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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통찰의 힘 - 평범한 일상에서 기회를 포착하다
김철수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15년 11월
평점 :
1평, 3.3제곱미터. 대한민국 직장인이 사용하는 사무 공간의 넓이다. 이 마법의 공간은 아이러니하게도 '현실 왜곡의 공간'이기도 하다. 시장의 진짜 고객 대신 나의 머릿속으로 그려낸 상상 속의 고객, 즉 '책상 고객'을 매일 만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혁신은 기술, 비즈니스, 사람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결합되어 완성되는데 그 중심은 언제나 그것을 사용하게 될 사람이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여전히 기획자나 디자이너의 개인적 경험이나 선호도에 따라 제품이나 서비스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 '프롤로그' 중에서
공감 디자인으로 미래를 통찰하라
이에 저자는 "이제 책상 고객, 그만 만나라. 그리고 시장의 진짜 고객과 소통하는 공감 디자인으로 미래를 통찰하라"라는 화두를 우리들에게 던진다. 이는 그가 기업의 혁신 조직에서 고객 인사이트에 기반한 상품 콘셉트를 개발하는 일을 오랫동안 해오면서 현장에서 직접 깨달은 통찰인 셈이다.
공감 디자인은 혁신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획하거나 이미 존재하는 상품의 문제점을 해결하여 사람들에게 즐겁고 유익한 소비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기획자나 의사 결정자가 사용자의 입장이 되어 소통하려는 공감 기반의 혁신 철학이자 일하는 방법론으로 그리 복잡한 개념은 아니다.
저자 김철수는 SK그룹에서 인간 중심의 혁신 방법론 HCI, Human Centered Innovation을 기반으로 고객의 니즈를 발견하고 새로운 서비스와 상품을 제안하는 컨설팅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방법만 안다면 누구나 일상에서 놀라운 혁신의 씨앗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세계적인 디자인스쿨인 시카고 IIT 디자인 대학원에서 공부한 내용과 다양한 국내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어떻게 일상에서 인사이트를 얻고 이를 새로운 비즈니스의 발판으로 삼는지 정리한 6단계 방법론을 소개한다.
엘리베이터가 느리다는 이용자들의 불만에 따라 오티스는 기술 개발을 진행하던 중, 한 신입 직원이 엘리베이터 내에 거울을 설치하자는 아이디어로 이를 해결한 사례, 젊은 디자이너가 3년 동안 노인 분장으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깨달은 통찰로 유니버설 디자인을 탄생시킨 사례, 한곳에 모인 자전거 무리에서 공공 서비스 개선의 실마리를 찾아낸 사례 등 이 모든 변화는 공감 디자인을 활용하여 놀라운 개선의 효과를 만들어낸 것들이다.
책은 크게 두 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파트1(혁신에 대한 생각)에선 오늘날 혁신이 마주한 네 가지 큰 변화와 그 거대한 변화의 파도에 올라타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공감 디자인의 필요성을 설명하였다. 또한 사용자 통찰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사람에 대한 이해'와 관련한 나의 생각을 정리하였다.
파트2(새로움을 통찰하는 여섯 가지 생각 도구)에선 사용자 통찰과 창의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여섯 가지 생각 도구를 소개하였다. 코드, 관찰, 소통 등 확산적 사고와 통찰, 발상, 콘셉트 등 수렴적 사고의 과정을 저자의 경험과 사례에 근거하여 정리하고 있다.
SK그룹에서 HCI, 즉 인간 중심의 혁신 방법론을 기반으로 고객의 니즈를 발견하고 새로운 서비스와 상품을 제안하는 컨설팅 업무를 담당하는 저자는 누구나 날카로운 관찰의 눈으로 일상을 바라볼 때 우리는 혁신의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다고 말한다. 안락한 사무실의 책상에서 벗어나 치열한 현장으로 들어가 저자의 6단계 방법론을 활용하면 시장을 선도하는 놀라운 기획의 단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혁신, 피할 수 없는 변화
현대를 살아가는 개인이나 조직은 언제나 혁신을 갈망한다. 혁신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경쟁 사회가 우리 모두의 숙명이다. 그야말로 지금은 혁신의 혁신이 필요한 시대다. 비즈니스에 영향을 주는 변화는 크게 혁신의 속도, 방향, 크기, 주도권이라는 네 가지 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첫째, 혁신의 속도가 4제곱 빨라진다
둘째, 관점 혁신이 기득권을 재편집한다
셋째, 혁신의 크기가 분절되고 작아진다
넷째, 혁신의 주도권이 사용자에게로 이동한다
혁신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술의 탁월함과 비즈니스 모델의 적합성 그리고 인간의 욕구 충족성 등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특히 사용자의 숨어 있는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는 그 어떤 요소보다 중요하다. 우리는 탁월한 기술이 적용된 제품이나 서비스가 시장에서 외면당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7년 전 응용 기술 콘셉트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할 당시, 20대 후반의 얼리 어댑터인 젊은 직장인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남들보다 먼저 새로운 제품을 구입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적극 전파하는 성향을 가진 그가 유학 시절 경험한 세그웨이Segway 이야기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제가 얼마 전 미국에서 세그웨이를 빌려 공원에서 타봤는데, 이 제품이 한국에서는 잘 안 팔리겠다 싶었어요. 왜냐하면 편하기는 한데, 왠지 내가 몸이 불편한 사람처럼 보이겠구나 싶더라고요. 한국은 계단도 많고 행인도 많은데 들고 다니기에도 너무 무겁거든요"
당시만 해도 많은 전문가들이 세그웨이가 출퇴근이나 여가 활동 등 이동수단에 큰 변혁을 가져올 혁신적인 제품이라 평가했다. 기술의 관점에서 보면 분명 이동 수단의 혁명이지만, 많은 사용자에게 세그웨이는 단지 부담스러운 스쿠터에 지나지 않았다. 전문가들의 기대와 달리, 세그웨이는 여러 번 주인이 바뀌는 등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처럼 혁신의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존재한다.
혁신의 지향점은 미래이다
과거 코닥이 동시대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나 좌담회를 실시했다고 해서 사람들로부터 디지털카메라가 가져올 새로운 사용자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을까?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해 보지 못한 혁신적인 미래 경험에 대해서는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한다. 오히려 새로운 기술과 학습 비용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으로 거부감을 갖는 경우가 많다.
아이폰이 그랬듯, 전혀 새로운 사용자 경험은 온전한 제품과 서비스가 내 손에 쥐어졌을 때 깨닫게 된다. "와우, 바로 이거였어!"라고 소리치면서 말이다. 1903년 헨리 포드가 자동차를 세상에 내놓기 전까지 사람들에게 "당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요?"라고 물었다면, 대부분 '빠른 말'이라고 답했을 것이다. 사실 사람들이 진짜 원했던 것은 빠른 말이 아니라 '빠른 운송 수단'이다. 이렇게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생각하고 판단하는 사람들의 한계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유니버셜 디자인의 탄생
노인에게 필요한 디자인과 젊은 사람을 위한 디자인은 달라야 할까? 세계적인 디자이너 레이먼드 로위의 사무실에서 신입사원으로 근무하던 패트리샤 무어는 선배들과 냉장고 손잡이의 디자인에 관한 토론을 벌이다 충격을 받았다. 패트리샤는 관절염이 있고 근력이 약한 노인들도 쉽게 여닫을 수 있는 냉장고를 디자인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선배들은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위해 디자인하지 않아"라고 주장했던 것이다. 이때부터 그녀는 연령, 성별, 장애나 인종 등에 상관없이 누구나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유니버셜 디자인Universal Design의 길로 뛰어들었다.
그녀는 26세였던 1979년부터 3년이 넘는 시간을 80대 노인으로 변장하여 살았다. 그 당시는 건축이나 디자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노인은 소비자가 아니라는 잘못된 시각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 편견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얻고자 스스로 노인이 되기로 했다. 대충 노인처럼 분장한 것이 아니라 노인과 같은 신체적 불편함을 느끼기 위해 분장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다. 집 없는 거지 노인에서부터 부잣집 노인까지 아홉 명의 노인 역할을 로테이션했으며 그렇게 3년간 노인의 모습으로 미국과 캐나다의 116개 도시를 돌아다녔다.
패트리샤 무어
"사람은 누구나 젊을 때 즐겼던 것을 나이가 들어서도 똑같이 즐기고 싶어 한다"
- 패트리샤 무어
일상에서 익숙해진 불편함
2009년 원당 e편한세상은 서툰 운전자라면 누구나 느꼈을 아파트 주차장의 부족한 10센티미터 공간을 입주민들에게 돌려주는 광고로 큰 호응을 얻었다. 아파트를 짓는 업체라면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공간을 과감히 포기함으로써 회사는 이익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기업 이미지를 확고히 다질 수 있었다. 늘 주차하면서 불편을 겪지만 주차 공간이 좀 더 넓었으면 좋겠다고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2015년 2월에 출시된 삼성의 '액티브워시 세탁기' 역시 소비자들의 세탁 모습을 철저하게 관찰함으로써 탄생할 수 있었다. 많은 주부들은 세탁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손으로 애벌빨래를 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화장실 세면대나 다용도실 바닥에서 힘들게 손빨래를 한 다음 세탁기를 돌렸다. 이에 삼성은 빨래판인 빌트인싱크를 설치해 주부들이 편안히 애벌빨래를 서서 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수면 아래에 있는 잠재 니즈에 집중하라
인간의 니즈는 표현 니즈와 잠재 니즈로 구분할 수 있다. 표현 니즈는 밖으로 드러나 명쾌하게 정의될 수 있는 욕구를 말한다. 반면에 잠제 니즈는 마치 북극의 빙하처럼 사람들이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내면 깊은 곳에 존재해서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비즈니스의 광맥을 찾으려면 잠재 니즈에 집중해야 한다.
창의적 사고를 돕는 아이디어 발상 기법
1. 이종 산업에서 아이디어의 영감을 구한다(불스 아이)
2. 무작위로 결합하는 랜덤링크
3. 기능을 분리, 처음부터 다시 그리는 언번들링
4. 방사 사고 기법인 토니 부잔의 마인드맵
마인드맵
혁신의 실마리는 일상에 있다
매일의 삶 속에서 마주치게 될 수많은 자극을 어제와 다른 눈으로 바라보자. 그리고 자신만의 통찰을 하나씩 발견해 보자. 그러면 작은 통찰아 쌓여 결국엔 큰 혁신으로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