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서술자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최성은 옮김 / 민음사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노벨상 수상 이후 처음 출간한 저서가 에세이다. ? 잠시 궁금했고 곧 무용한 질문이란 생각. 여섯 편의 에세이, 여섯 편의 강연록. 읽던 중 몇 번이나 눈이 어둑해진다. 배터리 문제?

 

궁금하던 독서 이력, 예술 취향, 문학 실험들, 기이함을 찬사하는 작가다운 독창적인 상상력... 문학과 글쓰기에 관해서 일관되게 이야기하는 책인데 아주 재미있다.

 

부분 필사는 포기다. 책 전체 필사를 계획하는 게 현명할 듯. 순위를 매길 수 없는 문장들이 가득하지만, 눈물을 머금고 오늘은 다정함에 대한 기록만 남기려 한다.

 

다정함이란 대상을 의인화해서 바라보고, 감정을 공유하고, 끊임없이 나와 닮은 점을 찾아낼 줄 아는 기술입니다.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은 대상에 끊임없이 생명력을 불어넣고, 인간의 경험들, 그들이 겪었던 상황들과 기억들로 대표되는 이 세상의 모든 작은 조각과 파편들에 존재 가치를 부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정함은 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것을 인격화하며 그것에 목소리를 투여하고, 존재하고 표현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선사합니다. 바로 이 다정함이 찻주전자에게 말을 하게끔 만듭니다.

 

다정함이란 가장 겸손한 사상의 유형입니다. 성서나 복음에도 언급되지 않고, 이것을 걸고 맹세하는 사람도 없으며, 인용하는 사람도 딱히 없는 그런 종류의 사랑입니다. 특별한 로고나 상징물도 없고, 범죄나 질투를 유발하지도 않습니다.

 

다정함은 우리가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를 면밀하고 주의깊게 바라볼 때 구현됩니다.

 

다정함은 자발적이면서 사심이 없습니다. 연민에 기반한 동질감을 초월하는 감정으로서 다소 멜랑콜리한 듯하지만 의식적으로 운명을 공유합니다.

 

다정함이란 다른 존재, 그들의 연약함과 고유한 특성, 그리고 고통이나 시간의 흐름에 대한 그 존재들의 나약한 본질에 대해 정서적으로 깊은 관심을 표명하는 것입니다.

 

다정함은 우리를 서로 연결해주는 유대의 끈을 인식하고 상대와의 유사성 및 동질성을 깨닫게 해줍니다. 이 세상이 살아 움직이고 있고, 서로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더불어 협력하고 상호 의존하고 있음을 인식하게 합니다.”

.

.

탐욕, 자연을 존중할 줄 모르는 오만, 이기주의, 상상력 결핍, 끝없는 분쟁, 책임 의식의 부재가 세상을 분열시켰고, 함부로 남용했고, 파괴될 수 있는 상태로 전락시켜 버렸습니다.”

.

.

2018 노벨상 수상 연설 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VvZAXL28K2E

<Nobel Lecture : Olga Tokarczuk Nobel Prize in Literature 2018>



 

폴란드어를 알아듣지 못하고 영어 자막도 제공되지 않지만, 표정도 육성도 존재도 다정하여 아름다운 음악처럼 들으며 읽었다.

.

.

원제 : Czuły narrator* (폴란드어)

 

* czuły

1. [형용사] (tkliwy) 부드러운, 애정 어린, 사랑스러운

2. [형용사] (wrazliwy) 민감한; 섬세함, (o słuchu) 날카로운; 뾰족한; (o instrumencie) 좋은

 

** narrator

[남성형 명사] m IVb 서술자, 화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