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라디오 – 전쟁을 멈추게 하기 위한 음악 6, 7번째


6.

스티비 원더가 밥 딜런의 [데뷔 30주년 기념 콘서트]에서, 이 “Blowin’ In The Wine”를 부릅니다. [바람에 날려(또는 바람이 불어서)]. 1992년의 일입니다. 이 가사는 아마 여러분이 다 아시지요. 하지만 일단 읽어드리겠습니다.


스티비 원더는 15살 때 이 곡을 커버했습니다. 그는 곡 앞의 이야기에서, 60년대 당시 민권 운동이나 베트남 전쟁이 있었지만, 그 후로도 세계의 트러블은 끊어지지 않았고, 결국 이 곡은 어느 시대에도 빛을 잃지 않았다,라고 하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딜런 앞에서 이 곡을 뜨겁게 불렀겠습니다. 백 밴드는 부커 T & 더 MG’s 가 뒤를 받쳐주고, 피아노를 치는 것은 스티비 원더 자신입니다.


7.

피터, 폴 & 메리가 [비참한 전쟁] “cruel War”를 부릅니다. 이거 일본에서의 라이브가 너무 좋아서 그걸 틀어 드리려고 했는데, 아무리 찾아도 그 CD를 찾을 수 없어서 오리지널 LP로 틀겠습니다. 낡은 앨범이기 때문에 초반의 거친 음은 신경 쓰지 말아 주세요. 사람에게 역사가 있는 것처럼 레코드에도 옛 상처가 있습니다. 그나저나 메리 트래버스의 목소리는 몇 번이나 들어도 멋지군요.



 https://youtu.be/WZnv6qLWPy4 <= 스티비 원더


https://youtu.be/A6SEwcjeupI <= 피터 폴 앤 메리


무라카미 라디오 – 전쟁을 멈추게 하기 위한 음악 8, 9번째

(의역이 많음을 알려드립니다. 의역 없이 보시려면 위의 원본을 보면 됩니다.)


8.

도어즈의 “The Unknown Soldier” [이름 없는 병사]를 틀었습니다. {Waiting for the Sun}라는 앨범에 들어있는 곡입니다. 제가 학창 시절에 자주 라디오에서 들었던 곡입니다. 베트남 전쟁이 한창일 때입니다. 도어즈는 칼날처럼 날카로운 밴드였습니다. 안타깝게도 너무 날카로워 그 날카로움에 자신들이 자멸해버립니다만. 이 곡 역시 “투사 시인” 짐 모리슨 다운 가사입니다. 눈에 띄는 이미지가 상징적으로, 단편적으로, 병렬적으로 반복됩니다.


9.

비틀스 해체 후에 존 레넌이 만든 대표적인 곡 [이메진]을 한 번 들어보세요. 이 곡이 발표된 해가 1971년입니다. 오늘은 잭 존슨이 부릅니다. 이 가사는 너무나 유명해서 여러분은 아마도 다 아시리라 생각하지만 일단 소개를 하겠습니다.

이렇게 읽고 나면 상당히 낙관적인 가사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실제로 부르는 것을 듣고 있노라면, 역시 뭉클하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1971년에는 상황이 달랐습니다. 우리는 이상을 가지고 있었고 미래를 믿을 수 있던 시기였습니다. 냉소적인 이상주의자 존 레넌. 그의 죽음으로 세상은 타격을 크게 입습니다. 너무 안타까운 일이지만 말이죠.


https://youtu.be/JLBOjvl6i5s <=도어즈


https://youtu.be/UJ4rsrTxEjY <= 이메진



무라카미 라디오 – 전쟁을 멈추게 하기 위한 음악 10, 11번째


10.

Love And Mercy. 브라이언 윌슨이 콘서트 마지막에 자주 이 노래를 부르더군요. 혼자서 피아노를 치며 아주 조용하게 노래를 부릅니다. 마치 자신에게 말을 하는 것처럼 말이죠. 이것에 꽤 마음 깊은 곳에 스며듭니다. 사랑과 자비의 마음 말이죠.


11.

이제 오늘의 마지막 곡은 하비 맨이 연주하는 “Amazing Grace”입니다. 오래된 찬송가입니다. 작사가 존 뉴턴은 18세기에 영국의 노예 무역업자였는데, 훗날 자신이 관련된 수많은 잔인하고 잔혹한 행위를 후회하며 회계하는 마음으로 이 곡을 썼다고 합니다. 들어보면 정말 아름다운 곡입니다. 플루트는 하비 맨, 피아노와 보컬에 소울이 넘치는 레스 맥캔입니다.


자, 오늘의 마지막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말입니다.

킹 목사는 1968년에 암살당했습니다. 그는 연설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히틀러가 독일에서 한 행위가 모두 합법적이었다는 것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됩니다]

“Never forget that everthying hitler did in Germany was legal.”


킹 목사는 분명 이런 말이 하고 싶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자유를 위협할 수 있는 법 아래에서 개인의 권리는 틀림없이 합법적으로 빼앗길 것이라고 말이죠.


근래에는 의회제 민주주의가 효율적이지 않아서 권력을 중앙에 집중적으로 포함한 [권위주의] 같은 시스템에 마음이 끌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확실하게 효율적일지도 모르지만, 그 어둠의 방향으로 흘러가게 둔다면 결국 우리는 매우 위험한 사태에 직면하고 맙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도 충분히 조심하셔야 합니다. 브루스 스프링스턴의 말은 아니지만, 지도자에게 순순히 잠자코 맹목적으로 따라가다가는 큰일이 나니까요.


그럼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평화로운 세계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https://youtu.be/2y3J46DhoL0 <= 브라이언 윌슨


https://youtu.be/-TKEt6ky0qA <= 하비 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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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드는 글을 만날 때가 있다. 프로작가의 글이라고 해서 모든 글귀가 마음에 드는 건 아니다. 마찬가지로 프로작가의 글이 아님에도 마음에 드는 글을 만날 때가 있다. 그렇게 만나는 글은 느닷없다. 브런치 작가 중에 임이나 님의 글을 읽다가 이 구절을 읽는데 이성복 시인의 시도 화악 떠오르고, 내가 너무나 좋아해 마지않던 박정대의 슬라브식 사랑도 파도처럼 밀려왔다.

 

좋아하는 시인들의 시에 푹 빠져 있었던 때가 떠오른다. 유희경 시인, 박정대 시인, 김소연 시인, 이성복 시인, 최승자 시인, 황인찬 시인, 한강 시인의 시에서 허우적거릴 때. 짧은 문장 안을 살짝만 벌려보면 긴 서사가 있어서 생각하고, 상상하다 보면 한 편의 긴 소설을 읽어 버린 듯한 기분. 그런 기분을 오랜만에 느꼈다.


시에 대한 갈망은 언제나 타는 목마름이다. 김영하도 하루키도 어쩌면 시에 대한 갈망이 있지 않을까. '해변의 카프카' 속에는 해변의 카프카 노래 가사가, 시가 되어서 드러나고, 김영하의 짧은 소설 살인마 병수의 이야기 '살인자의 기억법'도 긴 시를 읽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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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어려우니

시는 쉽게 적고 싶습니다

시가 이리도 어려우니

간단하게 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간단하게 사는 것도, 쉽게 시를 적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책은 매일 읽고 있지만 생각해보니 근래에 시를 잘 읽지 않았다. 시집 한 권을 너덜너덜하게 읽었던 적이 불과 1, 2년 전인데 최근에는 소설책과 좋게 말하면 인문학 책 - 쓸데없는 책을 읽고 있을 뿐이다. 그나마도 이동을 할 때 조금씩 읽고 있다. 그러니까 1, 2년 전에 마음을 다해서 시를 읽고 시에 스며드는, 시며 들어 읽었는데 근래에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


아무래도 변명 같지만 코로나의 여파도 있고. 어머니도 코로나로 며칠째 고생하는데 아직 나는 걸리지 않고 있다. 나는 백신도 1차 밖에 맞지 않았고 코로나가 걸리면 몹시 고생을 할 것 같은데 아직이다.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코로나에 걸려 사경을 헤매거나 아파서 골골거리고 있다. 나는 아직이다. 그래서 조마조마하고 불안하다. 그런 와중에 이 글이 나를 사로잡았다. 왜 그런지 제대로 된 설명은 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사로 잡혔다. 그래서 주인의 허락도 없이 사진을 편집해서 이미지화시키고 그 속에 글귀를 삽입했다. 그리고 사진으로 출력을 해서 책갈피로 사용하고 있다.


이 글에는 제목이 없어서 작가의 이름을 따서 ‘임이나 시’라고 제목을 붙였다. 링크를 타고 들어가면 앞뒤의 조금은 긴 글을 볼 수 있다. 마음이 불안할 때 그것을 조금 잊을 수 있는 글이라고 생각이 되면 글에서 위안을 받는다. 아마도 내게 그러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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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되고 멋진 클래식 레코드

를 좀 더 재미있게 읽기


유튜브 유니버설 뮤직 클래식에서 하루키 씨의 [오래되고 멋진 클래식 레코드] 속에 나오는 음악을 전부 올려 주었다. 파트 2까지 있으며, 파트 1이 4시간 30분 정도다. 틀어 놓고 하루키 씨의 에세이를 읽으면 좀 더 재미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나오는 음악이 누가 연주를 했는지 어떤 연주자들이 했는지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는다. 댓글에서도 누군가가 연주자와 앨범 정보도 알려주면 좋겠다고 했는데 아쉽긴 하다. 하루키 에세이 속에서도 한 곡을 여러 앨범으로, 여러 연주자들의 연주로 듣고 있다.


클래식 막귀인데 아무려면 어때!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요컨대 비발디 사계를 연주하는 연주자들이 전 세계에 얼마나 많을까. 그중에서도 으뜸으로 알아주는 연주자가 우리나라의 클라라 주미 강이다. 크라라 주미 강의 비발디 사계 중 겨울을 들어보면 정말 얼음 나라의 엘사가 뾰족한 얼음으로 만든 창을 집어던지는 착각이 들 정도로 연주를 한다. 1분 11초쯤 모두가 알고 있는 절정에 오르는 연주가 이어지는데 대단하다. 밑으로 사람들의 많은 댓글도 볼 수 있고 사계의 겨울이 끝나면 봄으로 이어지는데 그 연주 역시 정말 좋다.


지난번에 한 번 말했지만, 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바흐는 닥치는 대로 음악을 만들어야 했다. 자신이 만들고픈 곡이 있었지만 교회의 음악을 만들어야만 했다. 성가대도 가르쳐야 했고, 예배 악곡도 작곡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궁정 예배당의 관현악단의 악장이 되었고 거기에 맞는 음악도 작곡해야 했다. 자기 하고 싶은 음악이 있어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바흐의 자식이 스무 명이나 되었다. 스무 명을 먹여 살리려니까 나 좋아라, 하며 원하는 음악만 작곡해서는 살 수가 없었다. 닥치는 대로 작곡해야 그 많은 자식들을 먹여 살릴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그 유명한 칸타타도 만들고 말았다. 후세의 연주자들이 이런 바흐의 심연으로 닿아서 연주를 해야 하는데 그게 만만치가 않다. 그러다 보니 연주자들마다 연주의 깊이와 폭이 다를 수밖에 없다.


2007년 이전의 탈수기를 돌리면 슈베르트의 숭어가 흘러나왔다. 그러니까 가정집에서 빨래를 탈수하면 아무렇지 않게 슈베르트의 숭어를 듣고 있었다. 슈베르트는 천재적인 작곡가였다. 숭어처럼 말랑한 곡만 작곡한 것이 아니라 마왕을 들어보면 그 사이에 피아노곡이 있는데 말이 흑을 파헤치며 달리는 거친 음이 나온다. 그 곡을 연주하는 후세의 피아니스트들은 손가락이 대부분 찢어졌다. 슈베르트는 그런 천재적인 작곡 능력에도 큰 머리통과 많이 나온 배 때문에 사랑하는 여인의 사랑을 얻지 못했다. 그래서 사창가에서 사랑을 구걸하다 34살인가 어린 나이에 성병으로 죽고 만다. 살아생전 그렇게 만나보고 싶었던 베토벤도 만나보지 못한 채로. 베토벤은 슈베르트를 상종도 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슈베르트가 죽고 나서 그가 작곡한 곡을 보고 많이 후회를 했다. 베토벤이 죽고 나서 사람들은 슈베르트와 베토벤의 무덤을 같이 놔주었다.


역시 저 앞에서 한 번 언급했지만, 연주자들에 따라서 가장 많이 느낌이 다른 곡은 드뷔시의 곡이 아닌가 싶다. 호쿠사이의 그림 중에 파도라는 그림이 있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유명한 그림이다. 호쿠사이의 파도는 각종 굿즈와 게임 캐릭터로도 사용이 된다. 문신으로 새기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이 그림을 드뷔시가 보게 된다. 드뷔시는 살아생전 바다를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런데 호쿠사이의 파도 그림을 보고 그만 마음을 빼앗겨 버리고 만다. 드뷔시는 호쿠사이의 파도 그림을 보고 20분이 넘는 ‘라메르’라는 곡을 만든다. 라메르를 들어보면 정말 바다 위에 서 있는 기분이 든다. 그러다가 클라이맥스에는 파도가 휘몰아치는 것처럼 연주가 들린다. 하지만 가장 기묘한 건 클래식으로 연주를 하는데 마치 일. 본.이라는 풍의 기저가 깔린 느낌이 온몸을 감싼다. 이게 정말 신기하다. 클래식인데 기묘하게 일본의 오래된 옛 음악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후세의 연주자들이 얼마나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연주가 다르게 들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베토벤에 미쳐서 평생 베토벤을 연구하는 피아니스트 임현정의 왕벌의 비행을 마지막으로 한 번 보자. 정말 끝내준다. 이게 사람의 손가락이라니. 인간이 가능한 연주인가 할 정도로 연주를 하니 한 번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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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매일 그곳에 서서 지나치는 수많은 사람들을 봐

웃는 사람, 고개를 숙이는 사람, 인상을 쓰는 사람, 어린이, 할머니, 심지어는 나무 가까이 와서 침을 뱉고 가는 사람도 있어

나무는 사람들의 침을 맞아도 아무렇지 않아

나무는 지치지 않지

어떤 이는 나무에게 욕을 하고, 어떤 이는 술을 마시고 나무에게 다 토했어

나무는 투덜거리지 않아


여름에 태풍이 왔을 때 나무가 있던 곳은 물에 잠기고 자동차가 뒤집어졌어
나무는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던 덕분에 그곳에 서서 태풍을 견뎌낸 거야
태풍의 혹독한 비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나무는 생각을 했을 거야
곧 맛있고 온몸의 여린 부분을 감싸 안아줄 빛이 떨어질 거야, 그리고 나는 힘을 내서 기다릴 거야,라고


나무는 여러 해의 봄눈을 맞으며 여러 번의 사랑을 했어
하지만 모두 떠나가 버린 후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어
나무는 더 이상 비참해지지 않기 위해 떠나가는 것들에 미련을 두지 않았어
그런데 일 년 전 하늘하늘 벚꽃이 눈처럼 내리던 날 힘겹게 나무를 찾아온 어린 새 한 마리가 있었어


유난히 작고 힘이 없어 보이는 어린 새는 무리에서 공격을 받고 벌레도 못 잡아먹을 정도였어
작은 새는 부리와 다리에 암에 걸려 보기 싫게 큰 수포가 생겼던 거야
어린 새는 나무가 뻗은 가지에 앉아 잠을 자기만 할 뿐이었어
나무는 뿌리에 힘을 줘 물을 듬뿍 빨아서 작은 새가 먹을 수 있게 상처를 내고 물을 흐르게 했어
새는 나무의 상처에서 흐르는 물을 핥으며, 나무의 자양분을 먹으며 기운을 차렸어


나무는 새를 위해 상처가 난 곳에 벌레가 일게 했어
어린 새는 그동안 먹은 것이 없기에 벌레를 맛있게 잡아먹었어
그럴수록 나무는 점점 메말라 갔던 거야
나무는 다시는 사랑을 하지 않을 거라 했지만 보드랍고 작은 새에게 그만 사랑을 느끼게 되었어
나무는 새를 위해 그늘을 만들었고 새는 나무를 위해 노래를 불렀어
노래는 나무의 가지에 내려앉았고 나무는 다시 올, 봄을 기다리겠노라고 생각했어


새를 위해 낸 상처는 점점 깊어져 나무는 시들어 가기 시작했어
새 역시 암이 몸으로 계속 퍼지기 시작한 거야
새는 그런 나무를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떠나기로 했어  


나무야 슬퍼하지 마 나는 너를 사랑했어
새야 나는 너를 기다릴 거야 봄이 오면 다시 와 주겠니
새는 말없이 나무를 떠났고  
나무는 떠나가는 새를 말없이 바라보았어


새는 나무가 보이지 않는 곳까지 날아가서 그만 떨어지고 말았지
나무의 몸에는 많은 흔적이 있지만 나무는 유독 작은 흔적을 잊지 않고 있었어
어떤 절망도 나무를 지치게 하지 않아
가지는 시들어 잎을 피우지 못해도, 지나가는 사람들이 메말라가는 나무를 발로 찬다고 해도
나무는 지치지 않고 다가올 봄을 기다려
나무는 그렇게 그곳에 바보처럼 서서 봄을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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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는 일제강점기의 대단한 독립투사의 이야기를 다룬 것도 아닌데 이야기에 몰입된다. 잘 만들었기 때문에 극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되는 것 같다. 영화는 모든 것이 나무랄 데가 없다. 엄청난 배경, 시대를 오가는 스토리, 그리고 배우들.

내가 지방 사투리 쓰는 곳에 살아서 그런지 파친코에 나오는 사투리가 제일 자연스럽다. 영화는 영화 톤의 경상도 사투리가 있는데 파친코의 사투리는 우리가 지금 여기서 쓰는 사투리를 그대로 쓰는 것 같다.

영화는 아주 잘 찍은 사진을 수십, 수백, 수천 장을 이어 붙여 놓은 것 같다. 빛이 과하지도 않고 감성을 준다고 심하게 어둡지도 않고. 영화 속 모든 장면의 빛이 마치 전시회에 온 것 같은 기분도 든다.

모든 배우가 등장 할 때 원 라이트가 적용되는데 특히 이민호가 등장할 때는 원 라이트로 이민호의 얼굴을 더욱 입체감 있게 표현된다. 빛이 한 방향에서 부드럽게 떨어져서 반대쪽에서 소멸하는데 이민호가 등장하면 거의 대부분 원 라이트로 입체를 살렸다.

선자와 현수의 계곡 데이트 장면에서의 계곡은 정말 소박하면서 아름답게 나온 것 같다. 우리가 어릴 때 시골에 놀러 갔을 때의 그런 계곡을 보는 것 같다.

에반게리온에서 한 번 이야기를 했지만 코믹스를 제외하고 티브이판과 구 극장판은 제작위원회가 수익을 다 가져간다. 출판사, 방송국, 음반사, 피규어 회사, 게임회사로 수익이 분배된다. 제작비 외에는 지속적으로 제작진에게 수익에 따른 자본이 지급되지 않는다. 에반게리온 신 극장판의 경우 편당 제작비가 1100만 달러 정도인데 에반게리온의 가장 큰 돈줄은 파친코가 70% 이상으로 가장 높다. 이 파친코 가게의 80%가 재일 동포 소유다.

이민호는 극 중에서 우리나라를 이렇게 말한다. [이 나라가 멋진 걸 잊고 있었네, 억세고 또 강인하고]. 그리고 미국에 대해서는 [모든 것이 있고, 아무것도 없지].

일제강점기를 견디고 버텨낸 한국인들의 이야기. 다음 회가 궁금해. 애플 코리아 놈들이 유튜브로 1편을 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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