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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추억 속으로 들어가면 나오기 싫은 것일까. 그 옛날에 듣던 라디오를 다시 듣고 있으면 당시의 광고까지 흘러나와서 그때로 돌아간 기분이 든다. 그리고 그 기분에 취해 자꾸 추억의 미로 속으로 기어 들어간다.
사람들은 배우도 아닌, 가수도 아닌 정은임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잊지 못해 결국 20년이 흐른 후, 잠들어 있는 정은임 아나운서를 불러내고 말았다.
“정은임 누나의 라디오 방송을 듣던 저는 이렇게 아저씨가 되었는데 누나는 여전하시군요.”
“언니, 저 언니 덕분에 영화의 바닷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고 그 세계에서 밥을 먹으며 지내고 있어요. 그리운 언니의 목소리를 다시 들으니 눈물이 나요. 고마워요.”
[54분 19초부터 20년이 흐른 후 정은임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https://youtu.be/lGhKWeJLMFU?si=ZQ4C47qMKvrb1Y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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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더욱 그리운 목소리가 되어 버린 정은임 아나의 목소리, 소외된 자들의 소리를 들었던 정든님
영화에 목말라 있던 사람들의 귀를, 새벽의 맑은 토란잎에 맺힌 이슬로 적셔 주었다. 미개봉 영화의 이야기, 예술영화로 한국에서는 개봉할 수 없을 영화의 이야기, 사회적 비판의 시선으로 영화를 들여다보았고 문화의 폭발을 여는 상징 같은 사람이었다.
그녀는 고공 크레인 위의 사건으로 청취자들에게, 저 무서운 높은 혼자 매달린 심장으로 이야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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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정은임 아나운서가 살아있다면 이렇게 사람들에게 이야기했을 것이다.
절망 속의 희망은 아름답습니다.
마치 가을 햇살처럼요.
여러분은 그런 가을 햇살을 닮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