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역 소크라테스의 말 - 스스로에게 질문하여 깨닫는 지혜의 방법
이채윤 엮음 / 읽고싶은책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크라테스는 저서를 남기지 않았지만, 소크라테스 입장에서 보면 아주 훌륭한 제자들 덕으로 자기 이름을 후대에 널리 알리게 된 인물이다. 어떤 학자는 소크라테스가 정립한 도그마는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철학계에서 그의 사상과 그의 이름이 여전히 회자되는 이유는 사람들로 하여금 철학적 사고를 자극했기 때문으로 평가했다. 교조적 성격은 없다고 보는 것이 맞겠지만 당시 아테네 사람들은 그렇게 보지 않았으니, 소크라테스가 고발당하고 사망에까지 이르게 된 중심에는 소크라테스 주변으로 모여드는 젊은이들을 '타락'시키는 장본인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여하튼 소크라테스라는 그 이름을 후대에 이렇게도 각인시킨 그의 훌륭한 제자 중 한 명이 플라톤이다. 플라톤은 이 책에서도 어느 정도의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쓴 제자이다. 플라톤이 스승 소크라테스와의 대화를 저서로 남겨 놓음으로써 소크라테스가 어떤 방식으로 사고하고 질문하고 어떤 이유로 죽음에 이르렀는지 알게 해주었다고 할 수 있겠다. 또 다른 제자 크세노폰은 이 책에서 간간이 번역되어 나오는 책 <소크라테스의 회상>을 썼다. 크세노폰 또한 소크라테스의 면모를 책에 담고 있어서 소크라테스가 남긴 저서는 없지만 제자들의 저서를 통해서 소크라테스의 사상과 대화법이 알려지게 되었다.


이 책은 소크라테스가 남긴 말을 12가지 주제로 나눠서 담아놓았다. 글 앞머리에서 역자는 제자들의 저서에 나오는 소크라테스의 말 외에도 "소크라테스가 했을 법한 진짜 소크라테스 말을 고르고 골라"(5쪽) 담아 놓았다고 밝힌다. 아마도 본문에 출처가 없는 글들이 역자가 소크라테스 말이 아닐까 하여 골라 담은 내용이리라.

똑똑한 사람들은 모든 사물과 모든 사람들로부터 배우고,

평범한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에서 배우고,

어리석은 사람들은 이미 모든 답을 가지고 있다

- 어리석은 자, 평범한 자, 똑똑한 자 -

읽다가 가장 먼저 밑줄 그은 문구가 바로 출처가 없는 글이었다. 그러니 이 말을 확실히 누가 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곰곰이 곱씹어 볼 말임은 틀림없다. 무엇인가의 해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역설적이게도 '어리석다'라고 한다. 아마도 단정적으로 느껴지는 단어 '이미' 혹은 '모든'에서 이미 어리석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든다. 또한 정해진 답이 있으니 다른 관점에서의 시각이 없을 테고 그러니 변화되기 어렵고 고착되기 쉬우며 창의적 사고를 가로막는다는 점에서 어리석은 사람이 아닐 수 없다. 아무튼 이 문구는 배우고자 하는 사람은 중간이라도 간다는 뜻인가 보다. 하하. '평생 공부'가 강조되는 요즘 시대에 맞춤 문구처럼 느껴져서 마음에 와닿던 글이다.


소크라테스는 <변명>에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정규 제자가 없었지만, 내가 가르치는 동안에 누구든지 와서 내 말을 듣고자 한다면 그가 노소를 막론하고 자유롭게 올 수 있습니다. 또한 나는 돈을 지불하는 사람들과 대화하지 않습니다. 부자나 가난한 자나 누구든지 내게 묻고 대답하며 내 말을 들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가 나쁜 사람으로 판명되든 좋은 사람으로 판명되든, 나는 그에게 아무것도 가르친 적이 없기 때문에 정당하게 내 책임으로 둘릴 수 없습니다."(113쪽)

또, 소크라테스는 <회상>에서 이렇게 말한다. "… 나는 제자들에게 수업료조차 받지 않았으니 말이다. 수업료를 받지 않아야 자유를 누릴 수 있다. 반면 소피스트들처럼 수업료를 받는 자들은 수업료를 지불하는 모든 사람과 함께해야 하는 만큼 '자신을 노예로 팔려고 내놓은 자'들이다."(250쪽)

소크라테스가 수업료를 받지 않았던 것은 저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자유'를 유지하기 위해서였나 보다. 나 소크라테스는 그저 질문만 했을 뿐 가르치지 않았으며, 돈조차 받지 않았으니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자유! 광장에서 혹은 시장 길거리에서 사람들을 붙잡고 얘기 나누며 자유롭게(?) 아주 자유롭게,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져 '무지함을 깨닫게 해주는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근간이지 않나 싶다. '수업료를 받지 않아야 자유를 누릴 수 있다'라는 말은 어느 정도 수긍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 사교육 시장을 보면 '자신을 노예로 팔려고 내놓은 자들'의 몸값이 엄청나서 자유를 내려놓더라도 억대 연봉을 받는 1타 강사들이 세간에서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현시대를 소크라테스가 살았다면 어떠했을까? '수업료'에 대한 또 다른 자유론과 책임론을 펼치지 않았으려나?


또 하나 결혼과 관련하여서 흥미 있는 문구가 눈에 띄었는데, "어떻게든 결혼하라"(128쪽)라고 하면서 내놓은 그 이유가 흥미롭다. 결혼해야 할 이유는 좋은 아내를 얻으면 '행복'이 오기 때문이란다. 행복한 삶을 꿈꾸는 인간에게 행복을 쟁취할 수 있는 첫 번째 조건이 '좋은 아내'인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나쁜 아내를 얻으면 '불행'해지니 결혼을 '어떻게든' 장려만 할 수는 없을 터인데, 이 문구에서는 나쁜 아내를 얻으면 '철학자'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 문구도 출처가 없어서 정확히 소크라테스가 한 말인지 알 수는 없지만 소크라테스가 했다고 가정하고 보면, 자기 아내 '크산티페'를 '악처'로 만들어가면서 '철학자'가 되고 싶었던 소크라테스의 속마음이 읽혀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책의 편집에 있어서는 반복적으로 담긴 문구들도 있으며(주제별로 묶었으니 이 주제에도 들어가고 저 주제에도 들어갈 수 있어서,라고 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오탈자가 좀 자주 눈에 띄고, 똑같은 글이 바로 붙어서 편집된 글이 있어 아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