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어쩌면 재미있을지도 모르는
니노미야 아쓰토 지음, 박제이 옮김 / 문학수첩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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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는 달리 나는 수학을 좋아하지만 어렵다고 느낀다그 기분은 읽어낼 수 없는 그림이나 시를 만났을 때와 비슷하다물리학과 동기들 중 2명은 수학과로 전공을 바꾸었다무슨 공부를 하는지 궁금했지만 대학원 시절 그들의 대답 중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은 없었다무척 즐거워 보였던 얼굴만 기억만 남았다.

 

음악의 선율부터 혹성의 운행까지 자연계의 모든 법칙을 수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 그 수를 분해하다 보면 반드시 소수에 도달해요사물을 분해하다 보면 반드시 원자에 당도하는 원리와 같은 거죠.”

 

소수를 무척 좋아해서 비번을 모두 소수로 설정한 적도 있었다존재한다고 하니 존재하는 것이겠지만빅뱅의 순간을 상상만 해야 하는 것처럼무한하다는 수의 세계도 우주만큼 아득하다.

 

문제는 없어지지 않아요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으니까요다만 지금의 인간이 풀 수 있는 문제가 없어질 위험은 있지요.”

 

물리학은 물증을 해야 한다는 필수조건이 있는 학문이다수학의 세계는 지능이 창조한 무한 우주와 같다우리는 사물을 그 자체로 인지하는 것이 아니라 지각한 정보만을 뇌에서 선별 판단하는 방식으로 외부 세계의 모든 것을 안다고’ 믿는다정말로 지능은 현실보다 더 규모가 크다(Intelligence is larger than reality).

 

수학이 인간적이라는 표현은 정확한 말이다인간을 제외하고 수학을 연구하는 존재는 없으니까인간만의 언어이고 문제이고 놀이고 세계이다물론 이 책의 내용은 다른 인간의 흔적을 보며 인간적인 노고를 떠올린다는 따뜻하고 감성적인 내용이다.


 

수학을 그림이나 시문학과 연결지어 생각하는 게 꽤 타당하다는 건 이 책을 읽으면서도 얼마간의 확인을 할 수 있었다수학이란 문제를 만드는 일’ 즉 창조하는 일이다세상에 없던 것을 자신이 창작자가 되어 새로 만드는 일이다물론 늘 주어지는 문제만을 풀며 고통 받은 우리가 이 기쁨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만.

 

미술 작품은 어떤 의미에서 옛날 사람들의 수학적 가설이 아닐까 생각해요그 시대에는 표현할 수 없었던 수학을 그러한 형태로 남긴 것이 아닐까 하고요. (...) 냉정하게 논리적으로 생각해 나가는 것이 수학이랄까?”

 

정확하게 어떤 수학 원리가 활용되었는지를 알 필요는 없지만(알 수 없을 지도), 일상생활과 수많은 상품들에는 수학 모델링이 가득하다그렇게 생각하면 수학을 몰라도 사는 데 상관이 없다는 말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그런 우리와 달리 수학자가 살고 있는 수학의 세계는 어떨까.

 

개중에는 추상적인 세계에만 존재하는 사람도 있어요이런 사람은 사과를 다섯 개 사는 그런 세계에 살지 않아요애초에 사과가 없는 세계가 주를 이루고 있죠. (...)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을 때 어떻게 수학을 만들 것인가하는 발상에서 생각을 시작하는 거죠그런 사람들이 있어요.”

 

나사의 허블망원경이 찍어서 보내준 우주의 모습들을 보다보면나는 간혹 내가 보는 사진의 대상이 실체인지 아닌지 온통 모르게 된다세상의 모든 것은 데이터이고 그렇다면 내가 경험하지 않은 우주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 무섭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수학자 중에는 우주가 존재하지 않아도 수학은 존재하리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다고 하는데어쩐지 이해할 수 있는 기분이다.


 

수학은 언젠가 즐거운 취미로 삼는 일이 가능할까일생이 심심하지 않을뿐더러삼생 정도도 괜찮을 것 같다는 말은 무척 부럽다.

 

음악의 본질은 악보에 없다.

언어의 본질은 관사나 문법에 없다.

수학의 본질은...

 

언어도 음악도물론 수학조차도 수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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