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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란사 - 조선의 독립운동가, 그녀를 기억하다
권비영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7월
평점 :
역사소설의 사전적 정의에 대해서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서는 “실제의 역사적인 시대를 배경으로 특정의 실존 인물이나 역사적 사건을 재구성하는 소설”이라고 말한다. 특정 인물과 실제 역사적 사건을 재구성하여 작가의 상상력으로 빚은 소설, 즉 “역사로부터 빌려온 사실과 소설적 진실성을 지니는 허구를 접합하여 역사적 인간의 경험을 보편적 인간의 경험으로 전환하는 문학 양식”을 말한다. 역사소설이 판타지소설이 되지 않으려면 소설에서 다루는 역사적 배경이 사건과의 긴밀한 연관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소설 속 특정 인물을 입체적으로 묘사하기 위해서 개성적인 성격을 입힌 후 작가가 쓰고자 하는 주제를 덧입혀 가는 과정에서 역사소설로써 시대적 배경과 시대적 소재를 적절히 사용한다면 그 시대를 되짚어 바라보는 독자에게 역사적 인물을 통해 보편적 감상을 이끌어낼 수 있을 터이다.
김란사(1872.09.01 ~ 1919.03.10.)는 일제 강점기에 독립운동가로서의 활동을 인정받아 정부에서 건국훈장 애족장(1995년)을 추서한 인물이다. 생몰 연대를 보면 3.1 독립만세 운동 후 얼마 되지 않아 사망했음을 알 수 있다.
소설 속에서 다루고 있는 시대적 배경과 사건 중 하나인 3.1 독립만세 운동은 그것이 계기가 되어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상하이에 세워졌다는 역사적 사실을 견지하고 읽어야 한다. 이 소설에서 쓰고 있듯이 1909년에 이미 상해에 임시정부가 꾸려져 있음을 소설의 허구성으로 읽어내려면 말이다. 또한 이 소설에서는 1910년에 있을 한일합병도 1909년 시점에서 이미 지난 사건으로 쓰고 있어 당황했다. 화신백화점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이 백화점은 1931년에 세워진 백화점이니 소설 속에서 1919년에 사망하는 김란사가 갈 수 있는 백화점일 수는 없지만 소설이라는 점에서 이 또한 조금 당황했지만 끝까지 읽었다.
시대적 배경과 소재가 작가의 의도에 의해 변경될 수 있다고 넉넉하게 생각하면서(이 소설이 역사적 인물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는 좀 아쉽지만) 이 소설을 읽었던 이유는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특정 인물, 건국훈장 애족장이 추서된 독립운동가 김란사의 나라 독립에 대한 열망과 그 가치관을 어떻게 묘사하고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래, 이게 내(김란사)가 할 일이야. 전하(이강; 고종의 다섯째 아들, 의화군)께서 잠시라도 즐거우실 수 있다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어. 전하를 지키는 것이 나라를 되찾는 일이야.”(본문 249쪽)
나(김란사)는 그분(이강)을 위해 어떤 가시밭길도 갈 수 있으며, 그분을 위해 죽을 수도 있나니, 그분이 주인이 될 나라에서 기꺼이 한 알의 밀알이 될지니.(본문 327쪽)
이 책은 334쪽에서 끝을 맺는다. 이 책 속에서 만난 하란사는 이강이 주인이 될 나라를 꿈꾸다 죽은 여인으로 그려진다. 대한제국 시기에 나라를 잃고, ‘민’이 주권인 공화정을 기반으로 활동했던 대한민국 임시정부, 책 속에서 만난 하란사는 그렇다면 그 임시정부에 독립자금을 보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 소설 속에는 짧은 분량으로 유관순과 기생 순이의 이야기가 나온다. 만세운동으로 고문을 당하고 옥사에 갇힌 그들에게 미국인 선교사가 필요한 것은 없는지 물어보는 말에 순이는 이렇게 답한다.
“없습니다. 필요한 것은 대한 독립뿐입니다!”(본문 287쪽)
짤막한 저 문장이 주는 울림은 깊다. 일제강점기 시대를 살아간 이름 모를 수많은 ‘순이’들의 대한 독립의 열망이 쌓이고 쌓여서 나라의 독립을 가져왔음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