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방학 때 실컷 놀다가 집으로 들어가야 하는 시간이 되면 아이들은 내일을 다짐하고 콧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채 뿔뿔이 흩어졌다. 아버지도 퇴근하고 오시고 저녁을 먹기 전에 씻어야 엄마한테 혼나지 않는다. 여름 저녁에는 저녁만의 냄새가 있었다. 타오르던 해가 꺼지는 냄새, 집집마다 저녁을 만드는 냄새, 노을의 냄새, 논다고 흘린 땀 냄새. 그런 냄새들이 섞인 여름 저녁의 냄새가 있었다.


에어컨도 없었는데 어떻게 여름 저녁을 보냈을까. 집으로 들어가면 여름인데도 보글보글 끓은 된장찌개의 냄새를 맡으며 씻고 아버지가 오시면 계란 프라이를 잘라 된장찌개와 함께 맛있게 밥을 먹었다. 고작 선풍기 한 대로 어떻게 지냈을까.


요즘에도 에어컨을 켜지 않고 잠을 자는데 어제는 더워서 푹 잠들지 못했다. 어릴 때 여름방학 때에는 토마토를 섬등섬등 썰어서 설탕을 넣고 얼음을 가득 넣어서 그렇게 자주 먹었다. 요즘도 매일 토마토를 먹고 있지만 방울토마토라서 그때의 그 느낌은 없다. 방학도 길어서 일주일 씩 외가가 있는 시골에서 보내기도 했다. 우리 집이 바닷가 근처라서 사촌동생들이 우리 집으로 와서 여름을 보내기도 했다.


복작복작 무척 더웠을 텐데 사진들을 보면 그렇게 더워 보이지도 않는다. 참 이상한 일이다. 그때의 여름이라고 해서 덥지 않았을 리도 없다. 유튜브로 옛날 영상을 보면 여름은 똑같이 더워서 사람들이 더위에 허덕였다.


조깅을 저녁에 하다 보면 바람이 시원해졌다는 게 느껴졌다. 아직 이런 폭염이 일주일 정도 계속되겠지만 분명 8월에 접어들고 저녁에 조깅을 하다 보면 해가 짧아졌고 바람이 조금 시원해졌다. 무턱대고 숨이 막히는 그런 바람은 아니다. 조깅을 매일 나오다 보면 매일 마주치는 러너들이 있다. 항상 비슷한 시간에 달리고 있으면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러너와 인사를 주고받는다. 파이팅!이나 수고하십니다! 같은 인사를 주고받으며 스쳐 지나간다.


무슨 일을 하는지, 어디에 사는지, 어디에서 오는지 아무것도 모르고 궁금하지도 않다. 그저 저 사람도 매일 이 시간에 나와서 달리고 있구나,라는 마음으로 서로 지나칠 때 인사를 주고받는다. 겨울의 저녁과는 달리 여름의 저녁에는 하늘과 풍경이 경이롭게 보인다. 그런 모습이 매일 달라진다.

저기는 바다가 있는 곳으로 동해, 동쪽이라 노을은 아닐 텐데 워낙 더워서 일까. 아직 저 붉은빛이 남아서 아름다운 하늘을 만들어내고 있다.

며칠 전에는 서핑보드를 타는 사람을 봤다. 전문 서퍼같았다. 너무나 매끄럽게 저어어어기에서 여기를 지나 저어어어어어기로 그저 슈우우욱 가는 것이다. 물살은 반대인데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어떻게 물살과 역행하며 잘도 가는 것일까. 한참을 바라보았다. 멋있기도 했지만 참 시원해 보였다.


이 부분만 이렇게 금계국, 만수국들이 가득하다. 꽃들은 왜 예쁠까. 꽃은 봄에 대부분 피는데 그래서 조금 예쁘지 않은 꽃들은 봄에 외면받는다. 너무 예쁜 꽃들이 봄에 다 피어버리니까. 그렇기에 어쩌면 제일 예쁠 시기에 외면받아서 슬플지도 모르는 꽃들이 있다. 하지만 봄날만 피하면 이렇게 예쁨을 활짝 드러낼 수 있다. 하찮고 흔한 꽃인데, 그래서 더 예쁜 것 같다. 꽃들을 보고 있으면 인간과 다를 바 없다는 걸 느끼기도 한다. 설증매가 아름다운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마찬가지로 동쪽하늘인데 붉게 물들어 있다. 분명 노을과는 다른 붉은 색감이다. 연분홍 같은 색감. 딱 이 시기에만, 그것도 이 시간에만 볼 수 있는 황홀한 색감이다. 며칠만 볼 수 있기 때문에 볼 수 있을 때 실컷 보기 위해서는 이 시간에 이 자리로 조깅을 해서 나와야 한다.

다음 날에도 비슷한 하늘의 색감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 달이 수줍게 얼굴을 내밀고 있다. 늘 생각한다. 이럴 때 좀 좋은 폰카메라였다면. 그러면 달의 모습을 좀 더 달답게 담을 수 있었을 텐데.

사진에는 저래 보여도 아주 근거리에 떠 있는 장면이다. 저어기 아파트를 지나면 공항이기 때문에 비행기들이 낮게 날아다닌다. 비행기 소리는 때로는 공포다. 특히 전투기 소리는 무섭게 들린다. 그런 소리가 도심지에서 분당 간격으로 들리면 사람들은 두려움에 벌벌 떨 것이다. 소리로 사람을 무섭게 하는 것 중에서는 단연 최고가 아닐까.

역시 동쪽 하늘에 연분홍빛이 발하고 있는 저녁이다. 세상의 시끄러운 사건사고와 동떨어진 평온하고 평화로운 모습이다. 그저 고즈넉하다. 고즈넉이라는 말은 고요하고 아늑하다는 말이다. 잠잠하고 아늑한 곳이 세상에는 분명 존재하고 우리는 그런 곳을 찾아서 여행을 하기도 한다.


조깅을 하는데 앞에서 노부부가 손을 잡고 함께 산책을 하는데 너무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노년에 같이 손을 잡고 산책을 할 수 있는 부부가 몇이나 될까. 모르는 이들이 서로 만나 가족이 되면 쉬울 리가 없다. 내일도 행복하세요.

이날부터(한 이 삼일 된 것 같다) 비슷한 시간이지만 온통 그늘이다. 해가 짧아졌다는 말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이 시간에 아직 해가 비치는 곳이 있었는데 이제 온통 그늘이다. 서서히 여름이 빠져나가고 있다. 매년 그걸 느낀다. 자연은 절대 그럴 리 없는 일은 하지 않는다. 때가 되면 어김없이 물러가고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다. 그 주기, 그 반복이 무섭도록 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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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시간이나 되는 이 영화를 멍하게 그저 푹 빠져서 봐 버렸다. 이 영화는 진정 놀라운 영화였다. 어떤 사람에게는 힐링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복수극이며, 어떤 사람에게는 가족 드라마이며, 어떤 사람에게는 공포 또는 코미디다.


아무튼 놀라운 영화였다. 아리 에스터의 전작들처럼 가족이라는 게 늘 평화롭게만 흘러가지 않는, 피로 이어져서 서로 행복하게만 보이지 않는다는 걸 이 영화에서도 여실히, 깡그리 보여주었다.


정신과 상담 의사가 보에게 엄마가 죽기를 바란 적이 있죠?라고 묻는다. 보는 깜짝 놀라서 그런 적인 없다고 한다. 여기서부터 이 영화는 경계가 무너진다.


사랑과 복수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편집증과 정상의 경계도 무너진다. 그놈의 거미는 눈앞에서 사라지나 없어지는 건 아니다. 모서리, 이 영화에서도 전작들처럼 모서리의 무서움을 보여주는데 인간 거미가 욕실의 모서리에 붙어서 나타난다.


세 시간이나 빠져서 보게 된 생각대로 흘러가는 장면이 1도 없어서다. 꿈에서 깨어났는데 다른 꿈인 거 같고. 만나는 사람들은 마치 각본에 의해 움직이는 거 같고. 진실이 알고 싶지만 진실이라는 게 너무 무서워서 기이한 형태로 앞에 나타나고.


나는 나를 이렇게 만들어 버린 엄마를 사실 죽이고 싶었던 게 아닐까. 인간이 단단하게 가질 정서가 연하디 연할 시기에 학대를 받게 되면 바로 이 영화의 보처럼 되는 것 같다.


보는 어른이 된 후 망가진 외모가 되었다. 어른이 되어서 다시 만난 일레인에게 나야 보. 그러나 일레인은 보를 알아보지 못한다. 그래 너야 보, 얼굴과 몸은 너 아닌 것 같지만. 어린 시절에 정서적으로 학대를 받고 자라면 정신이 망가지는 것은 물론이고 보의 외모를 통해서 알 수 있듯 망가진다는 것이다.


정신과 몸이 망가진다.


보는 다행히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행동에서도 이타성이 발효된다. 토니가 페인트를 마시려고 할 때 막으려고 한다거나. 그러나 결국 억눌러왔던 분노가 엄마의 목을 조른다. 이 분노라는 건 억제할 수가 없다. 분노를 억누를 수 없는 사람들은 대체로 어린 시절에 정서적으로 학대를 받았을 가망성이 많다.


분노를 억누를 수 없는 것이다. 온 세상이 자신을 무섭게 보고 죽일 것 같다고 느낀다. 그래서 결국 칼을 들고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한다. 많은 정서적 학대를 받은 이들이 제대로 상담도 받지 못한 채 어른이 되어서 시동을 걸고 있었을 뿐이다. 한 명이 칼부림 난동을 시작하니 너도나도 여기저기서 이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 버렸다.


그러나 이런 분노를 교묘하게 사용하는 사람도 있다. 소위 잘 배운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무기인 머리와 돈, 지위를 가지고 글을 써서 인터넷에 올려 공격하고자 하는 대상에 공격을 한다. 사회 구조에 대한 분노가 가득하지만 그 구조를 바꿀 수는 없으니 누군가 공격할 대상을 찾아서 공격을 하고 괴멸시킨다.


이 영화를 보면 요즘의 일들이 스쳐 지나간다. 이 영화는 현실이 환상인지 또는 악몽을 꾸는 건지 경계가 알 수 없는 곳에서 헤매게 된다. 가족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 단위는 엄마와 아빠다. 이 엄마와 아빠의 기본이 무너지고 정서에 타격을 받게 되면 어제오늘 끔찍하게 발생하는 사건의 결과물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이 영화가 공포 영화에 가까운 이유는 영화가 가족 이야기라서 그렇다. 가족에게 학대를 받고 자라지만 가족이라 연을 끊을 수도 없다. 뫼비우스처럼 끝나지 않고 관계가 이어지는 공포. 그 공포를 끝내는 건 사라져야 하는 것. 정서적으로 받은 학대가 기묘한 꿈으로, 망상과 환상과 현실이 모호하지만 경계가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는 걸 말하는 영화 같다. 정신분석한 공부하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영화 ‘보 이즈 어프레이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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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라면을 먹으며 질질 짜거나, 울컥하거나, 눈물을 흘려본 적은 없다. 라면을 먹다가 눈물이 나오는 경우는 매운 고추를 먹었거나, 매운 김치를 먹었거나, 라면이 맵거나 해서 눈물이 찔끔 나온 것이 아니라면 라면에 울컥한 사연 따위는 없다.


사람들은 맛있는 라면은 누가 끓여주는 라면이라는데 나는 그것도 별로다. 내가 끓여 먹는 게 나는 가장 맛있다. 학창 시절에 친구집에 놀러 가면 누나가 늘 라면을 끓여 줬는데 파를 엄청 많이 넣어서 끓여 줬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라면을 건져 먹으면 라면과 파가 일대 일 비율로 씹혔던 기억이 있다.


나에게 라면이란 학창 시절에는 불편한 어른들과 고기를 구워 먹는 것보다 친구들과 라면을 끓여 먹는 게 가장 맛있었고, 지금의 라면이란 라면은 전부 너무 맛있어서 자주 먹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라면만 하루 세끼 먹고 살아갈 수 있을 정도로 라면은 종류를 막론하고 전부 맛있어졌다. 그러나 매일 라면을 먹으면 안 된다. 사실 매일 라면만 먹어도 괜찮다. 집에서 해 먹는 갖은양념을 부어서 만든 찌개보다 라면이 훨씬 낫다. 그러나 라면은 국물을 마지막으로 끝을 내야 하기 때문에 면만 호로록 먹기에는 아직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영화 속에서도 라면은 캐릭터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는 고마운 음식이다. 검색을 해보면 영화 속 라면 먹방만 모아놓은 영상이 있어서 보고 있으면 정말 맛있게 보인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 라면이 슬픈 음식으로 나오는 경우도 많다.

봄날은 간다에 나오는 라면은 너무나 슬픈 음식이다. 상우와 은수의 첫 날밤의 팡파르는 라면과 함께 시작되었다. 소주와 몹시 어울리는 라면은 금방 식어 버리지만 또 금방 끓어오른다. 그 뜨거운 사랑을 상우는 은수와 한다. 화분의 꽃이 더디게 피듯 상우의 시간은 차근차근 흘러가지만 은수의 시간은 라면처럼 너무나 금방 끓어오른다. 후루룩 입으로 빨려 올라오는 라면은 어느 순간 바닥을 보이는 냄비의 허무를 나타낸다. “라면이나 끓여” 은수의 말에 이제 고작 라면이나 끓이는 놈이 된 상우.


누군가와 마주하고 먹으면 더없이 행복한 라면이지만 혼자 먹으면 더 맛있기에 라면은 슬픈 음식이다. 사랑하는 이가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을 때 끓이는 라면은 슬프다. 결국 상우는 은수에게 “내가 라면으로 보이냐고!” 소리를 지른다. 라면은 그렇게 슬프다. 라면이 끓어오르면 비로소 외로움과 마주하게 된다. 스프를 넣고 팔팔 끓일수록 자극은 극에 달한다. 라면은 그대로 내버려 둘 수 없어서 젓가락으로 자꾸 휘젓게 된다.

https://youtu.be/vf6TWmxJZxY


몸부림을 바라는 라면은 외로워서 슬픈 음식이다. 라면의 많아진 종류만큼 슬픔도 전부 제각각이다. 오늘도 우리는 라면을 마주하며 슬픔을 젓가락질한다. 영화 속에서 라면이 그렇게도 슬프게 나온다. 표면적으로 슬프게 라면이 보이는 건 선생 김봉두에서다. 선생 김봉두에서 불쌍한 녀석 소석은 라면이 그렇게 좋다.

김봉두가 김치 없는 라면이 맛없어서 먹지 않을 때 소석은 그 맛없다는 라면을 맛있게 허겁지겁 먹는다. 이 장면은 잘 보면 라면을 먹는 것처럼 보이지 실제로 먹지는 않는다. 황비홍 1편을 너무나 재미있게 봤지만 지금 보면 이연걸의 대역의 티가 너무나 심하게 나는 것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소석은 비가 쏟아지는 날에 김봉두에게 바칠 삼을 캐다가 들어와서 부뚜막에서 쭈그리고 앉아 라면을 끓여 먹는다. 라면은 소석의 삶을 파고든 곰팡이와 같다. 한 번 꽃을 피우면 걷잡을 수 없다. 라면은 슬픈 음식이다. https://youtu.be/yKDQz_v1VDQ


천하의 나쁜 노무 새끼 필제는 화를 내도 웃기고, 짜증을 내면 더 웃기고, 웃기면 대책 없이 웃겼다. 세상 무서울 것 없고 껄렁해 보이는 그 역시 그럴수록 더 슬프다. 그런 필제가 좋아하는 건 왕뚜껑 라면. 필제가 기가 찬 동네에 왔지만 기똥찬 동네라는 것을 알게 되고 거기서 어떻게 해야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지 알게 된다.


그 중심에 슬픈 라면이 있었다. 라면은 필제의 슬픔을 같이 했다. 하지만 필제에게 라면이 없었다면 해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절망의 끝에서 날개를 달고 날아가면 희망이 보인다는 것을 이 영화가 보여줬는데, 실제의 임창정은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일까. https://youtu.be/1FuzcwV3AN4


한 청년이 라면을 끓여 밥상 위에 올려놓다 밥상 다리가 힘이 없어 기울면서 라면이 전부 방바닥에 쏟아졌다.

그저 멍하게 바라봐야만 했다.

그저 멍하게.


5시에는 일어나야 한다.

아침밥은 고사하고 씻고 옷을 입고 마을버스를 타고 대로변까지 나가서 다시 416 버스를 타야 한다. 늘 그 버스를 그 시각에 타지만 언제나 사람들로 터져 나간다. 양보라든가 친정을 찾다가는 버스를 타지 못한다. 버스를 놓치면 그다음을 상상하기도 두렵다. 버스 문에 매달리는 한이 있어도 어떻게든 올라타야 지하철을 탈 수 있다. 비라도 오는 날이면 버스 속은 사람들이 뿜어내는 숨 냄새와 비 비린내로 먹은 것도 없는데 구토가 인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지옥철에 오르는 순간 전혀 다른 세계가 되어 버린다. 보이는 건 사람들의 등과 길고 짧은 머리카락이 달린 머리통뿐이다. 고개를 꺾어 천장을 바라보며 오늘도 무사히 회사에 도착하기를 빈다. 이렇게 난리를 피워야 회사에 제대로 출근할 수 있다. 소변이 마려워도 참아야 하고 앞사람의 머리에서 냄새가 나도 참아야 한다.


이렇게 모든 걸 참아가며 서울에서 생활한 지도 벌써 7년째다.

하지만 변한 건 아무것도 없다.

나에게 편지를 쓰며, 힘없이 서 있던 나를 안아주며 나의 길을 두려움 없이 상경했지만 현실은 나의 발끝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가기만 한다.

눈을 감으면 보이는 것이 미래인 현재에 오직 희망 하나만 믿고 달려왔다.

하지만 희망이라는 것이 세상에서 배신을 잘한다는 것을 알아버린 순간 이 세계에서 홀로 되어 버렸다.

언제부턴가 세상은 점점 빨리 변해가기만 하는데 나만 같은 곳에 머물러 있다.

레이먼드 카버의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에서 아들을 잃어버린 하워드와 앤이 된 느낌이다.


마음의 심한 공백이 생기면 마왕의 노래를 들었다.

고흐의 불꽃같은 삶도,

니체의 상처 입은 분노도 스스로의 현실에 더 이상 도움 될 것이 없다고 마왕이 말했다.

전망 좋은 직장과 가족 안에서의 안정과

은행구좌의 잔고 액수가 모든 가치 척도인가

돈, 큰 집, 빠른 차, 여자, 명성, 사회적 지휘

그런 것들에 과연 우리의 행복이 있을까, 라며 늘 나의 등을 토닥여 주었는데.

마왕도 가 버리고 남은 것이 없다.


이젠 지친다.

라면이 쏟아졌다.

밥상 위에서 흐르는 라면 국물이 바닥으로 퍼지는 꼴이

마치 머리가 터져 뇌하수체가 흐르는 모습처럼 보인다.


오늘의 선곡은 신해철의 나에게 쓰는 편지

https://youtu.be/HRlwPwqC-Y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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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풍오장원 2023-08-01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라면 참 좋아하는데, 파김치 사서 끓여먹어야겠습니다.

교관 2023-08-02 11:21   좋아요 0 | URL
파김치 조합 정말 맛있죠 ㅎㅎ
 


좋아하는 초난강, 쿠사나기 츠요시가 주인공으로 나온 데서 보게 된 영화다. 초난강이 주인공이지만 주인공은 따로 있는 영화였다. 아무 생각 없이 보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러서 놀란 영화였다.


어린 시절 글짓기를 잘해서 선생님의 칭찬을 먹고 아이들의 박수를 받으며 지내는 히사는 불혹에 만년 대필 작가로 헤어진 아내와 딸을 가끔 만나며 의미 없이 지낸다. 대필 제의가 들어왔는데 편집자에게 소설을 쓰고 싶다고 하지만 돈이 되지 않는다며 대필해 주면 곧바로 5만 부가 팔려 나가 돈을 번다고 빨리 작업하자고 한다.


가끔 딸을 만나 데이트를 하고 헤어지면 홀로 집으로 들어가 소설을 쓰려고 하지만 시작도 못한다. 화면에는 커서만 깜빡일 뿐이다. 그러다 고등어 통조림(사바켄 – 일본 원제는 사바캔이다)을 보며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영화는 마치 몇십 년 만에 먼지가 가득한 일기장을 펼치는 향수를 느끼게 한다. 그 속에는 나와 비밀을 나누었던 친구와 일상이 담겨있다. 특별한 것도 없고 그저 껌 하나로 낄낄 거리며 지냈던 시절. 키득거리며 그걸 읽는데 눈물이 갑자기 흐르는 것 같은 영화다.


초난강이 하는, 어른이 된 히사의 대사 “내게는 고등어 통조림을 보면 떠오르는 아이가 있다”로 시작해서 1986년 그 여름으로 간다. 너무나 새파랗게 멍이 든 하늘과, 실루엣이 아름다운 여름의 푸르른 바다, 부메랑 섬, 탄탄 바위 그리고 그 모든 풍경을 공유했던 타케.


타케는 친구도 없이 늘 혼자서 책상에 물고기 그림이나 그리는 아이였다. 옷도 단 두 벌로 여름을 그렇게 보낸다. 타케는 아이들의 놀림감이었다. 그러다 한 녀석이 타케에게 너네 집에 피아노 놓으면 바닥이 무너지는 거 아니냐며 놀린다. 타케는 그렇지 않다면서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간다. 아이들은 너무 먼 곳에 있는 타케의 집으로 가면서 지친다.


타케의 집에 도착했을 때, 집은 다 쓰러져가는 모습처럼 보여서 아이들은 일렬로 서서 웃으며 타케를 놀린다. 그때 타케의 여동생이 집으로 오지만 오빠와 함께 같이 놀림을 받는다. 웃으며 놀리는 그 아이들 속에 히사도 있었다.


히사는 가기 싫은 엄마의 두부 심부름 때문에 슈퍼에 갔다가 백 엔을 줍는다. 그 큰돈을 주워서 경찰서에 돌려줘야 하나. 철없는 아빠에게 물으니 아빠는 경찰서에 안 갖다 줘도 된다고 한다. 그렇게 히사는 저금통에 백 엔을 넣는다.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여름방학의 행복과 불행을 좌지우지하는 건 성적표다. 펼치는 순간 망했다고 생각하는 히사. 집에 와서 악마보다 더 무서운 엄마에게 혼난다. 그러나 철부지 아빠는 국어는 잘했다고 하다가 둘 다 엄마에게 혼난다.


어느 날 친하지 않았던 타케가 히사의 집으로 놀러 왔다. 히사는 이상하게 생각하지만 타케는 부메랑 섬에 돌고래가 나타났다고 한다. 히사는 좋아하는 돌고래를 상상한다. 타케는 돌고래를 보면 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너는 그 경험으로 글짓기를 해서 선생님에게 또 칭찬을 들을 수 있다며 같이 가자고 꼬신다. 하지만 히사는 내키지 않는다. 그때 타케가 그 주운 돈 백 엔 경찰서에 돌려주지 않으면 도둑으로 신고할지도 모른다고 한다. 히사는 말을 더듬으며 겨 겨 경찰서에 가 가 갖다 줘줬어.


타케의 으름장에 히사는 여행에 동참하게 된다. 히사에게는 자전거가 있었다. 둘이 같이 타고 새벽에 섬으로 가는 거야. 새벽 5시에 부모님 몰래 일어나서 나가려는데 철부지 아빠가 나와서 둘을 보더니 뒷자리 안장을 제대로 만들어준다. 그대로 뒤에 타고 갔으면 엉덩이 다 으스러진다며. 아빠는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엄마 깨기 전에 얼른 다녀오라며 용돈까지 준다.


그렇게 둘은 섬으로 둘만의 여행을 간다. 가다가 자전거도 망가지고 지치고 힘들다. 그러다가 동네 양아치들을 만나서 히사가 당하려는데 똥 누고 돌아온 타케는 양아치들에게 달려든다. 양아치 형들은 타케를 때리고 발로 밟는다. 타케는 맞으면서 히사에게 빨리 도망가라고 한다. 그때 동네의 제일 일인자 형이 나타나서 그 양아치들을 때린다.


그렇게 타케와 히사는 그곳을 벗어난다. 고장 난 자전거를 끌고. 부메랑 섬으로 간다. 지쳐 잠시 바닥에 누워서 히사는 타케에게 고맙다고 한다. 그리고 묻는다. 왜 나에게 같이 가자고 했냐고 묻는다. 나에게 자전거가 있어서 그랬냐고 묻는다. 그러자 타케가 너는 웃지 않았으니까. 뭐? 너는 우리 집보고 웃지 않았잖아.라고 한다. 이상하지만 별것도 아닌데 여기서부터 눈물이 흐른다. 밝고 맑은 영화인데 기이했다.


그렇게 시작된 둘만의 1986년 여름방학의 이야기는 보는 내내 향수를 일으켰다. 바다에 떠 밀려온 한국의 오성사이다. 목숨을 구해준 누나. 귤을 서리하러 가면 늘 나타나서 잡으려는 고약한 과수원 할배, 고등어로 초밥을 만들어 주었던 아버지 그리고 모든 것을 다 알고 있고 네 명의 동생들을 돌보며 씩씩하게 지내는, 나와 너무 다르지만 언제나 나의 편일 것 같은 타케.


이 모든 것들이 마치 나의 어린 시절을 보냈던 그 동네의 친구, 어른들, 동네 바보 형, 친구 집 앞에서 친구야 놀자!라고 큰 소리로 부르면 집 안에서 그래!라고 친구가 말하고, 시끄럽다고 소리치던 삼촌 같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양아치들에게 구해준 동네 형이 자신의 모자를 타케에게 씌워줄 때에는 의도인지 꼭 원피스의 상디와 루피를 보는 것 같았다. 이젠 돌아갈 수 없는 가난했던 어린 시절, 비밀을 공유하며 땀을 흘리며 같이 시간을 보냈던 친구와 함께 순간이 있었다. 그러다 타케에게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서 히사와 헤어지게 된다. 친구와 영영 헤어지게 된 히사는 처음으로 아빠에게 안겨 엉엉 운다. 헤어질 때 귤 농장의 악마 할배가 타케에게 귤을 줄 때, 기차에서 귤을 까먹을 때에도 뭉클했다.


이 영화는 너무 아무것도 아닌 노스탤지어를 섬세하게 다루어서 너무 특별하게 만들어서 감동이 되는 그런 영화였다. 좋은 영화를 보면 지금 이 따라다니는 잔상을 좀 오래 주욱 끌고 가고 싶다.



https://youtu.be/pkUeT12nAO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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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팸 앤 토미'의 예고편에 미트로프의 '아 두 잇 애니씽 포 러브'가 나온다. 미트로프는 거구의 록스타로 미식축구 출신이다. 오늘은 미트로프 이야기를 하자는 건 아니고, 미트로프의 노래는 정말 너무나 좋다. 90년대를 장식했던 수많은 록밴드 중 한 명이다. 영화에는 직접 나오지 않았지만 인기 있었던 두 영화에서 미트로프가 언급된다. 두 영화 전부 영국 영화다.


예고편 https://youtu.be/sJgH4y3raWc


하나는 '노팅힐'이고, 하나는 '러브 액츄얼리'다. 노팅힐에서는 애나 스콧과 함께 침대에서 같이 보낸 윌리엄 태커의 대화에서 미트로프가 등장한다. 미국에서 가장 이상한 밴드라면서 미트로프를 언급한다. 그리고 러브 액추얼리에서는 리암 니슨의 다니엘이 아들인 토마스 생스터가 분한 샘에게 미국의 미트로프도 이상하지만 음악을 하잖아 같은 대사를 한다.


그런 것을 보면 미트로프는 음악의 본고장인 영국에서도 무척이나 갈망하는 밴드가 아닐까 싶다. 미트로프의 노래가 팸 앤 토미의 예고편에 주욱 흐른다.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도 한 편의 영화 같다. 미트로프가 직접 등장하며 스토리 형식이다. 미녀와 야수를 오마주해서 사랑에 관한 노래를 록스타일로 부른다.


90년대는 그야말로 엠티비 또는 뮤직비디오의 세상이었다. 독보적이라면 에어로 스미스의 '겟 어 그립'의 노래들이 전부 뮤직비디오로 이야기가 이어지게 만들어서 정말 앨범의 수록곡을 뮤직 비디로 다 보면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특히 뮤직비디오 주인공으로 당시 가장 핫 걸이었던 알라시아 실버스톤과 반지의 제왕에서 요정 아르웬 역으로 나온 리브 타일러가 주연이었다.


 https://youtu.be/NMNgbISmF4I 에어로 스미스 뮤비 속 알라시아 실버스톤과 리브 타일러


리브 타일러는 이때가 대중에게 처음으로 드러나는 계기가 되었다. 에어로 스미스의 보컬 스티브 타일러의 딸로, 록스타가 아빠인 줄도 모르고 따로 떨어져서 살다가 티브이에 나오는 저 입 큰 록스타가 나와 많이 닮은 거 같은데? 그래서 찾아가서 뭐 이런저런 일을 거쳐 그래 내 딸아! 그렇게 해서 에어로 스미스의 뮤직비디오에 알라시아 실버스톤과 함께 출연하면서 지금의 배우가 되었다.


80년대 말 지구에서 제일 인기가 많고 지구인이 아니라 외계인이라 할 정도의 밴드가 머틀리 크루였다. 머틀리 크루의 드러머 토미 리와 파멜라 앤더슨의 섹스 스캔들이 나서 세계를 들썩이게 한 일이 있었다. 그 이야기를 시리즈로 만든 이야기가 '팸 앤 토미'다.

파멜라와 토미


엄청난 수위의 이야기가 꿈과 희망의 디즈니 플러스에서 서비스가 되었다. 이 이야기는 토미가 헤더와 헤어지고 파멜라를 만난 지 100시간 만에 반해서 결혼을 하고 요트 위에서 신혼여행을 즐기면서 두 사람만의 엄청난 섹스 비디오를 찍어서 금고에 넣어두는데 그게 도둑을 맞는데 온라인으로 배급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난리가 난다.

영화와 실제


토미가 파멜라를 만나기 전 7년 간 결혼을 했던 헤더 로클리어는 톰 크루저와도 염문이 있었고 토미 리와 헤어지고 본조비의 기타리스트 리치 샘보라의 연인이 되기도 했다. 헤더 로클리어에게 반한 토미가 헤더와 만나게 되면서 개판으로 생활하던 악동에서 좀 벗어나게 된다. 헤더와 결혼을 하면서 토미는 셀럽의 반열에 오르게 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혼한 지 7년 만에 이혼을 한다.

후에 파멜라를 만나면서 불꽃이 타오른다. 이 시리즈는 여기서부터 시작을 한다. 토미가 파멜라와 만나는 장면부터 보여준다. 주인공으로 릴리 제임스와 세바스탄 스탠이 파멜라와 토미를 연기하는데 처음에 릴리 제임스? 파멜라 같은 독보적인 섹시스타를 어떻게?라고 생각했는데 와아 릴리 제임스의 얼굴이 전혀 없다. 손짓, 말투, 몸짓, 몸매, 가슴 모든 게 그냥 파멜라 앤더슨이다.

이 시리즈는 절대 성인이 된 아들딸이라도 같이 봐서는 안 되며, 애인끼리도 같이 보면 안 될 것이고, 부부끼리도 같이 안 보는 게 좋을 거고 혼자 보거나 친구와 보는 게 낫다. 엄청난 수위다. 수위 조절의 실패가 이 시리즈다. 이런 고강도 수위의 시리즈가 아무튼 꿈과 희망의 디즈니에서 룰루랄라 송출했다.


토미 리는 지구에서 가장 악동인 머틀리 크루의 드러머이고, 파멜라 앤더슨은 베이워치로 섹시 심벌이었다. 머틀리 크루의 이야기는 영화 ‘더 더트’를 보면 된다. 얼마나 악동이며 정신줄을 놓고 록스타가 되었는지. 나는 학창 시절에 머틀리 크루를 퀸이나 엘튼 존보다 많이 들었기 때문에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나 앨튼 존의 영화 로캣 맨보다 더 더트가 제일 재미있었다.

팸 앤 토미 2화에서 토미가 여자들에게 개미가 일렬로 가는데 약을 뿌려 코로 빨아들이는 걸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머틀리 크루보다 더 사고뭉치 오지 오스본을 말한다. 이 일화 역시 너무 유명해서 영화 더 더트에 그대로 나온다.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사는 록스타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태어난 김에 록이나 하지 뭐, 이런 분위기다.


세계의 정상을 달리면서 앨범을 다 합쳐 5천만 장이나 팔이치운 머틀리 크루는 90년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서서히 하강하는 분위기를 느낀다. 90년대를 휘어잡는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이 등장하고, 알라니스 모리셋 같은 아티스트들이 대거 등장해서 록 사장의 판도를 다 바꿔 버린다. 커트 코베인의 너바나는 등장하자마자 계속 1등을 먹었던 마이클 잭슨을 1위 자리에서 내려오게 만든다. 토미는 조금씩 그런 분위기를 느낀다.


제목이 '팸 앤 토미'로 파멜라가 먼저 나오는 건 파멜라에게 좀 더 집중되어 있는 이야기다. 파멜라는 섹시 심벌이지만 뮤지컬을 좋아하고 순수한 면모가 많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살아왔기에 사람들에게, 남자들에게 잘 넘어가는 경향이 짙었다. 릴리 제임스가 홀딱 벗고 나오는 장면이 많지만 그 굉장한 신체는 그래픽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실제 파멜라는 그 당시 그런 몸이어야만 했다.


섹스 영상이 온라인으로 배급된 것 때문에 법정에서 당시 파멜라의 몸은 노출된 채로 수많은 잡지와 영상에 공개했다는 이유로 공공의 재산이라는 어이없는 판결을 받는다. 법의 나라 미국이라지만 90년대 미국 법정도 엉망진창이었다.


당시 야후 같은 첫 검색엔진이 시동 걸 때였는데 팸과 토미의 영상이 인터넷에 무료로 뜬다. 토미보다 파멜라가 더 타격을 받는다. 당연하지만 여자라는 이유였다. 법정에서는 이 같은 무료 유출도 공공성이라는 부분으로 인정을 한다. 어디를 가나 사람들이 파멜라에게 섹스 비디오에 대해서 질문을 하고 쳐다본다. 토미 역시 스트레스를 받지만 술집에서 술에 취해 자랑처럼 늘어놓는 모습이 파멜라와는 달랐다.


파멜라는 여자나 여배우가 아닌 한 인간으로 사람들에게 비치기를 바랐지만 모두가 그녀를 하나의 상품 내지는 포르노 배우 정도로 취급했다. 임신까지 하고 영화 배역은 엘리자베스 헐리, 킴 베이싱어에게 전부 내주고 3류 영화에나 나가야 했고 토미와 변호사는 자신의 마음과 다른 행보를 보인다.


파멜라와 토미의 섹스 영상이 남자들에게는 욕구를 푸는 비디오 정도였다. 그런데 성인배우들, 여자 성인배우들에게 그 영상은 정말 신혼 첫날의 사랑하는 신혼부부의 달콤하고 사랑하는 눈빛의 파멜라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흔한 섹스비디오와는 다르게 두 사람의 사랑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행복해하는 두 사람의 얼굴을 비디오가 비추고 있었던 것이다.


수위가 높은 장면은 시리즈 중에 딱 한 번 나온다. 이 이야기는 파멜라에 맞춰져 있다. 안타까운 모습의 파멜라, 행복해하는 파멜라, 아이 같은 파멜라, 잠 못 드는 밤의 시애틀에 빠져 있는 파멜라 등 파멜라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 연기를 릴리 제임스가 기가 막히게 해내고 있다.


이 시리즈는 미국 샐럽들의 가십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 록스타 내지는 머틀리 크루를 좋아하는 사람, 파멜라의 이면을 보고 싶은 사람(이 이야기는 다큐로 제작된 올해 나온 ‘파멜라, 러브 스토리’를 보면 인간 파멜라를 알 수 있다), 90년대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시리즈 내내 많은 음악이 나온다)에게는 강추. 우리가 수업시간에 몰래 이어폰으로 들었던 수많은 음악이 죄다 나온다. 좋아 죽는다.

이 사진 너무 좋다, 영화 속에는 이 두 사람의 실제 모습이 전혀 없다, 연기가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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