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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어떻게 전쟁을 기억하는가 - 에펠탑에서 콜로세움까지
이상미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1년 7월
평점 :
이 책은 여러 나라의 건축물과 그와 연관된 전쟁 그리고 전쟁 그 후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 흥미롭게 읽었다. 그중 제1, 2차 세계대전은 명칭에서처럼 많은 나라가 서로 엮여 치러진 전쟁이다 보니 본문에서 다루는 건축물과 관련하여 자주 다뤄진다. 그 외에도 나폴레옹의 전투, 스코틀랜드와 영국, 영국과 프랑스, 유대 로마 전쟁 등을 다루고 있다.
본문 중에서 나폴레옹의 문화재 약탈기(?)가 흥미롭다. 전쟁을 치르면서 약탈한 전리품의 양이 어마어마하다는 것보다, 그 나라의 주요 문화재를 약탈한 후에 루브르박물관에 소장했다는 내용보다 나의 흥미를 더 끌었던 것은 추후 그 약탈 문화재 중에서 80%를 되돌려주었다는데 되돌려 받은 나라들 중에 약소국은 많지 않다는 점이다. 루브르박물관 내에 이집트 전시관의 크기가 큰 이유가 그것이 아닐까란 생각을 했다.
여러 건축물 중 독일의 ‘드레스덴 성모교회’도 흥미를 끌었는데 그 이유는 재건을 위해 모아진 성금 때문이었다. 재건 비용이 1억 8000만 유로(한화 약 2,300억원)에 달하는 이 건물은 재건 비용 중 1억 1,500만 유로는 미국과 영국 등 20개국의 개인과 기업이 보낸 기부금이었다고 한다(154쪽). 거기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드레스덴에 가장 많은 폭격을 가한 영국은 600만 파운드를 더 모금해서 주었다고 한다(155쪽). 이 내용에 앞서 독일이 영국 런던을 폭격하여 포화에 휩싸였으며 그에 대한 보복처럼 드레스덴에 폭격을 했다고 적고 있다. 독일은 전범국가다. 그들이 일으킨 전쟁으로 많은 사람이 죽었다. 그리고 이후 그 나라에 피폭된 건축물을 다시 세워주기 위해 기부금을 모았는데 그 금액이 엄청나다. 그들의 생각을 그렇게 하나로 묶는 것 가운데 그들은 ‘인류애’를 말한다. 그렇다면 그들은 식민지에서 행한 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이 책을 읽고 난 후 머릿속에 떠올린 건물이 있다.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몇 년 전에 초등생 아이를 데리고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을 갔었다. 가기 전에 아이와 함께 일제강점기 당시 우리의 상황에 관하여 책을 찾아보기도 하고 독립투사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으며 관련 사진을 미리 보기도 했지만 실제 아이와 함께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을 방문한 후에 그 지하 감옥을 들여다볼 때는 아이가 조금 무서워해서 아이는 아빠와 함께 위층 역사관 위주로 보게 했다. 아이가 무서워할 만큼 끔찍했던 고문 도구들과 도저히 다리를 뻗고 누울 수 없는 독방의 형태 등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곳을 나오면 그 뜰에는 ‘통곡의 미루나무’가 있다. 당시 그 나무를 보면서 눈물이 났다. 말을 하지는 못하지만 그 나무가 수많은 독립투사들의 비명과 죽음을 목격했을 것을 생각하니 그 미루나무의 침묵이 더욱 비통하게 느껴졌다.
“전쟁은 ‘파괴’와 ‘창조’라는 측면을 모두 가진 두 얼굴의 역사입니다. 그 파괴의 역사에서 굳건히 살아남은 건축물은 ‘생존자’로 마땅히 불려야 합니다.” / 책머리에, 5쪽
이 책의 머리글에 쓰인 글이다. 저자는 건축물을 ‘사람’처럼 의인화하여 쓰고자 했는데 그 이유는 이 책이 전쟁과 맞닿은 건축물 관련 지식 전달용 책이 아니라 세월이 지난 후 지금도 의연하게 서 있는 그들(건축물)의 시선 속에 맺힌 전쟁의 모습을 기억하고 그 역사를 증언하는 ‘전쟁의 증언자’로 쓰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이 그 시대의 아픔을 새기고 있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