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팬들아 오늘도 하루키 얘기야. 하루키의 단편 소설 [치즈 케이크 모양을 한 나의 가난]에 대한 이야기야. 이 단편을 보면 주인공은 아내와 결혼을 하고 아주 저렴한 가격에 단독주택에 입주하게 되어서 기뻤지.

단독주택에 방도 몇 개나 있고 비록 작지만 마당도 있어서 고양이도 키울 수 있어서 좋아했어. 하지만 단독주택의 집세가 이렇게 저렴한 것은 다 이유가 있어서야.

치즈케이크처럼 생긴 주택 양옆으로 철길이 나 있고 하루에도 수시로 지하철이 지나갔으며 시끄러워서 기차가 지날 때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 양옆으로 동시에 기차가 지나가면 식탁이며 집이 온통 덜덜거렸어.

그런데 기네스북에 나올 만큼 가난했던 치즈케이크를 닮은 그 집에 살 때가 행복했다고 하는 단편 소설이야. 소설이라고 하지만 하루키 본인 이야기로 사소설에 가까워.

치즈 케이크를 닮은 철길 사이의 주택은 구글로 검색을 하면 하루키가 신혼을 보냈던 그 집이 나와. 츄오센과 고투분지 사이의 삼각형 토지에 있는 집이야. 아니 집이었지. 소설 속에서 고풍스러운 집이라고 했는데 정말 그렇게 보여. 현재는 현대식 건물이 들어섰어.

소설 속에는 하루키는 이부자리와 옷가지, 식기, 전기스탠드, 몇 권의 책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가 재산의 전부였어. 그만큼 가난했지. [돈이 없으면 없는 대로 인생은 지극히 간단해진다] 겨울에 해가 지면 하루키는 아내와 고양이를 안고 이부자리 속으로 들어갔고 아침에 나오면 부엌의 싱크대가 얼어붙어 있었어.

그렇지만 가난이라는 불행 속에서도 봄이 오면 근사해져서 세 명(고양이 포함)이 나른한 봄볕에 작정하고 얼굴을 내밀었지. 그리고 하루키는 그 당시를 [우리는 젊고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었고 햇볕은 공짜였다]라고 회상해.

이런 모습을 상상하면 무라카미 라디오에서 소개했던 ‘look for the silver lining’이 생각나. 쳇 베이커 버전과 모던 포크 콰르텟 버전이 있는데 하루키는 후자 쪽이야. 신나고 흥겹지. 쳇 버전은 마치 물에 불린 찰흙을 만지는 기분이고.

노래는 접시를 닦는 인생이라도 행복하다고 말해. 그 이유가 바로 당신이기 때문이야. 세상의 모든 접시와 쟁반에서 빛이 날 때까지 당신을 하루하루를 갈고닦을 거야,라고 노래는 말하지. 정말 멋진 '시'라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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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9-13 11: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이 단편 읽었습니다. 되게 인상 깊게 읽었죠. 가난해도 꼬물거리며 사는 게 꼭 불행하게 느껴지지 않고 위트가 느껴진다고나 할까? 다시 보니 반갑네요. 이 단편이 아직도 나오는가 봅니다. 표지는 다르네요. ㅋ

교관 2024-09-14 12:20   좋아요 1 | URL
맞아요 가난은 창피한게 아니라 불편하거라고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고는 하지만 가난이라는 서슬이 퍼른 칼날은 늘 아프죠 ㅋㅋ/ 표지는 가장 초반에 나온 표지일겁니다. 하루키 단편이나 장편 그리고 에세이는 매년 출판사에서 새롭게 계속 찍어 내고 있어요. 늘 수요가 있거든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