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직후에도 개산책 시키는 맨탈을 본받자
한때 부모님의 자식 간섭이 심하다는 사회현상이 있었다. 그리고 언론은 그에 대해 다루었다. 엄마가 대학교까지 따라와서 교수에게 아들에 대해서, 이런저런 당부를 하고 군대까지 따라와서 중대 본부, 중대장에게 아들에 대해서 간섭하는 모습이 종종 뉴스를 탔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런 모습이 보기 싫다는 말들이 많았다.
옛날에 학교에 보내면 선생님들이 학생에게 간섭하는 것에 대해서 학부모는 왈가왈부하지 말라고 했다. 옛말에 그런 말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학교에 보내면 부모님은 일절 간섭하지 않았다. 그게 그동안 맞는 행동이며 윤리적으로 도덕적으로 또 그렇게 학습을 해왔고 배워왔다.
그런데 지금은 오늘 이전까지 맞는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상식이라고 받아들인 모든 것들이 다 무너졌다. 지금은 군대에 아들을 보내면 적극적으로 개입을 하라고 말하고 싶다. 군에서 사고로 죽고 나면 정부라는 거대한 방어벽에 막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저 앉아서 우는 그것밖에 할 수 없다. 명령 불복종으로 영창을 가더라도 불법이거나, 이건 도저히 아니다 싶으면 항명을 하는 것이다. 욕 들어 먹고, 영창 가는 거? 그게 개 같은 죽임을 당하는 것보다 훨씬, 몇백 배 낫기 때문이다. 지금 대학교에 가고 입대할 정도의 아들을 둔 엄마라면 대학교도 졸업하고 나의 부모 세대와는 다르다.
지금 윤을 지키는 변호인단의 인터뷰를 보면 상식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을뿐더러 도대체 한국말이 맞는지 의심이 든다. 갓 말을 배운 아이가 생각을 깔때기 없이 입에서 나오는 대로 하는 말과 다를 바 없다. 아니 그것보다 더 심하다.
윤이 지금까지 거짓말을 하지 않은 적이 있었나 할 정도로 모든 말이 전부 거짓말이다. 법도 전부 거짓이라 말하고,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적인 모든 부분이 망가졌다. 만약 탄핵소추가 부결되었다면 채상병 건으로 선고를 앞둔 박정훈 대령의 1심 선고에 무죄가 나왔을까.
김소연 시인의 말에 따르면 사실이 온전하게 존재하는 곳은 아무 데도 없다고 한다. 사실은 언제나 사실과 연관된 사람들에 의해서 편집되고 만들어진다. 편집되고 만들어지는 건 이미 사실이 아니라는 뜻이다. 우리는 가끔 객관적인 판단을 하고 싶어서 객관화된 사실에 집착하곤 한다. 사실이라는 것을 추적하는 과정에는 사실이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은 눈에 보이는 것만을 이야기하기 때문에 관점의 차이를 극복한 객관화가 가능할 것 같지만 그렇지 못하다.
내가 들고 있는 이 머그잔이 위에서 내려다보면 둥근 원이지만, 옆에서 바라보면 직사각형이듯, 사실은 언제나 전체의 형상을 놓친다. 머그잔을 사실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시선으로 그것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입체적이고 다각적인 시선도 놓치는 것이 많다. 머그잔의 질감을 제대로 알려면 보는 것보다는 만져보아야 하며, 더 자세한 속성을 알려면 두드려도 보고 깨뜨려도 보아야 한다. 그 모든 감각들을 동원하면 감정이 개입되기 때문에 사실적이지 않게 되고, 그러므로 그렇게 해서 알게 된 사실을, 사실이 아닌 것처럼 우리는 여기기 쉽다. 그런 의미에서, 사실이 진실보다 더 애매하다. 사실에는 진실이 배제되어 있어서 그렇다고 했다.
마치 거짓을 사실인 것처럼 말하는 이들이 다수면 그게 사실이 되는 것이다. 이 무서운 세상에 놓여 있다. 이런 세상에 아들을 군에 보내고 그저 나 몰라라 한다는 건 더 이상하다. 적극적으로 달려들어 아들을 간섭하는 게 지금 세상에서는 엄마가 해야 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윤은 자기 몸 하나 지키겠다고 총칼을 꺼내 들라고 했다. 김건희는 석사 논문 표절이라고 대학교에서 문서를 보냈지만, 확인도 하지 않고 있다. 정말 일일이 열거하기에도 민망하고 낯 뜨겁고 욕 나오고 울고 싶은 심정이다.
진실이 모호하고 사실이 사려진 현실에서 버티기 위해서는 그동안 맞는다고 생각하던 모든 것들을 리셋하고 뒤집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1월 15일 새벽 밤잠 설쳐가며 체포현장을 지켜봤다. 지켜보면서 우파 유튜브도 계속 봤다. 한동안 우파는 세력이 커지는 형국이었다. 우파 연예인들이 윤의 지지율을 운운하며 좌파 세력을 향해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럴수록 우파는 흥분하고 화력을 몰아준다. 화력은 슈퍼챗과 후원을 말한다. 현재 가장 유튜브 장사가 잘되는 곳이 정치 유튜브다. 먹는 방송보다 훨씬 인기가 많다.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영화 유튜브도 비비지 못하며, 테크 유튜브는 아예 비교 자체가 안 된다. 내가 좋아하는 문학은 망하기 위해서 유튜브 방송을 한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정치는 사람들이 몰려든다. 사람들이 듣기 좋은 소리, 듣고 싶은 소리를 하면 화력이 모인다.
한 달 동안 우파 유튜브를 보면서 재미있는 현상을 하나 발견했는데 우파는 현재 언론이 전부 좌파가 되었다고 편향된 기사만 내보낸다고 분노하고 있다. 네이버나 다음의 언론 기사를 아무리 봐도 우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데 우파에서 보는 언론은 심하게 좌파로 보이는 모양이었다. 한 우파 유튜브는 신남성연대 대표와 함께 집회 후 쓰레기 문제로 조선일보를 좌파라고 욕을 하는 방송을 하더라. 그 부분이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지금까지 좌로 기운 적이 없는 언론으로 이번 계엄 사건 이후 보수언론 대부분이 윤에게서 돌아선 칼럼을 쏟아냈지만, 조선일보는 끝까지 윤을 감싸고돌았는데도 우파 유튜버들에게는 조선일보도 좌 편향 언론으로 전락했다고 욕을 듣고 있었다.
이 우파 유튜브도 조선일보를 비난하고 있다
새벽에 우파 유튜브는 2030들에게 공수처를 막아야 한다며 방송했고, 사람들은 쏟아져서 일촉즉발 상황이었다. 잔잔바리 유튜브라도, 심지어 어제까지 게임 유튜브나 일상 브이로그 유튜버들이 오늘 우파 정치 유튜브 방송을 하면 조회수가 폭발하고 슈퍼챗이 터지고 댓글이 천 개씩 달린다. 이 맛을 알아버린 유튜브는 이걸 놓치기 싫다. 이건 기회이다. 새벽에 우파 유튜브를 돌아다니다 보니 대부분 우파 사람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했다.
주진우 기자가 김흥국을 만나는 영상에서 김흥국이 그랬다. 거기는 얼마씩 받기에 그렇게 많이 나와? 주 기자는 여기는 다 외국이나 지방 사람들 그리고 일반 사람들이 십시일반으로 후원해서 선결제 같은 것으로 집회를 이어간다고 하니 김흥국이 놀라는 영상이 있다. 그런데 우파 유튜브를 보면 이런 사실이 곡해되어서 듣고 싶은 말을 방송으로 하면서 엄청난 후원을 받는다.
이들이 윤의 체포를 막을 것처럼 이전까지는 마치 장비의 심정과 결계로 방송하지만, 막상 공수처와 경찰이 관저로 올라가니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걸 알고 꼬리를 내렸다. 새벽에 심지어는 가세연 팬들이 남성연대 방송에 와서 배인규 대표를 욕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배인규는 방송으로 김세의를 욕하기 시작하고 배인규 팬들은 가세연의 유튜브로 가서 싸우기 시작했다. 우파끼리 분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요즘 가세연의 김세의는 장사의 신과 김건모 아내 허위 보도로 통장압류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와중에서도 방송으로 지금 일억 이천만 원이 필요한데 계좌를 불러주며 여기로 보내라고 대놓고 하는 말에 너무 어이가 없었다. 그런 김세의 모습을 배인규가 욕을 하며 이 새벽에 방구석에 있지 말고 네가 나와서 집회하라고 했다. 싸움의 발단은 김세의가 관저 앞에 나가 있는데 배인규에게 공수처를 몸으로라도 막아야지 뭐 하는 것이냐며 방송했고, 그건 불법이라 바로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잡히는 걸 아는 배인규는 김세의에게 분노했다. 윤이 체포되자 자기들끼리 분열하고 폭발하고, 잡히기 전까지 윤이 다시 대통령의 자리로 돌아온다고 믿어서 막말하던 우파 연예인들은 어디에서 뭐 하는지도 모른다. 꼬리를 내리고 감추었다.
불쌍한 사람들이 그 추운데 밤을 지새운 나이 든 사람들이다. 그들은 용돈을 전부 털어서 우파 유튜브에 후원하면서 윤을 지켜줄 거라 거리로 나왔는데 체포될 때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모습에 망연자실했다. 국힘의원들도 처음보다 번이나 줄은 스무 명 정도가 와서 경찰들이 올라가니까 비켜주었다. 국힘의원들도 보여주기식이라는 걸 다 아는데 거리에 나간 나이 든 우파시민들만 모른다.
백골단이라며 마치 우파 앞에서 뭔가를 할 것 같았던 그들은 아예 나타나지도 않았다. 새벽에 나온 국힘 스무 명에 김민전은 없었다. 이게 진실이고 사실이다. 사실을 보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주위에서 이게 사실이라고 전부 말해도 내가 그게 사실이 아니면 사실처럼 보이지 않는다. 머그컵을 위에서 보느냐 정면에서 보느냐 완전히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