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 나온 아이들
채인선 지음, 심윤정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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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수가 점점 줄어들어서 곧 사라질 위기에 처한 시골 초등학교를 도서관 책이 구하는 이야기.’ 어쩌다 이런 장면이 과거의 이야기처럼 느껴지는지, 지금 현실에선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다. 선생님도 친구들도 만나보지 못하고 어쩌면 기약할 수 없는 미래까지 - 백신을 개발하거나 유의미한 인구수가 면역력을 갖출 때까지 - 대부분의 집단 모임을 중지되거나 제한되고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가 생활의 제1원리로 자리 잡을 지도 모른다.

 

밖으로 나가 다양한 활동을 할 수도 없고 책들이 가득한 곳으로 갈 수가 없으니 책들을 집으로 들이는 수밖에 없다. 오래전부터 책이 주는 물성에 완벽하게 사로잡힌 나로서는 그 와중에도 쌓여가는 책들이 설레고 반갑기만 하나, 봄 햇살에 어깨가 데워지는 그 느낌도 마음이 덜컹이게 그립다.

 

딱히 책을 읽으라고 열심히 권한 적은 없지만, 매일 온 가족이 책을 읽는 시간이 당연한 듯 늘어가니 책읽기를 권하던 사회적 노력과 더불어 인간이 애쓰는 다른 많은 일들이 아이러니하게도 바이러스 덕분에 이토록 쉽게 이뤄지는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미세먼지가 없는 파란 하늘, 깨끗하게 시야가 확보된 유럽 관광 도시들, 눈에 띄게 수질이 개선된 강 하구와 인근 바다……. 지구생태계의 입장에선 전 지구적으로 분탕질을 치던 인간을 이제 겨우 멈췄구나, 바이러스에 감사를 표하고 300여 년 만에 비로소 휴가를 맞은 듯 안도의 한숨을 쉴 만한 상황이다.

 

두서없이 달리는 생각을 멈추고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어쨌든, 우리 집에 가득한 책들도 이렇게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고, 책 속 주인공들이 가끔 나타나주고 그랬으면 좋겠다. 기쁘고 반갑게 간식을 준비할 테니 말이다.

 

남한강이 흐르는 충주의 한적한 시골에 정착해 사과나무를 키우며 살고 있습니다.

저자: 채인선

 

남한강, 한적한, 정착, 사과나무.

한 문장에 이렇게 많이 부러운 것들이 꽉 차있습니다.

채인선 저자가 계신 그곳엔 진짜 봄이 왔을 것 같은 상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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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해결사 깜냥 1 - 아파트의 평화를 지켜라! 고양이 해결사 깜냥 1
홍민정 지음, 김재희 그림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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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냥이라 제목에 알맞게 서평단용 까만 표지의 책이 도착했다. 어느 새 24좋은 어린이책대상 수상작이다. 한권이 끝이 아니라 시리즈로 나올 계획이라니, 어린이책과 아동도서를 아이들보다 맘껏 애독하는 나로서는 여러 번 받는 선물처럼 반가운 소식이다. 간만에 큼직한 절차로 읽으니 노안이 온 눈이 모처럼 시원하다.

 

처음부터 고양이라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의인화된 캐릭터가 어색하지 않아 이후의 여러 에피소드들도 머뭇거림 없이 술술 읽혔다. 동물과 아이를 연결해서 어른의 세계를 고발하는 익숙한 현실이 아니라서 좀 더 재미있었다. 여전히 인간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구석구석 참 쓸쓸하고 미숙하다는 느낌은 여기저기서 드러났다. 그 텅 빈 공간과 시간을 무리하지 않게 채워주는 보들보들한 생명체가 있어서 깜냥을 만난 이들은 덜 울고 덜 화내고 더 웃게 된다.

 

마치 코로나 자체준격리 이후 그럴 줄 모르고 함께 살게 된 1년도 채 못 자란 강아지 꼬맹이가 저는 이 상황을 전혀 모르고서도 이 지난한 시간들을 견디게 인간 가족들을 도와주는 것처럼. 이름을 깜장이라고 지으려 했는데, 깜냥이라는 냥이 이야기를 읽으니 이것도 재미난 우연이다 싶다. 둘째 꼬맹이가 눈을 빛내며 깜냥 이야기를 하는 걸 보니 이러다 냥이 가족이 늘어나진 않을까 혼자 쓸데없이 비장하게 마음의 준비를 해본다.

 

이 정도면 냥이 어벤저스 대장이라 불러도 될 깜냥은 인간과 대화가 가능하고, 책도 읽고, 춤도 추고, 엄청나게 힘이 세서 짐도 나른다. 말투와 분위기는 새침하고 일단 귀찮아하고 까칠하고 접촉을 싫어하는 엄청나게 흥미롭고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이런 고양이라면 검은 색 옷을 모두 포기해야하는 상황이더라도 함께 살아보고 싶다.

 


   

나는 태어나서 한 번도 슬프거나 힘들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 춥고 배고프고 아플 때도 있지만, 그런 순간에도 희망을 잃지 않아. 힘든 시간을 이겨 내면 반드시 신나고 즐겁고 재미있는 일이 생기거든.”

 

깜냥의 말중에서


 

♬♬♬♬♬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고양이 해결사 깜냥이야

난 집고양이가 아니라 어디나 있을 수가 있어

어디든 원할 때 떠나지만 네가 있어서 남은 거야

 

이승윤 작사·작곡 고양이 해결사 깜냥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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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조용한 비
미야시타 나츠 지음, 이소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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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다해 서로의 ‘사소한 구원‘이 되어주는 귀중한 이야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큰 위기가 닥치자 모두는 다 연결되어 있고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서로의 애정을 느낍니다. 일상이 가장 소중한 것이고 지켜야할 가치가 있다는 것도 절실히 깨닫습니다. 견디는 우리 모두 힘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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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하, 나의 엄마들 (양장)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
이금이 지음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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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글을 처음 읽었을 땐, 기운 빠진 일상에 속상하고 서글프고 마음 아픈 감정을 더하는 건 아닐까, 그럴 기력이 없는데 책을 펼치기 좀 망설여진다, 그런 선입견이 있었다. 2020년에도 말로 다 못할 고난과 불행을 짊어지는 이들이 있는데, 무려 1917년 암울하기 그지없던 그 시절이 배경이다. 그에 더해 여성은 혼자 외출하는 일도 힘든 시기, 마치 근래 한국사회에서 국제결혼이라는 이름으로 타국 여성들을 구매하는 일이 역전된 그런 계기로 이들은 사진결혼을 하고 하와이로 이주한다.

 

그런 심정적 이유로 조심스레 살그머니 열어 본 책에는 특정 시대와 살아가는 일에 대한 내 진부한 고정관념과 인상을 뭉개버리는 이야기가 펼쳐졌다. 어! 어! 어! 하는 사이에 책장은 2배속으로 플레이하는 화면들처럼 넘어 갔고, 상상 이상의 스토리와 등장인물들의 실존감과 입말 전개의 생생함에 사로잡혀 완작 대하드라마를 몰아서 시청하듯 그렇게 끝까지 읽었다. 책을 읽었는데 마치 영화 스크립트, 대본을 읽은 후처럼, 영상을 보고 음성을 들은 것처럼 그렇게 이야기가 입체적으로 남았다.

 

한인 미주 이민 100년사를 다룬 책을 보던 중 세 명의 여성을 찍은 사진을 보고 책 한권을 마치 본인이 취재한 다큐멘터리인 양 창조해낸 작가! 시시한 찬사 따위 덧붙일 생각도 들지 않는다. 인터뷰와 북토크 많이 해주셔요.

 

좀 전에 읽기 시작한 것 같은데 다 읽은 게 아깝고, 급류를 탄 듯 흘러가는 이야기 전개는 결말에 이르러 짐작도 못했던 비밀이 밝혀지는 짜릿한 내용에 이른다.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뜻밖의 선물을 하나 더 받은 것처럼 엄청 재밌고 인상적이라 아무나 붙잡고 얼른 폭로하고 싶은 마음을 꾹 억눌러야 했다. 이런 걸작을 흠집을 낼 수는 없지.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버들’과 ‘홍주’의 목소리가 귀 곁에 머문다. 코로나가 지나가고 언젠가 하와이를 방문하게 된다면 나는 이들을 만나러 간다는 설렘으로 그곳에 도착할 것 같다.

​이주민들과는 조금 입장이 다르기도 하지만, 무척 안타깝고 섭섭하게도 이번 대한민국의 총선은 해외거주민의 표결 없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미처 관심을 갖지 못해서 제대로 이야기를 들어주지 못한 해외 각국의 한인 사회에서 살아간 백여 년이 넘는 세월, 그리고 여전히 차별과 혐오의 대상으로 피해를 입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아프게 상기해본다.

 

가끔은 더 이상은 못할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심호흡을 하며 간신히 평정심 비슷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버티는 날들, 울게 되지 않고 웃을 수 있어서 감사하고 행복했다.

 

“어디서나 흔히 들을 수 있는 ‘알로하’라는 말은 단순한 인사말이 아니었다. 배려, 조화, 기쁨, 겸손, 인내 등을 뜻하는 하와이어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말이었다. 그 인사말 속에는 서로 사랑하고 배려하고 존중하며 기쁨을 함께 나누자는 하와이 원주민의 정신이 담겨 있다고 했다.” 365

 

아스라이 펼쳐진 바다에서 파도가 달려오고 있었다. 해안에 부딪힌 파도는 사정없이 부서졌다. 파도는 그럴 걸 알면서도 멈추지 않는다. 나도 그렇게 살 것이다. 파도처럼 온몸으로 세상과 부딪히며 살아갈 것이다. 할 수 있다. 내겐 언제나 반겨 줄 레이의 집이 있으니까. 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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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멍이는 멍멍이 - 개를 위한 사랑 노래
에이버리 코먼 지음, 염혜원 그림, 김희경 옮김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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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집에 있기 너무나 힘들어하는 꼬맹이를 위해 책선물을 한다. 이 와중에도 무럭무럭 자라는 애교쟁이 강아지 동생에게 읽어주며 잠시 한 때 즐겁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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