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 - 욥기 43장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
이기호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8월
평점 :
제목에 이미 방화라고 나와 있지만, 시작은 교회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이다, 이다. 특이한 점은 경찰서에서 진술하는 참고인들이다. 생존자, 주변인들... 그리고 하나님( ! 개신교 명칭이 하느님이 아니라 하나님이었는지 몰랐다)이 등장한다. 아버지들이 많아서 다 읽을 수 있을까 싶었던 작품이다. 아버지들 얘기에 별 관심이 없어서.
“유사 이래로 이 아버지라는 분들은 자식 키우는 데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이분들에게 관심은 오직 자기 자신들뿐이죠. 자기 눈에 보이는 것들만 진실이고, 자신에게 의미 있는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입니다.”
가족을 모두 잃는,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최강의 비극을 경험한 인간이 종교에 의지하여 삶을 이어갈 힘과 이유를 찾고 신실한 종교인으로 살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하나님의 진술에서 볼 수 있는 사실은 인간의 해석과 아주 다르다. 이렇게 다루는 내용이 처음이라 상당히 흥미로웠다.
“나는 답변하는 이가 아니니라. 나는 질문하는 이니라. 태초부터 그랬고, 3천 년 동안 그랬고, 앞으로도 계속 그러할진대 왜 새삼스럽게 그러느냐. 제발 말 좀 끊지 말고 계속 듣기나 하라.”
그러니까 하나님은 누가 삶의 비극으로 인해 목숨을 끊으려고 해도 그 앞에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슬픔도 삶에의 의지도 인간에게 일어나는 일이고, 생을 이어가거나 말거나의 여부는 당사자에게 달려 있다는 것.
구약의 욥기가 42장에서 끝난다는 것도 이 작품 덕분에 알았고, 그래서 욥기 43장이라는 이 작품의 입장이 궁금하기도 했다. 종교적 스탠스를 일러 준다고 해도 내가 다 알아들을 것인가는 별개의 문제이지만.
그러니까, 저자는 도움을 주지도 대가를 요구하지도 않는 신에게 인간이 자식들을 바치고 갖가지 불행을 더욱 견고한 신앙으로 간증하며 한결같은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별로였나 보다. 추리소설 형식을 빌려 전개한 이야기 속에서는 범인을 찾는 일보다, 진실과 진심에 대한 규명이 더 중요한 듯 느껴진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 가장 강력한 욕구는 무엇일까, 생존일까, 믿음일까 아니면 자신도 모를 내면의 실상에 휘둘리고 마는 것일까. 화재를 통해 치장이 타버리고 남은 골조, 뼈대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실상 그대로일까, 또 다른 해석이 필요한 걸까.
인간적인 신 덕분에 잠시 웃게 되고 인간의 어떤 면면들로 인해 마음이 무거워지는 묘하게 유쾌한 느낌이 남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