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어 보면 알지 - 호랑수박의 전설 웅진 모두의 그림책 74
이지은 지음 / 웅진주니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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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이 쭈뼛 솟다가 막 웃게 되는 멋진 작품이다. 첫 장부터 비극을 그린 명화를 떠올리는 그림에 무섬증이 나면서도 일단 크게 웃었다. 그림책을 함께 보는 건 정말 오랜만이라 옆에 앉은 사춘기 앓는 막내가 더 살갑게 느껴진다.

 

다시 더워진 여름 날, 광복 80주년 경축일에 가족 모두가 시원한 수박을 잘라 먹으면서 느긋하게 쉬면서 책을 펼치는 풍경이 최고의 행복이다. 모두가 여기 안전하게 함께 한다는 것이 어쩌면 기적과 마법의 순간이지 않을까.

 

이지은 작가의 전설 시리즈는 전설에 관한 선입견도 그림책에 관한 편견도 모두 시원하게 뛰어넘는 구성이다. 이번에도 역시 제목을 보고 짐작한 것과는 전혀 다른 영리하고 재밌는 수수께끼의 세계로 독자를 끌어들인다.



 

모든 등장인물들이 미스터리한 매력이 있고, 애초에 이 전설이 시작된 동기가 너무나 궁금하지만, 친절하게 알려주어 작품의 재미를 잃게 만들지 않는다. 독자는 상반된 감정과 감각을 오가다가 마침내 어리둥절한 채로 남게 된다.





 

독자를 휘두르는 이 힘이 이지은 작가 작품의 가장 큰 재미다. 이번에도 아이가 눈치 챌세라 짐짓 차분하게 보았지만, 속으론 흠칫 놀라며 두근두근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은 눈썰미가 없는 편인지, 숨어 있는 용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아무리 한 장씩 눈을 부릅뜨고 봐도 보이지 않아서 조금 서글프다.

 

한 권의 그림책이 독자에게 줄 수 있는 다양한 장점을 모두 가진 작품, 이번에도 역시는 역시다. 이 시리즈가 계속 이어지기를, 자주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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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마리 숨은그림찾기 : 동물의 세계 1001마리 숨은그림찾기
케이티 데이니스 지음, 테리 고워 그림, 송지혜 옮김 / 어스본코리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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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모두 좋아하는 숨은그림찾기 책! 반갑고 기대됩니다. 2권 모두 사서 가족이 함께 즐기기에 최고일 듯! 시리즈가 더 나와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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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마리 숨은그림찾기 : 바닷속 동물 1001마리 숨은그림찾기
케이티 데이니스 지음, 테리 고워 그림, 송지혜 옮김 / 어스본코리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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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모두 좋아하는 숨은그림찾기 책! 반갑고 기대됩니다. 2권 모두 사서 가족이 함께 즐기기에 최고일 듯! 시리즈가 더 나와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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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나라를 회복할 것입니다 - 독립운동가 45인의 말
김구 외 지음 / 창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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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80주년, 80년 세월이 한 사람에겐 평생이지만 공동체를 제대로 만들기에는 안타까울 정도로 짧은 시간이기도 하다. 광복이라고 하지만, 수탈 후 남은 것들마저 초토화시킨 전쟁이 있었다는 것을 상기하면 더욱 그렇다.

 

비교적 안전하고 풍요롭게 살았지만, 반백년을 살아보니 조부모님, 부모님 세대에게 삶을 살아간다는 것, 살아남는다는 것이 어떤 고역이었을지, 그 무게감이 좀 더 실감난다.

 

한편으로는, 그렇기 때문에 가뿐한 희망이 생긴다. 80년 동안 이뤄낸 것이 상전벽해 수준이니, 산적한 문제가 많은 오늘과 내일도 해결 못할 건 없지 않나 싶다. 사회가 지향할 메시기가 선명하다면, 온전히 기뻐할 수만 없었던 지난 광복절과 다를 수 있지 않을까. 비로소 경축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지 못한 노란 색을 입고 45인의 독립운동가의 육성이 기록으로 도착했다. 반가운 이름들이 많아서 더 반갑게 만나 보았다. 묵독도 하고 소리내어 읽어도 보았다. 내게 가장 부족한 용기의 말, #조소앙 독립운동가의 용기예찬을 가장 먼저 필사해보았다.



 

그리고 #박차정 독립운동가의 글을 읽었다. “여성이 존엄을 얻지 못하면 민족해방도 허울이다오늘 814일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다. 식민통치의 형태는 종식되었으나 광복은 진행 중이다. 인간이 존엄을 회복하고 인간 아닌 생명도 존중 받는, 온전한 광복은 더 오래 걸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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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하나 잊지 말자는 것이다 - 만화로 읽는 나혜석
유승하 지음 / 창비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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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까짓 계집이 뭘 해?”

 

만날 기회도 자료도 많지 않아서 익숙한 이름만큼 궁금한 나혜석을 만화로 만나게 될 줄 몰랐다. 기쁘고 반가운 조우다. 창작이란 경이롭다. 멈춘 시간을 포착된 벽화 같은 자료들을 살려 내어, 그 사람을 만나게 한다. 언젠가 영상으로도 만날 수 있으려나 즐거운 상상도 하게 한다.



 

말간 풍경보다 언제나 노동을 필요로 하는 삶의 풍경을 더 잘 보는 화가 나혜석의 그림들에는, 온갖 노동을 감당해야 했던 여성의 사실적인 노동이 기록되어 있다. 그 시선은 아무 것도 가능하지 않은 오늘에 지지 않고 내일을 보며 똑바로 살아간 사람만이 갖는 힘이다.

 

우리는 아무도 살아본 적 없는, 새 시대를 만들어가는 개척자들이니까.”

 

나혜석과 친우들이 그 시절에 만들고 싶었던 새 시대는 2025년에도 충분히 실현되지 못했다. 육아 출산은 아직도 여성만의 일 인양 정책에서도 인식에서도 차별 받는다. 평등한 노동으로 차려진 평화로운 식사도 귀하기만 하다.

 

나는 내 나라를 잃었지만 잃어버린 그 나라에서 여자는 인간 대접을 못 받았어. 다시 나라를 찾는다면 여성들도 평등하면 좋겠구나.”



 

여성은 아직 평등한 존재가 아니다. 인간으로서 그 존엄을 존중받지 못하고, 소유물로서 친밀한 관계의 남성들에게 맞거나 죽임 당한다. 비난 받는 것으로 우리의 역사를 채우겠다는 당시의 결심은, 협박과 비난을 감수하는 오늘의 여성들과 연대한다.

 

연말을 망친 내란의 밤들, 빛을 밝혀, 광장에 모여, 내란을 막고 탄핵시킨 이들이 있다. 그때 나눈 이야기들은 나혜석이 바라던 세상, “모두가 평등 평화를 누리며 온세상 차별 없이 모든 생명의 귀함을 아는 세상과 많이 닮았다.

 

좌절할 이유는 없다. 매일 한 명씩 살해당하는 현실에도, 많은 나혜석들은 여전히 없는 길을 만들어, 한걸음씩 나아간다. 그러니 제자리로 돌아간다거나 회복을 바란다는 말은 사양이다. 단 한걸음도 뒤로는 이전으로는 가지 않는다. 오직 앞으로 미래로 새롭게 만든 곳으로 계속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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