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운 걸 먹지 못하는데 오늘은 매콤한 오징어 볶음을 해 먹었어. 오늘, 유월은 날이 좋아 모든 풍경이 평화로워 보여.


이제 곧 레인시즌이 이어지다가 밤에도 잠들지 못하는 폭염이 덮치겠지. 인간사는 생사를 넘나드는 일들이 매일 일어나는데 유월의 풍경은 반기라도 하듯 평온하고 평화롭고 적요하기까지 해.


동화 속 평화로운 나라 같아서 이상해. 시끄러운 소음 속에 계속 있으면 고요를 알아가는 것만큼 이상해.


이런 날은 매운 걸 먹지 못하는데 매콤한 오징어 볶음을 먹는 거야. 매운 걸 못 먹는 내게 매콤한 오징어 볶음은 그런 거야. 이상하지만 이상하지 않은 거. 일탈 같은 거지.


투르게네프가 와서 유월은 잔인한 달이야 이렇게 아름다운 날에 난 이 아름다움의 끝에도 미치지 못해, 하며 환멸을 울부짖는다 해도,


대문호 도스토옙스키가 유월은 그야말로 지옥이군,라고 한들 유월의 밤이 되면 그동안 거적때기처럼 쌓여있던 절망도 함께 버리고픈 달이야.


매운 걸 못 먹는 나는 오늘 매콤한 오징어 볶음을 해 먹었어. 오늘, 유월의 세상은 매콤한 오징어 볶음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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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죽


곧 복날이네, 복날이 되면 한국에서는 닭치는 소리가 전국에 퍼지잖아. 

복날이 되면 여기저기서 삼계탕을 먹는데, 삼계탕에 들어가는 육계는 100일 된 닭이 가장 맛있다고 해, 하지만 대부분의 삼계탕집에서 먹는 닭은 한 달 정도 된 닭이야. 그래서 맛이 삼계탕 집마다 특별히 다를 것 없이 대체로 비슷하게 맛있어. 그냥 삼계탕 맛이야. 어찌 되었던 복날이 되면 사람들은 맛있게 삼계탕을 먹어.

삼계탕을 세상에서 가장 멋지게 표현한 작가는 ‘무라카미 류’야. 무라카미 류의 음식에 관한 글이나 와인에 대한 소설을 읽어보면 인간과 음식에 대한 본질에 대해서 접근할 수 있는 것 같아. 음식과 인간 사이에는 필연성이 존재하는데 인간과 음식의 자립적인 개별을 말해. 류의 어머니는 한국인이라고 해.

음식이란 인간에 대한 역할로서 기능이 집약된 것이라는 점이야. 그 집약 속에는 또 하나의 완전한 세계가 있다는 것.

그리하여 인간이 음식에 접근하는 것은 논리성이나 의미를 떠나서 초현실적인 부분이 있다는 거야. 이는 박찬일 요리사의 책들을 봐도 잘 나타나.


무라카미 류는 삼계탕을 이렇게 표현했지.

-닭 한 마리를 그대로 넣고, 그 속에 햅쌀과 인삼을 넣고, 수프를 부어 몇 시간 푹 삶은 것으로, 그걸 먹으면 감기도 낫는다고 한다. 수프는 담백한데, 닭은 젓가락만 갖다 대도 살이 떨어질 정도로 부드럽게 삶아져 있고, 인삼의 강렬한 향기도 풍기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생명을 입속에 넣는 느낌을 준다. 삼계탕을 펄펄 끓는 뚝배기 채로 테이블에 올라온다. 펄펄 끓는 우윳빛 수프 안에 닭은 마치 거대한 바위산처럼 솟아올라 있다. 젓가락을 갖다 대면 껍질이 벗겨지고 살이 뼈에서 떨어져 나와 쫀득하고 하얀 덩어리로 변한 찹쌀과 함께 수프 속에 녹아든다. 봄에 녹아내리는 빙산처럼.

국물이라 하지 않고 수프라고 표현한 것이 참 마음에 들어. 집에서 삼계탕을 해 먹으면 식당처럼 요란스럽게 하지 않아도 돼. 집안에 퍼지는 닭이 삶기는 강렬한 향은 인생과 삶을 고스란히 입안에 머물게 해. 어느새 후후 불어서 먹다 보면 콧등에 땀이 몽글몽글 올라오고.

삼계탕만큼 부드러운 악마가 있다면 백숙과 닭죽이야. 굽 굽 하고 비가 추적추적 오는 레인 시즌에는 닭죽 만한 게 없지. 김치도 죽죽 찢어서 넣어서 후후 불어서 와앙 한 입 먹으면 이 여름을 두 발로 딱 버티고 서서 맞설 수 있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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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도 나치 이야기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고 촉망받는 재즈 가수를 꿈꾸는 스텔라라는 여성이 나치에게 잡혀 폭행에 모진 고문을 당하고 나치에게 유태인이 숨어 있는 장소를 일러바치는 배신자가 되는 이야기다.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되는 스텔라는 나치에게 유태인의 장소를 일러바침으로 해서 너무나 많은 유태인이 처참하게 죽음을 당한다.

아직 나치가 점령하기 직전 재즈 가수를 꿈꾸며 친구들과 신나게 연습 중인 스텔라는 유태인을 잡아간다는 소식에도 코웃음친다. 색소폰을 연주하며 같이 연습하는 동료의 아버지가 끌려가서 슬픔에 빠져있는데도 연습하라며 짜증을 낸다. 다른 동료들은 위로를 건네는데 스텔라는 그렇게 할 거면 자신은 안 하겠다며 엄청난 짜증력을 낸다.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고 스텔라라는 인물이 주인공으로 나치에게 결국 잡혀 피해자가 되었다가 가해자가 되는데 보고 있으면 정말 짜증 난다. 결혼한 남편도, 그렇게 사랑하는 부모님도 자신 때문에 다 엉망진창이 된다.

그럼에도 남자들을 만날 때 터져 나오는 묘한 눈빛이 이 와중에도 육체적 탐미는,,, 그러니까 남자들을 밀어내는 것 같으면서도 다 받아들인다. 이 영화는 15세인데 붕가붕가 장면이 많다. 어째서 15세일까.

결국 동포를 팔아먹었다고 사람들에게 따돌림을 당한다. 그럼에도 부모는 스텔라를 원망하지 않지만 스텔라는 오히려 부모를 원망한다. 대충 어떤 캐릭터인지 알겠지. 스텔라는 나치 앞잡이 노릇을 하면서도 브로드웨이에 가고픈 꿈을 포기 못 한다. 스텔라는 자신이 살기 위해서 동료고 뭐고 다 팔아먹는다.

전쟁이 끝나고 스텔라는 유태인 법정에 선다. 스텔라가 앞잡이가 되어 잡혀가서 죽은 수많은 유대인 가족들이 스텔라를 몰아세우지만 변호사는 스텔라를 요리조리 잘 빼낸다. 그때 스텔라의 표정이 너무나 신나있어서 아주 밉게 보인다. 결국 법정에서 모든 사람들의 염원인 구속을 피하고 스텔라는 무죄를 선고받는다.

모두가 오열하는데 혼자 신난 스텔라. 스텔라는 70세 정도까지 살다가 자살을 한다. 자막으로 자살 충동에 늘 시달렸다고 나오지만 영화를 보면 스텔라에게 동정이 가기 보다 고구마 백 개에 아주 밉게 보인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는데 그냥 실화를 실제로 옮기지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이런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아우슈비츠에 끌려가면 두 군데로 나뉜다. 강제수용소와 샤워실. 샤워실에 끌려가는 어린이, 노인, 여자 할 것 없이 그냥 가스로 마시고 죽는다.

이미 일어난 일은 당신 책임이 아니지만 그 일이 반복되지 않게 노력하는 건 당신 책임입니다 - 막스 만하이머 다하우 강제수용소 생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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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꾼을 다시 한번 봤다. 여학생들의 성장 이야기는 꽤 많이 있는데 남학생들의 성장물은 많이 없었는데.

여자들의 성장 영화로 고양이를 부탁해가 있다면 남학생들의 성장은 바로 파수꾼이라고 생각한다.

삐딱한 방법으로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으려는 기태를 이해한다. 기태는 시종일관 욕을 하면서도 천진난만한 미소를 짓는다.

예전에 보면서 제목이 왜 파수꾼일까 생각했다. 기태는 좋아하는 친구에게 삐딱하게 말하고 폭력도 행사한다. 이상하게 보이지만 그게 기태의 다가가는 법이다.

기태는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하며 자랐다. 제목이 왜 파수꾼일까 하며 보다 보니 기태는 홀든 콜필드의 모습을 닮았다. 호밀밭의 파수꾼의 홀든 콜필드 녀석의 모습이다.

영화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어둡다. 하지만 남학생들만의 재미를 보여주는 테이크로 이루어져 있다. 밝은 어둠이다. 마치 백야에 떨어진 듯한 느낌이다.

절친인 희준을 괴롭히는 기태도, 이를 악물고 괴롭힘을 당하는 희준도, 그리고 그 모습을 보다 결국 터지고 마는 동윤도 모두가 백야에 서 있는 것 같다. 위태위태하다.

홀든 콜필드 녀석도 위태위태했다. 선생님은 뭐가 다른데요? 선생님 눈에도 전 그냥 유령이잖아요. 한 번도 저한테 말 걸어 주신 적 없잖아요.라고 홀든 녀석이 소리를 질렀다.

홀든 녀석은 모든 일을 불평으로 일관해버리는 말투와 늘 삐딱한 태도와 시선으로 욕을 뱉어낸다. 어른들은 홀든을 늘 불만에 가득한 문제아라고 낙인찍어버린다. 그리고 홀든은 퇴학까지 당한다.

홀든 녀석은 모든 과목에서 낙제점을 받지만 작문에는 재능을 보였다. 어른들의 세계에는 혐오를 드러내지만 세상을 떠난 어린 동생에게는 여리고 여린 마음을 드러낸다. 벽처럼 단단한 마음의 틈으로 동생을 향한 추억 어린 그리운 마음이 뚫고 나온다.

홀든의 이야기는 당시 추악한 위선으로 얼룩진 세상을 바라보는 상처 받은 청소년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이 영화 파수꾼이 그렇다. 세 명은 상처를 주는 동시에 상처를 받았다. 주인공 녀석들에게 몰입이 안 될 수가 없다. 기태도, 희준도, 동윤도 좀 더 행복했다면 하는 생각이 들었던 영화 ‘파수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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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화와 미드를 보면 우리와 달리 생수를 마시는 장면이 거의 없다. 아니 한 번도 보지 못한 것 같다. 주로 수돗물을 받아서 마시거나 마초들을 수도꼭지에 주둥이를 대고 마신다. 우리가 그렇게 하면 엄마에게 등짝 스매싱 감이다.

생수가 없지는 않을 텐데 어째서 영화에서는 죄다 수돗물을 마시는 장면만 나올까. 우리도 수돗물을 마셔도 된다고 하지만 그 누구도 수돗물을 마시지는 않는다. 균처리가 되어서 수돗물 자체는 마셔도 되지만 수돗물이 지나가는 관이 더러워서 수돗물을 못 마시겠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나 역시 수돗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않지만 얼음은 수돗물로 얼리고, 라면도 수돗물로 끓여 먹는다. 그런데 어느 시점으로 누군가에게 라면을 꿇여 줄 때, 얼음을 커피에 넣어 줄 때 수돗물인데 괜찮으냐고 물어본다.

예전부터 있던 수많은 당연한 것들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당연한 것들이 무너져 당연하지 않은 것들로 바뀌고 있다.

물을 사 먹는다고 했을 때 처음 반응은 왜? 였다. 물을 사 먹는다니. 돈을 주고 물을 사 먹는단 말이야? 이게 말이 돼? 했었다. 집에서는 보리차를 마시고 밖에서는 물 한 잔만 줍쇼 해서 얻어 마셨다. 그랬는데 지금은 집집마다 있던 보리차가 싹 사라지고 생수가 냉장고를 점령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은 생수를 마시는데 우리나라 생수 공장은 끊임없이 땅에서 나오는 물로 생수를 만들고 있다. 끊어지지 않는 게 이상하고도 신기한 일이다.

어떤 사람은 가격이 비싼 외국산 생수만 마신다. 뭐 이런저런 이유에서다. 눈여에서도 김지원 동생이 외국 생수만 마신다며 그걸 달라는 장면이 있었다. 아무튼 한국에서 나오는 생수보다 이런저런 이유로 낫다는 말이다. 근데 수입되는 생수는 엄청난 배에 실려 적도를 건너온다.

적도를 건널 때 엄청난 열기를 견뎌야 한다. 거짓말 좀 보태서 부글부글 끓을 정도로 뜨거워진다. 그때 실려있는 생수는 과연 최초에 담긴 그 상태일까. 이런저런 이유로 한국생수보다 비싸고 더 나은 외국생수는 그 열기를 뚫고 바다를 건너오는 동안 이런저런 이유에 해당되는 성분이나 뭐 이런 것들이 균열 나지 않을까. 맛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렇게 비싸게 돈을 주고 사 마실 정도로 이런저런 이유가 없을지도 모른다.

우리 몸은 물로 되어 있어서 물을 마시지 않으면 우리는 죽는다. 바다는 달의 영향을 받는다. 바다는 물로 되어 있다. 그럼 우리도 달의 영향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왜 물로 이루어진 인간은 달의 영향을 받지 않을까. 달과 지구가 가까워지면 인간의 몸을 이루고 있는 물의 변화로 인해 우리도 달의 영향을 받아야 한다.

갑자기 보리차가 마시고 싶다. 보리차는 김치처럼 집집마다 맛이 다 달랐다. 김치는 저 집 김치가 우리 집 김치보다 맛있기도 했는데 보리차는 우리 집 보리차가 최고였다. 여름에 땀 흘리고 시원한 보라차 한 잔이 주는 갈증해소가 있었다.

그러나 보라차는 없고 오늘도 생수를 마신다. 적도를 건너온 성분이 변해버렸을지도 모르는 비싼 수입산 생수를 마시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 생수를 마시고 있다. 생수의 맛은 생수다울 때 가장 맛있다. 항상 시원하게 마시지는 않는다. 미지근한 생수가 나에게는 더 맛있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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