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본 후 길게 쓴 리뷰를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있으니 누군가 이렇게 빽빽한 글을 인스타에 올리면 아무도 안 본다고 했다.


인스타그램은 작은 글씨 때문에 이렇게 긴 글은 읽지 않을뿐더러 사진 위주의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긴 글을 인스타그램에 올려봤자 누구도 읽지 않으니 다른 곳에 올려라, 는 소리를 들었다.


나는 옙! 하고 난 다음에 계속 영화를 본 리뷰를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있다. 인스타그램이 글자가 작긴 작지. 브런치 글은 글자가 좀 보기 좋을 정도로 크지. 그러나 모든 플랫폼을 대부분 폰으로 본다.


폰으로 보는데 브런치나 블로그나 페이스북의 글이라고 해서 글자가 크게 보이지는 않는다. 전부 폰의 화면에 맞게 다 작게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모든 작업을 아이패드로 하는데 태블릿으로 인스타그램을 아직 해보지 못한 모양이다. 아이패드로 보니까 인스타의 글자도 크게 나온다.


태블릿이 12인치면 12인치 화면에 꽉 차게 나오지. 글자 때문에 인스타그램에 글 쓰는 게 이상하는 건 편견이라 생각한다. 사진 위주의 플랫폼이라 그렇다는 건 어느 정도 이해가 가지만 얼굴이 발로 세 번 밟은 감자 같은 얼굴을 가지고 있으면 그것도 포기다.


내 브런치에 연동이 된 인스타그램에도 하루키의 소설이나 하루키에 대한 글만 빽빽하다. 그래서 하루키를 좋아하는 소수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있다.


긴 글을 인스타그램에 올려 사람들이 전혀 안 볼 것 같다고 하지만 영화에 대한 이야기만 올리는 인스타그램 덕분에 아직 무명이지만 여러 배우들과도 디엠을 주고받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공포 영화 한 편을 보고 리뷰를 올렸는데 누군가 와서 댓글을 달았는데 제작사였다. 휴게소라는 공포영화는 제작비 때문에 극장 상영을 아예 염두하지도 못한 영화다. 그래서 나오는 배우들이 공포물을 표현하기 위해 처절할 만큼 연기를 했다. 상업영화로 관객을 무시하는 태도의 영화보다는 괜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나는 최병모의 연기를 좋아한다. 최병모 배우는 주연보다는 조연으로 많이 나오는데 최병모가 일단 영화에 나온다고 하면 주연이나 감독에 상관없이 죽 봐왔다. 최병모의 연기를 보는 게 정말 재미있다.


최병모는 부패하고 곰팡이가 핀, 그래서 긁으면 고름이 터져 나오는 인물들을 늘 연기를 했다. 그 사악함과 비굴함, 그리고 결국에는 지질 해지는 한국 사회의 병폐를 그 한 사람이 다 연기를 하는 것만 같았다.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했다. 그랬는데 어느 날은 최병모 배우가 댓글을 달았다. 재미있는 일이다.





그리고 영화 박화영을 보고 꽤나 충격적이고 재미가 좋아서 리뷰를 썼는데 이번에는 감독이 댓글을 달았다. 박화영은 불편한 영화였다. 온통 불편함 투성이었는데 그 불편함을 가득 채우는 것이 10대들의 폭력이었다. 그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는 박화영의 모습을 보면서 불편하지만 고개를 돌릴 수 없는 몰입을 이 영화는 끌어냈다. 이런 비슷한 감정을 김영하의 소설 ‘비상구’를 읽을 때에도 들었다. 이환 감독이 똥파리에 출연했던 것이 기억났는데 영화를 연출했다.



긴 글이고, 글자도 작고, 누구도 보지 않을 거라고 하지만 다 틀린 말 같다. 무엇보다 지적하는 사람이 관심과 간섭의 차이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어딘가에 글을 쓰던 자기가 좋아하는 곳에 글을 써 올리는 것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나서서 이러쿵저러쿵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주위에서 책을 내고 작가라는 타이틀이 붙어서 우쭐해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자꾸 간섭을 하려고 한다. 명심해야 할 건 그 타이틀에 빠져서 우쭐하는 기간이 길어지면 낭패라는 것이다. 황석영 소설가 아냐고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물어보면 열에 여덟은 모른다고 할 것이다. 그렇게 대 작가도 사람들은 크게 관심이 없다. 얼마나 많은 소설을 집필했으며, 무려 10년이나 매일 한국일보에 연재를 한 ‘장길산’의 작가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은 잘 모른다.


하루키도 일본 사람들 붙잡고 물어보면 다 알 것 같지만 모르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그 작가들 대부분이 이런 부분에서는 겸손하다. 하찮은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해서 이렇게 저렇게 해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어쩌다 방문자수와 조회수의 노예가 되어 버렸는지 모르겠지만 글을 올릴 수 있는 곳에 글을 올린다는데 뭐 어때, 하는 마음을 가져보자. 글이 너무 길면 거기 인스타의 에이아이(잖아), 가 글이 너무 길다고 끊어!라고 하니까.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stella.K 2022-12-14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좋은데요. 저는 인스타에 계정이 없어서 그런 것도 못하는데…
영화관계자한테 이런 댓글 받으면 기분좋죠.
근데 잘 나가는 영화관계자는 이런 댓글 안 달아주겠죠?
암튼 교관님은 진정한 영화 매니아네요.^^

교관 2022-12-15 11:53   좋아요 0 | URL
인스타그램이 없어요? ㅋㅋ 그렇군요. 작가들도 인스타를 활발히 하고 있어서 대화도 하고 메시지도 주고 받고 좋은 건 좋지요 ㅋㅋㅋ

쎄인트saint 2022-12-14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인스타에도 ...
알라딘에 올리는 리뷰 그대로 옮겨 붙입니다.
그래도 볼 사람들은 다 보더군요...
너무 길어서 안 보려나 싶어서....
한 동안은 트위터보다는 쫌 길게 단출한 리뷰를 올렸더니...
전체 리뷰는 어디에 올리냐는 댓글이 달렸기에...
걍...길게 올립니다. 글 읽을사람은 읽고...
책 사진만 볼 사람은 그러시라구요~~

교관님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교관 2022-12-15 11:54   좋아요 1 | URL
그렇습니다. 볼 사람은 다 보거든요. 꼭 안 보는 사람들이 ㅋㅋㅋ 무엇보다 적고자 하는 열망이 가득한 사람이 어딘가에 자신의 글을 올리고 싶어 올리는 것에 이러쿵 저러쿵 하지 말았 ㅋㅋ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