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합니다! 실패할 권리
김영아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에세이 중에서 가장 읽고 싶은 분야는 이 책처럼 어떤 분야에서 오래 일한 분이 들려주는 이야기이다당연한 일인데 정확히는 모르고 산 기분세상에는 많은 직업이 있고 그 현장은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외부에서 관찰하는 것과는 아주 다르다는 것무엇보다 시간을 버텨온 사람이 가진 사유와 힘이 있다는 것.

 

저자가 처음부터 분명히 하듯 이 책은 발달장애인 이야기가 아니라 그들과 함께한 조력자의 이야기이자 저자의 동반 성장기이다우리가 무엇이라 불리든 누구나 다 초보에서 시작해야했던 공통의 경험은 이 책을 읽으며 만날 공감의 포인트일 것이다.



성인도 천사도 아닌누구를 도운’ 이야기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같이 걷고 뛰고 넘어지고 일어나고 한 사람이 그 시간의 틈에 읽고 쓰고 책으로 일군 이의 재밌고 부러운 이야기이다.

 

“<쓰기의 말들>의 저자 은유 작가는 글을 쓴다는 건 고통에 품위를 부여해 주는 일이라 했다. (...) 고통과 의문투성이던 내 일을 글로 풀어내니 20년이 빛나는 글감으로 재탄생했다. (...)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은 시작은 더 이상 이 일 못 해 먹겠다며 울고불고했던 그 즈음이었다이성은 못 해 먹겠다지만 감정은 하고 싶다인 따로국밥 자아가 나를 이 길로 이끌었다.”

 

하루 24시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존재로 살아간다는 것평생이 그러하리란 삶이 어떤 것인지 나는 짐작하기 어렵다우리는 매순간 누군가의 도움으로 살아가는 것이긴 하지만생애주기에 따라 도움의 경중이 달라지고 때로는 내가 누군가에게 이런저런 도움을 주며 살아간다좀 더 많이 대단하게 사회에 환원할 수 있으면 뿌듯해하기도 하고도움을 받더라도 대가를 지불할 수 있으면 도움을 받는다에 딸려오는 무게를 감당하지 않아도 된다.

 

5살만 되어도 내가 할게할 수 있어라며 청하지 않은 도움을 거절하는 것이 인간이다거절할 자유여유선택의 여지가 없는 삶에서 감당해야할 정서적 정신적 부담은 얼마나 무거울 것인가


완벽하지 않으면 쓸모가 없다는 것이 실상 말이 안 되는 것처럼모든 것을 혼자 할 수 없으면 아무 것도 혼자 해낼 수 없는 거란 것도 말이 안 된다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 그만큼의 자립이다그리고 진실은 아무도 완전한 자립을 이룬 사람은 없다.



혼자 살 생각 말고 혼자 살지 못하는 재주꾼이 되라고도움 요청할 생각만 하지 말고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나의 재주를 발견하라고 그 재주는 큰 것보다 작은 것이 더 좋다는 말도 꼭 해준다.”

 

저는 우리 동네 칼국수 맛집 잘 알아요.”

저는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 유통기한 확인을 잘해요.”

저는 가스밸브 잠그는 거 잘해요.”

저는 설거지 진짜 잘해요.”

저는 알람 없이도 잘 일어나요.”

 

다 나는 잘 못하는 것들이다부럽다.

 

지금의 나는 장애인 당사자 자립훈련이나 부모 상담 때 자립을 강요하지 않는다. (...) 물리적으로 혼자 사는 게 자립이 아니라본인이 원하는 것을 실현하게 된다면 그게 곧 자립이라 말한다반찬을 만드는 방법은 몰라도 좋다집근처 반찬 가게가 어디 있는지 알고 사 오는 법을 알려 준다. (...) 당사자들이 직접 끓인 쫄아 붙은 떡볶이 사진 (...) 망쳐버린 퍼즐 판까지 날것의 자립생활을 수시로 공유한다이제 나와 그들 사이엔 표준전과 같은 자립생활 이야기는 없다. (...) 자립생활은 반듯한 옷을 갖춰 입는 게 아닌 늘어진 옷을 입어도 되는 삶그게 아닐까?”

 

저자는 업무 목표가 교과서적으로 분명했던 초기 직업인으로서의 자신은 조력대상자들을 바꿔놓지 못하고 오히려 그들이 자신을 바꾸었다고직업재활해주었다고 한다무척 사랑스러운 고백이다취업한 후 저자와 직장 내 고민을 나누는 모습은 너무 닮아서 웃프기도 하다이 모든 건 저자가 대상이 아니라 사람으로 보고 만나고 지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안다.

 

여럿이 우르르 다니다 보면 으레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마련인데 (...)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아이구고생이 많에좋은 일 하는구먼이라며 측은하게 바라보는 할머니쯧쯧쯧 혀를 차기도 하는 어르신들가끔 경험하는 나도 이렇게 불쾌한데 평생을 별난 시선 받으며 살아온 장애인과 가족들은 오죽할까.”

 

솔직함은 나쁜 일은 아니다단지 떠오른 생각에 대한 생각 없이 입으로 튀오나오기만 하는 솔직함은 무례하고 불편할 수 있다함께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는 교육은 그렇게 말하고 행동하지 않도록 의무화된 교육을 시켜야하지 않을까나는 그것이 교육이고 문명이라 믿는다.

 

가족끼리 적당히 못 본 척하지 않아서 솔직하게 다 말하고 말하라고 해서 얼마나 힘든 일들이 많은지를 생각해보면 거리낌없는 솔직함의 단점이 더 선명해진다확실한 의도를 가지고 가해를 가하려는 게 아니라면 나는 작은 거짓말도 과장도 가식도 그렇게 되고 싶은 바람으로 읽는다.

 

“1년간 영국에서 지적장애 노인 거주시설에서 일을 하다 온 후배가 들려준 이야기는 (...) 50세가 넘은 지적장애인들이 공동체를 이루어 사는 시설이었는데 매일 아침 모여 티타임을 갖는다고 했다. (...) ‘홍차라는 메뉴가 단일 메뉴가 아닌 각자의 취향에 맞는 브랜드온도추가되는 토핑까지 구체적인 욕구를 반영하여 차를 준비하고 제공된다고 한다.”

 

오해하진 마시길저자도 나도 한국의 시설에서 이렇게 못하는 이유는 인력 부족시간 부족이 가장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짜장면으로 통일콜라로 통일이라고 당연하게 정하고 마는 것은 옳지 않다그런 결정에는 사람에 대한 존중이 티끌만큼도 없기 때문이다.

 

전체주의 문화는 편하고 효율적이지만좋은 게 좋은 거라는 말은 그게 좋은 사람에게만 좋은 말이다다른 사람이 정한 짜장면과 콜라만 입 다물고 먹고 살아도 좋은 게 아니라면 끈기 있게 바꿔나가야할 일이다그래야 다른 것들도 바꿀 수 있다그래야 사람답게 살 수 있다.

 

미연씨오늘 되게 용감했어요혼자 사이다 먹는다고 말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데 자기 생각 말한 모습 정말 좋아요.”

 

발달장애인들은 작은 것을 반복적으로 훈련하는 과정이 필요한 존재들이다말로는 자기 스스로 권리를 찾으세요부당한 것은 당당하게 표현하세요라고 말하지만 권리라는 말에 너무 큰 무게를 실어 현실감 없게 만든 건 정작 나였다작은 것부터 자기 생각과 욕구를 표현할 기회가 있어야 자연스레 내재화가 될 수 있음을 놓치고 살았다.”

 

읽는다고 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모르는 것보단 조금이라도 나을 것 같아 기억하려 애써 본다.

 

인식에도 말에도 행동에도 문제가 많은데 말끔하게 고쳐지지 않는다무척 좋은 책들을 만나서 그나마 조금씩 고쳐볼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선량한 차별주의자>를 읽지 않았다면 아직도 결정장애선택장애란 말을 사용하고 있을 지도.



아주 노골적으로 멸칭인 것들도 있고 모르고 사용하는 말들도 있고배우는 대로 안 하려고 노력하는 거 이외에 다른 방법은 없는 듯하다언어는 곧 인식이라서 언어가 바뀌지 않는 한 차별과 인권과 혐오의 인식은 결코 바뀌지 않는다.

 

한 때 논란이 되었던 장애우’ 호칭에 대한 현장에서의 고민이 있어 귀하게 읽었다이렇게 간단한 일이었다당사자들이 원하는 호칭을 인정하는 것.



마지막으로 선천적 장애 인구 10%, 후천적 장애 인구 90%라는 통계에서 보듯 남의 일도 아니고 특별한 일도 아니다. ‘장애인이란 다른 인간 유형이 있는 것이 아니라 별 다를 것 없는 사람이다천천히 차근차근 느리게 타인과 살아가는 법을 고민하고 행동하면 되는 일이다희생을 하지도 말고 요구하지도 말고 격리하지도 말고 같이 먹고 같이 살아가는 일상적인 경험을 하며 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빅테크 미래보고서 2025 - 미래 비즈니스를 지배할 부의 키워드
야마모토 야스마사 지음, 신현호 옮김 / 반니 / 2022년 1월
평점 :
품절


불과 삼사십년 전에 세계의 부를 논의하면 2:8이라는 비율이 사용되었다실물경제보다 금융과 투자의 기술이 더 많은 자본을 증식하는 구조가 확립되자세상에 물건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양과 비례하지 않는 통계로 금융자산을 늘릴 수 있는 방식이 가능해졌다.

 

자본은 몸집은 불리고 작은 투자자본을 가진 기업들은 실패하거나 합병되면서 세계의 부는 금세 1:9 정도의 비율로 편성되었고며칠 전 보고서를 보니 세계적인 대기업이라 할 만한 기업들의 수도 100개 단위에서 10개 단위로 줄어들었다.

 

종족주의가 사라지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지만그건 정치사회공동체를 말하는 것이었는데기업에서는 이미 모든 다른 경계가 무의미해진 빅테크 기업들 주도의 세계가 구축되고 있었다이 책에서 다루는 11개 기업들과 첨단 기술들은 이제 인류의 삶을 재편성할 것이다.

 

저항이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나불편함은 언제나 인간을 지치게 만드는 강력한 동력이었으니 일상과 직장에서 요구하는 기술을 수용하고 따르는 일은 불가피할 가능성이 더 크다더구나 판데믹으로 모두가 개인으로 존재하고 살아가는 것이 더 안전한 시절에는.

 

이커머스가 확산하면서 실제 매장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사람이 급감했다매장에서는 제품의 분위기나 작동 상태만 확인한 후 실제 구매는 인터넷으로 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이대로라면 오프라인 매장은 점점 설 땅을 잃어버릴 것이다.”

 

의외로 이미 다 사용하는 기술과 회사명들이 많아서미래에 머리에 장착하는 홀로렌즈가상 세계가 융합된 혼합 현실원격 회의구글 줌 화사 회의, AI의 실시간 통역클라우드 보안 컴퓨터... 등이 전혀 낯설지가 않다.

 

물류에서는 아무래도 사고 발생이 잦으므로 운전자에 대한 손해배상을 생각해도 자동화와 무인화를 하는 게 이점이 있다그리고 아마존은 분명히 물류 사업의 자동화에 머무르지 않고 그 경험을 로보택시나 그와 유사한 다른 사업으로 확대해나갈 것이다.”

 

아무리 도덕성에 비판을 가한다고 해도 아마존은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한 사업을 추진할 것이며애플 역시 아이폰을 가능한 촘촘한 사회적 신경망처럼 연결할 것이며이미 빅데이터 분석으로 취향을 맞춰가는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영화들을 더 많이 보게 될 것이다.

 

이 책은 그런 동향을 좀 더 자세히 풀어서 설명해주고 분석해준다주제와 논점은 예상한 대로이다이미 빅테크 기업들은 앞으로도 동일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것신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다른 기업에서 인수하고확장된 데이터는 다시 서비스를 확장하는 것으로 활용된다는 것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것.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3년 후에 이 11개 기업들이 그대로일지더 줄어들지어떤 새로운 동향이 생길지 정확히 모를 일이다독자들의 전망은 어떨까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넷플릭스테슬라임파서블 푸드.... 이 기업들을 벗어나는 비즈니스를 새롭게 상상하고 현실화할 수 있다고 생각할까 궁금하다.

 

임파서블 푸드는 앞으로 세계의 먹거리 산업을 바꿀 것이다농가의 고용 문제에 대해 지적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오히려 무리하게 고용을 유지하는 것이 당사자뿐 아니라 국가도 불행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그보다는 앞으로 인구 폭발로 식량 부족이 심각해질 텐데 그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이 책에서 그려볼 수 있는 미래의 모습이 현재 예측할 수 있는 최대치라면분명 매순간 새로운 미래를 선택하고 만들어가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뭐라도 한다는 것은 절대 0이 아닌 것이라고 믿는다이미 구축된 시스템과 거대자본이 대단하지만어쨌든 기업은 소비자가 있어야 존속이 가능한 것이니까.

 

! 5년 후 특히 위험한 8개 업계 소매업에너지금융게임시스템 통합 사업자가전모빌리티와 대면 교육

 

! 5년 후 꼭 필요한 가지 영어파이낸스데이터 사이언스(딥러닝), 프로그래밍(피이썬), 비즈니스 모델 해석 능력

 

거칠게 요약하면 이렇다고 한다살게 될지얼마나 삶에 큰 영향을 받을지 모르는 미래를 엿보고 혼란과 두통을 겪는 나와는 달리자신의 삶과 현실로 다듬어가는 세대의 이해와 행동은 다를 것이라 믿는다기대 이상 상상 이상이길 힘껏 응원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래서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세상을 방랑하는 철학 1
파스칼 세이스 지음, 이슬아.송설아 옮김 / 레모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안토니오 그람시Antonio Gramsci 가 편지에서 로맹 롤랑Romain Rolland을 인용한 것을 일부 변경.

 

고민해서 해결되지 않을 문제를혼자서 풀 수 없는 난제를 오래 생각에 담고 있다가 심리적 탈진에 이른 듯하다어리석은 일인 줄 알지만결국엔 결정해야할 문제를 최대한 미루고 사는 중이다.

 

스트레스를 덜어보고자 이런 저런 무관한 일에 웃기도 하고 여기저기서 의미를 찾기도 하다 이제 그것도 지쳤다뇌에 뿌연 연기가 들어찬 듯새해도 주말도 한 줌의 힘이 되지 못할 때 철학책이 있어 다행이다제목이 정면으로 눈을 마주하고 구술시험을 보는 느낌이다대답을 해야 하는.

 

삶에서 최소한 무언가를 바꾸기 위해서는그것이 거실의 색이 되었든소파의 위치가 되었든 간에 기본적으로 마음을 먹어야 하고마음을 먹기 위해서는 용기를 내야 한다인간은 습관의 노예이기 때문이다그러나 우리는 변화를 향한 이런 결심이 자유를 위한 근본적 행위라는 것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

 

벨기에서는 철학박사가 이런 라디오방송도 해주니 부럽다. 3-4분량의 50가지 주제들비장한 태도로 펼쳐 든 것이 무색하게 재밌고 편안한 위안이다.

 

이미 과거의 사실이 되어버린 상황들도 있고따지면 무관한 건 없지만 상당히 내 삶과는 먼 내용도 있다그래서 다행이기도 하다모든 주제 모든 문장이 지금의 내 상황과 맞아 떨어진다면 나는 곧 죽거나 해탈하거나 외에 다른 방법은 없을 것이므로.

 

우리는 사유해야 한다사유는 용기를 필요로 하는 자유를 향한 행위이다동굴은 안은 포근하며맹목적인 것은 편리하다포근함과 편리함의 포로는 탈출을 꿈꾸지 않는다.”

 

익숙해져야하는 것은 우리의 문제로 인식하고 철학적 숙고를 하려는 노력일 것이다내 문제를 누군가 이런 식으로 해결해주면 좋겠단 망상이 스쳤다역시 인간은 습관의 노예’ 아니 나는 그런가보다.

 

“‘생각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을까그렇다고 볼 수 있다왜냐하면 매일 하나의 아이디어가 세상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꿈을 이룬다는 영어 표현은 한 가지가 아니다우리가 교과서로 배우는 것은 realise란 단어를 사용하지만내게 온 카드에는 actualise란 단어가 적혀 있었다그 의미를 배우고서 평생 가장 철학적인 카드를 받았다는 걸 깨달았다.

 

다른 책에서 공감이란 단지 느낌을 감상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공감한 상황을 바꾸고 공감한 상대를 도우려고 나서는 일까지 포함된다는 내용을 만났다일맥상통, actualise란 꿈을 이루는 방식이 다른 것이 아니라 그 꿈의 목적이 다른 것. action을 이끌어내어 세상을 바꾸는 꿈.

 

네가 무엇을 하였느냐?”

 

2022년이 오긴 왔는데달리기 출발선에서 나는 아직 발을 떼지 못하고 서 있는 기분이다아무도 내 발목을 잡고 있지 않으니 온전히 내 탓변화가 힘들고 싫고 어렵고 성가시다어쩌면 나이보다 더 늙고 낡았나보다.

 

낡은 세상은 죽어가고새로운 세상은 아직 태동하지 않았으며모든 것이 희미한 이때 괴물들이 등장한다.”

 

안 보이면 좋겠는데 희미한 현실에 각종 괴물들이 존재한다힘이 세고 더 힘을 탐낸다모르고 괴물에게 힘을 보태면 멍청한 것이고 알고도 그런다면 나쁜 짓이다철학은... 이 책은... 둘 다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유denken의 노란빛을 비추고 있는 존재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람입니다, 고객님 - 콜센터의 인류학
김관욱 지음 / 창비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년도도 기억이 안 나는 오래 전이지만처음으로 사랑합니다 고객님을 들었을 때의 당황했던 기분은 또렷하다하마터면 뭐라고 하셨나요... 되물을 뻔했다무작위의 완전한 타인을 사랑한다고 매일 거듭 말해야 하는 사람의 기분은 어땠을 것인가물론 견뎌야했던 혹은 견딜 수 없었던 것은 그것 말고도 많았을 것이다.

 

그래도 내 일이 아니라 그런 멘트는 그만둬야한다는 의견에 동참한 것 외에는 아는 바도 깊은 공감도 한 기억이 없다이 책의 저자는 문화인류학자이자 가정의학전문의로서 10년 간 콜센터 상담사들의 근무환경을 조사하고 건강 문제에 대한 연구 분석을 하였다절이라도 하고 읽어야할 듯 기분이 엄숙해진다세상에는 이런 일을 해내는 이들이 있다.

 

김관욱 덕성여대 교수는 그 동안 숱하게 받은 왜 하필 콜센터를 연구하나요란 질문에 낮은 임금으로 여성의 노동력을 사용하면서 이들의 건강을 조금씩 빼앗는 것은 물론더 나아가 이상적인 여성상에 대한 고정 관념마저 재생산하고 있다고 느끼게 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엄청난 노동 강도를 견디며 국가의 산업 육성에 참여하고 부모가 다 감당하지 못한 가정도 책임지고 동생들 혹은 오빠들을 먹이고 공부시킨 수많은 살림밑천맏딸 혹은 누이동생들은 산업 역군이 아니라 공순이로 더 많이 불렸다공부 안 하면 어떻게 된다는 협박용으로도 쓰였다.

 

당시의 구로공단은 어느새 구로디지털단지로 바뀌었고 콜센터에는 상담사들이 자신들을 콜순이라 자조하며 예전과 다르지 않은 저임금 고강도의 노동을 담당하고 있다이 책에 묘사되 업무 풍경은 읽으면서도 숨이 막힌다경쟁은 상담원들끼리 붙이고실적이 좋으면 경주마가 되어 따로 관리된다총체적 노동 통제!

 

화장실은 관리자가 정한 시간에 간다진상 고객 얘기까지 갈 필요도 없이 모욕적이다. ‘지금 전화 받는 사람은 당신의 가족일 수도 있습니다는 고객을 대상으로 한 카피라이팅이지만 가해는 고객으로부터만 가해지는 것이 아니다.

 

나도 주변에도 흡연을 하는 이가 없어 잊었다가 깜짝 놀란 부분은 상담사들의 흡연이었다갖가지 종류의 부당하고 폭력적인 감정을 받아내고 나면 짧은 시간 흡연을 하며 한 숨을 내쉰다이렇게 요약하니 평범한 일 같기도 하지만 세찬 충격을 받은 현실이 적혀 있었다.

 

거듭된 사과에 기분이 조금 누그러졌는지민원인의 목소리가 점점 잦아든다마침내 통화가 끝나고 수화기를 내려놓는 순간생각나는 건 오로지 담배 뿐이다. ‘닭장’ 같은 사무실을 빠져나와 건물 옥상으로 향한다연기를 내뿜는 건지한숨을 내쉬는 건지 모르겠지만 지금이 천국이다하지만 불과 4분짜리 천국이다조만간 담배를 끊겠다는 결심을 또 해보지만 민원인의 욕받이’ 노릇을 한 직후 옥상에 올라가면 떠오르는 선택지는 둘 뿐이다뛰어내릴 것인가피울 것인가.”

 

회사에서 금연을 권하는 이유는 자궁을 가진 존재로서 임신을 위해’. 쓸모도 없는 감정만 들끓는 나와 달리 김관욱 교수는 10년간의 현장 연구와 심층 인터뷰 이론의 집대성을 통해갑질 논란이나 감정 노동만이 아닌 산업체의 구조적 문제를 분석한다여성 노동과 인권의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사례이다.

 

언론에서 뽑아내는 제목 이상의 것을 궁금해 하지 않고 산 탓에 몇 가지의 요약으로는 표면조차 긁어낼 수 없는 이들의 노골적인 노동 환경에 대해 배웠다하청구조나 정규직 전환의 구호로도 해결되지 않는다지금까지 안다고 생각한 것은 다 무지였다.

 

의사로서 한 직군에서 도드라지는 유병률을 보고 병증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병을 유발하는 환경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한환자의 건강과 안녕을 10년간 물어온 의사이자 학자가 수고한 연구의 집약체이다.

 

사회적 의제를 다루고 정리한 완성도가 높다. 2016년 기준 200만 명이 넘는다는 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관련된 사회 여러 분야의 의제들도 포함되어 있다관련법이 하루빨리 마련되어야 한다.

 

수화기 너머에 얼굴과 몸을 가진’ 사람이 있다.”

 

여성 노동자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고 부당한 노동 때문에 질병을 앓는 이웃이 없는 사회가 오길 꿈꾼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상상은 어떻게 하나요? 아인슈타인
김성화.권수진 지음, 정진호 그림 / 창비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인슈타인은 지구에 살았던 사람들 중에 가장 멀리 우주를 봤어요우주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냈어요아인슈타인은 우주선을 타고 지구 밖으로 가본 적이 없어요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우주를 볼 때 필요한 건 연필 한 자루와 종이 한 묶음그리고 머리뿐이었어요!”

 

100년도 더 전에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작은 방 안 작은 책상 위에서 종이와 연필로 우주에 대한 생각을 적었습니다누구도 확인할 수 없다는 점에서 수학논리적으로 오류가 없고 수리물리학적으로 설명이 되는 지가 중요했지요.

 

맞다고 해도 결국엔 물증을 찾아 입증해야 물리과학적 사실이 됩니다그러니 오랜 세월 이론theory이 아니라 가설hypothesis 혹은 정리theorem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망원경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아인슈타인의 상상이 닿은 우주의 모습을 실제 관측할 수 있었습니다상상이 현실이 되는 놀라운 과학 발견의 순간입니다일간지에도 보도된 것을 보고 무척 뭉클했습니다.

 

https://nownews.seoul.co.kr/news/newsView.php?id=20081121601006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90411002018&wlog_tag3=naver

 

상상과 과학적 상상은 아주 조금 다를 수도 있지만가장 중요한 것은 상상하는 습관일지도 모르겠습니다수식이라 이론이나 과학정보가 아니라 어떻게 정확한 과학적 상상을 하는 훈련을 하는지그런 접근을 해보면 과학이 조금 더 흥미로워질까요?

 

아인슈타인이 등장하는 책 중에 가장 재밌고 친절하고 그림이 많은 마음에 드는 책입니다아이들은 오히려 자연이나 우주에 관심이 더 없을 수도 있으니관심이 있다고 하더라도 개념 이해가 쉽지 않으니 재밌게 친숙해지는 것도 좋겠습니다.

 

머리가 크고바이올린 연주자초코아이스크림 파는 사람 제 꿈 중의 하나 이 되고 싶었던 인류의 지성을 덕분에 웃으며 만납니다몇 개의 선들로도 존재감이 확실하니 예술이란 참 대단한 소통 수단입니다.

 

어쩌면 상대성 이론이나 블랙홀에 대해 우주의 모양에 대해 신기해하며 눈을 빛낼 계기가 될 수도 있겠지요.

 

과학자들은 천체 망원경을 싣고 우주가 가장 잘 보이는 천문대로 갔어요한 팀은 남아메리카로또 한 팀은 남아프리카로! 1919년 5월 29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려 하늘이 깜깜할 때 과학자들은 우주가 울룩불룩하다는 증거를 발견했어요머나먼 우주에서 오는 별빛이 똑바르지 않고태양 주변에서 불룩 휘어져서 오는 것을 관측했어요.”

 

혼자 볼 수 있었던 것들에 관심이 있어서 어쩌면 조금은 외로웠을 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합니다혼자 공부하고혼자 책 읽고혼자 상상하고혼자 계산하고... 갖가지 불필요한 일들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원하는 것에 최고도로 몰입했지만 아이들이 보낸 편지에 답장 쓰는 것을 좋아한 멋진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동네(?)에 이런 과학자들이 있으면 얼마나 재미있을까요이제 인간은 더 이상 상상하지 않고컴퓨터만 열심히 조사를 하는 시절이 되었나요?

 

저의 최애 물리학자를 만나 잠시 저도 그에게 편지 쓰는 아이처럼 즐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