톤비

옆 집 아주머니는 아들이 하나 있다. 아들은 학창 시절에 공부를 너무 잘해서 반에서 1등은 물론 학교에서도 1, 2등을 다투었다. 아주머니는 언제나 싱글벙글이었다. 남편은 회사를 다니고 아주머니는 미용실을 해서 아들의 뒷바라지를 했다. 아들은 성적이 좋고 하고 싶은 공부가 있어서 과학고에 진학을 했다. 타지방으로 가야 했다. 자주 봐도 일주일에 한 번. 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 보는 건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고3이 되었을 때는 명절에도 겨우 볼 수 있었다. 아들을 열심히 공부를 한 덕에 카이스트에 진학을 했다. 아주머니는 너무나 좋아했다. 아들은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를 한 덕에 군대도 그에 맞는 곳으로 갔다. 석사를 따고 박사까지 밟게 되었다. 그럴수록 아들은 아주머니에게 연락을 뜸하게 했다. 대학을 졸업할 때에는 우리도 기분이 좋아서 나의 장점을 살려 아들과 아주머니가 함께 찍은 사진으로 시계를 만들어 드렸다. 아주머니는 그 시계를 미용실에 걸어 두었다. 아들은 더욱 공부를 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을 했고 박사까지 딸 수 있었다. 아주머니는 이제야 아들을 좀 가까이서 볼 수 있나 싶었지만 아들은 해외에 일을 하러 갔다. 며칠 전에 아주머니는 만취 상태로 우리 집 초인종을 눌렀다. 아들은 수많은 박사 중에 한 명이고 아주머니는 병원에 다녀야 할 만큼 알코올중독이 되었다. sns와 문자 메시지가 잘 되는 요즘 미국에 있는 아들에게 연락이 오는 건 아주 뜸한 일이다. 인간의 삶이란 과연 무엇일까.

이 영화를 보니 우리 옆집 아주머니가 생각나네. 이 영화는 소설을 원작으로 한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말하지만

내가 볼 땐 야스 씨의 일생을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무뚝뚝한 사내의 일생. 사투리를 보니 한국으로 친다면 40년대에 태어난 경상도 사내 정도 될 것 같다.

예쁘고 착한 아내를 만나서 아기를 가지고, 그 기쁨에 아내 옆에 있기보다 술을 마시러 가는 것이 자신의 표현인, 마음을 내 보이는 것에 서툰 한 남자의 아들이 반항을 하며 자라서

자신의 생각과 무관하게 살아가는 모습에 기꺼이 동참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이는 게 나는 우리 옆집 아주머니를 보는 것 같았다.

진짜 인간의 삶이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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