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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선생
곽정식 지음 / 자연경실 / 2021년 3월
평점 :
본 책 머리말에서 저자는 “곤충과 벌레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깨우쳤다.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스승이 된 것이다(6쪽).”라고 쓰고 있다. 머리말을 읽을 때만 해도 이 책의 제목인 ‘충선생’은 이러한 뜻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했다. 목차를 보더라도 이 의미를 부여한 제목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책을 읽어가면서 제목에 대한 생각이 중첩되었다. 곤충을 의인화하여 높여서 부르는 ‘충선생’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곤충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함께 곤충을 대하는 애틋한 자세를 가진 저자 또한 ‘충선생’으로 불릴 만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책 소개를 통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다양한 시점에서, 더 다양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하여 곤충과 벌레를 논하고 있어서 매우 흥미진진하고 즐거운 독서 시간이 되었는데, 이러한 글 바탕에 깔린 저자의 곤충에 대한 사랑이야말로 ‘충선생의 마음가짐’이 아닐까 싶었다.

다섯 장(chapter)으로 분류하여 충선생을 이야기하고 있는 이 책은 ‘곤충이 아닌 충선생’으로 개구리, 두꺼비, 지렁이, 뱀을 다루고 있어 눈길을 끈다.
곤충에 대한 여러 가지 지식 정보를 알게 되었는데, 예를 들어 반딧불이의 발광 물질 ‘루시페린’을 설명하면서 그 반딧불이의 발광 상태(빛의 색깔, 밝기, 지속성, 빈도)가 사람의 지문이나 홍채처럼 개체마다 다르다는 것이나 모기는 생존 본능적으로 어둡고 검은 곳을 찾아 자신의 몸을 숨긴다는 것이나, 죽어가는 동물의 호흡에서 나오는 탄화수소 냄새를 탐지하여 사체에 도달하는 금파리 등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것이 많았다.
동양 한자문화권에서 익숙한 공자, 순자 등의 인물과 연관된 이야기를 가지고 엮기도 하고 한자어를 들어서 엮기도 하며 중국 속담을 가지고 엮기도 한다. 예를 들면 ‘사마귀’ 편에서는 청나라 때 만들어진 ‘당랑권’을 제시한다. 당랑권을 체계화시킨 ‘황비홍’을 이야기하고, ‘당랑포선, 황작재후’라는 말의 뜻을 설명하면서 현대의 조직 체계에서의 모습을 빗대어 이야기를 엮어간다.

본문 저자의 글은 읽는 맛이 상당하다. 곤충과 벌레를 이야기하는데 어릴 적 추억을 풀어내어 독자로 하여금 유사한 추억을 환기하게도 하고, 저자가 처한 상황 속 경험을 빗대어 표현함으로써 쉽게 수긍되도록 유도한다. 글의 전개를 보면 수필적 감상이 곤충의 정보 지식적 설명과 곁들여져 나온다고 하겠다. 곤충과 관련된 지식, 정보를 보면, 저자의 해박한 지식은 단순히 곤충의 지식 정보에서 끝나지 않고 과학적, 역사적, 문화적 차원의 다양한 지식을 엮어 쓰고 있다. 특히 한자문화권의 여러 가지 곤충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서술되어 있어 흥미를 더한다. 정서적 차원에서도 여러모로 마음에 쓱 와닿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