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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세계사 - 9개 테마로 읽는 인류 문명의 역사
표학렬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1년 11월
평점 :
‘다원화 시대에서 세계사 읽기’라는 제목이 붙은 프롤로그를 읽으면서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역사관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이는 ‘유행’이라는 어휘를 사용하여 저자가 ‘발전 사관’을 설명하였다는 점에서 조금은 생각이 많아졌다, 저자는 세계사를 시대 구분에 따라 설명했던 기존 역사관에 따른 접근이 아닌 다양한 주제별 역사를 다루고 있는 요즘의 접근 방식을 이야기한다. 그러고 보면 언제부턴가 역사 관련하여 주제 형식의 역사책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문화사, 음식사, 여성사, 질병사 등으로 역사를 다루는 것은 현재 우리 사회가 다원화, 다문화 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기본기를 갖춰 뼈대를 형성한 뒤에야 주제를 찾아 살을 붙여나가는 것이 흥미도 있고 튼튼해질 수 있는 역사 읽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아홉 가지 주제-신화, 종교와 정치, 선동의 정치, 전쟁, 이슬람, 일본, 실패한 이상주의자, 여성 지도자, 대도시-로 나눠 세계사를 다루고 있다. 주제별로 선택하여 읽어도 좋고 처음부터 죽 읽어도 좋은 책이다.
매우 생소한 신화를 만날 수 있었던 첫 챕터에서 가장 재밌게 읽은 신화는 아메리카 신화이다. 마야 문명의 면모를 살필 수 있는 신화로, 이야기 중에 ‘훈 후나푸와 부쿱 후나푸’의 죽음은 요즘의 층간소음에 따른 최초의 피해자로 느껴졌다. 그리고 소음의 원인이 ‘공놀이’라는 점에서 그 신화가 만들어지던 당시에도 유희로 공놀이를 즐겼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종교의 지위를 과학이 차지하고 만 요즘을 되짚어 볼 수 있는 종교와 정치 이야기도 재미있다. 세계를 바꾼 전쟁을 다루는 챕터에서 십자군 전쟁은 중세 유럽을 무너뜨리고 근대 유럽으로 가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유럽사에서 매우 중요한 전쟁이란 생각을 했다. 무함마드의 생애를 요약해서 설명한 후 수니파, 시아파 그리고 칼리프와 이맘에 대한 설명을 통해 이슬람을 알게 되는 이슬람의 역사, 물리적 거리는 가깝지만, 심리적 거리는 먼 나라 일본에 대해서 그들의 근간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볼 수 있는 일본의 정체성 등 주제별 다양하게 접근하여 역사를 살필 수 있기 때문에 읽는 동안 매우 흥미진진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여성 지도자를 다루는 챕터에서 ‘락슈미바이’라는 인물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이외에도 새롭게 알게 된 정보가 많아서 책 뒤표지에 쓰고 있는 ‘넓고 얕은 세계사’적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