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 똑똑한 영화 찌질이들이 한곳에 왕창 나오는 영화다. 홍상수는 자신의 그 신묘한 찌질함과 여성관과 불륜을 매번 영화에 드러내는 세계 유일한 감독이지 않을까. 무서운 사랑을 찌질함으로 덮어버릴 줄 아는 감독, 진정한 일탈의 자유 속에는 무시무시한 시선이 있음을 우화적 영상으로 나타내는 유일무이한 감독일 것이다. 그 영화적 똑똑함이 부럽고 좋다.
어느 한식당, 영화 속에서 중원 형이 주인공인 감독에게 쪼잔한 놈이라고 대놓고 말한다. 쪼잔한 놈. 홍상수에게 하는 말이다. 자신은 그런 각본을 그냥 써버렸다. 그리고 개 찌질한 이야기들이 술집에서 오고 간다. 완전 찌질한 인간과 좀 찌질한 인간과 좀 덜 찌질한 인간이 한식집에서 술을 몇 병이나 마시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홍상수 영화는 재미가 없는데 재미있다. 재미없는 재미가 있다. 북촌방향에는 소설이라는 술집이 나온다. 그곳에서 많은 이야기를 주인공들이 하지만 뭐 그렇고 그런, 찌질한 고학력자들의, 찌질한 일상 이야기들 뿐이다. 그 찌질함 속에 인간의 일상과 일탈이 다 들어가 있다.
매 영화가 비슷한 것 같은데 다 다르다. 강변 호텔은 시 같아서 시적이고, 그때는 맞고~는 판타지적이고, 도망친 여자는 꼭 전시회를 보는 것 같더라. 북촌방향에는 김보경이 일인이역으로 나온다. 이 역시 판타지 적이다. 북촌방향의 김보경은 아주 예쁘다. 김보경이 술집 소설의 주인 예전으로 나올 때는 그저 예쁘게만 나오지만 감독을 사랑하는 경진으로 나올 때는 찌질함에 스며들어 연기를 한다. 김보경의 기담이나 진숙이 누나나 드라마에서도 좋았지만 북촌방향의 담배 두 개비 빌리려는 찌질한 경진이를 너무나 잘 표현했다. 김보경이 작년에 암으로 죽었을 때 이 북촌방향이 생각이 났다.
홍상수 영화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은 실제로 영화적 커리어가 있어서 망해도 상관없어!라고 생각을 가지지만 내면의 그 찌질함을 영화로 표현하고픈 배우들이 나오거나, 진실로 홍상수의 그 대본 없는 대본에 있는 그 시나리오적 배우로 한 번 영화에 나를 걸어보고픈 배우가 나오거나. 아무튼 홍상수의 영화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영화 뒷이야기를 하자면 중원 역의 김의성은 극 중에서 베우이며 영화 한 편 출연 후에도 인기가 없어 베트남으로 가 사업을 했지만 쫄닥 망하고 다시 온 걸로 나온다. 그건 김의성 배우의 실제 경험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또 북촌방향이 칸에 초대를 받아서 배우들이 다 갔는데 김보경은 참석을 하지 못했다. 이미 그때부터 수술을 하고 몸이 아팠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