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공장에서 일하다 그라인더에 발이 잘려 나갔던 이야기를 들려주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슬픈 일은 주위에 항상 매복하고 있다가 여지가 보이면 나타나는 것 같다.

문득 나의 첫 슬픔은 무엇일까 생각했다. 3학년인가, 그렇게 친하게 지내던 짝지가 어느 날 내 앞뒤에 앉은 아이들과만 놀았다. 즐겁게 놀다가도 내가 가면 고개를 돌리거나 아이들을 데리고 저 멀리 가버렸다.

하교도 늘 같이하고 샤프도 바꿔가면서 필기도 했는데, 멀리서 짝지가 다른 아이들과 즐겁게 노는 모습을 나무 뒤에서 몸을 숨겨 봐야만 했다. 그게 아마 처음으로 느낀 슬픔이었을 것이다. 그 슬픔 속에는 많은 감정이 들어 있었다. 그러나 가장 큰 감정이 슬픔이다.

잘렸던 발은 치료하면서 보란 듯이 아물어 갔고, 3학년에 처음 받았던 슬픔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치유가 되었다. 살면서 도처에 널린 슬픔에게 처맞지 않으려면 인간관계를 될 수 있으면 축소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슬픔 속에는 슬픔만 있는 게 아니니까. 그러나 그 슬픔을 치유하는 것 또한 사람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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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깅을 하다 마주하는 크리스마스트리의 불빛은 사람을 멈추게 한다. 매년 보게 되는 이 빛들은 어쩐지 반갑지 만은 않다. 꼭 만나기 싫은 사람을 만나서 밥을 먹어야 하는 껄끄러움이 있다.


그 속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형형색색의 빛을 보고 있으면 여지없이 그 빛들은 나를 향해 지금 만족하느냐, 지금 행복하느냐, 그 정도면 괜찮은 거냐, 라고 조금은 강압적으로 말을 한다.


빛나는 크리스마스 불빛들은 어느새 괴물이 되어 모든 건 너 때문이야, 라고 말을 한다. 나는 아니라고 대답할 수 없어서 도망치고 싶지만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 불빛은 좀 더 무서운 얼굴을 한 채 나에게 소리를 지른다.


우주의 점보다 못한 존재로 넓은 하늘을 노래하고 모든 이들의 행복을 바라며 노력하는 사람도 있고 나처럼 지질하고 소심하게 내 감정의 변이에 허덕이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대심한 사람은 여러 사람을 이롭게 하려고 노력하지만, 나처럼 소심한 사람은 한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노력한다.


박준의 시에 보면 끌어안고 죽고 싶을 문장이 있는데 그 문장은 곧 사람이라 생각한다. 언젠가 무서운 얼굴을 한 불빛에게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큰 소리로 대답할 날이 올까.


그런날이 온다면 나의 겨울은 그 어느때보다 따뜻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숨비 - 열여덟의 겨울 https://youtu.be/N4qoasM8-QM?si=DStHA7M33LmPWa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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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집에 2 - 뉴욕을 헤매다

뭐니 뭐니 해도 크리스마스 하면 나 홀로 집에다. 1편은 하도 많이 리뷰해서 넘기고 오늘은 2편이다.

이래저래 우당탕탕 해서 플로리다에 가지 못하고 뉴욕으로 가버린 캐빈. 덕분에 90년대 뉴욕의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다.

2편에는 쌍둥이 무역 센터 빌딩도 나온다. 바로 그 밑까지 캐빈이 가서 입을 다물지 못한다. 또 호텔에 들어가서 키 큰 아저씨와 마주치는데 현 미쿡 대통령인 도날도 트람푸다.

원래는 그냥 지나치거나 나오지 않는 설정이었는데 트럼프 자기 호텔에서 촬영을 하니까 나도 대사 하나 해야겠어, 해서 그 장면이 탄생했다고 한다. 나도 오래전에 들어서 맞는지 모르겠다 ㅋ

2편은 1편보다 훨씬 독하다. 바보 커플은 1탄에서 당한 건 새발의 피다. 2편에서는 폭발까지 당한다. 1편에서는 다양하게 당하는 반면 2편에서는 고강도 무게가 나가는 물건이 떨어져 맞는 장면이 많다.

그럼에도 좀비처럼 꿋꿋하게 일어나서 캐빈을 잡으러 간다. 조 페시의 연가가 너무 재미있다. 오랜만에 봤는데 내 입에서 하하하 웃음이 나왔다. 심하게 당해서 영어가 아닌 스페인어 같은 이상한 언어를 사용하는 연기가

2편은 빌런이 두 종류다. 그래서 매운맛을 보는 재미도 두 배다. 호텔 직원들에게 커튼 뒤에서 남자를 사랑하다니 하며 너는 남자라면 가리지 않지. 이름을 막 말하는데 제일 끝에 있던 경비 할아버지 이름까지 나오는 장면에서도 웃음이 나왔다.

캐빈이 비둘기 아줌마를 만나서 대화를 할 때에는 철학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나도 혼자가 되면 자유롭고 다 좋을 줄 알았는데 심심하기만 하고 재미도 없다면서, 아줌마에게 상처받더라도 사람을 계속 만나야 한다고 말한다.

2편에서는 캐빈이 마치 사이코패스 같다. 아주 작정하고 바보 커플을 아작내는데, 맥컬리 컬킨이 진짜 사이코패스로 나온 영화가 있다. 위험한 아이라고 나 홀로 집에 몇 해 후에 찍은 영환데 고양이를 감정 없이 죽이고 사건사고를 교묘하게 내는 아주 무서운 어린이다.

케빈의 얼굴을 가진 맥컬리 컬킨이라 사이코패스 역을 하니까 진짜 무섭다.

크리스마스이브에 뉴욕 한가운데에서 장난감 백화점을 터는 바보 커플을 혼쭐내는 캐빈의 선물 같은 이야기 ‘나 홀로 집에 2’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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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잠을 못자고 나왔지만

어제와 비슷하게 하늘은 푸르고 시리다

 

고개를 꺾어 밀사의 눈초리가 되어

하늘을 봤다


푸석푸석한 마른 공기도

얼굴에 닿는 차가운 바람도


인상을 쓰며 노인정에 앉아

담배를 피우는 할아버지도


전부 평일과 다름없어서 다행이다


단풍은 아직 11월을 잊지 못해 12월에도

열심히 매달려 있고

우리는 오늘 어제처럼 삶에 매달리겠지


이런 무료함과 고즈넉에

울컥해지는 12월 4일이다


우리는 변화하되 변함없음을 보여준

위대한 시민이라는 걸,


위대한 시민 속에 너도 있고 나도 있었음을

기억해줘





가을이 오면 무너지지 않고 견뎌 왔음에 https://youtu.be/moVgOwYOXec?si=kDyyIokREOC7BlX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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톤비

옆 집 아주머니는 아들이 하나 있다. 아들은 학창 시절에 공부를 너무 잘해서 반에서 1등은 물론 학교에서도 1, 2등을 다투었다. 아주머니는 언제나 싱글벙글이었다. 남편은 회사를 다니고 아주머니는 미용실을 해서 아들의 뒷바라지를 했다. 아들은 성적이 좋고 하고 싶은 공부가 있어서 과학고에 진학을 했다. 타지방으로 가야 했다. 자주 봐도 일주일에 한 번. 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 보는 건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고3이 되었을 때는 명절에도 겨우 볼 수 있었다. 아들을 열심히 공부를 한 덕에 카이스트에 진학을 했다. 아주머니는 너무나 좋아했다. 아들은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를 한 덕에 군대도 그에 맞는 곳으로 갔다. 석사를 따고 박사까지 밟게 되었다. 그럴수록 아들은 아주머니에게 연락을 뜸하게 했다. 대학을 졸업할 때에는 우리도 기분이 좋아서 나의 장점을 살려 아들과 아주머니가 함께 찍은 사진으로 시계를 만들어 드렸다. 아주머니는 그 시계를 미용실에 걸어 두었다. 아들은 더욱 공부를 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을 했고 박사까지 딸 수 있었다. 아주머니는 이제야 아들을 좀 가까이서 볼 수 있나 싶었지만 아들은 해외에 일을 하러 갔다. 며칠 전에 아주머니는 만취 상태로 우리 집 초인종을 눌렀다. 아들은 수많은 박사 중에 한 명이고 아주머니는 병원에 다녀야 할 만큼 알코올중독이 되었다. sns와 문자 메시지가 잘 되는 요즘 미국에 있는 아들에게 연락이 오는 건 아주 뜸한 일이다. 인간의 삶이란 과연 무엇일까.

이 영화를 보니 우리 옆집 아주머니가 생각나네. 이 영화는 소설을 원작으로 한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말하지만

내가 볼 땐 야스 씨의 일생을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무뚝뚝한 사내의 일생. 사투리를 보니 한국으로 친다면 40년대에 태어난 경상도 사내 정도 될 것 같다.

예쁘고 착한 아내를 만나서 아기를 가지고, 그 기쁨에 아내 옆에 있기보다 술을 마시러 가는 것이 자신의 표현인, 마음을 내 보이는 것에 서툰 한 남자의 아들이 반항을 하며 자라서

자신의 생각과 무관하게 살아가는 모습에 기꺼이 동참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이는 게 나는 우리 옆집 아주머니를 보는 것 같았다.

진짜 인간의 삶이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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