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타이머 사계절 1318 문고 138
전성현 지음 / 사계절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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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로 발음을 적은 제목 - death timer - 의 의미가 무섭다. 누구나 죽고, 언제 죽을 지도 정확히는 알 수 없는 것이 삶이지만, 통계와 확률에 따라 우리는 기대수명을 염두에 두고 삶을 설계한다. 무엇보다 태어난 생명이 잘 성장하고 노화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감각도 있다.

 

SF의 배경이 결코 오지 않을 미래였을 때도, 있고, 근미래, 초근미래로 접근하다 현재 진행 중인 시절이 되었다. 지금은 현상 파악도 미래 예측도 어렵다. 누구도 전체 모습을 모른다는 의심도 한다. 집중된 권력이 위험하듯, 인간이 에너지를 집약해서 만든 무기들과 시설들이 어떤 변수로 작용할까.

 

인간은 살만큼먹고 살지 않는다. 80억이 넘은 인구는, 10억 명이 기아로 사망함에도 불구하고, 먹는 것만으로 지구생태계를 교란하고 기후시스템을 변화시켰다. 기후위기는 지구행성규모의 문제이다. 국가 중심 체제조차 비효율적인 규모인데, 다른 대안이 없으니 개인들이 애쓰는 수준의 실천만 있다.

 

지구행성규모의 정부나 연합이 없으니, 각 국가들의 정책을 살펴보는 수밖에 없는데, 너나없이 기후위기가 어느 순위인지 살펴보면 한심하고 절망적이다. 인간은 생존보다 우선순위가 많은 유일무이한 생물종이라는 쓸데없고 방해만 되는 어리석은 진화를 이룬 듯 보인다.

 

청소년문학을 읽으며 청소년이 이런 엉망인 세상에 대해 결국은 우리가 감당해야 할 세상이니까.”라고 하니, 미안함과 부끄러움에 얼굴이 달아오른다. 기성세대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나는 모르겠다, 어떻게 되겠지, 미래세대가 해결하겠지, 의 태도와 다르지 않다. 무책임하고 갑갑하다.


 

7편의 소설은, 지금 당장 우리가 감당해야할 세상을 보여준다. 미래를 가정하고 있지만, 현실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감당할 기회를 놓치고 있는 미래. 계속 화가 난 상태로 사는 일은 너무 지치는 일이라서, 문득 잊고 외면하고도 싶다. 그러나 눈을 감아도 대가를 치를 미래는 오고 말 것이다.


 

지금은 그래도 아직 데스타이머가 작동하는 중이다. 그래서 두렵지만 힘을 내어 뭐라도 해보자는 얘기도 할 수 있다. 언젠가, 생각보다 빨리 타이머는 멈출 지도 모를 일이다. 예상하고 상상하고 기대하는 세상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그리고, 그 세상으로 향하는 방향을 잡고 그리로 걸어가야 한다. 한 걸음이라도.

 

인간이 바뀌지 않으면, 사는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현실도 세상도 바뀌지 않는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이미 애쓰는 이들만 더 아파하고 힘들어하고 반성하는 반복도 서글프지만, 그래도 기록으로 남겨둔다. 잊고 싶을 때 기억할 내 다짐을 문서화하는 작업이기도 하니까.

 

시간이 없다. 늦었을지 모르지만, 아직 우리가 살아 있으니, 시간도 기회도 있다고 믿고,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 화내고 욕하고 절망하고 무기력하게 지낼 시간조차 없다. 조바심이지만 그렇게 느낀다. 정확한 상상력과 지식과 의지를 가진 이들을 응원하고 지지한다. 적어도 방해는 하지 않으려 조심할 것이다.

 

누군가 말해 주면 좋을 것 같았다. 아직 늦지 않았다고 말이다.”


 

필요한 모든 행운이 기적처럼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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