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핑크 후회의 재발견 - 더 나은 나를 만드는, 가장 불쾌한 감정의 힘에 대하여
다니엘 핑크 지음, 김명철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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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핑크가 한국 독자들에게 쓴 서문에는 이런 글이 있다. "사람들이 가장 후회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서 사람들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후회'를 주제로 탐구한 결과에서 도출한 것이 '삶의 가치'였다는 것이다.

핑크는 후회라는 감정을 세 파트로 나눠서 다뤘다. 첫 번째는 후회에 대한 전반적인 사람들의 생각, 예화, 후회를 통해 더 나아질 수 있는 이유 등을 이야기한다. 누구나 후회한다. 후회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후회의 강도가 다르고 후회를 처리하는 과정이 다를 뿐이다. 후회가 생길 때 이것을 잘 다루지 못할 경우에 우울증으로 빠질 수 있는 무거운 감정이 후회다. 그래서 후회는 잘 처리해야 한다. 핑크는 그것을 후회의 '최적화'라고 표현한다. "모든 결정이 지금의 나를 있게 했고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29쪽)

후회, 과거에 잘못된 선택을 했거나 잘못된 결정을 내렸거나 그토록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현재가 더 나을 것이고 미래도 더 밝을 거라고 생각하는 구역감을 느끼게 하는 감정

1장 '후회하지 않는다'는 말은 인생을 망치는 허튼소리 / 28쪽

핑크는 이 책의 목적을 "후회를 필수불가결한 감정으로 정의하고, 후회의 많은 장점을 활용하여 더 나은 결정을 내리고, 직장과 학교에서 더 나은 성과를 내며, 삶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방법을 보여주는 데 있다."(35쪽)라고 쓰고 있다. 예화를 많이 들어서 설명하고 있기에 그의 주장이 잘 수용되었던 것 같다. '세계 후회 설문조사'에 제출된 후회 내용을 바탕으로 설명하고 있어서 여러 나라의 다양한 분야에 있는 사람들의 후회를 살펴볼 수 있었다.

두 번째는 후회를 범주화했다. 후회의 표층을 설명하면서 촘스키의 <통사적 구조>를 근거로 제시해서 흥미로웠다. 모든 언어는 보편적 규칙 틀인 '심층 구조'에서 생성되고 개별적으로 언어가 다른 것은 '표증 구조'에서만 다르다는 촘스키의 주장을 '후회'에 적용하여 '후회도 표층구조와 심층구조를 모두 갖고 있다는 것이다. 후회의 심층구조에는 '기반성 후회', '대담성 후회', '도덕성 후회', '관계성 후회'가 있으며 각각의 후회 구조에 관하여 실험과 예화를 제시하면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후회의 심층구조를 표현하는 방식과 인간의 욕구로 나누어 도식화한 표도 내용 중에 삽입되어 있다. 한눈에 그 구조를 살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세 번째는 이러한 후회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가를 이야기한다. "적어도~~"라고 말하여 위안을 삼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후회했던 행동을 고치는 것에 초점이 있는 것이 아니고 그 행동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는 데 초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참으로 많은 예화들이 등장하는데 여기에서는 핑크 자신의 예화로 설명한다. 물론 매번 '적어도'를 실행하면 좋지 않으니 현명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자기노출·자기연민·자기거리두기를 통해서도 후회를 장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세 가지 중에서 '자기거리두기'는 그 선택과 행동에 대한 후회를 분석하고 전략을 짜는 방식으로 객관적 관찰을 요구하는 방법이다. 꽤 솔깃했다. '후회하지 않을 일곱 가지 다른 기술'에서도 매우 유용한 팁을 얻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후회 최적화 프레임워크이다. 과학적인 후회 예측과 후회의 새로운 심층 구조를 결합하면 마음의 모형을 개선할 수 있다고 한다. 이에 따른 네 가지 원칙도 제시하고 있다.

책의 마무리에서 다니엘 핑크는 현재 자기가 후회하고 있는 것을 나열한다. 후회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므로 후회했던 부분을 얘기하는 것이 문제 되지 않는다. 그렇게 후회를 나열한 후에 이 감정에 대한 과학과 경험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에게서 발견한 것을 자기에게서도 발견했다고 쓰고 있다. 마지막 세 문장은 다니엘 핑크가 '후회'라는 감정에 대한 결론이라고 할 수 있다.

후회는 나를 인간으로 만든다. 후회는 나를 더 낫게 만든다. 후회는 내게 희망을 준다.

<후회의 재발견> '나오며' 마침글, 280쪽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머릿속에 들락거렸던 생각들이 있다. 내 삶에서 후회했던 것들, 지금도 후회스러운 것들, 후회할까봐 시도하지 않고 있는 것들이 그것이다. 선택에 따른 결과를 곱씹어 보기도 했다. 특히 셰릴 존슨과 젠의 이야기는 마음을 끝까지 붙잡았다. 본문을 읽는 내내 그들의 우정이 어찌되었는지 궁금할 정도로 관심이 갔는데 이 책을 마무리하면서 핑크가 다루어 주어서 좋았다. 셰릴과 젠의 관계처럼 그와 비슷한 우정이 내게도 있다. 이 책에서는 그러한 관계를 '표류'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참 적절한 단어 선택이다. 표류하고 있는 나의 우정을 그대로 둬야할 지 아니면 용기내어 연락을 시도해볼 지 여전히 선택하지 못했지만, 가장 소중한 가치를 점검하고 삶의 변화를 제시하고 있는 유용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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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간직하고픈 필사 시
백석 외 지음 / 북카라반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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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박인환, 김영랑, 김소월, 정지용, 한용운 그리고 윤동주! 이름 하나, 하나씩 입안에서 굴리며 속삭여보면 그 이름마저 시처럼 감미롭게 느껴지는 시인들이다. 이러한 감상을 느끼게 하는 데에는 한국 현대시사에 그들이 남긴 굵직한 발자국들 때문일 것이다. 7명의 여기 적힌 시인들이 남긴 아름다운 시들은 그들의 특별한 이야기와 함께 8, 90여 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아마도 이러한 전폭적인 사랑은 "평생 간직하고픈 필사 시"가 되어 많은 사람의 노트에 쓰였거나, 쓰일 것이고, 낭송되기도 할 것이다.

현재 이들 시인은 대부분 학교 교과서에서 다루고 있는데, 초중고교 학생들에게 '시'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대표 시인들이다. 이들의 작품은 세월이 흐른다고 해도 교과서에 실릴 확률이 높은 시가 아닐까 생각한다. 100년이 지나도 다양한 해석과 감상을 내놓을 수 있는 작품을 고전 반열에 올리듯이 우리 현대시사에서의 그러한 시인과 작품을 찾는다면, 이들의 작품이 그 classic 범주에 담길 듯하다.

 


 

 

눈이 내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시가 있다.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이다. '눈'으로 대표되는 흰색의 이미지가 매우 강한 시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마지막 시행을 무척 좋아하는데, 당나귀에게 이러한 울음소리를 붙여 준 시인은 백석뿐이리라. 이 시를 알게 된 이후로 당나귀의 울음소리는 '응앙응앙'이 돼버렸다.

나에게 '버지니아 울프'를 처음 알게 해준 시인은 박인환이다. 감수성이 넘쳐서 굴러가는 낙엽만 보고도 웃음이 만발하던 시절의 나는, 박인환의 이 시를 참 많이 필사했다. 가을이 되면 이 시를 노트에 써놓고는 친구와 함께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이미지를 놓고 얘기하곤 했다. 그 앞 시행에 쓰인 '버지니아 울프'는 자연스레 그 숙녀의 이미지가 되었다. 버지니아 울프의 매우 현실적인 선언, '자기만의 방과 연간 500파운드의 돈과 스스로 생각한 것을 정확히 표현할 용기와 자유 습성은 가치 있다'는, 그 선언을 알게 된 것도 서른두 행으로 쓰인 <목마와 숙녀> 때문이었다.

김영랑의 시 중에서 노래로 부르고 싶어지는 시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은 지금도 여전히 직유법과 의인법의 대표 예시로 사용되는 시가 아닐까 생각한다. 역설적 표현의 예시로 자주 사용되는 시구 "찬란한 슬픔의 봄"을 만날 수 있는 <모란이 피기까지는> 도 참 많이 필사되는 시일 것이다.

우리 현대시사에 시작점을 찍은 시인 김소월은 말해 무엇하랴! 그의 시는 노랫가락이 붙어 불리는 시도 많고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애송되는 시도 많다. 이 책에는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 먼 훗날 그때에 잊었노라."는 가슴 시린 반어적 표현으로 인상을 남긴 <먼 후일>도 포함되어 있다.

정지용의 시 중에서 사랑하는 아이를 잃고 그 슬픔을 시로 승화시켜 표현한 <유리창 1>은 다시 읽어도 마음 한 켠이 찢기듯 아릿하다.

박인환의 시만큼이나 학창 시절 자주 필사했던 시가 한용운의 시다. 애틋한 마음을 담은 사랑 시들이 많아서였는데, 당시 국어 선생님이 한용운의 시에 나오는 '님'이 대부분 '조국'을 뜻하기도 한다고 알려주셨겠지만, 그것이 소녀의 애잔한 사랑 감성에 걸림이 되지는 않았다.

아~~, 마지막에 실린 시들은 윤동주의 시다! 대한민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시인이 윤동주다. '부끄러움의 시인'이라고 불릴 만큼 그의 많은 시는 자기성찰적 태도를 보이는데 그러한 시적 분위기가 주는 여운이 늘 사랑받게 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이 책에 실린 시인들의 수록된 시 분량을 보면 윤동주 시가 가장 많이 수록되어 있는데, 일본 유학 생활 중에 윤동주가 쓴 그의 마지막 작품 <쉽게 씌어진 시>도 만날 수 있다.

 

 


 

 

이 책은 '필사'라고 제시된 제목에 맞추어 책에 직접 시를 필사할 수 있도록 여백을 두고 있다. 시가 쓰인 쪽 맞은편 페이지는 그 시를 음미하면서 써 내려갈 수 있도록 잔잔한 그림이 그려져 있거나 줄이 그어져 있거나 칸을 만들어 놓는 등 필사할 공간을 할애하고 있다. 서체의 크기도 다양하고 모양도 다양하다. 처음엔 예쁘게 써볼까 했다가 잠시 미뤄두기로 했는데, 그 이유는 시만큼이나 그 필사할 여백과 그 여백의 한 켠을 채운 시화가 또 다른 멋스러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담아 선물하기에도 참 예쁜, 아름다운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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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저민 프랭클린 자서전 현대지성 클래식 43
벤자민 프랭클린 지음, 강주헌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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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저민 프랭클린이라는 인물에 대하여 호기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정치가라고만 생각했던 프랭클린에게 '피뢰침의 발명가'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는 책을 읽고 나서였다. 1776년 미국 독립선언서를 작성한 사람 중의 한 명으로, '미국 건국의 아버지'라고도 불리는 정치인으로 더 익숙한 이름이었는데, 피뢰침이 어떻게 발명되었는지에 관한 과학 도서를 읽다가 그 발명가가 예상치 못한 벤저민 프랭클린이었다는 것과 그 위험천만한 실험(번개가 치던 날, 연에 열쇠를 매달아 날려서 번개가 전기라는 가설을 증명함)을 할 만큼 진취적이고 탐구적인 태도가 눈길을 끌었다.

프랭클린을 칭하는 말이 참 다양하다. 발명가와 정치가 이외에도 시민운동가, 작가, 사회개혁가 등으로 불리는 이유를 이 책을 읽고 나니 왜 그렇게 많은 수식어가 붙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참 대단한 인물임은 분명하지만, 그렇게 불리기까지 프랭클린 스스로 자기 삶을 체계적으로 관리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프랭클린은 하루 24시간을 전략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덕목표를 만들었는데, 자신이 활용하던 '덕목표, 덕목 점검표, 하루 계획표' 등을 이 자서전을 통해서 남긴 점도 흥미롭다. 이 <자서전>을 읽으면서 문득 떠오른 프랭클린의 성격유형으로, xNTP 유형이 아니었을까 내심 추측해보았다. 하하.

프랭클린이 아들에게 쓰는 서간문 형식의 1부에서는 청소년기의 프랭클린을 만날 수 있었다. 세 챕터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챕터다. 논리적인 글쓰기 방법과 소크라테스식 논쟁법을 익힌 방법이 소개되어 있는데, 정규 교육 과정으로는 초등 2학년이 전부였지만 이후 프랭클린이 입지전적 인물이 된 바탕에는 그의 논리적인 글과 말이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그 바탕에는 엄청난 독서가 있다는 것도.

2부는 프랭클린이 생각하는 13가지 도덕적 가치 덕목을 정리한 후 그것을 어떻게 계획하고 실행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프랭클린이 얼마나 근면했는지, 그리고 철저히 시간을 관리하고자 했는지 알 수 있었는데, 재미있는 점은 프랭클린이 그 13가지 덕목 중에서 '질서' 덕목을 습관화하기 어려워했다는 것이다. 덕목표를 보면 '질서'란에는 "모든 것을 제자리에 두도록 하라. 모든 일을 부문별로 나누고 시간을 정해두고 하라."라고 쓰고 있다. 프랭클린 스스로 정리 정돈이 쉽지 않았다고 적고 있으니 아마도 기질적인 문제였지 싶다. 하지만 '근면'과 '절약' 덕목은 습관화했다고 적고 있으며, 사실 프랭클린에 대하여 객관적으로 평을 하는 사람들도 그를 근면하고 검소한 사람으로 보고 있으니 자기를 계발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그의 삶의 방식을 엿볼 수 있는 챕터였다.

3부에서는 사회개혁가로서의 역량과 정치가로서의 역량을 펼치는 프랭클린을 만날 수 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프랭클린이 일상적 생활 속에서 편리성, 유용성, 효율성을 늘 따져보고 실용적인 무언가를 생각해 내는 모습이었다. 그것은 생각에서만 멈추지 않고 실제 변화를 시도하고 그 작은 변화를 통해 자기가 사는 도시를 좀 더 유익한 환경으로 변모시켰다는 것이 놀랍다.


이렇게 완성된 <벤저민 프랭클린 자서전>이 다시 출간되자 그의 근면과 끊임없는 자기계발은

그 시대의 젊은이들이 본받아야 할 교훈으로 여겨졌다.

그런 분위기가 지나쳤던지 마크 트웨인Mark Twain은

"프랭클린의 고약한 자서전을 읽은 아버지를 둔 수많은 남자아이가

그 자서전 때문에 마음의 고통을 겪었다"라는 우스갯소리로 프랭클린을 나무랐다.

벤저민 프랭클린 자서전, 해제, 강주헌, p305,306



강주헌 역자의 해제에서 <벤저민 프랭클린의 자서전>에 대한 마크 트웨인의 평이 너무도 마크 트웨인다워서 웃지 않을 수 없었다. 트웨인은 아마도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처럼 자유분방한 남자아이들이 겪었을 "마음의 고통"을 대변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프랭클린 사후에 출간된 자서전이 자기계발서 겸 교육서로서 그 당시 자리매김을 어떻게 했는지 가늠할 수 있기도 한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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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역 소크라테스의 말 - 스스로에게 질문하여 깨닫는 지혜의 방법
이채윤 엮음 / 읽고싶은책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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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는 저서를 남기지 않았지만, 소크라테스 입장에서 보면 아주 훌륭한 제자들 덕으로 자기 이름을 후대에 널리 알리게 된 인물이다. 어떤 학자는 소크라테스가 정립한 도그마는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철학계에서 그의 사상과 그의 이름이 여전히 회자되는 이유는 사람들로 하여금 철학적 사고를 자극했기 때문으로 평가했다. 교조적 성격은 없다고 보는 것이 맞겠지만 당시 아테네 사람들은 그렇게 보지 않았으니, 소크라테스가 고발당하고 사망에까지 이르게 된 중심에는 소크라테스 주변으로 모여드는 젊은이들을 '타락'시키는 장본인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여하튼 소크라테스라는 그 이름을 후대에 이렇게도 각인시킨 그의 훌륭한 제자 중 한 명이 플라톤이다. 플라톤은 이 책에서도 어느 정도의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쓴 제자이다. 플라톤이 스승 소크라테스와의 대화를 저서로 남겨 놓음으로써 소크라테스가 어떤 방식으로 사고하고 질문하고 어떤 이유로 죽음에 이르렀는지 알게 해주었다고 할 수 있겠다. 또 다른 제자 크세노폰은 이 책에서 간간이 번역되어 나오는 책 <소크라테스의 회상>을 썼다. 크세노폰 또한 소크라테스의 면모를 책에 담고 있어서 소크라테스가 남긴 저서는 없지만 제자들의 저서를 통해서 소크라테스의 사상과 대화법이 알려지게 되었다.


이 책은 소크라테스가 남긴 말을 12가지 주제로 나눠서 담아놓았다. 글 앞머리에서 역자는 제자들의 저서에 나오는 소크라테스의 말 외에도 "소크라테스가 했을 법한 진짜 소크라테스 말을 고르고 골라"(5쪽) 담아 놓았다고 밝힌다. 아마도 본문에 출처가 없는 글들이 역자가 소크라테스 말이 아닐까 하여 골라 담은 내용이리라.

똑똑한 사람들은 모든 사물과 모든 사람들로부터 배우고,

평범한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에서 배우고,

어리석은 사람들은 이미 모든 답을 가지고 있다

- 어리석은 자, 평범한 자, 똑똑한 자 -

읽다가 가장 먼저 밑줄 그은 문구가 바로 출처가 없는 글이었다. 그러니 이 말을 확실히 누가 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곰곰이 곱씹어 볼 말임은 틀림없다. 무엇인가의 해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역설적이게도 '어리석다'라고 한다. 아마도 단정적으로 느껴지는 단어 '이미' 혹은 '모든'에서 이미 어리석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든다. 또한 정해진 답이 있으니 다른 관점에서의 시각이 없을 테고 그러니 변화되기 어렵고 고착되기 쉬우며 창의적 사고를 가로막는다는 점에서 어리석은 사람이 아닐 수 없다. 아무튼 이 문구는 배우고자 하는 사람은 중간이라도 간다는 뜻인가 보다. 하하. '평생 공부'가 강조되는 요즘 시대에 맞춤 문구처럼 느껴져서 마음에 와닿던 글이다.


소크라테스는 <변명>에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정규 제자가 없었지만, 내가 가르치는 동안에 누구든지 와서 내 말을 듣고자 한다면 그가 노소를 막론하고 자유롭게 올 수 있습니다. 또한 나는 돈을 지불하는 사람들과 대화하지 않습니다. 부자나 가난한 자나 누구든지 내게 묻고 대답하며 내 말을 들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가 나쁜 사람으로 판명되든 좋은 사람으로 판명되든, 나는 그에게 아무것도 가르친 적이 없기 때문에 정당하게 내 책임으로 둘릴 수 없습니다."(113쪽)

또, 소크라테스는 <회상>에서 이렇게 말한다. "… 나는 제자들에게 수업료조차 받지 않았으니 말이다. 수업료를 받지 않아야 자유를 누릴 수 있다. 반면 소피스트들처럼 수업료를 받는 자들은 수업료를 지불하는 모든 사람과 함께해야 하는 만큼 '자신을 노예로 팔려고 내놓은 자'들이다."(250쪽)

소크라테스가 수업료를 받지 않았던 것은 저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자유'를 유지하기 위해서였나 보다. 나 소크라테스는 그저 질문만 했을 뿐 가르치지 않았으며, 돈조차 받지 않았으니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자유! 광장에서 혹은 시장 길거리에서 사람들을 붙잡고 얘기 나누며 자유롭게(?) 아주 자유롭게,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져 '무지함을 깨닫게 해주는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근간이지 않나 싶다. '수업료를 받지 않아야 자유를 누릴 수 있다'라는 말은 어느 정도 수긍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 사교육 시장을 보면 '자신을 노예로 팔려고 내놓은 자들'의 몸값이 엄청나서 자유를 내려놓더라도 억대 연봉을 받는 1타 강사들이 세간에서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현시대를 소크라테스가 살았다면 어떠했을까? '수업료'에 대한 또 다른 자유론과 책임론을 펼치지 않았으려나?


또 하나 결혼과 관련하여서 흥미 있는 문구가 눈에 띄었는데, "어떻게든 결혼하라"(128쪽)라고 하면서 내놓은 그 이유가 흥미롭다. 결혼해야 할 이유는 좋은 아내를 얻으면 '행복'이 오기 때문이란다. 행복한 삶을 꿈꾸는 인간에게 행복을 쟁취할 수 있는 첫 번째 조건이 '좋은 아내'인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나쁜 아내를 얻으면 '불행'해지니 결혼을 '어떻게든' 장려만 할 수는 없을 터인데, 이 문구에서는 나쁜 아내를 얻으면 '철학자'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 문구도 출처가 없어서 정확히 소크라테스가 한 말인지 알 수는 없지만 소크라테스가 했다고 가정하고 보면, 자기 아내 '크산티페'를 '악처'로 만들어가면서 '철학자'가 되고 싶었던 소크라테스의 속마음이 읽혀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책의 편집에 있어서는 반복적으로 담긴 문구들도 있으며(주제별로 묶었으니 이 주제에도 들어가고 저 주제에도 들어갈 수 있어서,라고 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오탈자가 좀 자주 눈에 띄고, 똑같은 글이 바로 붙어서 편집된 글이 있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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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량 - 원하는 것을 매 순간 성취해내는 힘
임춘성 지음 / 쌤앤파커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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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사물을 제외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 중에서 가지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를 물어본다면 다양한 것들을 풀어놓을 것이다. 개개별로 추구하는 것이 다 다를 터인데 그중에는 아마도 OOO능력 혹은 OOO역량 등이 있을 것이고 그것을 하나로 묶어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흔히 ‘능력’ 또는 ‘역량’이라고 사용하는 단어는 유사한 듯하지만 조금 다르다. 우선 ‘능력’이라는 단어를 검색했더니 ‘일을 감당해 낼 수 있는 힘’으로 개념 정의를 하고 있는 것에 반해 ‘역량’은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는 힘’으로 정의하고 있다. 두 단어의 어감 차이는 ‘감당해 낼 수 있느냐’는 것과 ‘해낼 수 있느냐’는 것으로, 우리말 원어민답게 알맞은 상황에서 적절하게 사용하고는 있지만 개념 비교를 통해 좀 더 확실하게 그 차이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역량>에서 매우 흥미로운 것은 저자가 설명하고자 하는 9가지 주요 역량-분류, 지향, 취사, 한정, 표현, 수용, 매개, 규정, 전환-의 사전적 정의에 부가하여 저자가 표현하고자 하는 합당한 정의로 그 역량의 개념을 ‘재정의’ 해놓았다는 점이다. 

특정 대상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나누어 이들의 상호 간 관계를 파악하여 각각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명확히 하는 능력”(44쪽)

-‘분류’의 재정의-

저자가 재정의 해놓은 그 뜻풀이-강조하기 위해서 볼드체로 되어 있음-는 대부분 두세 줄 정도 분량이지만, 앞서 개념 비교를 통해 확실하게 머릿속에 그려졌던 능력과 역량의 차이만큼이나 더 확실하게 각각의 역량이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해 준다는 점에서 밑줄 긋지 않을 수 없었다. 친절하게도 저자는 재정의 해놓은 역량의 뜻풀이를 촘촘하게 구절구절 설명을 곁들어 이해를 높여준다. 재미와 흥미가 책에서 떠나지 않게 일화와 예시를 들어가면서, 전체 틀은 각 챕터마다 논리적 구조를 갖춰 정연하게 풀어나간다. 책을 여러 권 펴낸 분이니 문체 또한 의도한 것이겠지만 독자에게 소탈하게 말을 건네는 듯한 어조로 쓰고 있어 친근하고 편안하게 읽힌다. 첫인상의 당황(벽돌책으로 분류될 만큼의 볼륨)이 읽는 중에 사라졌음은 물론이다. 

각 9개의 역량을 ‘누가-언제-어디서’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를 설명하는 ‘팔로우 업’ 편은 내게도, 아이에게도, 배우자에게도 해당하는 상황이 있어서 아주 반갑게 컨설팅받는 느낌으로 읽었다. 

저자는 9개의 역량 중에 단 하나의 역량을 선택하라고 하면 ‘표현 역량’이라고 적고 있다. 나 또한 그러하다. 9개 역량을 도식화해놓은 3x3 형태의 틀에서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역량이 ‘표현’이다. 저자는 이 역량을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나 논리를 상대가 받아들이게 하는 언어적 또는 비언어적 능력”(265쪽)이라고 재정의 하고 있다. ‘상대가 받아들이게 하는’ 표현 역량이 특출 나다면 어떤 직업군에 자리 잡고 있더라도 꽃길일 터! 

저자는 9개 역량 모두 연습하면 발달시킬 수 있음을 강조한다. 어떻게 연습해야 하는지도 알려주는 친절한 책이기도 하다. 다 읽고 나면 늘 그렇듯, 이제 독자의 몫이다. 연습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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