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딛고 사는, 순환하는 ‘모든 땅’

다가올 초대륙 - 지구과학의 패러다임을 바꾼 판구조론 히스토리
로스 미첼 지음, 이현숙 옮김 / 흐름출판 / 2025년 4월

인간의 수명으로 가늠조차 안 되는 규모를 다루는 학문을 하는 이들을 한없이 동경한다. 지난 과거가 다가올 미래와 구분이 되지 않는, 그래서 짧게 경험하는 현재를 안타까울 정도로 애정하게 만드는.

움직이는 사과껍질 위에서 살아가는 미미한 존재로서, 경전처럼 경건하게 마법서처럼 설레며 읽게 될 듯하다.

“대륙들이 충돌하려면 해양이 닫혀야 하고, 초대륙이 붕괴하려면 해양이 열려야 한다.”

모든 과학은 지난한 가설, 추론, 증명, 실험과 같은 무수한 실패의 과정을 거치지만, 시공간의 스케일이 커질수록 호기심은 더 자유롭고 과학적 상상력은 더 다채로울 수 있다. 읽다보니 지구과학은 과학하는 즐거움이 큰 분야라는 생각이 더 커진다.

“아프리카 주위로 대륙들이 90도 ‘직교’ 상태로 놓여 있는 것은 모든 대륙에서 내부적으로 일치하기도 하지만, 2도 맨틀 대류 구조의 예측 결과이기도 하다.”

‘판게아’ 하나만 알고 있던 초보 지식에 판구조론을 연구하는 방법론을 포함해서, 구체적이면서 통시적인 지식을 만났다. 오래(?) 살고 싶은 욕구가 급상승하는 멋진 예측과 가능성들이 나열된 문단들이 가득하다.

“개인적 (물론 편향된) 의견에서 어느 해양이 닫히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 대략적으로 볼 때, 아마시아가 우리의 미래일 가능성이 크다.”

속도를 빠르게 더 빠르게 하기 위해서, 이제는 정보의 분량(길이)조차 최대한 짧아지는 추세다. 그런 숏폼들로 소비되는 시간들은 ‘시간이 걸리는 과학’의 대척점에서 제공되는 정보들일 것이다.

비교적 옛날 사람이고 푹 몰입하는 경험을 새로운 자극 접촉보다 더 즐기는 편이라서 일까, 지구과학의 영역에서 형성된 “ 전 세계에 걸쳐 상호 연결된 하나의 거대한 공동체”와 광대한 규모로 확장된 네트워크를 이 책에서 만나는 차분한 시간이 아주 즐거웠다.

“지구는 우리가 사라져도 괜찮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에게 적합한 지구 없이는 괜찮지 않을 것이다.”

끝나지 않았으면 싶은 흥미로운 내용들로 채워진 내용을 충분히 전달할 수 없는 지면이 아쉽다. 인류의 현재와 미래에 관해, 판구조론과 초대륙으로 접근해서 나눠보는 과학적 담론이 궁금한 이들에게 기쁘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아직 모든 것을 잃지는 않았지만, 우리에게는 정말 시간이 필요하다. 미래를 바라보는 시선이 있어야만 그 일부가 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