한경애하는 분의 삶이 정지된 시간이 흐르는 동안남은 이가 그를 추억하고 그리는 일은 낯설고 쓰린 일이다기억이 생생할수록 지독하게 외로워지는 일이다살아 계신 동안에는 그 사실만으로 안도해서 떠올리지 않던 표정미소눈빛몸동작옷자락목소리온기사소하지만 눈에 띄는 버릇들이 떠올릴 때마다 더 선명하게 인화되는 사진들처럼 기억나기 때문이다.

 

사별은 세상에서 가장 지독한 단절이다나는 그래서 호원숙 작가가 이 책의 지면들에 채워낸 것들이 몽땅 그리움이라고 믿는다그렇게 느껴진다그리고 문학이란 이러저런 그리움을 담으라고 마련된 추모의 공간일 지도 모른다.

 

그냥 이 집에 살아라하신 유언엔 어떤 마음이 담겨 있었을까살아간다는 일은 다른 어떤 직업보다 세상에서 가장 분주하고 손이 많이 가는 일이다이 집에서 때론 분주하게 삶을 이어가던 호원숙 작가는 끼니를 준비할 때마다 엄마를 떠올리던 마음을 모아 담아 이 책을 만들었을 지도 모른단 생각이 든다그렇다면 참 경건한 추모의 방식이다.

 

읽기 시작할 때는 쓸 말이 주륵주륵 흘러 나왔다수다스럽게 쓰겠구나부끄럽겠구나싶었는데 다 읽고 나서 며칠이 지나도 말이 제대로 구성이 되지 않는다그냥 마음만 살살 떨렸다그리고 나에게도 혀끝에 닿은 으로 집요하게 그립게 떠오르는 분이 있어서 오랜만에 실컷 그리워했다.

 

음식을 하며 만들며 먹으며 세월이 가고 자라고 늙고 생명도 삶도 이 방식으로만 이어진다박완서 작가가 목격한 타인의 삶과 세상의 모습을 본인의 글이 아닌 글로 만난 것은 처음이다. 꽤나 낯설어서 여기저기서 멈칫거리기도 했다처음 본 아주 구체적인 작가 박완서의 일상들이 거기 있었다그리고 동시에 작가로서 공존하는 그가 여전히 가득했다내가 좋아하는 단정하고 단호한 보수주의자의 면모들을 호원숙 작가가 애정 어린 모습으로 담아 준 내용들을 만나면 철없이 들뜨고 기뻤다.

 

언제나 같은 속도였을 텐데, 어느덧 시간이란 어지러울 듯 빠른 속도로 자꾸 느껴진다그래도 자신의 생각을 자의 반 타의 반 끊임없이 수정하며 살아가며 들려 준 많은 이야기들이 남아 있다그리고 아직 그 이야기들을 찾아 읽을 힘이 있는 내가 독자로 남아 있다변하지 않는 것 하나 없는 세상살이에 겁먹지도 눈 돌리지 않고 지켜보며 들려준 단단한 사랑의 기억들로 나는 늘 그렇게 읽을 것이다



생전에 호두파이를 좋아하셨다고 해서 구워봤다.
초콜릿과 버번을 과하게 넣었다.
이런 호두파이를 좋아하시진 않을 듯하여 

한 조각 예를 올리자 뜻을 세운 베이킹이 잠시 민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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