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사탕 그림책이 참 좋아 39
백희나 글.그림 / 책읽는곰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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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백희나 작가님 그림책 전시회가 시작되었다.

https://www.sac.or.kr/site/main/show/show_view?SN=48384



 

장마 시작을 핑계로 한동안

아무 데도 나가지 않고 - 그래봐야 주말 하루지만

집에서 책만 읽어야지 했는데,

 

<백희나 그림책전>은 얼른 가고 싶다.

두 번 세 번 가고 싶을 지도.

 

집에... 작가님 책들이 다 어디 갔지...?

여기저기 찾아도 두 권 밖에 못 찾았다.

...?



 

신기하기만 했던 첫 조우와 달리

나이 들어 다시 보니

표정이, 눈빛이, 풍경이 마냥 슬프다...

 

알사탕이 먹고 싶네.

찾지 못한 책들 중 하나,

장수탕 선녀님이 드시던 야쿠르트도 마시고 싶다.

 

식용색소와 정제당과 미세플라스틱 범벅일 텐데,

그래도 맛있을 것 같다.

 

인간의 뇌는 엉망으로 기능한다.

음식과 추억을 만나면 더욱.




 

연이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그리 슬프지 않았어. 오히려 버들 도령을 만나서 도움을 받았던 일이 이상하게 느껴졌어. 연이에겐 그동안 좋은 일이 하나도 없었거든. 그래서 이런 기막힌 일이 닥쳤어도 그래, 그러려니 싶은 거야.”

 

가까운 사이에서,

더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부모 자식 간에 가장 흔한 가스라이팅.

 

모르고도 하고,

잘 되라고도 하고,

명백한 적의를 품고도 한다.

 

다치기도 하고,

죽기도 하고,

죽지도 못하고 살기도 한다.

 

주말 밤이고,

설레는 전시회도 있는데,

이 어두워지는 글을 무엇인가...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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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립백 코스타리카 라 알퀴미아 - 12g, 5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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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장마 시작이라니, 차분한 향미가 그리워서 다시 만나보려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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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끈을 놓기 전에 - 자살의 원인부터 예방까지, 25년의 연구를 집대성한 자살에 관한 모든 것
로리 오코너 지음, 정지호 옮김, 백종우 감수 / 심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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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친구를 자살로 떠나보낸 사별자이기도 한 저자누구든 소중한 이들이 자살로 떠난 경우 사별자는 죄책감을 경험한다. 나는 그랬다. 그러니까 나는 감정을 토로할만한, 고민을 얘기할만한, 도움을 청해볼만한 그런 사람이 못 되었구나, 하는.

 

이런 감정은 당사자의 고통에 집중하지 못하고 내 상실을 먼저 아파하는 이기적인 감정과 생각의 발로일 수 있지만, 이유와 원인이 무엇이건 상처를 피할 방법이 없다. 물어볼 기회도 이해할 기회도 영원히 없는 상태로.

 

학창 시절 참 많은 동기와 선후배 모두가 좋아했던, 현자처럼 보였던 선배가 결혼 후 자신의 아이가 거실에서 놀고 있는 중에 생을 끊었다. 사후 조사 과정에서 서랍에서 우울증 진료 기록과 몇 개의 처방된 약이 나오긴 했지만, 가족도 이웃도 누구도 쉽게 납득을 못했다.

 

11년 전이지만, 생전에 당사자에게 이야기를 듣지 못한 모두가 어떤 결론과 이해에 도달하지 못했을 거라 생각한다. 여전히 아득하다. 배우고 이해하고 싶다. 가능하다면 돕고도 싶다. 그럼에도 조금은 두렵고 그보다 많이 기대했다.

 

..............................................................

 

자살시도란 무엇인지부터 처음처럼 새롭게 배웠다. 폭언이 뇌에 물리적 상처를 내는 것처럼, 자살 시도자는 고통으로 사고가 위축된다는 것, 벗어날 수 없는 속박과 고통을 벗어날 방법으로 자살을 인식한다는 것 …… 슬프다.

 

자살은 보통 죽음을 갈망하는 행위가 아니라, 견딜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끝내려는 행위이다.”

 

아무리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해도 범죄 피해자(생존자)가 일상을 회복하기 어려운 것처럼, 자살생존자 - 유가족, 친구, 지인 등 - 들도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래서 저자는 계속 전한다.

 

- 자살은 복합적이고 다양한 여러 변수에 의해 발생한다고

- 자살 발생 직전 한두 가지 언행과 행동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자살시도자가 갇힌 속박감과 고통을 해소하려 자살을 행하는 것처럼, 자살유가족은 죄책감으로 감옥을 만들어 스스로를 가두고 벌준다. 가족과 친구가 자살을 시도하거나 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이유일 것이다.

 

그러니 제발, 힘든 사람에게 가해를 하거나 불필요하거나 이해가 부족한 충고도 제안도 삼가자. 의도를 가지고 조롱, 혐오, 공격을 가하는 이들은 변명이 불필요한, 범죄로 처벌하는 시스템이 굳건해지길 바란다.

 

내게 도움이 될까하는 얄팍하고 이기적인 심정으로 읽기 시작했으나, 이 책의 구성은 20년이 넘게 연구한 전문가가 자신의 연구를 집대성한 책이다. 심리분석, 원인 규명, 예방과 지원까지,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정보를 담았다. 짧은 글에는 소개가 어려운 성과다.

 

무엇보다 도움이 되려는 분명한 의지로 연구한 결과물이다. 편견과 불편함 대신 진심을 느끼며 배우고 생각할 수 있는 안전하고 유익한 책이다. 자살률은 가장 높지만 자살 얘기는 여전히 금기인 살기 힘든 사회의 독자에게 반갑고 고마운 책이다.

 

각자의 상황도 이유도 다르겠지만, 누구나 잡고 있는 마지막 끈의 재료는 같을지 모른다고 상상한다. 그 끈을 잡을 수 있는 힘을 보태주는 방법은 비슷할 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조금만 관심을 가져보고, 잘 듣고, 안부를 묻는 일이 그것일 지도 모른다고 믿고 싶다.

 

우리 모두는 주변 사람들이 공허함과 허무함을 느끼지 않도록, 즉 단절되어 있다는 느낌에 자살을 유일한 해방의 탈출구로 보지 않도록, 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무엇이든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일상이 번다하고 피곤하다고, 내 무기력도 무겁다고, 나도 잘 못하는 것들이다. 그래서 책을 읽는다. 환골탈태는 못해도 미세하게라도 변할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로 읽는다. 어쩌면 나도 모르게, 언젠가는 누군가를 살게 하는데 도움이 되는 내용을 배웠다고 생각하니 울고 싶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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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 잘린 돌고래 오래 - 쓰레기 없는 미래를 향한 제안
윤대영 지음 / 지식과감성#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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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전에 꼬리 잘린 돌고래 오래의 근황을 검색해보았다. 2021, 2022년 두 차례 바다에서 보았다는 기사가 있었다. 동료들도 20여 명이 함께 있었고, 사냥에도 참가하는 모습이었다니 다행이다.

 

그물 잡이와 낚시 잡이 도중 바다에 버려진 낚시줄과 폐그물에 걸려 잘려나간 꼬리는, 생존에 필수적이라 다들 오래 살지 못할 거라고 했다. 그래서 오래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오래 살라고.

 

인간은 왜 이렇게나 쓰레기를 많이 만드는 방식으로 살아갈까. 환호했던 개발과 발명의 많은 순간이 한탄스럽다.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 전혀 모르고 사는 유일한 종이 아닐까 한다. 물론 알아도 잘 고치기도 못한다.


 

빠져나갈 도리가 없는 인간 독자로서 30가지 다시 생각하고 고민하라고 만들어준 책을 감사히 펼쳤다. 변화의 총량도 변화할 시간도 충분하지 않지만, 계속 살아갈 생각이라며 뭐라도 하는 게 맞다.



 

굿즈를 구매하지 않겠다고 하고서도, 올 해 벌써 늘어난 유리컵들과 손수건이 책상 위에 안착되어 있다. 그래도 책을 읽고 나면 상품 광고에 대한 저항력과 소비를 포기하는 날이 늘어난다.

 

대신 구매 중지, 버리기 중단, 제조사에 의견 보내기, 에너지문제 고민, 순환경제 사회 응원 등과 관련된 활동도 늘어난다. 무엇보다 내내 호의를 보여준 남의 집에 자신의 오물을 버리는 행위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부끄러운 짓이다.

 

저자의 자신의 업무 분야에서 30년을 고민하고 도전했다. 이미 갖고 있는 물건은 버리기 전에 재사용 가능한지 고민해보기, 새제품을 사기 전에 꼭 반드시 필요한 물건인지 생각해보기, 꼭 필요한 물건인 경우에도, 유해성이 높고 누군가의 희생이나 죽음을 대가로 생산된 물건이지 지금은 소비자가 더 알아보고 따져봐야 한다.

 

생산 유통 과정에서 모두 관리되면 좋겠지만, 현실의 그런 형편이 아니다. 그런 소비를 하고 권하고 요구해야 기업, 연구원, 정부, 세계가 바뀐다. 그렇다고 저자가 윤리와 의무를 강제하는 방식으로 설득하는 책이 아니다.

 

업사이클, 하이사이클*, 쉐어라이트**, 제로에너지하우스 등, 낭비되는 자원이 없도록 특성을 잘 살피고, 사회 변화를 통해 경제적 이득도 얻을 수 있게 하자는 제안을 변치 않는 원칙과 더불어 연계하고 사례를 보여 준다.

 

* 버려지는 원두커피 자루로 새로운 재활용 원단(주트:)을 만들어서 시민들 스스로 필요한 제품을 만들도록 원단을 개발한다.

 

** 버려지는 LED 칩으로 물소독 장비를 만들어 제3세계와 재난지역을 돕는다.

 

거듭 강조하지만, 근본적이고 중요한 것은, 생활방식이 변하는 것이다. 쓰레기를 사지도 버리지도 않는 - 줄이는 - 일이 중요하다. 텃밭, 오래 입을 수 있는 옷, 에너지 손실이 적은 공간이 그래서 중요하다. 일회용품은 물론이다.


 

대량생산과 대량폐기를 멈춰야 한다. 그 목표에 도착하기 위해서, 지금 생활에서 당장 할 수 있는 일들을 함께 고민하고 실천하고 격려해야 한다. 이 책은 그런 용도로 태어났다. 완벽을 핑계로 도망치지 말고 뭐라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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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마약·알코올, 재판과 회복가이드 - Sex·Drug·Alcohol, Trial and Recovery Guide
곽준호.이재호 지음 / 지식과감성#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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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조율이 잘 되지 않은, 시대 격차가 큰 어긋남이 많은 사회이다. 예를 들면, 범죄검거율은 아주 높은 반면 - 거의 100%, 처벌과 양형 과정은 개선될 점이 너무 많고, 재범률이 높은 범죄유형들도 많으며, 심지어는 꼭 있어야 할 법이나 담당 인력이 없어 공공 안전에 구멍이 난 곳들도 적지 않다.

 

사회학 관련 분석 보고서나 책을 접하면, 한국 사회가 일제 강점기가 끝나고 독재와 갖가지 격변을 겪으면서 짧은 기간 얼마나 기형적으로 살아남아 오늘에 이르렀는지가 거듭 실감난다.

 

물론 성취도 눈부시다. 아마 다시는 그런 몰입과 헌신이 불가능할 정도로, 공공성이 엉망인 상태에서도 공적 자산을 늘려왔다. 그 노력이 한순간에 다 망가질 수도 있다는 점도 현재와 미래를 불안하게 만든다.

 


한국이 성범죄로 세계 상위를 - 신고한 것만으로 거의 1- 차지한 세월은 짧지 않았다. 알코올 섭취량이 중독 수준으로 높고, 위험성에 비해 너무나 관대한 것도 맞는 말이다. 술을 강권하는 것을 문화라고 하고, 몸을 가누지 못하거나 정신을 잃는 것도 재밌는 에피소드로 여긴다.

 


가장 낯설고 주변에서 경험하지 못한 것은 마약 문제인데, 이 책을 통해, 현직 변호사와 심리하학자의 글을 통해 비교적 자세히 접했다. 형법에 대해서는 과문하지만, 폐지나 개정을 응원하는 법들 - 주취감경, 신상 공개, 양형기준, 보호 관찰 등 - 을 다루는 내용을 만나 관련 설명과 의견을 배워 보았다.


 

법적 정의가 제대로 실현된다는 공감대가 적고, 그런 생각이 문화에서 사적 보복을 주제로 하는 작품들을 양산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찬성하지 않지만, 내 가족과 친구의 이야기라면 행동을 못하더라도 심정은 어떨지 슬프고 참담한 심정으로 종종 고민해본다.

 

책 덕분에 뜻하지 않게, 형사사건의 흐름도 파악하고, 법률 용어의 개념들도 바로 잡아보았다. 법은 얼마든지 바뀌고 새로 만들고 폐지할 수 있다고 믿고, 현행법을 기준으로 불법성을 모두 판단하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이미 유효하지 않다는 결론이 내려졌다고 본다.

 

하지만 우선 있는 법만이라도 법적 정의에 맞게 잘 활용되기를 바란다. 법의 그물망보다 구멍이 더 넓어 보일 때가 있는데, 그건 나의 착시일 뿐일까. 범죄이나 빠져 나가기 위한 질병 타령이 아닌, 재발 방지를 위해 꼭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치료지원은 잘 이루어지고 있을까.

 

재판을 방청하는 분들도 많아지셨다고 한다. 이 책에서도 당사자들의 진술을 읽을 수 있어서 새로웠다. 존경하는 법조인들이 여러 분 계신다. 외부에서 보는 실망보다 애쓰는 분들이 지켜나가며 개선시키는 법조계 현실이 분명 더 단단할 거란 기대와 믿음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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