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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끈을 놓기 전에 - 자살의 원인부터 예방까지, 25년의 연구를 집대성한 자살에 관한 모든 것
로리 오코너 지음, 정지호 옮김, 백종우 감수 / 심심 / 2023년 5월
평점 :
‘소중한 친구를 자살로 떠나보낸 사별자이기도 한 저자’ 누구든 소중한 이들이 자살로 떠난 경우 사별자는 죄책감을 경험한다. 나는 그랬다. 그러니까 나는 감정을 토로할만한, 고민을 얘기할만한, 도움을 청해볼만한 그런 사람이 못 되었구나, 하는.
이런 감정은 당사자의 고통에 집중하지 못하고 내 상실을 먼저 아파하는 이기적인 감정과 생각의 발로일 수 있지만, 이유와 원인이 무엇이건 상처를 피할 방법이 없다. 물어볼 기회도 이해할 기회도 영원히 없는 상태로.
학창 시절 참 많은 동기와 선후배 모두가 좋아했던, 현자처럼 보였던 선배가 결혼 후 자신의 아이가 거실에서 놀고 있는 중에 생을 끊었다. 사후 조사 과정에서 서랍에서 우울증 진료 기록과 몇 개의 처방된 약이 나오긴 했지만, 가족도 이웃도 누구도 쉽게 납득을 못했다.
11년 전이지만, 생전에 당사자에게 이야기를 듣지 못한 모두가 어떤 결론과 이해에 도달하지 못했을 거라 생각한다. 여전히 아득하다. 배우고 이해하고 싶다. 가능하다면 돕고도 싶다. 그럼에도 조금은 두렵고 그보다 많이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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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시도란 무엇인지부터 처음처럼 새롭게 배웠다. 폭언이 뇌에 물리적 상처를 내는 것처럼, 자살 시도자는 고통으로 사고가 위축된다는 것, 벗어날 수 없는 속박과 고통을 벗어날 방법으로 자살을 인식한다는 것 …… 슬프다.
“자살은 보통 죽음을 갈망하는 행위가 아니라, 견딜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끝내려는 행위이다.”
아무리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해도 범죄 피해자(생존자)가 일상을 회복하기 어려운 것처럼, 자살생존자 - 유가족, 친구, 지인 등 - 들도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래서 저자는 계속 전한다.
- 자살은 복합적이고 다양한 여러 변수에 의해 발생한다고
- 자살 발생 직전 한두 가지 언행과 행동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자살시도자가 갇힌 속박감과 고통을 해소하려 자살을 행하는 것처럼, 자살유가족은 죄책감으로 감옥을 만들어 스스로를 가두고 벌준다. 가족과 친구가 자살을 시도하거나 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이유일 것이다.
그러니 제발, 힘든 사람에게 가해를 하거나 불필요하거나 이해가 부족한 충고도 제안도 삼가자. 의도를 가지고 조롱, 혐오, 공격을 가하는 이들은 변명이 불필요한, 범죄로 처벌하는 시스템이 굳건해지길 바란다.
내게 도움이 될까하는 얄팍하고 이기적인 심정으로 읽기 시작했으나, 이 책의 구성은 20년이 넘게 연구한 전문가가 자신의 연구를 집대성한 책이다. 심리분석, 원인 규명, 예방과 지원까지,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정보를 담았다. 짧은 글에는 소개가 어려운 성과다.
무엇보다 도움이 되려는 분명한 의지로 연구한 결과물이다. 편견과 불편함 대신 진심을 느끼며 배우고 생각할 수 있는 안전하고 유익한 책이다. 자살률은 가장 높지만 자살 얘기는 여전히 금기인 살기 힘든 사회의 독자에게 반갑고 고마운 책이다.
각자의 상황도 이유도 다르겠지만, 누구나 잡고 있는 마지막 끈의 재료는 같을지 모른다고 상상한다. 그 끈을 잡을 수 있는 힘을 보태주는 방법은 비슷할 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조금만 관심을 가져보고, 잘 듣고, 안부를 묻는 일이 그것일 지도 모른다고 믿고 싶다.
“우리 모두는 주변 사람들이 공허함과 허무함을 느끼지 않도록, 즉 단절되어 있다는 느낌에 자살을 유일한 해방의 탈출구로 보지 않도록, 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무엇이든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일상이 번다하고 피곤하다고, 내 무기력도 무겁다고, 나도 잘 못하는 것들이다. 그래서 책을 읽는다. 환골탈태는 못해도 미세하게라도 변할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로 읽는다. 어쩌면 나도 모르게, 언젠가는 누군가를 살게 하는데 도움이 되는 내용을 배웠다고 생각하니 울고 싶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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