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이 우리를 구한다 - 병 주고 약 주는 생태계의 숨은 주인, 미생물의 모든 것
필립 K. 피터슨 지음, 홍경탁 옮김, 김성건 감수 / 문학수첩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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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초반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밝힌 사실들에 최고 최강의 충격을 받았다.

 

인간의 몸 중 10%만이 인간 세포이고 90%는 세균이라는 것

그 10%도 세균이 들어있어 완전하고’ ‘순수한’ 인간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는 것

인간 염색체 DNA 대부분은 감염에 의해 염색체에 삽입된 것

그나마... 인간 DNA의 8%는 바이러스 게놈이고 그 외 40~50%가 바이러스 유전자 조각이라는 것이다.

 

너무 놀라서 여전히 기억이 나지만 이후 연구 결과나 수치 변화는 모른다어쨌든 나는 새로운 존재론적 고민에 빠졌다인간이란 무엇인가나는 무엇인가나는 (내가 생각하는나인가.

 

세균과 감염은 하찮은 것도 부정적인 것도 아닌 인간의 생존 방식이자 존재이유였다인간은 감염이 되어야 인간이 된다위의 수치를 다시 보고 인간에게서 세균을 빼면 무엇이 남을 것인가 상상해보자.

 

무능력한 바이러스는 숙주를 죽이지만영리한 바이러스는 숙주와 함께 산다.” 제임스 러브록James Ephraim Lovelock

 

물론 인간을 살리는 감염과 죽이는 감염이 있다감염병과의 영원한 대결은 매번 인간의 승리로 마감되는 듯하나 백신이 이 아닌 것을 기억하면그 기능은 질환을 가볍게 하고 사망률을 낮추는 예방책인 것이다.

 

의학적인 치료와는 달리 백신은 치명적이고 몸을 쇠약하게 하는 질병으로부터 평생을 보호해 준다.” 세스 버클리 세계백신면역연합 대표이사

 

당연히 무지한 백신 무용론에 찬성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부작용은 피할 수 없는 것이고 항체가 생기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백신의 효능과 현대과학은 분명 역사 속에서 감염병을 극복하는 해법으로 작동해왔다부작용은 개인을 구성하는 세균의 반응이 다르기 때문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미생물을 수송하는 정교한 시스템으로 진화했다는 내용이었다. (...) 실제로 인간의 몸은 99퍼센트가 미생물이다그리고 인간의 지문이나 유전자처럼 모든 개인의 마이크로바이옴은 고유하다.”

 

10년 만에 비슷하고도 다른 책을 만나다시 인간과 세군과 감염의 생명 작동 원리를 떠올리며 읽어 보았다실제로 세균의 집합이지만 인간인 우리가 세균과 감염과 싸우는 이율배반처럼 들리는 이유와 역사와 그 과학적 성과를 살펴보며지식을 보충하고여러 생각을 해보는 귀한 기회였다.

 

시장에 나와 있는 수백수천 가지의 프로바이오틱스 중 어떤 건강 문제에 대하여 치료용이든 예방용이든 미국 식품의약국의 승인을 받은 것은 없다.”

 

판데믹 시절에는 이런 책들이 좀 더 확실한 교양서 혹은 필독서로 자리매김하면 참 좋겠단 생각이 든다불필요하게 소모적인 논쟁도 줄이고물론 괴랄한 주장만 떠드는 이들이 책을 읽을 것 같지는 않다.

 

이 책은 인간을 중심에 두고 미생물의 쓸모와 가치를 가늠하며 인간의 건강과 이익을 다루는 내용이 아니다미생물의 세계를 주제로 전 지구적 삶을 톺아보는 놀라운 내용들이 쉽고도 흥미진진하게 펼쳐 있다. 40년 넘게 감염의학 분야의 전문의로 일한 저자의 평생의 경험과 연구이다인간의 눈으로 볼 수 없는 세계를 보여 주는생명의 순환 자체를 이해시켜 주는!

 

바이러스란 말만 들어도 지치고 화가 나는 인간의 마음을 잠시 고르고 시선을 들어 생명과 세계를 이해하고 배워볼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기회이다인간이 적으로 규정한 이름들이 익숙하지만실제로는 무해하고 무관한 미생물들이 더 많다.

 

또한 지배종인 인간보다 미생물의 총 생물량도 더 크다지구상에서 가장 중대한’ 존재는 인간이 육안으로 볼 수 없는 미생물인 것이다.

 

박테리오파지를 연구하는 생물학자들의 계산에 따르면 지구상에는 박테리아보다 더 많은 바이러스가 존재하며대다수가 박테리오파지다바이러스는 단연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생명체이다.”

 

미생물들은 인간이 저지른 해악을 대신 해결해주기도 한다플라스틱을 분해하고 기름 유출 가스 섭취하며 기후 위기의 희망으로 기대되기도 한다기본 지식도 중요하고 경고도 확실하다.

 

아직 인간이 파악하지 못한 미생물의 수는 얼마나 많을까어떤 놀라운 일이 생길지... 자멸과 자살 경향을 보이며 사는 어리석은 생명체인 인간은 어쩌면 미생물의 도움으로 살아남을 지도 모르겠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미생물은 살아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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