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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모험 - 인간과 나무가 걸어온 지적이고 아름다운 여정
맥스 애덤스 지음, 김희정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7월
평점 :
품절
저자의 약력이 눈길을 끈다. 교육대학원을 졸업했으며 고고학을 전공했다. 고고학자인 저자가 숲에 들어가 살면서 ‘숲사람’이 되어 숲에 대해 깊이 연구하고 사색한 글이 이 책이다. 숲과 관련된 환경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에 따른 비전도 제시하고 교육적 가치관을 가지고 애정을 담뿍 담은 눈으로 숲을 바라본다. 고고학을 전공한 만큼 고고학적 전문지식이 책 속에 풍성히 나타난다. 물론 영국인이기 때문에 자국의 유물과 유적, 생태학적 관련된 글이 많다. 본문에서 다루고 있는 나무들도 영국 토종나무들이 대부분이다.
책을 펼치면서 소로의 ‘월든’을 떠올렸는데, 책 속에서 저자 또한 ‘월든’을 가끔씩 이야기한다. 소로와는 숲으로 들어간 시대가 달라서일까? 저자의 숲생활은 좀 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힌다. 그럼에도 저자의 숲에 대한, 특히 나무에 대한 사랑은 무척 깊고 넓게 펼쳐졌다.
특히 저자가 바라보는 틀이 참 흥미로웠다. 르네상스를 이야기 하면서 ‘식물의 르네상스’라고 표현된 이야기가 그랬으며, 저자가 읽은 책마다, 숲이나 나무 등 식물에 관한 이야기에 더욱 매료되어 표현된 글들이 그랬고, 과학적 산물을 바라보며 나무의 작용을 떠올리는 것이 그랬다. 도시 정원을 꾸밀 때 관상용에만 치우쳐 잘못된 가로수를 선택해서 그 가로수가 죽어가는 것을 보면 화가 난다는 저자는 가로수에 유실수를 심었음 좋겠단 바람을 가지기도 한다.
숯을 만드는 과정에 대한 글도 재밌다. 숯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과학적으로 설명해 놓았으며, 저자의 표현을 빌자면 ‘뭔가를 생산하는 일 중에서도 숯을 굽는 일은 만족감과 미적 쾌감, 철학적 사색 면에서 으뜸’(본문 256쪽)이라는 표현에, 저자가 얼마나 애정을 가지고 그 일을 하는지 느껴졌다.
눈 덮인 숲을 산책하고 싶은 이유에 대해서도 저자는 그때야말로 나무들의 뼈대를 살펴보고 그들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는 적기이기 때문이라고 적고 있어서 매순간 나무를 향한 저자의 애정이 참 크단 생각을 했다. 나무를 표현하는 글 또한 참 멋지다.
교활한 뱀처럼 낭창하게 꼬인 마가목의 가지들, 거대한 촛대처럼 오만하고 당당하게 선 서양보리수나무, 벌거벗은 몸을 드러내서 수줍은 듯이 보이는 늘씬한 자작나무, 탄탄하고 거대한 몸집이 한눈에 파악되지 않은 복잡한 건축물 같은 느낌을 주는 참나무, 너도밤나무, 유럽소나무 등.(본문 338쪽)
다양한 나무 이야기를 통해 새롭게 알게 된 것도 무척 많았다. 인도보리수가 무화과나무 속이였다는 것도 그렇고, 히로시마 원자폭탄이 투하됐을 때 1.6킬로미터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던 은행나무가 살아남을 만큼 은행나무의 생존력에 대한 이야기가 그랬다. 과실 안에 꽃을 피우는 무화과나무이야기, 나무와 관련된 직업에서 유래된 영어권의 성에 대한 이야기, 현재 기뢰 제거용으로 목재 선박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나, 어센션섬에 대한 개조 프로젝트도 흥미롭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연중 덥고 습한 나라로 여행을 다녀왔다. 그곳에 갔을 때 우리나라 도심에서 보지 못했던 매우 키가 큰 나무들을 많이 보았다. 가로수였는데 가지가 참나무처럼 뻗었고 활엽수 계통의 나무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나무가 무척 궁금해졌다. 색다른 나무란 생각만 하고 돌아왔는데, 이 책의 저자처럼 좀 더 세밀히 관찰하고 이름이라도 알아봤으면 좋았겠단 생각을 했다. 관심을 두면 두는 만큼 아는 법이다. 나무 이야기를 잔뜩 읽어서인지 이젠 나무를 바라보는 시각을 좀 더 넓혀서 바라봐야겠단 생각을 했다.
저자가 ‘감사의 말’에서까지 추천했던 나무 관련 도서들도 찾아서 읽어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