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죽


곧 복날이네, 복날이 되면 한국에서는 닭치는 소리가 전국에 퍼지잖아. 

복날이 되면 여기저기서 삼계탕을 먹는데, 삼계탕에 들어가는 육계는 100일 된 닭이 가장 맛있다고 해, 하지만 대부분의 삼계탕집에서 먹는 닭은 한 달 정도 된 닭이야. 그래서 맛이 삼계탕 집마다 특별히 다를 것 없이 대체로 비슷하게 맛있어. 그냥 삼계탕 맛이야. 어찌 되었던 복날이 되면 사람들은 맛있게 삼계탕을 먹어.

삼계탕을 세상에서 가장 멋지게 표현한 작가는 ‘무라카미 류’야. 무라카미 류의 음식에 관한 글이나 와인에 대한 소설을 읽어보면 인간과 음식에 대한 본질에 대해서 접근할 수 있는 것 같아. 음식과 인간 사이에는 필연성이 존재하는데 인간과 음식의 자립적인 개별을 말해. 류의 어머니는 한국인이라고 해.

음식이란 인간에 대한 역할로서 기능이 집약된 것이라는 점이야. 그 집약 속에는 또 하나의 완전한 세계가 있다는 것.

그리하여 인간이 음식에 접근하는 것은 논리성이나 의미를 떠나서 초현실적인 부분이 있다는 거야. 이는 박찬일 요리사의 책들을 봐도 잘 나타나.


무라카미 류는 삼계탕을 이렇게 표현했지.

-닭 한 마리를 그대로 넣고, 그 속에 햅쌀과 인삼을 넣고, 수프를 부어 몇 시간 푹 삶은 것으로, 그걸 먹으면 감기도 낫는다고 한다. 수프는 담백한데, 닭은 젓가락만 갖다 대도 살이 떨어질 정도로 부드럽게 삶아져 있고, 인삼의 강렬한 향기도 풍기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생명을 입속에 넣는 느낌을 준다. 삼계탕을 펄펄 끓는 뚝배기 채로 테이블에 올라온다. 펄펄 끓는 우윳빛 수프 안에 닭은 마치 거대한 바위산처럼 솟아올라 있다. 젓가락을 갖다 대면 껍질이 벗겨지고 살이 뼈에서 떨어져 나와 쫀득하고 하얀 덩어리로 변한 찹쌀과 함께 수프 속에 녹아든다. 봄에 녹아내리는 빙산처럼.

국물이라 하지 않고 수프라고 표현한 것이 참 마음에 들어. 집에서 삼계탕을 해 먹으면 식당처럼 요란스럽게 하지 않아도 돼. 집안에 퍼지는 닭이 삶기는 강렬한 향은 인생과 삶을 고스란히 입안에 머물게 해. 어느새 후후 불어서 먹다 보면 콧등에 땀이 몽글몽글 올라오고.

삼계탕만큼 부드러운 악마가 있다면 백숙과 닭죽이야. 굽 굽 하고 비가 추적추적 오는 레인 시즌에는 닭죽 만한 게 없지. 김치도 죽죽 찢어서 넣어서 후후 불어서 와앙 한 입 먹으면 이 여름을 두 발로 딱 버티고 서서 맞설 수 있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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