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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별 토끼 찬찬이 ㅣ 너른세상 그림책
에몬 유코 글, 야마나카 쇼시로 그림, 이영미 옮김 / 파란자전거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넌 토끼 그림을 그리렴, 난 토끼 이야기를 쓸테니.'
띠지에 쓰여진 글을 읽으면서 처음엔 무슨 이야기일까? 했다. 암투병 중이던 작가가 어린이병동에 입원해 있던 한 소녀하고의 약속으로 탄생한 이 책은, 작가가 지금은 생을 마감했지만, 오른팔이 부자유스러운 화가와 함께 '생명의 아름다움과 희망의 메시지'라는 내용을 담아 펴냈다해서~ 마음을 끌어 당긴 책이다.
우리아이는 열광적 반응(눈을 떼지 못하고, 깔깔대기도 하고, 시무룩해지기도 하고, 환하게 웃기도 하며~ 단숨에 끝까지 읽어내리는....)을 보인 책이다. 특히, 토끼들이 사자에게 당당히 맞선 장면을 가장 좋아했는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지혜롭게 그리고 용기있게 서로 합심하여 무서운 사자를 쫓아내는 토끼들이 무척이나 대단해 보였나보다.
읽고나서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그 부분을 신나게 이야기하면서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니 말이다.
귀여운 토끼 다섯마리가 등장하여 든든한 형제우애를 보여주는 이 책은, 내게는 좀 더 애틋한 감정으로 다가온 책이다.
태어난지 2개월이 채 안된 아이를 데리고 종합병원 심장과에 정밀검사를 받으러 가야 했는데, 그 날 이후로 어느 병원을 가던지 처음 가게 된 병원에서는 늘~ 아이의 심장상태를 미리 의사선생님에게 얘기해줘야만 하는지라~,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나도 모르게 코가 찡해지고 눈물이 핑~ 돌았던 것은 아마도 심장이 약한 찬찬이와 우리아이가 겹쳐졌기 때문일게다.

... 찬찬이 형제들이 엄마 토끼의 배 속으로 내려왔답니다. (생명의 시작을 묘사하는 글과 그림이 신선하다)
'천천히'라는 뜻의 찬찬이
늘 방긋이 웃는 방글이
의젓하고 대범한 듬직이
늘 여유 있고 한가로운 넉넉이
뭐든 열심히 하는 씩씩이
토끼 형제 다섯이 엄마 토끼 배 속에서 자리를 잡고 쑥쑥 자라는 모습이 참 귀엽게 묘사되어 있다. 저마다 태어나기도 전에, 이름을 다 가지고 있는 것도 그렇고, 그 이름에 맞춰서 생김새 또한 그렇게 자라가는 토끼 형제들이 엄마 배 속에서 나누는 대화 또한 흥미롭다.

... 찬찬이는 세상에 태어난 것이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건강한 형제 토끼들이 모두 태어나고, 심장이 약하고 뒷발을 쓰지 못하는 찬찬이가 가까스로 엄마의 배 속에서 밖으로 나오게 된다. 다른 형제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약한 신체 조건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찬찬이는 세상에 태어난 것만으로도 무척 기뻐하는데, 뒷다리를 쓰지 못해 집에만 있어야 하는 찬찬이를 두고~ 다른 형제들은 자신들만 숲을 뛰어다니며 논다는 사실에 늘~ 마음 아파하는 모습을 보며 진심어린 형제 사랑과 배려가 무엇인지 깨닫게 해준다.

...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기뻤던 찬찬이이지만, 몸을 움직이는 걸 배우고 자연 속에서 뛰노는 걸 알고 난 지금은 살아가는 게 훨씬 더 즐거워졌습니다. (함께 자라는 형제들끼리 어떤 마음으로 서로를 위해야 하는지 깨닫게 해주는 그림)
노란 나비, 분홍빛 꽃잎, 헷볕에 흔들리는 새싹, 파란 하늘, 몽실몽실한 하얀 구름..... 찬찬이의 형제들은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을 찬찬이하고도 똑같이 나누고 싶어, 형제들끼리 돌아가면서 찬찬이의 뒷다리가 되어 주기로 마음먹는다.
조금씩 앞다리의 힘을 기르고 걷기 연습을 하며 밖으로 나오게 된 찬찬이...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기쁨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찬찬이에게, 형제들의 도움으로인해 자연을 만끽할 수 있게 되었으니 그 행복감은 얼마나 클까?
똑같은 상황이 주어지더라도 누구는 괴로워하고, 누구는 그 상황 속에서 작은 기쁨을 발견하기도 한다. 똑같은 상황이 아닌 경우~ 남들 보다 못한 상황이 내게 주어졌다면 대부분 절망하기 쉬운 법인데, 희망을 잃지 않고 기쁨을 간직하는 찬찬이를 보면서... 작지만 듬직하고 신체는 나약하지만 정신은 풍요하고 단단함을 느낀다.

... 우리는 오로지 최선을 다해 살아남는 것만 생각한다. 살기 위해 하늘 높이 뛰어오른다. 그걸로 충분하다. (그걸로 충분하다...그걸로 충분하다....... 읽다가 눈물이 핑~ 돌았던 부분이다.)
절망하지않고~ 살고자 희망을 가지고 노력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숲 속에서 토끼 형제들을 노리는 사자를 만났을 때, 다섯이 모두 살아남기 위한 방법으로, 꼬리에 꼬리를 이어가며 하얀 뱀처럼 보이고자 했던 찬찬이...
찬찬이의 지혜와 용기... 토끼 형제들이 하나로 합심하여, 사자(죽음)를 물리치는 이 이야기는, 이 책의 가장 절정이라 해야겠다. 사자와 맞닥뜨렸을때 두려워하여 뿔뿔이 도망쳤더라면 아마 그 중에 한 마리는 사자의 밥이 되고 말았을것이다. 도망치지 않았다 하더라도 꼼짝 못하고 가만히 있기만 했다면? 마찬가지로 누군가는 죽음을 맞아야 했을텐데~ 그 위기 상황에서, 용기를 가지고 당당히 맞서~ 다섯 모두의 목숨을 구한 찬찬이의 그 믿음은 어디서 나온 걸까?
내게 주어진 상황을 인정하고 그 상황에서 희망을 찾는 일.... 찬찬이가 빛나 보이는 건 바로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런지...

생명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모두를 잘 보살피며 한 발 한 발 천천히 살아갈게요!
생명의 아름다움을 전하며~ 어떤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말라고 온 몸으로 얘기하는 찬찬이를 통해~ 삶의 소중함과 강인함을...... 찬찬이 형제들의 따뜻한 우애를 통해~ 누구에겐가는 절실히 필요한 '다리'가 되어주고자 하는 예쁜 마음도 함께 배웠음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