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에서 소개하지 않은, 라디오 방송에서 하루키 씨가 소개하는 에세이입니다. 그러니까 육성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요. 청취자들에게 하는 말이라 높임말을 사용하지만 여기서는 책자의 에세이처럼 ‘그렇다’로 하겠습니다. 좀 더 나은 번역은 파인딩 하루키 사이트를 보시거나 원서로 읽고 싶으면 분들은 제 프로필의 링크를(이건 인스타그램을 말하는 것입니다) 따라 들어가서 보시면 됩니다.


고양이 씻기기 – 하루키


안녕하세요, 무라카미 하루키입니다. 오늘은 [무라카미의 세상 이야기] 라고 하는 것으로, 이것저것 잡담을 합니다. 도움이 된다든가, 뭔가 교훈이 담겨 있다든가, 그런 훌륭한 이야기는 아니니까, 뭐 고양이 머리라도 어루만지면서 적당히 예, 예 하고 넘어가 주세요. (네코아먀) 야옹. 그 틈틈히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틀겠습니다. 일요일 해질녘 편하게 들어주세요.


집에서 뭔가를 작업하고 있을 때 집으로 세일즈에 관한 전화가 오는 경우가 있다. 나는 대체로 집에서 글을 쓰기 때문에 그런 전화는 굉장히 곤란하다. 그런데 “지금 바쁘니까”라고 말하면서 쨍그랑하고 전화를 끊어버리는 것도 기분이 찝찝하고 상대방에게 나쁜 것 같아서, 그동안은 “지금 요리를 좀 하고 있는 중이라 손을 못 떼서 죄송합니다”라거나 적당한 이유를 꾸며내서 거절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그럼, 요리는 언제쯤 끝납니까?” 같은 끈질긴 사람도 있어서 이 방법 역시 곤란할 때가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죄송합니다, 지금 고양이를 씻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손을 뗄 수가 없군요.”라고 거절을 하고 있다. 이렇게 말을 하면 상대방은 의표를 찔리고 바로 전화를 끊어준다. “그럼 언제 그 고양이를 씻기는 것이 끝나는 거죠?”라고 묻는 사람은 없었다.


고양이도 전부 제각각이고 고양이 나름이라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군요. 고양이를 실제로 씻겨 본 적은 있습니까? 고양이는 대체로 물을 싫어하기 때문에 상당히 저항합니다. 고양이를 씻긴 다는 건 오래 걸리는 일입니다. 목욕을 하면 일단은 기분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무라카미 라디오 https://www.bilibili.com/video/BV13q4y1N7mK/?spm_id_from=333.788.recommend_more_vide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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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토마토는 뜨겁게 먹으면 훨씬 맛있다. 뜨거운 신맛이 토마토가 터질 때 죽 나오면서 다른 음식과 궁합이 좋다. 내 입맛에는 그렇다. 그래서 방울토마토는 주로 뜨겁게 해서 먹는다. 특히 뜨거운 국물에 퐁당 빠트려서 먹는 맛에 길들여졌다. 컵라면을 먹을 때에도 4, 5개씩 넣어서 먹는데 꽤나 맛있다.


오뎅탕을 끓일 때 방울토마토를 넣어서 끓이고 토마토를 터트리면 오뎅탕 국물에 토마토의 신맛이 퍼지면서 국물의 맛이 아주 웅숭깊어지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방울토마토는 두부처럼 뜨거워지면 빨리 식지 않는다. 그게 좋다. 방울토마토 말고 큰 토마토가 있다면 숭숭 잘라서 아주 매운 라면을 끓일 때 넣어서 먹으면 맛있다. 크니까 아무래도 토마토의 산미가 찌개나 라면에 더 퍼져서 훨씬 맛있어진다.


생각해보면 내가 어릴 때에는 방울토마토가 거의 없었다. 주로 큰 토마토를 여름에 설탕을 뿌려서 먹곤 했다. 여름에 수박에는 소금을 뿌려 먹었다. 소금을 뿌리면 수박은 더 달고 더 맛있었다. 요즘은 어딜 가나 방울토마토는 수월하게 구입할 수 있다. 방울토마토 몇 개는 거의 매일 먹는 나로서는 방울토마토의 가격도 많이 올라가서 아쉽다. 이상하지만 이렇게 한 번 오른 물가는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물가가 안정이 되면 이런 생활에 밀접한 물품의 가격도 내려가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않는다. 요즘 기름 값도 2000원까지 올랐는데 석유를 마구 수입해와서 안정이 되어도 쉽게 내려가지 않을 것이다. 콧물 효과다. 오를 때는 빠르게 올라가서 내려올 때는 천천히 내려온다. 어떻든 물가에 영향받지 살아갈 수 있다면 서민은 아닌 것이다. 우리 같은 서민은 이런 물가 하나에 걱정에 고민이 앞서게 된다.


그래서 찌개를 끓일 때 10개씩 넣던 방울토마토를 줄일 수밖에 없다. 라면이나 찌개에 토마토를 넣으면 주위에서는 으휴 또, 같은 반응도 있다. 뜨겁게 먹으면 훨씬 맛있는데 토마토는 대부분 그냥 먹는 게 맛있다고들 한다. 뭐 다 각자의 입맛대로 먹는 것이다. 권유는 할 수 있지만 강요는 할 수 없다.


어제는 지친 몸으로 집에 들어가 꽁치찌개를 끓여 먹었다. 아주 간단하다. 통조림 속 꽁치가 간이 되어 있어서 따로 뭔가를 넣을 필요가 없다. 그저 파와 고추와 고춧가루와 두부와 방울토마토를 넣으면 끝이다. 아주 맛있는 꽁치찌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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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2-03-22 13: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토마토는 분명 야채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과일 취급을 해서 그런가 봐요.
중국만 해도 토마토는 야채 시장에서 취급하고 다양한 조리법이 존재합니다.
‘지단시홍스‘라고 토마토 볶다가 계란으로 스크램블한 대중적인 음식이 있어요.

교관 2022-03-23 11:21   좋아요 0 | URL
토마토는 열을 받으면 더 맛있어지는 거 같아요 ㅋㅋㅋ 다른 재료들과도 잘 어울리고 말이죠

blanca 2022-03-22 17: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내일 저녁 메뉴를 결정했네요. 감사합니다.^^꽁치 김치찌개에 방울 토마토를 넣어 봐야겠습니다.

교관 2022-03-23 11:22   좋아요 0 | URL
꽁치찌개에 퐁당 들어간 토마토 참 맛있죠 ㅎㅎ
 

운동화에 구멍이 나도록 달렸다. 그렇다고 해서 숨이 끊어질 것처럼, 야생마처럼 달린 건 아니고 매일 조금씩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의 시간을 들여 달렸다. 달리다가 힘이 들면 걷기도 하고, 중간중간 쉬면서 근력 운동도 했다. 그러니까 열심히 달렸지만 전문 러너처럼 달린 건 아니다. 그저 꾸준함으로 달렸을 뿐이다. 이렇게 달린 지도 10년이 넘어가고 있다. 그동안 바닥에 구멍이 나서 없어진 운동화도 여러 켤레다. 코로나가 도래한 이후, 20년에는 5일 정도를 못 뛰었고 작년에는 4일인가 6일인가를 제외하고 매일 조금씩 달렸다.


글쓰기에는 재능이 큰 부분을 차지할지 모르나 달리기를 하는 것에 있어서는 재능보다는 꾸준함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전문 러너라면 모를까 일상적으로 조깅을 하는 것에 있어서는 꾸준하게, 매일, 일정한 시간을 내서 일정한 거리를 달리는 게 중요하다. 조깅을 하면서 습관을 들인 꾸준함은 일상의 여러 곳에 적용을 시켜도 좋다. 먹는 것도, 가는 곳도, 말하는 것, 모든 것에 꾸준함을 대입을 하면 재능 그 이상을 발휘할지도 모른다. 역시 달리면서 몸의 일부처럼 되어버린 꾸준함을 글쓰기에도 적용을 시키면 나쁘지는 않다. 이슬아 작가도 말했지만 ‘꾸준함 없는 재능이 어떻게 힘을 잃는지, 재능 없는 꾸준함이 의외로 얼마나 막강한지 알게 되어서다’라고 했다.


브런치에서도 두각을 드러내는 작가들이 한동안 바람처럼 나타나서 재능을 아낌없이 보여주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가 느닷없이 사라진다. 이런저런 이유가 있겠지만 꾸준했다면 더욱 막강해지지 않았을까 싶다. 재능과 함께 꾸준함을 가지고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런 사람은 그리 세상이 많지 않다. 글이야 잘 써야 하고 잘 쓴 글을 보면 주눅이 들거나 질투를 하기도 하지만, 글을 꼭 잘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기대치가 있어서 잘 써야 해,라고 하는 생각도 어쩌면 버려야 할지도 모른다. 잘 쓴 글은 세상에 널렸다. 거대 출판사에서 이미 잘 쓴 글은 종이책으로 다 출간을 했다. 잘 쓴 글을 보고 싶은 사람은 출판사에서 나온 좋은 책을 구입해서 이미 다 읽고 있다.


나의 이야기를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비록 재능에서 멀어졌을지라도, 꼭 잘 쓴 글이 아닐지라도 꾸준하게 글을 쓰다 보면 그중에 하나는 괜찮은 글이 있겠지. 그러면 사람들이 공감하고 그 글에서 위로를 받을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생활에서 느껴지는 건 계획 없이 움직이는 건 지친다. 그리고 계획 따위 그렇게 필요하지도 않다. 매일 조금씩 달리는 계획을 잡을 뿐 어디로 어떻게 달리는지는 그날그날, 날씨나 컨디션에 따라 다리를 움직이면 된다. 달리는 코스는 비슷할지 모르지만 3월이 되고 자연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걸 눈으로 보고 바뀐 향을 코로 맡아보고 달리진 강의 풍경을 기록한다.


어제는 옆 가게에서 하루키를 좋아하니까 매일 조깅을 하는구나.라고 했다. 그러면 그냥 웃고 넘어가지만 하루키를 좋아하는 것과 매일 달리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하루키를 좋아해서 하루키의 소설을 매일 읽고는 있지만 하루키를 좋아하는 것과 조깅을 매일 하는 것은 다르다. 하루키를 좋아한다고 해서 어떻게 매일 조깅을 할 수 있을까.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조깅을 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조깅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조깅을 해서 얻는 기쁨이나 몸의 변화를 알지 못한다.


어떻든 전문가이든, 생활인이든, 한 인간을 좀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 영화 같은 마법은 반복되는 매일의 꾸준한 습관에 있다고 본다. 매일 조깅을 하는데 드는 비용은 없다. 고가의 자전거를 살 필요도 없다. 탁구처럼 탁구대가 필요하지도 않고, 야구처럼 인원이 많이 필요치도 않다. 그저 길과 운동화만 있으면 된다. 비가 와도 달릴 수 있고 여름에도 겨울에도 달릴 수 있다. 매일 신나게 달리려면 신나는 음악이 있으면 된다.

두꺼운 체육복은 이제 안녕


비가 오기 전


며칠 내내 비가 내렸다


비가 와도 조깅을 계속된다


영차영차 신나게


조깅이 끝난 후


그럼 오늘의 신나는 음악은 심플 플랜의 젯 렉이다. 여러 버전이 있는데 캐나다 가수 마리 마이와 함께 부른 버전이 좋다. https://youtu.be/HxtfFoFwr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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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2-03-21 14: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그랬지요?ㅋㅋ
이를테면 그렇다는 거지 꼭 직역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조깅하면 하루키고 교관님은 하루키만큼이나 루틴을 중요하게
여기시는구나 그래서 같이 생각할 수 있는 공통점을 발견했으니 그렇게
말하는 걸로 이해하시면...! 내가 누구와 뭐 하나라도
공통점이 있으면 기분 좋잖아요.ㅋ

맞아요. 글을 쓰는 것에 있어서 교관님 같은 생각을 해야하는데
그게 참 쉽지 않더라구요. 작년에 카우던 반려견이 죽어서
슬픈 마음을 달랠겸 브런치에 연작글을 썼는데 끝까지 쓰긴했지만
마음이 왠지 편치는 않더군요. 원래 그러려니 하는데도 멘탈이 강하지
못해서인지 겨우 마쳤지요.ㅠ
그래도 적은 숫자지만 누군가는 라이킷 해주시는 분이 계셔서
고맙기도 하더군요. 응원 받는 기분이어서.
근데 정말 열심히 달리셨군요. 신발에 빵꾸가 나도록!^^
아, 그러고 보니 레깅스 벗고 바지 입으셨네요.ㅋㅋ

교관 2022-03-22 10:37   좋아요 1 | URL
ㅋㅋㅋ 오프라인에서 빈정거리는 사람이 있어요. 마치 빈정거리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ㅋㅋ 조깅을 하고 신발바닥에 구멍이 나서 교체를 대부분 하거든요 ㅋㅋ 그래서 저에게 맞는 조깅화는 트랙에서 달리는 전문 조깅화가 아니라 바닥이 튼튼한 운동활라는 걸 오래전에 알게 되었어요 ㅎㅎ

잉크냄새 2022-03-21 14: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신발 바닥에서 묘한 동질감을 느끼다니...
저도 걷기 시작한 이후 4달에 한켤레씩 바닥이 저리 됩니다.
비싼 운동화는 살 엄두가 안나요. 바닥이 저리 되면 가슴도 저리 될까봐...

교관 2022-03-22 10:38   좋아요 0 | URL
정말이에요 비싼운동화는 정말 금방 닳더라구요, 금방 닳아버리는 비싼 운동활 보는 건 가슴에도 즈릏게 ㅋㅋ 구멍이 뻥 나버리는 거 같았어요
 


그래 그랬지 어렸을 적 가유희사를 보며 나중에 가유희사 같은 시나리오를 쓰리라. 비록 그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여러 번 가유희사를 보고 있으면 마치 초현실 세계에 풍덩 빠져 있는 기분이 든다. 

가유희사는 보는 내내 기분이 좋아서 지금 복잡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가유희사에는 지금은 모두 영화계의 거물이 된 배우들- 주성치, 장만옥, 오군여, 모순균, 황바이밍 등이 왕창 나온다. 그들은 온몸에 코믹을 장착하고 비현실적이게 현실을 표현했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면 홍콩도 반환을 몇 년 앞두고 불안하고 두려웠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영화 속에서라도 실컷 웃자,라며 주성치와 장만옥이 가유희사에서 영화 속 캐릭터를 연기하며 보는 이들을 깔깔 거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가유희사에는 장국영이 있다. 버림받은 형수에게도 다정하게 대하고 남자 같은 우악스럽기만 한 모순균과의 티키타카까지. 이때까지는 장국영의 눈에서 슬픈 눈빛은 보이지 않았다. 마치 호기심이 가득한 사춘기 소년 같은 모습이다. 마사지 수업 중에 고모에게 까불다가 발바닥까지 맞아서 멍이 들어 흑흑 질질 짜는 장국영의 얼뜨기 코믹 큭큭. 

시간이 지나면 사람은 변하거나 소멸하는데 영화는 늘 그대로다. 언젠가 내가 쓴 시나리오로 영화 한 편 찍을 수 있을까. 박찬욱이 자꾸 아이폰만 있으면 찍을 수 있다는데.



출처: 유튜브 aoe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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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렇게 생겼을까. 마치 슈퍼 히어로 영화 속에 나오는 다른 별에 살고 있는 서민 외계 종족처럼 생겼다. 하얗고 뽀얀 몸통에 수염뿌리가 머리 위에 난. 그래서 연약해 보이지만 아차 싶을 때 단단한 능력을 낼 수 있을 것만 같은 모습이다.


봄을 가장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건 달래무침이다. 달래를 조물조물 무칠 때 퍼지는 참기름 향에 기분이 이미 봄이다. 봄에만 맛있게 먹을 수 있어서 밥에 올려 슥슥 비벼 먹으면 아주 맛있다.


이른 봄을 입안에서 느끼면 오래전 봄날의 그때가 몽실몽실 구름이 되어 지나간다. 사랑으로 충만하던 그때. 사랑만으로도 배불렀던 그때. 사랑이 깨지는 소리에 온 세상이 끝났다고 생각하던 그때.


또 한 숟가락 분주하게 움직여 쓱싹쓱싹 달래무침을 밥에 비벼 먹었다. 달래의 쌉싸름하고 참기름의 고소한 맛과 예전의 온 세상이 그저 아름답게만 보이던 그때가 섞이면서 미소가 오랜만에 인다.


좋아하는 사람과 달래무침을 밥에 비벼서 나란히 앉아서 지난 영화를 보며 먹는 이 봄, 더 바랄 것 없는 행복한 봄이다. 봄에는 달래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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