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가 리더에게 - 대한민국 대표 CEO들에게 던지는 무례한 질문
이석우 지음 / Mid(엠아이디)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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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시절, 신학기 어느 날이었다. 담임선생님은 반장을 시켜 교실 뒤에 각자 이름을 쓰고, 그 옆에는 미래의 직업, 또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쓰도록 했다. 다음날 담임선생님이 교실 뒤에 서서 제자들의 꿈을 흐뭇하게 읽어 내려가다 갑자기 소리를 버럭 질렀다. "어떤 놈이야? 자기 꿈이 회사원이라고 쓴 놈이!" 나이에 비해 조숙한 편이었던 K의 소행이었다. 선생님은 K를 호되게 야단쳤다. 구경하던 같은 반 친구들은 키득거렸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만난 K는 회사원이 됐다. 그리고 미래의 꿈을 국회의원, 의사, 군인, 파일럿이라고 썼던 친구들도 대부분 회사원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꿈이 회사원인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하다. - '서문' 중에서

 

 

 

 

 


힘들게 입사한 후에는 한참 어렸던 시절 꿈의 리스트에 끼지조차 못했던 CEO라는 자리는 너무나도 높았다. 대기업일수록 CEO는 이미 실현 불가능한 꿈이고, 오를 수 없는 나무였다. 평사원에서 과장으로, 과장에서 차장으로, 차장에서 부장으로 제때 승진하는 것조차 얼마나 어려운가 말이다.

 

헤드헌팅 업체인 유니코써어치의 자료(2011년)에 따르면 100대 기업의 임원이 되려면 직장 동료 105명과 경쟁해 이겨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 기준 100대 상장 기업을 분석한 결과 상근 임원 수는 6619명, 직원 수는 69만 6284명으로 임원이 되기 위한 경쟁률이 무려 105.2대 1로 나타났다. 이럴진대 단 한 명의 CEO가 되기 위한 경쟁은 이보다 몇 십배 더 치열하다. 이런 계산에 도달한 회사원은 스스로 사장이 되기로 결심한다. 치킨집, 피자집, 또는 호프집 사장 말이다.

 

책의 저자 이석우는 현직 기자이다. 그는 9명의 CEO들과 인터뷰를 가졌다. 이들은 직장 초년병 때부터 CEO를 꿈꾼 적도 없었고, 어린 시절엔 아예 이런 꿈을 가져본 적도 없다고 말한다. 그저 회사에서 꾸준히 오래 근무하다 보니 강력한 경쟁자들이 미리 퇴사하는 바람에 운 좋게 그 자리에 올랐다고 말한다. 설마 운이 좋아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겠는가. 그들의 이야기는 현재 회사원이거나 직장인이 되려고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훌륭한 참고서인 셈이다.

 

 

책에 등장하는 9명의 인터뷰이를 소개하면 김종식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전 커민스코리아 사장, 타타대우상용차 대표이사 사장),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 노연상 경동원 사장(전 에쓰오일 사장), 서병문경기컨텐츠진흥원장(전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장, 삼성전자 부사장), 신원기 전 르노삼성자동차 부사장·삼성전자 전무, 이태용 아주그룹 부회장(전 대우인터내셔널 사장), 조봉연 팬아시아캐피탈 사장, 조성식 서울시녹색산업협회장(전 포스코에너지 사장), 조영철 (사)CEO 지식나눔 공동대표(전 삼성화재 부사장, CJ홈쇼핑 사장) 등이다.

 

 

 

백주 대낮에, 사람들의 이목이 쏠린 국회 청문회 TV 생방에서 수백만 월급쟁이를 머슴이라 부른 이가 있다. 1997년 수천억 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뇌물을 제공한 사건 때문에 국회로 소환된 옛 한보그룹의 정태수 회장이다. 당시 국민회의 국회의원이었던 이상수 의원이 질문하고 정태수 회장이 답했다.

 

Q: 한보 재정본부 차장 말로는 3000억 원을 대출받았어도 2개월 이상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합니까?

 

A: 주인인 내가 알지 머슴이 어떻게 압니까?

 

이날 한보그룹 직원들은 머슴이란 말에 화가 치밀어 올라 노조에다 전화를 걸어 욕을 퍼부었다고 한다. 그룹의 회장이 내뱉은 머슴이란 단어는 마치 산업사회를 농경사회로 되돌리는 듯한 시대착오적인 발언이었다. 그럼에도 20여 년 가까이 한국 사회에서 그 어떤 경영학자도 월급쟁이를 이렇게 간단명료하게 정의하지는 못했다. 회사원이 머슴에 불과하다면 회사는 밥벌이하는 곳 이상의 의미를 갖기 힘들다. 직장으로 출근했다는 것 자체가 우울함의 이유가 되고, 내 인생의 비극 또한 직장에서 시작된다.

 

 

 

회사원 10명 중 7명이 직장에 출근하면 우울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들이 취업준비생으로 살던 시절에는 회사원이 되지 못해 우울했다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20~30대 청년 백수들은 월급쟁이가 되려고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 회사원이 되지 못한 백수들은 우울증에 시달리고, 대인기피증에도 시달린다. 이들 취업 준비생이 당장 우울증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회사원이 되는 것뿐이다.

 

월급쟁이가 되면 회사에 출근하는 것 때문에 우울증에 걸리고, 구직자 시절에는 월급쟁이가 되지 못해 우울증에 시달린다. 또 월급쟁이 신세를 그렇게 한탄하면서도 많은 사람들 대부분이 월급쟁이로 살아간다. 설문조사에선 출근하는 것 자체가 우울하다고 답했을지는 몰라도, 냉정하게 따지고 보면 월급쟁이로 사는 데는다 이유가 있다. 단지 갈 곳이 없어서, 다니고 있는 직장 말고는 받아주는 곳이 없어서 이 회사에서 월급쟁이로 사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모든 월급쟁이는 말단 직원에서 시작해 회사의 CEO까지 올라갈 수 있는 균등한 기회가 있다. 물론 엄청난 경쟁을 뚫고 CEO 자리에 오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아무리 경쟁률이 치열하더라도 어차피 밑져야 본전이다. 회사를 다니는 또 다른 재미도 있다. 창업에 비하면 매달 나오는 급여로 삶을 안정적으로 꾸려 나갈 수 있다는 것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다. CEO의 자리에 그리고 임원의 자리에 도전하는 동안 퇴직금이 늘어나고, 월급을 모아 더 넓은 집으로 옮길 수도 있다. CEO에 도전하다 미치지 못해 임원까지만 올라가도 노후 걱정이 크게 줄어든다.

 

 

 

도전도 어차피 회사 돈으로 하는 게임이다

 

부장, 차장급 직원에게 '회사의 운명'을 결정할 책임과 권한이 생긴다면 어떤 기분일까? 좋다고 덥석 그 일을 떠맡을 회사원이 과연 얼마나 될까. 월급쟁이에게 회사의 운명을 결정하는 업무를 맡으라는 것은 너무 무거운 짐을 떠맡기는 것이다. 그렇다고 회사에서 믿고 일을 맡기는데 '못 하겠다'고 발을 빼버리면 그 회사에서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야말로 바둑판에서 양곤마兩困馬에 놓인 심정과 같을 것이다.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 외통수라면 두 눈 질끈 감고 일을 떠맡는 편이 낫다고 한미글로벌 김종훈 회장이 제안한다.

 

그가 꼽는 월급쟁이의 큰 장점이 바로 이것이다. 아무리 거액의 계약이나 사업이라도, 어차피 '내 돈으로 하는 게임'이 아니다. 사실 책임져야 할 범위는 정해져 있고, 실패해도 책임질 부분이 그리많지 않다. 엄청난 부정부패 사건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회사원들은 수백, 수천억 원짜리 공사나 계약을 실패하더라도 최악의 경우 사표를 쓰면 그것으로 끝이다. 대표 이사가 아닌 이상 회사 대출에 연대보증을 설 일도 없다.

 

"뭘 망설여. 이건 성공만 하면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횐데, 일단 한번 도전해 봐라" 

 

물론 이런 엄청난 결정을 할 때는 누군가로부터 '네 결정이 맞다'는 동의를 구하는 게 마음 편하다. 그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의견이 결정적이지 못하더라도 그래도 없는 것보다 낫다. 최종 결정을 앞두고 뜬눈으로 밤을 새던 당시 삼성물산 현장소장이던 김종훈도 해외 건설 현장의 경험이 많은 대학 선배에게 자문을 구했다. 기대했던 대답이었다. 그는 세계 최고最高의 건물인 쿠알라룸푸르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를 건설하기에 경험은 부족할지라도 혼신을 다해 도전해보겠노라며 현장 소장직을 수락하고 말레이시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최선을 다해야 2, 3등도 가능하다

 

그는 선발대 7명과 함께 쿠알라룸프르 현장에 도착했다. 현장실사에서 얻은 결론은 예상보다 훨씬 가혹했다. 이 공사는 일본이 한 달 먼저 착공을 시작했지만, 완공은 동시에 해야 한다는 계약 조건이 포함돼 있었다. 심지어 공사를 하는 중간중간에 일정 목표치도 설정해 놓고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 조항도 있었다. 이런 조건들을 이행하면서 88층짜리 건물을 27개월 만에 완공해야 했다. 당시 현장에선 빌딩 한 층을 올리는 데 한 달 정도 걸리는 것을 정석으로 삼고 있었다. 그런 계획으로는 도저히 공기를 맞추기가 불가능했다.

 

시공사가 초고층 빌딩을 지을 때 공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콘크리트를 높은 곳까지 빠르고 안전하게 옮겨야 한다. 공사 경험이 많은 일본 건설사는 공사용 임시 엘리베이터를 가동해 1단계로 중간층까지 콘크리트를 운반하고다시 압력 펌프로 콘크리트를 쏘아 올리는 방식을 도입했다. 하지만 출발이 늦었던 김종훈은 엔지니어들의 의견과 각종 자료를 분석해 지상에서 곧바로 콘크리트를 400미터 이상 쏘아 올리는 '직접 펌핑' 공법을 도입하는 모험을 선택했다. 당시 이 공법은 검증도 되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삼성의 입장에서는 남들이 하는 대로 해서는 공기를 맞추기 힘든 상황이었다. 일본 기업과 공개적으로 경쟁하는 상황에서 공사를 제때 끝내더라도 승부에서 진다면 체면이 서지 않는 일이었다. 이는 김종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삼성그룹의 체면이 걸린 일이기도 했다. 완승하거나 완패하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해야만 했다. 직장 생활에도 언젠가는 결정적인 순간이 있기 마련이다. 그는 결정적인 순간 대담하게 결정하고 승부를 거는 방식을 택했다. 적어도 그의 결정은 '2등만이라도 하자'는 식의 타협은 아니었다.

 

어느 조직에서나 2등이라도 하면 대단한 것이다. 그런데 직장이란 곳에는 수많은 '2등 주의자'들이 버글거린다. 남성 직장인의 상당수는 군대에서 1등을 해선 득보다 실이 많음을 경험했다. 그래서 1등에 대한 근본적인 두려움이 우리에게는 숨어 있다. 회사를 위해 온 몸을 던져 일하는 것은 아무래도 손해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소위 '머슴' 근성이 수시로 요동을 치는 것이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 보라. 2등을 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달려들어서는 실제로 2등을 한 사람이 얼마나 있는가. 1등 하려고 죽기 살기로 달려들어야 2등도 겨우 하지 않던가. 김종훈이 말레이시아 건설 현장에서 "대충 공기라도 맞춰 공사를 끝내보자"는 식으로 일했더라면 사실 그 목표조차 달성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직장 선배들의 고언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 거의 대부분은 직장에서 수십 년 동안 생활하며 치열한 경쟁을 거쳐 최고의 자리에 오른 선배들이 직접 경험한 것이다. 이들이 바라본 직장생활의 원칙, 노하우, 마음가짐 등을 소개한다. 이미 장기간의 근속과 함께 경쟁에서 살아남았다는 것 자체 만으로도 우리들에게 훌륭한 귀감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읽을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현재 취업을 준비 중인 청년, 이직을 고민하거나 창업을 고려 중인 직장인, 그리고 회사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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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고 싶은 토끼
칼 요한 포셴 엘린 글.그림, 이나미 옮김 / 박하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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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전공자가 저술한 수면 촉진 동화, 이 한 권으로 불면에 시달리는 성인이나 잠투정이 심한 아이들에게 꿀잠을 선물해 보세요.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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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통찰의 힘 - 평범한 일상에서 기회를 포착하다
김철수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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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평, 3.3제곱미터. 대한민국 직장인이 사용하는 사무 공간의 넓이다. 이 마법의 공간은 아이러니하게도 '현실 왜곡의 공간'이기도 하다. 시장의 진짜 고객 대신 나의 머릿속으로 그려낸 상상 속의 고객, 즉 '책상 고객'을 매일 만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혁신은 기술, 비즈니스, 사람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결합되어 완성되는데 그 중심은 언제나 그것을 사용하게 될 사람이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여전히 기획자나 디자이너의 개인적 경험이나 선호도에 따라 제품이나 서비스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 '프롤로그' 중에서

 

 

공감 디자인으로 미래를 통찰하라

 

이에 저자는 "이제 책상 고객, 그만 만나라. 그리고 시장의 진짜 고객과 소통하는 공감 디자인으로 미래를 통찰하라"라는 화두를 우리들에게 던진다. 이는 그가 기업의 혁신 조직에서 고객 인사이트에 기반한 상품 콘셉트를 개발하는 일을 오랫동안 해오면서 현장에서 직접 깨달은 통찰인 셈이다.

 

공감 디자인은 혁신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획하거나 이미 존재하는 상품의 문제점을 해결하여 사람들에게 즐겁고 유익한 소비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기획자나 의사 결정자가 사용자의 입장이 되어 소통하려는 공감 기반의 혁신 철학이자 일하는 방법론으로 그리 복잡한 개념은 아니다.

 

저자 김철수는 SK그룹에서 인간 중심의 혁신 방법론 HCI, Human Centered Innovation을 기반으로 고객의 니즈를 발견하고 새로운 서비스와 상품을 제안하는 컨설팅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방법만 안다면 누구나 일상에서 놀라운 혁신의 씨앗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세계적인 디자인스쿨인 시카고 IIT 디자인 대학원에서 공부한 내용과 다양한 국내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어떻게 일상에서 인사이트를 얻고 이를 새로운 비즈니스의 발판으로 삼는지 정리한 6단계 방법론을 소개한다.

 

엘리베이터가 느리다는 이용자들의 불만에 따라 오티스는 기술 개발을 진행하던 중, 한 신입 직원이 엘리베이터 내에 거울을 설치하자는 아이디어로 이를 해결한 사례, 젊은 디자이너가 3년 동안 노인 분장으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깨달은 통찰로 유니버설 디자인을 탄생시킨 사례, 한곳에 모인 자전거 무리에서 공공 서비스 개선의 실마리를 찾아낸 사례 등 이 모든 변화는 공감 디자인을 활용하여 놀라운 개선의 효과를 만들어낸 것들이다.

 



책은 크게 두 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파트1(혁신에 대한 생각)에선 오늘날 혁신이 마주한 네 가지 큰 변화와 그 거대한 변화의 파도에 올라타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공감 디자인의 필요성을 설명하였다. 또한 사용자 통찰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사람에 대한 이해'와 관련한 나의 생각을 정리하였다.

 

파트2(새로움을 통찰하는 여섯 가지 생각 도구)에선 사용자 통찰과 창의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여섯 가지 생각 도구를 소개하였다. 코드, 관찰, 소통 등 확산적 사고와 통찰, 발상, 콘셉트 등 수렴적 사고의 과정을 저자의 경험과 사례에 근거하여 정리하고 있다.   

 

SK그룹에서 HCI, 즉 인간 중심의 혁신 방법론을 기반으로 고객의 니즈를 발견하고 새로운 서비스와 상품을 제안하는 컨설팅 업무를 담당하는 저자는 누구나 날카로운 관찰의 눈으로 일상을 바라볼 때 우리는 혁신의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다고 말한다. 안락한 사무실의 책상에서 벗어나 치열한 현장으로 들어가 저자의 6단계 방법론을 활용하면 시장을 선도하는 놀라운 기획의 단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혁신, 피할 수 없는 변화

 

현대를 살아가는 개인이나 조직은 언제나 혁신을 갈망한다. 혁신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경쟁 사회가 우리 모두의 숙명이다. 그야말로 지금은 혁신의 혁신이 필요한 시대다. 비즈니스에 영향을 주는 변화는 크게 혁신의 속도, 방향, 크기, 주도권이라는 네 가지 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첫째, 혁신의 속도가 4제곱 빨라진다

둘째, 관점 혁신이 기득권을 재편집한다

셋째, 혁신의 크기가 분절되고 작아진다

넷째, 혁신의 주도권이 사용자에게로 이동한다

 

혁신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술의 탁월함과 비즈니스 모델의 적합성 그리고 인간의 욕구 충족성 등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특히 사용자의 숨어 있는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는 그 어떤 요소보다 중요하다. 우리는 탁월한 기술이 적용된 제품이나 서비스가 시장에서 외면당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7년 전 응용 기술 콘셉트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할 당시, 20대 후반의 얼리 어댑터인 젊은 직장인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남들보다 먼저 새로운 제품을 구입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적극 전파하는 성향을 가진 그가 유학 시절 경험한 세그웨이Segway 이야기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제가 얼마 전 미국에서 세그웨이를 빌려 공원에서 타봤는데, 이 제품이 한국에서는 잘 안 팔리겠다 싶었어요. 왜냐하면 편하기는 한데, 왠지 내가 몸이 불편한 사람처럼 보이겠구나 싶더라고요. 한국은 계단도 많고 행인도 많은데 들고 다니기에도 너무 무겁거든요"

 

당시만 해도 많은 전문가들이 세그웨이가 출퇴근이나 여가 활동 등 이동수단에 큰 변혁을 가져올 혁신적인 제품이라 평가했다. 기술의 관점에서 보면 분명 이동 

 


 

 

 

 

 

 

 


 

 

유니버셜 디자인의 탄생

 

노인에게 필요한 디자인과 젊은 사람을 위한 디자인은 달라야 할까? 세계적인 디자이너 레이먼드 로위의 사무실에서 신입사원으로 근무하던 패트리샤 무어는 선배들과 냉장고 손잡이의 디자인에 관한 토론을 벌이다 충격을 받았다. 패트리샤는 관절염이 있고 근력이 약한 노인들도 쉽게 여닫을 수 있는 냉장고를 디자인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선배들은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위해 디자인하지 않아"라고 주장했던 것이다. 이때부터 그녀는 연령, 성별, 장애나 인종 등에 상관없이 누구나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유니버셜 디자인Universal Design의 길로 뛰어들었다.

 

그녀는 26세였던 1979년부터 3년이 넘는 시간을 80대 노인으로 변장하여 살았다. 그 당시는 건축이나 디자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노인은 소비자가 아니라는 잘못된 시각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 편견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얻고자 스스로 노인이 되기로 했다. 대충 노인처럼 분장한 것이 아니라 노인과 같은 신체적 불편함을 느끼기 위해 분장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다. 집 없는 거지 노인에서부터 부잣집 노인까지 아홉 명의 노인 역할을 로테이션했으며 그렇게 3년간 노인의 모습으로 미국과 캐나다의 116개 도시를 돌아다녔다.

 

 


패트리샤 무어

 

 

 

 

일상에서 익숙해진 불편함

 

2009년 원당 e편한세상은 서툰 운전자라면 누구나 느꼈을 아파트 주차장의 부족한 10센티미터 공간을 입주민들에게 돌려주는 광고로 큰 호응을 얻었다. 아파트를 짓는 업체라면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공간을 과감히 포기함으로써 회사는 이익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기업 이미지를 확고히 다질 수 있었다. 늘 주차하면서 불편을 겪지만 주차 공간이 좀 더 넓었으면 좋겠다고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2015년 2월에 출시된 삼성의 '액티브워시 세탁기' 역시 소비자들의 세탁 모습을 철저하게 관찰함으로써 탄생할 수 있었다. 많은 주부들은 세탁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손으로 애벌빨래를 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화장실 세면대나 다용도실 바닥에서 힘들게 손빨래를 한 다음 세탁기를 돌렸다. 이에 삼성은 빨래판인 빌트인싱크를 설치해 주부들이 편안히 애벌빨래를 서서 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수면 아래에 있는 잠재 니즈에 집중하라

 

인간의 니즈는 표현 니즈와 잠재 니즈로 구분할 수 있다. 표현 니즈는 밖으로 드러나 명쾌하게 정의될 수 있는 욕구를 말한다. 반면에 잠제 니즈는 마치 북극의 빙하처럼 사람들이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내면 깊은 곳에 존재해서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비즈니스의 광맥을 찾으려면 잠재 니즈에 집중해야 한다.

 


 

 

창의적 사고를 돕는 아이디어 발상 기법

 

1. 이종 산업에서 아이디어의 영감을 구한다(불스 아이)

2. 무작위로 결합하는 랜덤링크

3. 기능을 분리, 처음부터 다시 그리는 언번들링

4. 방사 사고 기법인 토니 부잔의 마인드맵

 


 마인드맵

 

 

혁신의 실마리는 일상에 있다

 

매일의 삶 속에서 마주치게 될 수많은 자극을 어제와 다른 눈으로 바라보자. 그리고 자신만의 통찰을 하나씩 발견해 보자. 그러면 작은 통찰아 쌓여 결국엔 큰 혁신으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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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하는 이유 - 얼떨결에 서른 두리번거리다 마흔 내 인생을 찾는 뜨거운 질문
도다 도모히로 지음, 서라미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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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졸업하고 3년이 지난 스물일곱 살의 어느 날, 나는 다니던 비철금속 제조회사를 그만두었다. 이유는 한 가지. 일이 재미없었기 때문이었다. 나와 맞는 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 재미있는 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 길이 없었다. 내가 찾는 답을 주는 책은 없었다. 그리고 마흔다섯 살에 커리어 컨설턴트 자격증을 땄다. 그때 마음속에 들어온 문장이 있었다. - '시작하며' 중에서 

 

 

"일이란 나의 능력과 흥미,

가치관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그렇지 않은 일은 지루하고 무의미할 뿐이다"

-도널드 E. 슈퍼, 미국의 직업 심리학자

 

 

나만의 천직을 발견하는 법

 

능력을 펼치지 못할 때, 취미와 동떨어진 일을 할 때, 가치관과 다른 일을 할 때 일은 재미없어진다. 저자는는 출발점으로 돌아와 있었다.

 

이 문장을 만나기 전까지 저자는 자신과 맞는 일, 재미있는 일을 발견하기 위한 법칙 따위는 없다고 믿었다. 사람마다 주어진 인생이 다르므로 결국 모든 것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아마도 그렇게 물어본 어른들의 90% 이상은 이십 대에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 고민하기보다 상황에 맞춰 적당히 직업을 선택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상황에 맞춰 적당히 '회사'를 골랐다는 게 맞다. 자신이 어떤 일을 할지는 회사 인사부서가 정해준다고 생각한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

이것은 진짜일까? 


 

취업을 앞둔 젊은이들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에 쫓긴다. 그러나 그것은 생각처럼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 그래서 힘들다.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는 데 지름길은 없다. 시행착오를 겪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하고 싶은 일을 쉽게 발견했다면 오히려 조심해야 한다.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아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빈센트 반 고흐, <신발>(1887년)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하고 싶은 일을 정했다면 그 일에 대해 미리 알아보고 조사해보는 것이 좋다. 그것의 핵심은 그 일을 직접 할 경우 경험하게 될 힘든 점을 미리 파악하는 것이다. 세상 모든 일에는 애로사항이 있고, 특정 일에만 따라오는 힘든 점도 있다. 하고 싶은 일을 정했다 해도 그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하기 싫은 일을 거쳐야만 하는 경우도 있다.

  
저자의 어릴 적 꿈은 두부가게를 차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두부가게를 운영하려면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치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그래서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일하고 있는 친구와 얘기해 보았다. 보좌관으로 일하려면 정치인들에게 끊임없이 머리를 숙여야 한다고 했다. 연말에는 술자리에서 하도 무릎을 꿇고 술을 따르다 보니 바지 무릎이 닳아 해질 정도라고 했다. 이 둘 다 하고 싶은 일 리스트에서 사라졌다.


 


 

 

재능이란 무엇일까

 

이삼십 명 중에서 내가 가장 잘 써서 소설가가 되었느냐 하면 절대 그렇지 않다. 그들 중에 나보다 나은 사람이 대여섯 명은 있었다. 당시에는 분명 나보다 훨씬 뛰어났다. 그들 중에서 소설가가 한 명도 나오지 못한 까닭은 일이나 가정문제 등으로 포기했기 때문이다. 이는 소설가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꿈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꿈이 무엇이든 10년만 열정을 유지하면 반드시 성취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10년 동안 무언가에 열정을 쏟는다는 것은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 해도 쉽지 않다. 바꿔 말하면 10년 동안 열심히 하려는 마음이 있다면 대부분 성취할 수 있다. - 다카하시 가쓰히코, <소설가-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가의 소설 입문> 중에서 

 

10년 동안 즐기고, 몰두하고, 열심히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힘들지만 그렇게 하는 이유는 그 일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10년 동안 몰두하다 보면 즐거울 때보다 힘들 때가 더 많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하고 싶었던 일이므로 쉽게 포기하지 않게 된다. 이것은 그 일에 심리적으로 의지하는 상태인지도 모른다.

 

 


 에드가 드가, <무대 위의 무희>(1876년)

 

21세기 직업론

 

보람이나 진지함은 일뿐 아니라 놀이에서도 똑같이 요구된다. 그것을 뺀 놀이는 지루하다. 그러므로 일과 놀이는 내용적으로 구분할 것이 아니라 시간적으로 나누어야만 한다. - 와시다 기요카즈, <누군가를 위한 일> 중에서

 

진지함과 보람의 관계는 작용 - 반작용의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 작용 - 반작용의 법칙이란 물체 A가 물체 B에 힘을 주면 반드시 B도 A에게 반대 방향으로 같은 힘을 되돌려준다는 법칙이다. 예를 들어 10의 힘으로 벽을 밀면 벽도 나를 10의 힘으로 민다. 3의 힘으로 벽을 밀면 벽도 3의 힘으로 민다.


벽을 미는 힘을 진지함, 벽이 나를 미는 힘을 보람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진지하게 몰두할수록 그만큼 보람도 크다. 진지하게 몰두하지 않으면 보람을 느낄 수 없다. 보람이야말로 재미의 핵심이다. 진지함 → 보람 → 재미라고 할 수 있다. 진지함이 다르면 보람도 다르다. 일을 하다보면 힘든 점도 많지만 힘들게 노력한 만큼 재미가 있다. 이렇게 '일은 재미없고 노는 것은 재미있다'는 상식은 결코 정갑이 아니다.

 

 


미하일 네스테로프, <외과 의사 세르게이 유딘의 초상화>(1933년)

 

 

'감목중의'를 떠올려라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우종민 교수는 일의 가치를 찾는 네 단계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그 답을 찾아보라고 충고한다. 즉 1단계로 '이 일에서 감사한 점은 무엇일까?(감사)', 2단계로 '이 일의 목적은 무엇일까?(목적)', 3단계로 '이 일은 왜 나에게 중요할까?(중요성)', 4단계로 '이 일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의미)'이다.

 

첫 직장을 구하려고 재수, 삼수를 하는 취업준비생부터 이미 직장을 구해 일하지만 이직을 고려하는 사람, 퇴직을 앞두고 일에 대한 고민을 마주하고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이 책은 훌륭한 길라잡이가 된다.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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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는 시간의 힘 - 기대를 현실로 바꾸는 혼자 있는 시간의 힘
사이토 다카시 지음, 장은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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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위인과 성공 인사들은 자기 성찰을 통해 인생의 목표를 이루었다. 그래서 자기 성찰을 위한 혼자만의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공감한다. 지금 바로 스마트폰에서 손을 내려 놓고 창밖에 펼쳐던 대자연을 느껴며 자신의 내면과 대화를 시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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