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보는 사람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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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읽는 중

 

전쟁을 간절하게 원하는총통의 등장에 기시감이 든다. 평화 헌법 바꾸기가 소원이었던 총격으로 사망한 총리와, 원하는 대로 전쟁을 수단으로 세계를 위협하며, 아마도... 히히덕거릴... 그 자가 대통령이었나... 하는 인물...

 

문학이 현실처럼 느껴지면 나는 현실에서 도피할 세계가 사라지는 핍진한 상태에 몰린다. 뭐 대단한 일을 하고 사는 것도 아니지만, 필수노동도 아닌 주제에 휴가를 즐기며... 하여튼 그렇다. 대충 살아도 나름 대피소가 필요하다.

 

자주 얘기해서 지루할 분들도 있겠지만, 인간은 종의 특성상 연료가 생존의 필수이다. 그러니 작품 속 연료 쟁탈이 작금의 현실세계와 떼려야 뗄 수가 없다. 뉴스를 외면하고 사는데도 소식은 들려온다. 이탈리아 내각이 붕괴했다...

 

작품 속에서는 평화주의자 대사의 딸을 살리는 것에 집중하는 사건 전개가 펼쳐지지만, 그건 인류의 위한 대속처럼도 읽힌다. 자신이 한 행동을 후회할 기회를 주는...

 

다 읽고 나니 제목 또한 범상치 않다. <독재자의 규칙>... 비일상이 비일상으로 남아주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한 현실이 악몽으로 느껴질 따름이다.

 

작품을 노출하지 않으면서 뭔가 소개를 하려니 글이 엉망이다. SF와 판타지, 과학을 노골적으로 활용하는 하드 SF 단편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흥미로울 것이라 생각한다.

 

역시나 단편은 한 편은 읽을 체력을 미리 안배한 듯한 배려가 있다. 오늘도 그 덕분에 한 작품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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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도시 기행 2 - 빈, 부다페스트, 프라하, 드레스덴 편 유럽 도시 기행 2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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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재나 행운과는 인연이 전혀 없이 산다고 한탄하던 친구는 원하던 북토크를 갈 수 있게 되어 무척 즐거워했다. 사진을 보니 이번이 아니면 또 언제!”하며 용기를 내어 하고 싶은 것들을 대략 다 해본 듯하다. 작가와의 사진까지!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가여운(?) 친구들 생각이 났다 보다. 시스템은 잘 알 수 없지만 참가하지 않은 내 이름으로도 친필사인본을 받아 선물해주었다. 고마워, 협박이나 불법을 저지른 건 아니지......?



 

작가도 책도 자체로 충분히 반갑고 귀한데, 친구의 스토리가 더해져 더 특별한 책이 되었다. 더구나 이번 책의 여행지에는 한 겨울 나의 탈출의 도착지가 포함되어 있다. 무모하게 사는 것이 최고라는 생각이 들만큼 행복했던 시절, 그리운 이들이 사는 곳... 그럼에도 다시 가지 않았던 곳.

 

2000년 한겨울, 하루 종일 겨울비 오다 우박 쏟아지다 어두워지는 날씨, 호흡을 짓누르는 두꺼운 구름이 한껏 내려온 하늘은 우울감을 최고로 올린다. 반가운 일도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외출도 힘드니, 사라진 해를 그리며, 비바람이 내내 무언가를 부러뜨리는 소리를 듣고 있다.

 

벽난로를 피우고 검은 맥주라도 마시며 굳어 가는 손으로 뭐라도 쓴다. 영국에 음악과 문학이 성행한 이유는 겨울을 살아보면 다 이해가 된다. 실내에 갇혀서 뭘 그리 활동적일 것을 하겠는가. 알코올과 초콜릿이 주식이 되는 그런 계절이다.

 

유로화 통일 전이라 유럽의 다른 국가들에서 체류하는 비용이 기숙사비보다 저렴했다. 나는 인터넷으로 가장 빨리 떠날 수 있는 교통편과 숙소를 찾아 예약하고 답장을 받기 전에 길을 나섰다. 가능한 멀리 가고 싶어 도착한 곳이 부다페스트였다. 비 오다 말다가 아닌 눈 속으로 무릎이 푹푹 빠지는 진짜 겨울이 거기 있었다.



 

눈보라처럼 눈이 펑펑 내리는 낯선 도시에서, 크지 않은 몸으로 커다란 캐리어를 달달 끌며 숙소를 찾아 걸었다. 아무래도 아닌 듯해 다시 처음 장소로 돌아왔다. 눈사람 꼴을 하고 공중전화로 연락하니 그 길로 끝까지 오라고 했다. 날은 어두워지고 있었다.

 

겁이 없던 젊은 시절이라 무섭지도 지치지도 않았는데, 언제부터 나를 지켜보았는지, 가게들과 교회 등등에서 사람들이 걸어 나왔다. 어디를 찾아 가는지, 걱정되니 전화를 다시 걸어주겠다, 약도를 그려 주겠다... 그렇게 말을 건넸다. 동화 속 요정들처럼 친절한 사람들...

 

배웅와 호위를 받으며 찾아간 숙소 데스크엔 담배를 물고 안대를 한 문신 가득한 주인과 못지 않게 개성적인 종업원들과 커다랗고 느긋해 보이는 개들이 있었지만, 친절과 온기를 경험한 뒤라 전혀 무섭거나 두렵지 않았다.

 

안내해준 방에는 안에서 따로 잠글 수 있는 장치가 없었고 높은 벽 구석엔 양키 고홈이라는 붉은 낙서가 눈에 띄었지만 불편하지 않았다. 지쳐서 잠시 잠들었는데 숙소 직원들이 찾아와 문을 두드렸다. 함께 식당에서 식사하자고.

 

잠에 취한 채로 영문 모를 식사 초대에 응하고 나니, 냉장고 문을 활짝 열고는 급하면 이 음식을 먹거나 식재료를 쓰고 나중에 사다 두면 된다고 했다.

 

관광이라 할 만한 건 아무 것도 안 했고, 매일 부다 지역과 페스트 지역을 다리를 종종 건너 오가며, 끈적끈적한 초콜릿을 마시고, 음악을 듣고, 할머니들이 뜨개를 떠서 파는 두툼하고 무겁고 따뜻한 카디건을 사 입고 좋아라 걸어 다녔다.


Metropolitan Ervin Szabó Library



 

그렇게 3주나 살다가... 자퇴가 아니면 돌아가야 할 날이 왔다. 다리가... 부러진 것처럼 끌리는 기분이었다. 도버 해협을 건너자 여전한 겨울비가 어두운 영국 하늘에서 내리고 있었다. 다른 외국어를 배우기 싫어 영어권 유학만을 선택지로 둔 게으름을 처음으로 후회했다.

 

나는 겨울의 부다페스트밖에 모른다. 다시 간다면 또 겨울일 것이다. 왜 가지 않고 살았는지...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여행이 되고 보니 절통한 심정이다. 바빴다고 설명할 모든 시간이 서글프다. 유시민 저자께서 부다페스트를 어떤 도시보다 더 좋아한다고 해서 조금 울었다.

 

나는 부다페스트를 다른 어떤 도시보다 좋아한다. 그 도시는 스스로를 믿으며 시련을 이겨내고 가고자 하는 곳으로 꿋꿋하게 나아가는 사람 같았다. 1천 년 전 말을 타고 거기 왔던 머저르의 후예들이 지난 150여 년 동안 무엇을 성취했는지 보여주었다. 나는 부다페스트에서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보면서 느끼는 것과 비슷한 감정을 맛보았다. 부다페스트는 슬프면서 명랑한 도시였다. 별로 가진 게 없는데도 대단한 자신감을 내뿜었다. 오늘의 만족보다 내일에 대한 기대가 큰 도시였다. 나는 그런 사람 그런 도시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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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나무자람새 그림책 1
다비드 칼리 지음, 모니카 바렌고 그림, 엄혜숙 옮김 / 나무말미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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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만화, 소설도 쓰는 이탈리아 작가... 글이 안 읽히는 날이구나 싶은 날에도 흥미가 동한다. 얼마 전에 움베르토 에코 책 함께 읽자는 제안을 받았는데, 그새 기억이 까맣게 사라졌다. 이 정도면 기억력 손상이 심한 듯도...

 

토리노 출신 이탈리아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을 보며 또 익숙한 우울한 생각이 스멀스멀 든다. 앞으로는 어떤 꼴로 살다 죽는 건가. 유럽은 불타고 호수에 뛰어 들어 사망하는 사람들도 수십 명이고, 겁보인 나는 이런 상황에서 비행을 할 생각은 불가능하다.

 

젊고 건강할(?) 때도 내부순환하는 공기가 미치도록 싫었고 늘 병이 나서 비타민을 과다 복용하고 과민스럽게 굴었다. 그러니 내 집 말고는 모두가 먼먼 나라가 된 기분... 여전히 갇힌 기분... 메타버스의 세계로 가야하는 건가...

 

역설적이게도 이 작품은 함께 한다는 것의 기쁨과 행복을 펼쳐 보여준다. 평온하고 아름답다. 물론 그 일상을 유지하기 위한 대가를 이젠 알기 싫어도 세세히 다 아는 나이가 되었지만. 단조롭고 평화롭게 살려면 준비와 능력과 노력과 기타 등등...이 강력하게 필요하다.

 

하루 종일 자기 탁탁이를 탁탁 타다닥 두드리기만 하는 작가

옷도 갈아 입지 않고 잠옷 차림으로 커피를 마시며 글을 쓰는 작가

먹는 것 조차 잊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뭘 쓰는 지 알 수 없는 작가

줄곧 글만 쓰는 작가

 

얼마나 럭셔리한 삶인지!

이렇게 살려면....

 

사랑스러운 장면들은 빼고 소개해본다.

심술이다...




 

휴가라서 사치스런 기분 속에서 살고 있다.

같은 행동을 해도 완전히 다르다.

휴가를 끝낼 용기가 매일 사라진다.

 

지겨울 때까지 장기 휴가 상태이고 싶은데...

어떤 묘수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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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드 베이커리 (양장)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소설Y
구병모 지음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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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가 된 아이들과 드디어 청소년문학을 같이 읽을 수 있다는 생각에 혼자 미리 기뻐할 때마다... 기대처럼은 성사되지 않았다청소년은 청소년문학에 관심이 없고 덕분에 나 홀로 독서 시간이 늘어가다 마침내 자발적인 중독자가 되었다.

 

고등학교가 초등학교보다 더 빨리 방학을 하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오늘도 기대가 커지는 즐거운 날이다휴가로 인해 자애로워진 기분으로 데이트를 즐겼다<위저드 베이커리> 함께 읽기를 권하느라 현실 베이커리에서 너무 큰 소비를 했다뭔가 잘못되었다...

 

책을 사줄 수는 있으나 읽게 할 수는 없다오늘도 내가 읽는다지난달에 선물 받은 베이킹용 다크 초콜릿이 자꾸 눈에 걸리고거듭된 권유 실패에 입맛이 쓰고익히 아는 작품의 내용 또한 여전히 다크dark하고 씁쓰레하다.

 

신화에서 건너온 듯 설레게 하는 푸른빛의 표지와 제목은 달콤한 판타지를 기대하게 하지만이 책은 오히려 철학과 문학과 사회과학의 절묘한 반죽에 더 가깝다유치하고 말랑한 것과는 거리가 먼 경애하는 구병모 작가의 격렬하고 황홀한 작품 세계이다.

 

[노 땡큐 사브레 쇼콜라 No thank you Sablé Chocolate]

 

정말 사귀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고백 받았다면이걸 대답으로 주세요한마디로 먹고 떨어질 겁니다.’”

 

범죄와 희생을 줄이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일 것이므로어디서 판매되면 좋겠다고 바라는 나의 최애 메뉴이다마법 주문을 넣을 능력이 없어서 기분은 초라하지만휴가 중에 <위저드 베이커리>를 재독하는 시간이 아니면 언제 할까더 완벽한 베이킹 타이밍은 없다.

 

모든 마법은 자신에게 그 대가가 돌아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동의합니다 ☑️아니요동의하지 않습니다.

 

대답은 이전과 같다. “동의합니다.” 별별 말 같지 않은 이유로이유랄 것도 없이 할 수 있으니 자신보다 약자를 공격하고 해치고 죽이는 일들이 하루도 멈추지 않는 세계에서마법의 대가가 더 클 것이라 믿지 않는다.

 

모든 강렬한 충동은 후각에서 비롯하지 않을까.”

 



어머니의 죽음아버지의 재혼성추행이라는 누명도망... 환상 문학 속엔 피난처가 있지만현실은 어떤가집에 머물라는 판데믹 용 행정명령이 두려울 사람들의 처지가 나는 두려웠다가정이 안전하지 않다면바이러스에 확진되는 것보다 가정폭력에 죽을 확률이 더 높다면.

 

게으름과 부족한 식욕 덕에 먹는 게 그리 즐겁지 않는 나로서도 빵이 지겨워지는’ 상황이 안타깝다먹고 싶어서맛있어서그리움과 행복으로 기억되는 음식이 아니라가족과 집에서 식사를 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호구지책이었으니.

 

낮에는 빵을 먹고 저녁에는 쿠키를 구우며 진절머리 나는 과거와 현재’ 대신 미래가 들어간 마법사의 레시피를 상상해본다제빵사가 건네준 오븐처럼 따뜻했을 집 열쇠의 온기를 생각한다살기 위해 도망가는 이들에게 마법도 없이 나는 무엇을 건네줄 수 있을까.

 

인간이 거주하는 곳곳이 불타고 있고인간이 경험하지 못한 기후대로 기온이 상승하고머리가 뜨거워지면 생각도 말도 어긋나서 서늘함이 늘 필요하지만아무리 작은 형태라도 함께 할 내 연대의 손길은 필히 따뜻했으면 한다.

 

그 대가가 내 상상을 넘어서는 마법이었으면 하고 바란다내 불안과 염려는 모두 틀렸기를 바란다미래가 늘 후회와 동시에 떠오르는 두려운 시절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우리가 나눌 시선도 손길도 말도 행동도 모두 인간답고 따스하기를.

 

베이커리 바깥은문학 바깥의 현실은 어느 계절에도 춥고 어둡고 잔혹하다도저히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서어디로도 피할 수가 없어서 절망과 죽음으로 귀결되는 일도 흔하다그렇기 때문에 작품 속 마법조차 불편할 정도로 현실적일 수밖에 없다.

 

첫 만남 후 시간이 꽤 흘렀지만내게 닿은 구병모 작가의 메시지는 한결같다슬픈 현실이 변하지 않았고 나도 그리 변절하지 않았다내 선택은 동일하다소중한 것을 대가로 고통에서 벗어날 생각은 없다선택지 N은 우리가 서로를 아프게 응원하는 방식이다.

 

지금껏 잘 견뎌 왔다앞으로도 견딜 수 있을 것이다. (...) 누군가 씹다 뱉어 버린 껌 같은 삶이라도 (...) 얼마 남지 않은 단물까지 집요하게 뽑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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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보는 사람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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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와 도로시와 클라라를 죽이던 작가 고바야시 야스미 작가의 하드SF단편선이 출간되었다. 장르만 봐서는 짐작이 어려워서 외출 전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한 편을 얼른 읽어본다.

 

오전에 바다와 수영이야기를 읽기도 했고 표제작이 늘 가장 궁금하니 [바다를 보는 사람]을 골랐다. 바다를 보다란 행위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과학에 묵직한 기반을 두고 있다는 평이고, SF와 미스터리는 작품 세계의 규칙이 강해서, 설정을 이해하며 따라가지 않으면 이해도 재미도 어려울 수 있다. 긴장한 것에 비해 잘 읽혔다.



 

그리움과 슬픔과 안타까움이 주요 정서여서일까. 독특한 세계관이 이상하지 않았다. 영원한 것도 믿음도 사랑도 현실에서는 많이 희석되었다고 느껴서일까... 작가가 사랑을 강조하느라 이어지지 않고 합치될 수 없는 간극을 최대한 공고하게 만든 것처럼 읽혔다. 강조의 역설...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 모두는 같은 연도를 살지만 모두가 다른 시대에 살고 있지 않나.

비동시성은 개인 내부에도 사적 관계에도 사회에도 어디에나 혼재되어 있다.

나는 인간의 불화가 기본 값이고 합의에 이르는 일은 사건이나 기적이라 여긴다.

 

나갈 시간이다.

서로 다른 시간대를 살며,

남녀 주인공들처럼 잠시 스치고 부딪히고 교차하는 것이

어제, 오늘, 내일의 삶의 모습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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