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통한 날 문학동네 동시집 2
이안 지음, 김세현 그림 / 문학동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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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나와 우리아이의 책읽기에 새롭게 바뀐것이 있는데..그건 바로 '동시 읽기'다.  스토리북에 열중하던 차에 만나게 된 동시집 한 권은 스토리북이 들려주는 이야기 못지 않게... 또는 그 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지라 읽으면서 아이와 함께 얼마나 매료당했던지...^^ 아이들이 읽으면 물론 좋겠지만 어른들도 머리맡에 두고 간간히 볼 수 있다면 더 없이 좋겠단 생각이다. 
<고양이와 통한 날>동시집을 읽으며 내내 동시와 마음이 통했다. 읽어 가다가 <국화>란 시를 마지막으로 뒤 페이지에 더 이상 동시가 없자 못내 서운할 정도다.  같이 읽던 우리아이도 마찬가지였나보다.  박기범 동화작가분이 적어놓은 '읽고나서'의 글까지 읽어 달래는거 보니...^^.   

본문에 실린 여러 동시들 중 재미있는 시 한편 옮겨 본다~^^. <새> '차 앞 유리에 / 새가 똥을 누고 갔다 / 아침에 말갛게 닦아 놓았는데 / 진보랏빛 똥으로 낙서를 했다'.... 그렇다면 화를 낼만할 일이 아니겠는가... 닦아 놓았는데 그랬으니 더더욱 말이다. 그런데 시인은 다음 연에서 이렇게 풀어 놓는다.  '아버지는, / "벌써 오디가 익었구나! / 오디 따러 가자" / 한다 // 새가 알려 주지 않았으면 / 못 먹을 뻔했다.'라고.... 그걸 보고 화를 내기는 커녕 오디 먹어 진보랏빛 똥을 눴구나 싶어 오디 생각을 해내고는 새가 알려주지 않았으면 못먹을 뻔 했다니...^^.  
해바리기에게 비오는 날 우산도 씌워주고... 해바라기가 벌을 품고 젖을 빨리는 것 같다고 느끼는 시인의 눈에 비춰진 세상은 어쩜 이렇게 예쁠까 싶다. 순수한 우리 아이들의 시선이고 동심과 닮았다. 아니다... 요즘같다면 우리아이들의 시선이고 동심이였음 좋겠단 생각이 든다.  
우리 아이들의 하루 일상을 노래한 <월요일>이란 시를 보면 '학교 가방 놓고 / 피아노 가방 든다 / 피아노 가방 놓고 / 미술 가방 든다 / 미술 가방 놓고 / 글쓰기 가방 든다...(중략)... 휴--, / 이것만 갔다 오면 / 긴 월요일도 / 이젠 끝이다 씻고 / 숙제하고 일기만 쓰면 / 된다.'라고 쓰고 있다. 틀렸다고 반박할 수 없는 시라서 더욱 슬프다.  학교 다녀와서 예체능과 영어, 속셈학원까지 다녀와 피곤할텐데... 마지막 두 연에, 끝이라 하면서도 아직 할 일이 남아 있는 아이의 모습이 애처롭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를 둔 친구는 며칠 전 내게 전화해서 한마디 한다. "우리아이 책 한권 읽을 시간이 없다'고.  책 한 권 읽을 시간이 없는데 자연을 마주하고, 그 자연을 맑은 시선으로 그려볼 시간이 있을까~.   

<속은 일>이란 시도 참 재밌다~^^. 끄륵끄륵, 휘릭휘릭 하는 것 같았던 소리가 나서 무얼까 싶어 찾아보니 참새다... 참새를 보자 '그때부터 / 끄륵끄륵, 휘릭휘릭 신기한 소리는 없어지고 / 째액, 짹 짹 / 참새 소리만 얌전히 들려'온다니... 하하.  이 시를 읽더니 우리아이도 '나도 그런 적 있어요, 있어요.'한다.  나또한 그와 비슷한 경험을 하긴해도 이렇게 시로 그려내지 못하건만 시인은 어쩜 이토록 맛깔스럽게 동시로 풀어 냈을까나~.
<천둥 치는 밤>에서는 '......마당에는 / 밤새 죄를 대신 갚아 준 것 같은 나뭇잎들이 / 바닥에 납작납작 엎디어 있었다'란 글로 어릴 적 천둥치면 괜히 지은 죄가 있어 그 죄 때문에 벼락맞을까 걱정했던 꼬맹이 시절이 그려지기도 했는데.. 비바람에 떨어졌을 나뭇잎들을 보고 저렇게 표현한 글이 놀랍다.
<다섯 살>과 <일곱 살> 제목을 단 동시는 우리아이가 너무 깔깔대고 좋아해서 한번씩 더 읽고 지나간 동시였으며, <고맙다>라는 시는 읽는 나까지 부모사랑에 코가 시큰~해지기도 했다.   

아이들이 읽어도 좋고, 머리맡에 두고 아이들 잠들기 전 부모가 읽어 주면 참 좋을것 같다.  동시 한 편  한 편이 아이들 마음 속에 쌓이고 쌓이다 보면 자연을 바라보는 고운 시선과 가족과 이웃을 대하는 따뜻한 심성이 쑤욱~ 자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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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 먹고 맴맴 - 조상의 슬기와 얼이 담긴 전래동요 처음어린이 1
김원석 지음, 정승희 그림 / 처음주니어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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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나귀 타고 장에 가시고, 할머니는 건너 마을 아저씨 댁에, 고추 먹고 매~앰 맴, 달래 먹고 매~앰 맴.... 나 어릴 적 꽤나 많이 불렀던 노래이다. 그래서 그런지 책 제목만 읽어도 절로 이 노래가 흘러 나온다.  언제부턴가 잊어버리고 잘 부르지도 않았는데 제목을 보자마자 제대로 불러지는걸 보니...참 신통하다..하하.   우리아이에게 이 노래를 불러주면서 '이 노래 아니?'라고 물었더니 들어본 것도 같고, 아닌것도 같다면서 고개를 갸웃한다.  내가 우리아이만할 땐 이 노래 모르는 아이가 없었더랬는데~ 그러고보면 요즘 아이들 사이에선 전래동요가 잘 불려지지 않기 때문이겠지~.  
그래서 우리아이에게 이 노래를 알려 주었다. 그러면서 이 노래는 '고'자를 빼고 '아버지는 나귀 타( ) 장에 가시( ), 할머니는 건너 마을 아저씨 댁에, ( )추 먹( ) 매~앰 맴, 달래 먹( ) 매~앰 맴'이라고도 부르며 놀았다고하니 아주 까르륵 대면서 너무 재밌단다~^^.   

입으로 입으로 전해오는 전래 동요를 담아 동화로 읽을 수 있는 책 <고추 먹고 맴맴>은 읽으면서 나의 어릴 적 기억들을 참 많이 떠오르게 했다.  본문에 40편의 전래동요를 실었는데... <엄마 사랑>, <가족 사랑>, <일과 놀이>, <자연>, <곤충과 동물>로 나눠 담고 있다.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쎄쎄쎄>, <꼬마야 꼬마야 뒤를 돌아라> 등등 지금도 아이들이 곧잘 부르는 전래동요도 있지만 대부분은 내게도 좀 생경스러운 전래동요가 많이 실려 있다.  책 제목과 같은 <고추 먹고 맴맴>은 내가 생각해낸 그 동요가 아닌 다른 전래동요였는데 '물레 먹고 맴-맴 / 고추 먹고 맴-맴 / 소주 먹고 맴-맴' 이라는 전래동요로 이렇게도 많이 불렸나보다. 

전래동요 하나에 짧막하게 실린 글들은 한 편 한 편 깔끔하고 멋진 글이 참 많다.  어떤 글은 읽으면서 눈물이 핑 돌기도 하고, 어떤 글은 하하~ 웃음이 절로 나오게도 하고, 어떤 글은 읽노라니 어릴 적 옛 추억이 생각나서 한참 기억더듬기를 하게도 만드는... 40편의 전래동요에 40편의 동화는 이런 맛, 저런 맛... 각기 다른 여러 맛을 느낄 수 있어 참 좋다.   그 중 <참새는 약기도 약다>라는 제목으로 실린 '참새는 약기도 약다 / 영물로 나서라 / 제비는 초록 제비 / 초가에 집 들여라'라는 전래동요 가사는 내게 생소했지만 쓰여진 동화 내용을 읽노라니... 한참을 거슬러 올라가, 학교도 다니기 전 외갓집 놀러갔던 날을 떠오르게 했다.  그 때 이 동화 속에 나오는 호웅이처럼 외갓집 오빠가 내게 참새구이를 해주기 위해 기다란 줄을 소쿠리에 매두고는 소쿠리는 작대기로 받치고 그 밑에 쌀을 뿌려 놓아 참새를 잡아주었었는데... 호웅이는 놓쳤지만 말이다~^^.  그 때 처음으로 참새구이를 먹었더랬다. 

이 책은 처음부터 쭈욱 끝까지 훑어 읽기보다는 머리맡에 두고 한편씩 두편씩 읽어가면 더 좋을 것 같다.  동화 속에 담긴 부모 사랑, 가족 사랑, 형제 우애도 배우고 자연의 소중함을 아이랑 함께 얘기 나누며 동화 속 동요들도 알려주면서 읽어가다보면 추운 겨울 밤...훈훈하고 맛깔스러운 시간을 가질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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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눈이 제일 좋아 국민서관 그림동화 93
로렌 차일드 지음, 김난령 옮김 / 국민서관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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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게는 롤라라는 여동생이 있어요.
롤라는 쪼그맣고 아주 웃겨요.
찰리롤라시리즈 책을 보면 항상 이와같은 문장으로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찰리가 롤라를 쪼그맣고 아주 웃긴 여동생으로 표현하는 문장은 맨처음 찰리롤라 시리즈책을 접할 때는 그냥 쪼그맣고 아주 웃긴 여동생 이상으로는 느껴지지 않았지만, 찰리롤라시리즈 책들을 한 권씩 한 권씩 읽어가다보니 조금씩 오빠의 동생 사랑으로 느껴지더니, 지금은 이 문장만으로도 오빠 찰리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여동생 롤라를 생각하는 마음이 듬뿍 느껴져서 훈훈해집니다.  아마도 이야기 하나 하나에 참 이쁜 오누이 사랑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찰리롤라 시리즈라면 자다가도 끔뻑 일어나는 아들래미인지라 항상 기대되는 책입니다만, 롤라와 동갑내기라고 좋아했었는데... 우리아이는 이제 롤라보다 한 살 위가 되었습니다.  아직은 롤라와 같은 또래에서 이 책을 즐겨보지만 조금 더 자라면 찰리의 입장이 되어서 살뜰이 동생을 보살피는 애틋한 마음을 배우게 되겠지요~. 

찰리가 동생 롤라를 생각하는 마음 씀씀이는 가끔 저를 놀래키기도 합니다. 이 책에선 특히 눈사람이 녹아 버리면 슬퍼 할 동생을 생각해서 미리 조그마한 눈사람을 만들어 냉동실에 얼려 두었다는 사실이 그랬습니다.  아이들... 참말 눈이 오면 강아지마냥 신나하지요.  그 중에서 눈싸움을 하고, 눈사람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들뜨기도 하구요.  그렇게 만든 눈사람이 해가 떠서 녹기 시작하면 매우 아쉬워하는데.. 그럴 때 이제껏 우리아이에게, 눈사람은 따뜻하면 녹는거야!라고 달래기만 했었지, 한번도 찰리처럼 생각지 못했으니 말입니다.  어쩜 이렇게도 동생 마음을 헤아리는지~~. 

세상에서 눈이 제일 좋은 롤라.... 롤라는 왜 눈이 매일 오지 않는지 속상합니다. 그런 롤라에게 찰리는 어떤 것이든 매일 반복되면 더이상 특별하지 않다고 얘기해줍니다. 그리고는 일 년 내내 춥고 눈으로 덮여 있는 곳...북극과 남극이라면 어떨지~ 얘기합니다.  
5살 롤라에게 그 특별함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다니~~ 참말 멋진 오빠가 아닐 수 없습니다~^^.  

남극을 이야기하는 페이지에선 그림이 거꾸로 그려져 있다거나, 펭귄과 미끄럼을 타는 페이지에선 그림과 글자로 8자모양으로 춤을 추듯 그려져 있다거나, 냉장고에서 깜짝 선물을 꺼내는 찰리의 모습과 그 선물을 보는 롤라의 모습을 3분할 컷으로 그려서 더욱 생생하게 느껴지게 하는 등, 역시 내용은 물론이고, 그림으로도 아이들 눈을 사로잡는 로렌 차일드구나 싶습니다~! 

롤라가 말해요. "쪼그만 눈사람이 녹는다!"
내가 말해요. "눈사람이 안 녹게 냉장고 속에 넣어 둘까?"
롤라가 말해요. "아냐, 오빠. 사르르 녹는 모습도 재미있어."
눈이 내리는 모습은 아름답습니다. 눈이 오면 온 세상이 하얗게 덮여서 모든 더러움을 감싸주니 더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은 눈을 가지고 신나게 놀수도 있으니 더욱 눈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기도 합니다. 눈이 녹는 모습도 재미있다고 표현한 롤라를 보니 롤라는 정말 세상에서 눈이 제일 좋은가봅니다.  녹는 모습까지도 좋아하게 되었으니 말이죠.  그리고 그렇게 녹아서 모두 사라졌다해도 언젠가 다시 펄펄 내리게 될 눈을 기다리는 것도 행복하지 않을까요? 그 특별한 날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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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의 비밀 일기 난 책읽기가 좋아
수지 모건스턴 지음, 이세진 옮김, 세브린 코르디에 그림 / 비룡소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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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야, 꼭 글로 쓰지 않아도 된단다. 사진이나 그림을 붙여도 되고......
......네가 그림을 그려도 되고, 나뭇잎이나 꽃을 따서 붙일 수도 있지.
그냥 네가 어떻게 지냈는지 흔적을 남기는 거야."
우리아이가 처음 일기를 쓰기 시작했을 때 나도 미레유 아줌마처럼 얘기 해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어 부러웠던 부분입니다.  그냥 남들도 모두 일기를 쓰니 너도 한번 써보련? 했던 것이 다였는데 말입니다.  그 때 저렇게 말해 줬더라면 지금쯤 자신의 일기를 쓰는데 조금 더 쉽게 쓰고 있지 않을까란 생각도 듭니다.  그래도 5살 때 아이가 쓴 일기장을 보면서 가끔 아이와 함께 웃습니다.  글은 거의 없고 그림만 난무(?)하는 일기장이지만 무언가 흔적을 남기고자 애쓴 자국은 또렷 했으니 말입니다.  지금은 글을 또박 또박 쓰는 6살이자만 엠마처럼 그렇게 일기를 쓰고 싶다면 써도 된다고 얘기 해주었습니다~^^. 

그럼 책 속에 엠마는 어떻게 일기를 썼을까요?  엠마는 자신의 이름 외에는 글을 쓸 줄 모르는 꼬맹이입니다. 그런 엠마에게 가끔 책을 선물하던 미레유 아줌마가 어느 날 일기장을 선물합니다.  어떻게 일기를 써야 하는지 알려주면서 말이지요.  엠마는 미레유 아줌마가 말해준 것처럼 일기를 쓰기 시작합니다.  엠마의 일기를 보면 그 또래 아이들의 순수함이 잔뜩 묻어 있어 절로 미소가 피어납니다.  하루는 그림을 그리고, 하루는 껌포장지를 붙이고, 하루는 사진을 붙이고, 하루는 향수를 떨어 뜨리고, 하루는 지하철표를 끼워 넣기도 하면서 써내려간 엠마의 일기.  미레유 아줌마를 만난 날, 아줌마에게 자신의 비밀 일기장을 살짝 보여 줍니다.  그 일기장을 보여줄 때 엠마의 표정에서 뿌듯함이 보이는 듯합니다~^^.
삽화에 그려진 엠마는 정말이지, 어쩜 그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앙증맞고 귀여운 엠마와 엠마의 일기가 닮은 것 같습니다. 매일 매일 그 날의 흔적들을 남겨 놓은 일기장을 펴보았을 때 다시금 그 시간들을 떠올릴 수 있겠지요.  또, 하루 하루 자신의 일들을 돌아보며 그 시간의 소중함을 더욱 느낄 수 있게 되었을 거예요. 

재미있는 것은 일주일 동안 일기를 쓰면서 하루는 깜박하고 쓰지 못한 부분입니다.  일기라고 해서 꼭 매일 매일 적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에 억지로 하면 되려 좋지 않겠지요.  하루를 되돌아보며 자신이 한 일과 생각들을 남길 수 있는 시간이 즐겁다 느끼게 되면 자연스레 매일 매일 쓸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어, 가끔은 엠마처럼 일기를 쓰는 것도 참 좋은 방법이겠단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은 처음 일기를 쓰기 시작한 아이들에게나 일기를 쓰면서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는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난 책읽기가 좋아>시리즈 독서레벨 1단계 책이니만큼 간단 간단한 문장들이여서 막 읽기독립을 시작한 아이들이 쉽게 읽기 도전(?)할 수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또래 아이들의 생활을 그려놓은 동화라서 더욱 잘 읽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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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마스크 - 그래도 난 내가 좋아! 작은 곰자리 2
우쓰기 미호 지음, 장지현 옮김 / 책읽는곰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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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머리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걸까?
운동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걸까?
만들기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걸까? 

나는 도대체 뭐가 되고 싶은 걸까? 

#1. 나의 이야기  
체육시간이 든 날이다. 오늘 주번인 아이를 찾아가 미리 사정을 해야겠다. 나랑 바꿔달라고... 
그 아이가 원하는 다른 걸 들어 주기로 약속하고 바꾸었다.  다행이다. 이번엔 운동장에 나가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중학교때 체육선생님은 나에게 별명을 하나 붙여 주었다. '뒤로 뛰는 아이'라고...  어떻게 뛰면 그렇게 못뛰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설레 설레 저으시더니, 그런 별명을 달아 주셨다.  그 날 이후 나는 '뒤로 뛰는 아이'가 되었다.  아이들은 깔깔대며 웃었고 그저 재미난 별명쯤으로 생각하고 불러댔지만, 내겐 큰 상처로 남았다.  그리고 더 더욱 체육시간이 싫어 졌다. 아마도, 그때 만큼이나 운동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적은~ 없지 않았나 싶다. 

#2. 내 아이 이야기
피아노가 배우고 싶다고 사정을 한다. 그렇지만 난 망설여진다. 아직 아이가 너무 어리단 생각에... 
4살 아이가 피아노를 치기에는 아직 이르단 생각에 아이를 달래 본다. 배우다가 중도에 그만 두기도 한다는데, 
괜히 배우고 싶어한다고 덜컥 가르쳤다가, 아이가 제대로 배워야 할 시기에 싫증나 할까봐 걱정이 된다. 
그래도 고집 부리는 아이에게 왜그렇게 피아노를 배우고 싶은지 물었다.
"음악가가 되고 싶어요. 피아노 배워서 음악가가 될거라구요" 

5살 무렵,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 나이도 이르단 생각을 가졌지만 1년 가까이 지나도 변치 않는 아이의 목소리에 내가 흔들렸다. 피아노학원을 방문해서 선생님께 일단 여쭤 보자고 해서 아이를 데려 갔다. 테스트결과, 내 아이 정도면 아주 충분히 배울 수 있단다~^^. 아이 칭찬에, 약한 부모의 모습을 여실히 드러내는 나...하하. 그날 바로 학원 등록을 했다. 
지금, 6살... 조금 있으면 7살이 되는 아이는 지금도 피아노를 향한 열정이 크다. 이젠 지휘자가 되고 싶단다.  

#3. 치킨 마스크 이야기
난 공부를 못한다. 만들기도 엉망이다. 체육도 마찬가지다. 음악은 딱 질색이다.... 
나는 뒤처진 아이다. 교실에는 내가 있을 곳이 없다.  늘 방해만 되는 나 같은 애는 없는 게 낫다. 


치킨마스크는 계산이 빠르지 않아서, 글씨체가 이쁘지 않아서, 만들때 손이 서툴러서... 공부도, 글씨 쓰기도 만들기도 자신이 없다. 달리기도 가장 느리고, 힘도 없어서 씨름도 못한다. 음정도 제대로 잡지 못하기에 음악시간에 노래 부르기도 싫다는 치킨 마스크... 그런 자신의 모습을 친구들 모두가 좋아할리 없다고 생각한다.
슬플 때마다 찾는 비밀 장소... 운동장 구석에 있는 나무 동산으로 간 치킨 마스크는 그 곳에서 자기가 항상 부러워 했던 온갖 마스크를 발견하고는 하나씩 써본다. 올빼미 마스크를 쓰니 계산이 척척, 햄스터 마스크를 쓰니 만들기가 척척, 장수풍뎅이 마스크를 쓰니 힘이 불끈, 개구리 마스크를 쓰니 노래가 랄랄~ 이런 저런 마스크를 쓰면서, 안다는 것, 노래한다는 것, 멋쟁이가 된다는 것, 칭찬받는 다는 것들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알게 되는데... 그러다 문득, 치킨마스크는 이런 생각을 한다. 

나는 머리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걸까?
운동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걸까?
만들기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걸까?
나는 도대체 뭐가 되고 싶은 걸까?

"치킨마스크야, 다른 마스크가 되지 마."
"치킨 마스크, 넌 마음이 참 예뻐. 이렇게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우리한테 늘 물을 챙겨 주잖아."
자신이 정말로 되고 싶은 건 무엇일까 싶어 머릿속이 엉망진창이 되었을때, 동산 식구들의 목소리를 듣게 된 치킨 마스크... 마음이 참 이쁘단 칭찬에, 또 지금의 치킨 마스크 모습 그대로가 필요한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에... 
"나는.... 나였다."라며 자신의 그릇에도 무언가 들어 찬 기분을 느끼게 된다. 

~*~*~*~*~*~*~*~

마스크...내 진짜 얼굴을 가리우고 마스크를 쓰면 처음에는 왠지 그 마스크처럼 행동하게 된다.  우리아이에게 하회탈을 씌워 주면 절로 탈춤을 추고, 사자 가면을 씌워 주면 사나운 사자가 되기도 하는 것처럼.... 하지만 긴 시간이 아닌 잠시 잠깐만이 가능하다.  내 본 모습이 싫다고 남의 모습을 덧쓴다하여 그 모습이 내 모습이 될 수는 없다.  본연의 나와 다르다면 그 행동에 괴리가 클테고 이도 저도 아니게 되기 싶다.  나 자신을 제대로 아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아이들마다 가지고 있는 재능... 아직 활짝 핀 꽃이 아니라서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작은 꽃들의 칭찬 한마디에 자신감 제로였던 치킨 마스크가 자기 그릇에 무언가 가득 찬 느낌을 가질 수 있었던 것처럼, 아무리 작은 칭찬이라 하더라도 그 칭찬이 주는 변화는 크다.  아이들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잘 이끌어 주기도 해야겠지만 적절한 칭찬 또한 아끼지 말아야겠단 생각이 든다.   

많은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생각되는데(우리아이도 그랬으니까...^^)  '나는 노래는 잘 하는데.... 나는 공부는 못해도 달리기는 엄청 빠른데... 나는 노래는 못해도 힘이 센데...' 라고.

그리고, 혹  너무도 자신 없어 하는 아이들에게는 치킨 마스크가 또다른 힘이 되어 줄 것이다.  작아서 눈에 잘 띄지 않는 꽃들에게까지도 물을 주는, 그 꽃들에게 꼭 필요한 아이는 그 반에서 치킨 마스크 뿐이였잖은가~.  그런 상냥하고 고운 마음은 많은 사람들에게 그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따스함을 안겨주는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알려주면서, 아직 드러난 재주는 별로 없지만 마음 속 고운 심성을 가지고 있던 치킨 마스크처럼... 이 책을 읽고, 내 안에 들어있는 이쁜 모습을 찾아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우리 아이들에게 뿌듯하고 행복한 시간을 안겨줄 듯 하다.  

#4. 책과 놀기

 


마스크를 쓰고 나오는 아이들 모습을 재미있어 하는 아이랑 함께 자신이라면 어떤 마스크가 어울릴 것 같냐고 물었더니 자신감 충만(?)한 우리 아들래미... 올빼미, 햄스터, 장수풍뎅이, 개구리처럼 자기는 공부도 잘하고 만들기도 잘하고 힘도 세고 노래도 잘하니 다 어울린다 한다~하하.  그 중에서 한가지를 골라서 직접 마스크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아이가 고른 마스크는 개구리 마스크...
색도화지를 이용해서 머리를 집어 넣을 수 있도록 만들고 개구리 눈과 입을 그려서 붙였다.  

 

개구리 마스크를 쓰고선, 연신 폴짝 거리며 방을 돌아 다녔는데... 사진을 찍자며 포즈를 취하란 말에 저렇게 손가락을 가져다 대면서 하는 말, "엄마, 저는 생각하는 개구리예요."란다~^^. 아니, 노래하는 개구리가 아니고 생각하는 개구리란 말씀???....ㅋ 

어찌 되었든 오늘 하루 우리아이는 생각하는 개구리가 되어서 이방, 저방 다니며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연신 노래는 불러댄다. "개울가에 올챙이 한마리, 꼬물 꼬물 헤엄치다~ 뒷다리가 쑤욱 앞다리가 쑤욱~ 팔짝 팔짝 개구리됐네" 

(** 어찌 만들다보니 솜씨가 없어 입모양 아래에 아이 눈이 위치한다.. 그 쪽에 구멍을 두 개 내주었다. 쓰고 다니기 쉽게~~^^)

 #5. 치킨 마스크가 우리 아이들에게 들려 주는 말 
 
나는 잘하는 게 아무것도 없는 내가 싫었어.
하지만 나라서 할 수 있는 일도 있다는 걸 알고 자신감을 갖게 되었어.
너도 너라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테니까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찾아봐 
- 치킨 마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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