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통한 날 문학동네 동시집 2
이안 지음, 김세현 그림 / 문학동네 / 200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올해 들어 나와 우리아이의 책읽기에 새롭게 바뀐것이 있는데..그건 바로 '동시 읽기'다.  스토리북에 열중하던 차에 만나게 된 동시집 한 권은 스토리북이 들려주는 이야기 못지 않게... 또는 그 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지라 읽으면서 아이와 함께 얼마나 매료당했던지...^^ 아이들이 읽으면 물론 좋겠지만 어른들도 머리맡에 두고 간간히 볼 수 있다면 더 없이 좋겠단 생각이다. 
<고양이와 통한 날>동시집을 읽으며 내내 동시와 마음이 통했다. 읽어 가다가 <국화>란 시를 마지막으로 뒤 페이지에 더 이상 동시가 없자 못내 서운할 정도다.  같이 읽던 우리아이도 마찬가지였나보다.  박기범 동화작가분이 적어놓은 '읽고나서'의 글까지 읽어 달래는거 보니...^^.   

본문에 실린 여러 동시들 중 재미있는 시 한편 옮겨 본다~^^. <새> '차 앞 유리에 / 새가 똥을 누고 갔다 / 아침에 말갛게 닦아 놓았는데 / 진보랏빛 똥으로 낙서를 했다'.... 그렇다면 화를 낼만할 일이 아니겠는가... 닦아 놓았는데 그랬으니 더더욱 말이다. 그런데 시인은 다음 연에서 이렇게 풀어 놓는다.  '아버지는, / "벌써 오디가 익었구나! / 오디 따러 가자" / 한다 // 새가 알려 주지 않았으면 / 못 먹을 뻔했다.'라고.... 그걸 보고 화를 내기는 커녕 오디 먹어 진보랏빛 똥을 눴구나 싶어 오디 생각을 해내고는 새가 알려주지 않았으면 못먹을 뻔 했다니...^^.  
해바리기에게 비오는 날 우산도 씌워주고... 해바라기가 벌을 품고 젖을 빨리는 것 같다고 느끼는 시인의 눈에 비춰진 세상은 어쩜 이렇게 예쁠까 싶다. 순수한 우리 아이들의 시선이고 동심과 닮았다. 아니다... 요즘같다면 우리아이들의 시선이고 동심이였음 좋겠단 생각이 든다.  
우리 아이들의 하루 일상을 노래한 <월요일>이란 시를 보면 '학교 가방 놓고 / 피아노 가방 든다 / 피아노 가방 놓고 / 미술 가방 든다 / 미술 가방 놓고 / 글쓰기 가방 든다...(중략)... 휴--, / 이것만 갔다 오면 / 긴 월요일도 / 이젠 끝이다 씻고 / 숙제하고 일기만 쓰면 / 된다.'라고 쓰고 있다. 틀렸다고 반박할 수 없는 시라서 더욱 슬프다.  학교 다녀와서 예체능과 영어, 속셈학원까지 다녀와 피곤할텐데... 마지막 두 연에, 끝이라 하면서도 아직 할 일이 남아 있는 아이의 모습이 애처롭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를 둔 친구는 며칠 전 내게 전화해서 한마디 한다. "우리아이 책 한권 읽을 시간이 없다'고.  책 한 권 읽을 시간이 없는데 자연을 마주하고, 그 자연을 맑은 시선으로 그려볼 시간이 있을까~.   

<속은 일>이란 시도 참 재밌다~^^. 끄륵끄륵, 휘릭휘릭 하는 것 같았던 소리가 나서 무얼까 싶어 찾아보니 참새다... 참새를 보자 '그때부터 / 끄륵끄륵, 휘릭휘릭 신기한 소리는 없어지고 / 째액, 짹 짹 / 참새 소리만 얌전히 들려'온다니... 하하.  이 시를 읽더니 우리아이도 '나도 그런 적 있어요, 있어요.'한다.  나또한 그와 비슷한 경험을 하긴해도 이렇게 시로 그려내지 못하건만 시인은 어쩜 이토록 맛깔스럽게 동시로 풀어 냈을까나~.
<천둥 치는 밤>에서는 '......마당에는 / 밤새 죄를 대신 갚아 준 것 같은 나뭇잎들이 / 바닥에 납작납작 엎디어 있었다'란 글로 어릴 적 천둥치면 괜히 지은 죄가 있어 그 죄 때문에 벼락맞을까 걱정했던 꼬맹이 시절이 그려지기도 했는데.. 비바람에 떨어졌을 나뭇잎들을 보고 저렇게 표현한 글이 놀랍다.
<다섯 살>과 <일곱 살> 제목을 단 동시는 우리아이가 너무 깔깔대고 좋아해서 한번씩 더 읽고 지나간 동시였으며, <고맙다>라는 시는 읽는 나까지 부모사랑에 코가 시큰~해지기도 했다.   

아이들이 읽어도 좋고, 머리맡에 두고 아이들 잠들기 전 부모가 읽어 주면 참 좋을것 같다.  동시 한 편  한 편이 아이들 마음 속에 쌓이고 쌓이다 보면 자연을 바라보는 고운 시선과 가족과 이웃을 대하는 따뜻한 심성이 쑤욱~ 자라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