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 속의 영원 - 저항하고 꿈꾸고 연결하는 발명품, 책의 모험
이레네 바예호 지음, 이경민 옮김 / 반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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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책을 모으는 일은 세상을 소유하는 또 다른 상징적, 정신적, 평화적 형식이었다. 책 수집가의 열정은 여행자의 열정과 비슷하다. 모든 도서관은 여행이며, 모든 책은 유효기간이 없는 여권이다.”

 

책에 정신을 묻고 지내는 시간을 도피나 대피 대신 여행간다고 해야겠다. 삶의 다른 동력을 얻으러 떠나는 자구책이라고. 현실이 버거워 떠나는 매일의 여행인 것은 달라지지 않겠지만, 변명에도 곧은 진실이 있어 다행이다.

 


🎨 Paintings by David Hettinger (b.1946, American) Oil on canvas

 


글을 배우기 전부터 종류 불문 문자 기록을 읽는 척하며 살았던 삶(양육자 증언)이라서, 세상의 문자 기록 중 가장 멋진 책을 못 읽게 갖가지 시비를 걸고 방해를 하고 겁박도 하는 정권이 웃기고 미치게 싫다.

 

책은 그저 상품이 아니라, 저항과 변화를 위한 말의 예술이라는 르 귄의 말을 지난주에 읽은 터라 더욱, 책은 발명부터, 역사 속에서 저항과 꿈의 실체가 아닌 적이 없었다는 생각이 공고해진다. 읽고 쓰기에 비해 헛된 임기 따위.

 

상징과 은유로서가 아니라, 이 책은 서사적이고 개인적인 여행을 떠나게 해준다. 그것도 책들의 세계로. 아는 역사와 소재는 반갑고, 낯설어서 기쁜 새로운 모든 것은 기쁨이고 즐거움이다. 환상적인 수천 년의 모험이 좌르륵.



 

너무 궁금해서 로마인들이 미워지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꿈속에서라도, 한번이라도 찾아가서, 알바라도 해보고 싶다. 관련 문장을 한 문장씩 천천히 꼭꼭 씹어 아무 것도 남지 않을 때까지 맛보며 읽었다.

 

글쓰기는 우리 종족의 마지막 떨림, 오래된 심장의 가장 최근 박동이다.”

 

모든 존재는 자기 생각을 가장 많이 한다. 그러나 제 생각만 해서는 문명과 사회가 생기거나 생존할 수 없다. 타인을 고려하고 배려하고 이해하고 돕는, 소위 이타적인, 외부로 향하는 생각과 행동은 서로의 생존 가능성을 높인다.

 

생명체가 자신이 처한 환경을 가장 잘 배울 수 있는 방법은 경험 밖에 없다. 타인과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문화와 예술을 경험하며 감동 받고 눈물을 흘리고 즐기는 모든 것이, 함께 살기 위한 경험이다.

 

우리는 낯선 문화에 대해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가 어떻게 비치는지를 숙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타자의 정체성과 대조할 때라야 우리의 정체성이 이해되기 때문이다.”

 

문자예술인 문학은 경험 세계를 확장시키고 경험한 것을 정확하게 배우고 이해하게 돕는다. 그렇게 만들어진 사유가 나를 구성하고 규정한다.언어가 분명치 않으면 진실의 기준이란 있을 수 없다.”(존 르 카레)는 진실이다.



 

더닝 크루거 효과*의 살아있는 증거, 말도 글도 성립되지 않은 언어를 구사하는 무도한 권력집단은 그들을 제외한 누구의 생존에도 지극히 위험하다. 그 결과 숫자로 확인 가능한 세계는 폭망 중이고, 참극은 일상처럼 벌어진다.

 

* 더닝 크루거 효과(Dunning Kruger effect): 비논리적인 추론으로 잘못된 판단을 하는 인지편향. 자신의 지식이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 하위 25%에 해당하는 실험 참가자들이 대체로 자신의 실력을 평균보다 훨씬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타인지(metacognition)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다른 사람의 능력을 알아보지 못하며,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점을 인지하지 못한다.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뭘 보고 읽고 행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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