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마약·알코올, 재판과 회복가이드 - Sex·Drug·Alcohol, Trial and Recovery Guide
곽준호.이재호 지음 / 지식과감성#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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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조율이 잘 되지 않은, 시대 격차가 큰 어긋남이 많은 사회이다. 예를 들면, 범죄검거율은 아주 높은 반면 - 거의 100%, 처벌과 양형 과정은 개선될 점이 너무 많고, 재범률이 높은 범죄유형들도 많으며, 심지어는 꼭 있어야 할 법이나 담당 인력이 없어 공공 안전에 구멍이 난 곳들도 적지 않다.

 

사회학 관련 분석 보고서나 책을 접하면, 한국 사회가 일제 강점기가 끝나고 독재와 갖가지 격변을 겪으면서 짧은 기간 얼마나 기형적으로 살아남아 오늘에 이르렀는지가 거듭 실감난다.

 

물론 성취도 눈부시다. 아마 다시는 그런 몰입과 헌신이 불가능할 정도로, 공공성이 엉망인 상태에서도 공적 자산을 늘려왔다. 그 노력이 한순간에 다 망가질 수도 있다는 점도 현재와 미래를 불안하게 만든다.

 


한국이 성범죄로 세계 상위를 - 신고한 것만으로 거의 1- 차지한 세월은 짧지 않았다. 알코올 섭취량이 중독 수준으로 높고, 위험성에 비해 너무나 관대한 것도 맞는 말이다. 술을 강권하는 것을 문화라고 하고, 몸을 가누지 못하거나 정신을 잃는 것도 재밌는 에피소드로 여긴다.

 


가장 낯설고 주변에서 경험하지 못한 것은 마약 문제인데, 이 책을 통해, 현직 변호사와 심리하학자의 글을 통해 비교적 자세히 접했다. 형법에 대해서는 과문하지만, 폐지나 개정을 응원하는 법들 - 주취감경, 신상 공개, 양형기준, 보호 관찰 등 - 을 다루는 내용을 만나 관련 설명과 의견을 배워 보았다.


 

법적 정의가 제대로 실현된다는 공감대가 적고, 그런 생각이 문화에서 사적 보복을 주제로 하는 작품들을 양산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찬성하지 않지만, 내 가족과 친구의 이야기라면 행동을 못하더라도 심정은 어떨지 슬프고 참담한 심정으로 종종 고민해본다.

 

책 덕분에 뜻하지 않게, 형사사건의 흐름도 파악하고, 법률 용어의 개념들도 바로 잡아보았다. 법은 얼마든지 바뀌고 새로 만들고 폐지할 수 있다고 믿고, 현행법을 기준으로 불법성을 모두 판단하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이미 유효하지 않다는 결론이 내려졌다고 본다.

 

하지만 우선 있는 법만이라도 법적 정의에 맞게 잘 활용되기를 바란다. 법의 그물망보다 구멍이 더 넓어 보일 때가 있는데, 그건 나의 착시일 뿐일까. 범죄이나 빠져 나가기 위한 질병 타령이 아닌, 재발 방지를 위해 꼭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치료지원은 잘 이루어지고 있을까.

 

재판을 방청하는 분들도 많아지셨다고 한다. 이 책에서도 당사자들의 진술을 읽을 수 있어서 새로웠다. 존경하는 법조인들이 여러 분 계신다. 외부에서 보는 실망보다 애쓰는 분들이 지켜나가며 개선시키는 법조계 현실이 분명 더 단단할 거란 기대와 믿음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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