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저민 프랭클린 자서전 현대지성 클래식 43
벤자민 프랭클린 지음, 강주헌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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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저민 프랭클린이라는 인물에 대하여 호기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정치가라고만 생각했던 프랭클린에게 '피뢰침의 발명가'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는 책을 읽고 나서였다. 1776년 미국 독립선언서를 작성한 사람 중의 한 명으로, '미국 건국의 아버지'라고도 불리는 정치인으로 더 익숙한 이름이었는데, 피뢰침이 어떻게 발명되었는지에 관한 과학 도서를 읽다가 그 발명가가 예상치 못한 벤저민 프랭클린이었다는 것과 그 위험천만한 실험(번개가 치던 날, 연에 열쇠를 매달아 날려서 번개가 전기라는 가설을 증명함)을 할 만큼 진취적이고 탐구적인 태도가 눈길을 끌었다.

프랭클린을 칭하는 말이 참 다양하다. 발명가와 정치가 이외에도 시민운동가, 작가, 사회개혁가 등으로 불리는 이유를 이 책을 읽고 나니 왜 그렇게 많은 수식어가 붙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참 대단한 인물임은 분명하지만, 그렇게 불리기까지 프랭클린 스스로 자기 삶을 체계적으로 관리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프랭클린은 하루 24시간을 전략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덕목표를 만들었는데, 자신이 활용하던 '덕목표, 덕목 점검표, 하루 계획표' 등을 이 자서전을 통해서 남긴 점도 흥미롭다. 이 <자서전>을 읽으면서 문득 떠오른 프랭클린의 성격유형으로, xNTP 유형이 아니었을까 내심 추측해보았다. 하하.

프랭클린이 아들에게 쓰는 서간문 형식의 1부에서는 청소년기의 프랭클린을 만날 수 있었다. 세 챕터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챕터다. 논리적인 글쓰기 방법과 소크라테스식 논쟁법을 익힌 방법이 소개되어 있는데, 정규 교육 과정으로는 초등 2학년이 전부였지만 이후 프랭클린이 입지전적 인물이 된 바탕에는 그의 논리적인 글과 말이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그 바탕에는 엄청난 독서가 있다는 것도.

2부는 프랭클린이 생각하는 13가지 도덕적 가치 덕목을 정리한 후 그것을 어떻게 계획하고 실행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프랭클린이 얼마나 근면했는지, 그리고 철저히 시간을 관리하고자 했는지 알 수 있었는데, 재미있는 점은 프랭클린이 그 13가지 덕목 중에서 '질서' 덕목을 습관화하기 어려워했다는 것이다. 덕목표를 보면 '질서'란에는 "모든 것을 제자리에 두도록 하라. 모든 일을 부문별로 나누고 시간을 정해두고 하라."라고 쓰고 있다. 프랭클린 스스로 정리 정돈이 쉽지 않았다고 적고 있으니 아마도 기질적인 문제였지 싶다. 하지만 '근면'과 '절약' 덕목은 습관화했다고 적고 있으며, 사실 프랭클린에 대하여 객관적으로 평을 하는 사람들도 그를 근면하고 검소한 사람으로 보고 있으니 자기를 계발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그의 삶의 방식을 엿볼 수 있는 챕터였다.

3부에서는 사회개혁가로서의 역량과 정치가로서의 역량을 펼치는 프랭클린을 만날 수 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프랭클린이 일상적 생활 속에서 편리성, 유용성, 효율성을 늘 따져보고 실용적인 무언가를 생각해 내는 모습이었다. 그것은 생각에서만 멈추지 않고 실제 변화를 시도하고 그 작은 변화를 통해 자기가 사는 도시를 좀 더 유익한 환경으로 변모시켰다는 것이 놀랍다.


이렇게 완성된 <벤저민 프랭클린 자서전>이 다시 출간되자 그의 근면과 끊임없는 자기계발은

그 시대의 젊은이들이 본받아야 할 교훈으로 여겨졌다.

그런 분위기가 지나쳤던지 마크 트웨인Mark Twain은

"프랭클린의 고약한 자서전을 읽은 아버지를 둔 수많은 남자아이가

그 자서전 때문에 마음의 고통을 겪었다"라는 우스갯소리로 프랭클린을 나무랐다.

벤저민 프랭클린 자서전, 해제, 강주헌, p305,306



강주헌 역자의 해제에서 <벤저민 프랭클린의 자서전>에 대한 마크 트웨인의 평이 너무도 마크 트웨인다워서 웃지 않을 수 없었다. 트웨인은 아마도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처럼 자유분방한 남자아이들이 겪었을 "마음의 고통"을 대변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프랭클린 사후에 출간된 자서전이 자기계발서 겸 교육서로서 그 당시 자리매김을 어떻게 했는지 가늠할 수 있기도 한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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