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과 백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데 흑과 백이 같이 있음으로 해서 시너지가 나타난다. 태극기에도 청과 홍, 붉은색과 푸른색이 맞닿아 있다. 그리고 흑과 백의 조화가 태극기를 형성한다. 태극기의 이미지는 그렇게 의식의 한 부분에 새겨진다. 금붕어들이 있는 어항 속에는 수초와 금붕어의 묘한 보색 대비가 시선의 안정을 준다. 그리하여 금붕어들의 유영을 하루 종일 쳐다봐도 질리지 않는다.
음식도 보색으로 차려 놓으면 꽤나 먹음직스럽다. 별거 없는, 그저 한낱 줄줄이 비엔나소시지일 뿐이지만 고추도 같이 기름에 달달 볶아서 올려놓으면 맛있게 보인다. 기름 위에서 춤을 추듯 색이 변하고, 맵싹 한 고추에도 기름이 옷을 입어 냄새에 벌써 배가 고프다. 케첩이 있으면 더 좋겠지만 없어도 상관없다. 이대로 이렇게 맥주와 함께 먹으면 맛도 보색의 대비가 되어 입 안에서 팡이 팡이 요동을 친다.
겉절이는 어떠한가. 그저 고춧가루 양념에 무쳐놨을 뿐인데 이렇게도 아름답다. 색이란 이런 것이야,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양념 속에 식초도 있고, 고춧가루, 고추, 양파, 마늘이 있어서 먹으면 새콤하면서 매콤하며 배추의 단 맛이 올라와 달콤하기도 하다. 이래서 우리는 겉절이를 포기할 수 없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옛말이 정말 그럴싸하다.
요즘은 떡도 형형색색의 떡이 떡집에 가면 우리를 반긴다. 떡이 정말 맛있어졌다. 떡 하면 어릴 때는 시큰둥했는데 요즘은 어린이들도 떡이 좋아서 잘 먹는다. 베이커리에 밀린 떡이지만 떡집 앞에 가면 정말 맛있고 예쁜 떡들이 가지런히 줄지어 있다. 하얀 술떡도 위에 까만 깨가 몇 알 박혀 있어서 그 보색 대비가 주는 안정감이 있다.
뱃속에 들어가면 다 똑같지 뭐. 하는 사람도 있지만 플레이팅에 신경을 쓴 밥상이라면 먹는 사람들이 좀 더 행복하게 음식을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오늘은 식탁 위 보색 대비로 한 번 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