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를 다시 만나다
서수영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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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한 조종사에게 나타난 금발머리의 아이그 아이와 조종사가 같이 한 사막에서의 팔 일의 기억들... 숫자 칠을 넘어 하나의 숫자가 부여하는 하루의 의미들... 팔 일이라는 그 시간들... 어린 왕자에 대한 기록들에 대한 부호들을 저만의 방식으로 해독해 봅니다.”

 

이 책은 어린 왕자에 대해 뭐가 더 궁금해서가 아니라 저자가 궁금해서 읽고 싶었던 책이다프랑스 문학을 전공하고 프랑스에 살면서 원본으로 <어린 왕자>를 읽은 저자의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얼마나 읽으셨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모든 횟수들이 차곡차곡 스크래치처럼 남아 다시 그 흔적들이 문장이 되지 않았나 싶다.


저자의 해설에서 조종사는 생텍쥐페리의 페르소나이자 어린 왕자를 내면아이로 가진 캐릭터이다그러면 다시 어린 왕자는 생텍쥐페리의 내면아이와 다름 아닌 것인가.

 

이 글에서 내면아이는 심리학이나 상담학에서 말하는 성인 아이와는 다른 개념입니다어린 왕자에서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잃어버린 유년의 다시 나타남잃어버린 꿈을 다시 생각나게 하는 원동력사랑 그리고 뒷부분에서 다룰 원형의 이미지입니다.”

 

저자가 왜 내면아이라는 용어를 썼을까 궁금했는데여전히 헷갈릴 여지는 있지만 통상적인 느낌과는 다른 의미로 차용했다는 것은 이해하게 되었다, 심리학인 상담학에서의 내면아이는 나이는 성인인데 말과 행동은 아직 어린 아이에 불과할 때한 개인의 인생에서 어린 시절부터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는 존재.
이 책에서의 내면아이는 주인공의 유년 시절순수함인간 고유의 본질.
 


내면아이가 깨어나면서 홀로 추락한 사막에서 삶의 진리를 깨닫는 조종사그 장면에도 감동은 있지만 내게는 잃어버리는 것들이 더 커 보인다이 책은 뜻밖에 군데군데 내가 기억하는 어린 왕자와 저자가 들려주는 어린 왕자 같의 반발심과 마지막까지 싸우면서 끝까지 읽어서 결말을 봐야 했던 책이었다어쨌든 원작을 읽은 저자 편에 서보련다.

 

동시와 아동/청소년 도서들을 좋아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렇다나는 더 이상 어린아이의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따라서 어린아이의 사고를 모르고언어를 이해하지 못하고 산다맞는 말이다그런 측면에서 저자가 집요하게 일깨워 주려는 삶의 본질과 의미들에 대해서는 자신을 독려해서라도 가까이 가보는 일이 나쁘지 않다.

 

원래 익숙한 것편한 것더 멋져 보이는 쪽을 포기하는 일에서 언제나 무언가를 배운다그래서 뭘 배웠냐고 구체적으로 밝히라고는 하지 말아 주십시오.

 

저자가 어른이라고 칭하는 이들은 꽃향기를 맡지 않는 사람별을 바라보지 않는 사람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계산 밖에 하지 않으면서 자신은 중요한 사람이라고 외치는 사람칭찬받기를 원하고남보다 더 아름다운 옷을 입기를 원하고돈을 쫓고숨 쉬는 순간마다 상대방보다 앞서기를 원한다어린 왕자가 다른 행성에서 만난 이들이다.

 

그러니 우리가 회복해야할 것은관계 우선사람 우선생명 우선인 세상이다저자는 책의 곳곳에서 철학자들의 시선을 소환하여 사상을 더불어 들려준다.

 

우리 추억 속을 잘 찾아보노라면 우리의 공간이 그저 하나의 길인 아득한 먼 고장을 발견하게 되리라

가스통 바슐라르



Le Petit Prince : comment l'Américain Mark Osborne a adapté un monument de la littérature française

이 장면에 관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라 따로 올린 것.

 


“Tu parles comme les grandes personnes!” 어른처럼 말하는군요!

 

사실 나는 이미 어리지 않은 나이에’ 어린 왕자를 처음 읽었다.

그러니 한 번도 어린이로서 어린 왕자와 같은 눈높이로 만나본 적이 없다.

 

원작을 읽는 것과는 달리이 책은 무수한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저자 역시 자신의 생각만이 아니라 생각 좀 한다는 철학자들까지 소환했으니 더욱더 사고의 변주가 다양해졌다


그러니 읽었다 해도 얼마 못 읽은 셈이다뭐 그런 책들이 더 많기는 하지만……이 책 역시 다음에는 어떤 문장들이 더 잘 읽힐까무엇을 이해하게 될까기대되는 그런 책들 중 하나이다내겐 최초의 어린 왕자에 대한 에세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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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열림원 출간 [어린 왕자]를 다시 읽으며 을 그려보(려 노력했)았다.

양 그리는 게 뭐 그리 어려울까했다가 난 양 못 그리는 사람이란 걸 깨달았다.

몸은 양인데 얼굴이 양이 아니야이것도 저것도…….

양 얼굴이란 무엇인가…… 화두를 잡고 득도의 길로 나설 뻔 했다.

어째서 마지막에 상자를 그렸는지 몇 십 년 만에 제대로 이해가 되었다.

양이란 상상 속에서 가장 완벽한 형태로 존재하는 동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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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1-01-13 22: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진 양 입니다!ㅎ 좋은 리뷰 잘 봤어요! 즐건 밤 되십시요!

poiesis 2021-01-15 14:44   좋아요 0 | URL
얼굴 없는 양...ㅎㅎㅎ 늘 감사합니다. 무탈순탄한 오늘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