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어서 일어나요
길에서 자면 큰일 나
자우림의 노래 [이런 데서 주무시면 얼어 죽어요]가 어울리는 사진이다. 이 사진도 아이폰 4로 찍었다. 그리고 이곳은 전부 아파트 단지로 바뀌었다.
저 때도 아마 이맘때쯤인데 일교차가 크기 때문에 자칫 큰일이 날 수도 있다. 신발도 없고 발바닥도 새까맣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노숙자일까. 노숙자라고 하기에는 옷은 또 괜찮다. 하지만 가까이 가면 한 달 가까이 씻지 않으면 나는 냄새가 난다. 어제 술을 마시고 나와서 이렇게 잠이 들었을까.
자우림은 노래를 부른다. 아저씨 일어나 기운 내요, 아저씨 어서 일어나요, 길에서 자면 큰일 나!
하지만 아저씨는 너무나 새근새근 잠들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행복한 모습처럼 보인다.
자우림은,
저 까만 발로 꿈꾸고 있는 걸까.
뭐 할 말이 있을까 어디 얘기를 들어볼까.
라고 노래를 부른다.
패닉하고 자우림 초기 노래에 미친 듯이 빠졌던 때가 있었다. 겉멋 잔뜩 든 때였다. 노래들이 막 세기말 같았다. [이틀 전에 죽은 그녀와의 채팅은]에서 놀라진 말아 줘, 고백할게 있어, 이틀 전에 난 이미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러니 놀라지 말고 자정에 나와 얘기를 하자고 한다.
꼭 저 밑바닥에서 손이 쑤욱 올라와서 나를 데리고 가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때는 경쟁이라도 하듯 델리스파이스, 피아 같은 밴드들이 우리의 폐를 푹 찌르며 밀고 들어왔다.
내일도 없고 그저 오늘을 미친 듯이 살자, 같은 주의였다. 어린이들 같았다. 내일을 위해 에너지 따위 남겨두지 않고 오늘 전부 소비를 해버렸다. 자우림과 패닉의 노래를 들을 뿐인데 몸이 연기가 되어 엑토플라즘처럼 사라지는 그런 기분이었다.
자우림은 노래를 부른다.
이런 데서 주무시면 얼어 죽는다고,
아저씨 어서 빨리 일어나서 집으로 돌아가라고.
자우림(Jaurim) - 이런데서 주무시면 얼어죽어요 https://youtu.be/C5LOUJr0PM0?si=YbAf1NzefEPhJlr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