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인사이트 - 스타트업이 일류기업으로 가는 길
장효상.변인학 지음 / 파지트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매출이 커지고, 직원 수가 늘어나며 조직이 복잡해질수록 과거의 성공 방식은 점점 한계를 드러냅니다. 창업자가 모든 결정을 내리던 구조는 병목이 되고, 몇몇 핵심 인재의 맨파워에 의존하던 운영 방식은 지속 가능성을 잃습니다. 즉, 성장을 만들어낸 방식이 성장의 장애물이 되는 순간이 찾아오는 것입니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을 다루고 있습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의 공저자 장효상은 서울시립대와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인디애나대학교에서 경영 전략을 전공했다. 여러 기업에서 인사, 영업, 전략, 마케팅, 해외 사업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으며, 글로벌 강소기업의 전략 마케팅 리더를 거쳤다. 또다른 공저자 변인학은 현재 주식회사 키로의 COO로 재직하며 조작 운영과 신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총 다섯 개 장으로 구성된 책은 로켓인가 폭탄인가?(1장), 미션/비전(2장), 시스템/평가/채용(3장), 영업/연구/마케팅 프로세스 혁신(4장), 사람/리더십/조직문화(5장) 등을 통해 지금 회사가 성장하고 있다면 다 늦기 전에 읽어야 할 내용을 소개한다.

책은 가상의 법인 XM컴퍼니의 사례를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소개한다. 그 주요 구성원들을 살펴보면 전략마케팅 팀장 김서율은 대기업에서 10년 넘게 동일 업무의 커리어를 쌓은 후 XM에 합류해 강준혁 창업자이자 대표의 지지 속에 이현학 전략마케팅팀 과장과 함께 변화를 이끌어 간다. 연구개발 부문은 박영수 박사가 핵심 인재이고, 생산관리팀은 이상호 팀장이 현장형 관리자로 책임지고 있으며, 해외 영업은 김민수 영업팀 팀장이, 경영지원팀은 최순덕 팀장이 담당하고 있다.

참고로 XM컴퍼니는 산업용 정밀 측정장비 분야를 개척하던 중 우연히 회사의 핵심 기술을 의료기기 시장에 접목해 예상보다 훨씬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딜러들이 제품 상담차 회사를 자주 방문하고 있다. 그래서 강 대표는 김 교수(대기업 상생 프로젝트를 김서율과 함께 수행한 적 있음)를 통해 김서율 팀장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면담을 진행 중이다.

현재 XM컴퍼니는 성장통을 앓고 있는 중이다. 마케팅만 하더라도 특별한 전략이 없고 해외 의료기기 전시회에 참가해 부스를 운영하거나 병원을 대상으로 제품 시연 행사를 진행하는 정도 뿐일 정도라서 곧 출시될 신제품의 시장 론칭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강 대표의 고민을 듣던 서율은 신중하게 발언했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전사적인 전략 방향을 먼저 설정하고, 그에 맞춰 업무 체계와 내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일하는 방식을 효율적으로 개선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직원들의 역량 강화나 성과 관리, 교육 훈련 같은 인사 관리 시스템의 재설계도 함께 이루어져야 하고요"

로켓인가, 폭탄인가

스타트업이란 말 속엔 빠른 성장과 유의미한 도전이란 뜻이 내포되어 있다. 우주를 향해 쏘아 올린 모든 로켓이 정상 궤도에 진입하지 않는 것처럼, 신생인 스타트업의 성장과 도전도 마찬가지로 그러하다. 이를 판단하려면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찬찬히 살펴봐야 한다.

회사 제품은 고객이 원하는 바를 진정 해결하고 있는지, 아니면 '있으면 좋고' 정도 수준에 머물고 있는지를 말이다. 다음으론 회사가 믿을 만한 수준인지, 즉 시스템적으로 잘 굴러가고 있는지와 회사라는 바퀴에 윤활유 역할을 하는 자금을 제대로 공급할 수 있는 재무 건전성을 갖추고 있는지 등도 점검해봐야 한다. 만약 스카우트 제안을 받는다면 이런 면을 세밀하게 따져봐야 한다. 이에 서율은 최종 판단을 위해 XM컴퍼니 방문을 강 대표에게 요구했다. 점검한 끝에 숨겨진 문제점들은 아래와 같았다.

첫째, 매출은 성장세를 보이는데 회사 곳곳에서 성장통을 겪고 있었다. 직원들이 늘면서 조직은 자기 무게에 짓눌리고 있었다. 함정은 바로 한두 사람에게 모든 걸 의존하고 있는 내부 구조였다. 이 그림자를 벗어나려면 '표준화 프로세스'가 필요했다.

둘째, '가족 같은 회사'의 허상이다. 창업 초기에나 먹힐 자부심 뒤엔 모호한 역할 분담, 어려운 대화의 회피, 평가 기준의 모호함 등이 숨겨져 있었고 누군가 한번 자리를 잡으면 그 안에선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가족이라는 통곡의 벽이 가로막고 있었다.

셋째, 창업자의 즉흥적인 의사결정과 전략 부재不在는 비록 추진력을 발휘할지라도 조직 자체의 생동감과 생존력을 키워내지 못하고, 또 창업자의 영웅 심리는 조직의 성장을 그 자리에 멈추게 만든다. 권한 위임이란 시스템을 설계하지 못하면 폭발적 성장을 결코 감당할 수 없는 고질적 내부 구조를 가졌다.

이 대목에서 나의 경영고문 역할과 재능기부 활동을 통해 인지한 작은 회사의 문제점들을 밝히자면, 모든 권한이 기업 오너에게 쏠려 있어서 뭐든 간에 자율적인 결정을 할 수 없으며, 이로 인해 일의 결과에 대한 책임은 모두 오너에게 돌리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그냥 입 닫고 시키는 일만 실수 없이 하면 월급 받아가는데 지장이 없다는 구성원들의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변화와 혁신은 정말 많은 시간과 무수한 과정 끝에 이루어진다.

서율은 2월 두 번째 월요일, 오전 여덟 시 좀 넘긴 시각에 안암동 대학가에 위치한 XM컴퍼니 본사 건물로 첫 출근했다. 전략마케팅팀은 3층에 자리하고 있었다. 아직 아무도 출근하지 않은 다섯 개 빈 책상 중의 창가 쪽 마지막 책상 위엔 비닐로 덮힌 '전략마케팅팀장 김서율'이란 명패가 놓여 있었다. 이후 본격적인 내무 점검에 들어갔다.

4월 셋째 주 월요일, 오전 9시, 2충 대회의실에 XM컴퍼니의 모든 팀장들이 모였다. 강준혁 대표가 함께한 자리에 서율은 화이트보드 앞에 선 채로 지난 3개월 동안 회사를 들여다 본 것을 솔직하게 말하며 여러 팀장들의 생각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화이트보드에 첫 문장을 적었다.

"XM컴퍼니는 좋은 제품과 좋은 사람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다음 10년을 보장할 수 없다."

공유된 정체성 부재 -> 미션/비전 워크숍
정보 블랙홀 -> 고객 데이터베이스 통합
반창고 문화 -> 조직문화 개선

위 세 가지 안건에 관해 여러 팀장들이 '이미 해보았다, 그럴 시간적 여유가 없다, 예산이 없다' 등등 발언이 연속해서 제기되었다. 뭐 일종의 텃세 행동이다. 나 역시 그랬다. 스카우트 되어 새로 직장을 이직해서 가진 회의에서 한결같이 이런 반응을 보였었다. 결국 강 대표의 "시작합시다. 김 팀장이 총괄합니다"란 발언으로 회의는 종료됐다.        

스케일업 프로젝트 1단계 일정 수립

4월말~ 조직문화 진단 완료
5월 중순~ 마션과 비전 워크숍 1차
6월말~ 고객 데이터 정리 완료

스케일업은 마라톤 경주다

성장과 스케일업은 같은 말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본질이 다르다. 성장은 투입을 늘려서 산출을 늘리는 일이다. 직원을 두 배로 만들면 매출도 두 배가 된다는 단순한 논리다. 스케일업은 이와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투입을 별로 늘리지 않거나 오히려 줄이면서 산출을 기하급수적으로 키우는 일이다. 이 차이를 만드는 것은 결국 시스템과 프로세스, 그리고 문화다.(62쪽)


참된 성장, 즉 스케일업이란 뭘까? 단순히 회사 구성원수가 증가하는 것과는 다르다. 50명의 조직원이 100명의 일을 해낼 수 있는 조직을 만드는 게 이 정의에 오히려 가깝다. 병법서兵法書엔 '일당백一當百'이란 말이 자주 등장한다. 한 사람의 군사가 상대편 군사 100명을 상대한다는 것인데, 이 개념이 바로 스케일업의 진짜 정의에 가까운 셈이다.

이게 말처럼 그리 쉬겠는가 말이다. 회사의 업무 영역이란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다. 전략과 방향성, 리더십과 의사결정, 조직문화와 핵심가치, 인재 관리와 채용, 업무 시스템과 프로세스, R&D와 제품 개발, 영업과 마케팅, 재무와 거버넌스에 이르기까지 여덟 영역이나 된다. 모든 영역이 한꺼번에 진화해야 비로소 전체가 한 단계 위로 올라간다. 따라서 약한 영역이 결국 전체 성장의 한계를 결정한다.




그레이너의 기업 성장 5단계

창의성~ 창업단계(제품과 시장 창출)
지시~ 유능한 전문경영자 초빙
권한 위양~ 권한분산 조직 구조
조정~ 공식적인 제도 사용
협력~ 관료주의의 탈피, 상호간 강력한 협력 체제 구축

스케일업은 100미터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 게임이다. 당해 회사의 매출액이나 직원들의 숫자만으로는 진짜 성공을 증명할 수 없다. 회사 전체 구성원이 동일한 방향을 바라보고 각자 맡은 바를 최고의 성과로 나타내는 것이야말로 구성원과 조직이 함께 성장한 진정한 결과물이다. 

가치는 일상의 작은 결정에서 입증된다

회사의 핵심가치를 회사 내 여러 장소에 사인물로 부착하는 회사들이 많다. 내가 근무했던 회사들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백화점에 임원으로 근무하던 시절엔 유독 더 그러했다. 다양한 고객들에게 진한 감동을 주기 위해서였다. '친절, 최고의 서비스, 무엇이든 해결해 드립니다, 최저가 보장, 최상의 품질' 등은 너무도 뻔해서 오히려 식상할 수도 있다. 사실 이를 회사의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경우도 거의 드물다.

같은 단어임에도 사람마다 해석이 다를 수 있고, 가치는 머리에서만 작동하고 가슴까지 내려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저 전략일 뿐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로 작동하기엔 한계성이 있다. 예를 들어, 회사의 회계 담당자에게 '최저가 보장'이란 미션은 그리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영업이익이 줄기 때문에. 그래서 가치는 시간이 지나고 구성원이 이를 수용할 때에 비로소 '내재화'가 된다. 즉 강요가 아닌 깨달음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한 때 잘 나가던 회사 엔론은 연차보고서(2000년)에 '소통, 존중. 진실성'을 핵심가치로 명시했지만, 이 회사는 1년 뒤 미국 최대의 회계 부정 사건으로 망했다. 그렇다. 가치는 선언에서 비롯되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 실천하는 작은 결정을 통해 비로소 입증되는 셈이다. 또한 위기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가 그 회사의 진짜 가치를 보여준다. 삼성전자의 애니콜 화형식(1995년)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당시 품질 불량 문제를 극복하려던 이건희 회장의 가치관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때 구미 사업장에서 500억 원 상당의 15만 대 휴대폰을 전량 소각했었다.


시스템 만들기와 평가

앞서 거론한 바와 같이 회사의 생산성을 높이고 효율성을 대폭 개선하기 위해선 이에 합당한 시스템이 필요하고 이를 만들어야 한다. XM컴퍼니는 주문부터 출하까지 47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꼭 필요한 과정은 16단계이고 나머진 확인과 보고하는 절차였다. 이에 가장 적절한 시스템을 만들어 가동하기 시작했다.

시스템이 가동되기 시작하자 직원들은 분기 목표의 수립, 중간 점검, 최종 결과 숫자로 확인이라는 플로우(업무 흐름)가 자리잡기 시작했다. 이후 직원들은 일한 만큼 인정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조성되었다. 특별히 실적과 성과가 특출하게 뛰어난 직원들은 더욱 그랬다. 그러나, 완벽하게 공정한 평가 시스템은 없다. 어쩌면 이런 날이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다. 공정함은 도착점이 아니라 방향이었다. 단지 어제보다 조금 덜 불공정한 시스템을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

연구 조직(R&D)의 혁신

책은 애자일로 일하는 법을 말한다. 이는 단순히 '더 빨리, 더 많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짧은 주기로 결과물을 만들고 이를 피드백 받아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방식을 말한다. XM컴퍼니의 제품 기획부터 실제 출시까지 무려 26개월 걸리는데, 그 기간 동안 시장은 빠르게 변하고 있었기에 서율은 R&D 부문을 맡고 있는 박영수 박사에게 애자일 방식의 도입을 건의했다. 이후 26개월이나 걸리던 피드백을 2주로 단축할 수 있었다.


기다려주는 시장은 결코 없다. 시장은 항상 움직이는 생물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루가 다르게 등장하는 수많은 상품과 서비스들이 사라지기도 한다. 기획부터 출시까지 26개월이 걸린다면 경쟁사들의 더 뛰어난 제품 출시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없는 것이다. 

애자일이 제대로 자리 잡은 조직에서 가장 크게 달라지는 것은 사실 속도가 아니다. 모두가 당당하게 제품 기획 가설이 틀렸을 수도 있다고 빠르게 인정할 수 있게 된다. 그 솔직한 인정과 용기가 결국 그 조직이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진짜 이유가 된다. 그렇다. 속도는 애자일의 결과일 뿐, 그 본질은 아니다. 본질은 빠르게 틀릴 수 있는 용기에 있다.

일류기업을 향한 조직문화

앞서 김서율 팀장이 XM컴퍼니로의 이직에 앞서 가진 면담에서 오너인 강 대표가 '가족 같은 분위기의 회사'를 장점으로 내세웠음을 안다. 가족 같은 따뜻함은 시작은 좋지만 끝은 좋지 않다. 냉정한 평가를 절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진정한 일류 조직은 따뜻함과 차가움만으론 만들어지지 않는다.


넷플릭스의 '규칙 없음' 문화 역시 자유는 책임과 솔직함이 함께 있을 때만 작동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좋을 때만 좋은 문화를 유지하는 회사는 많다. 진정한 일류기업은 가장 어렵고 힘든 순간에도 자기 원칙을 지켜내는 회사다. 결국 일류기업의 출발점은 완벽하지 않음을 인정하면서도 더 나아지기 위해 계속 질문하고 조정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에 있다.


진정한 일류 조직이란

성장통을 겪는 XM컴퍼니는 대대적인 혁신을 추진한다. 일류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다. '가족 같은 회사'는 듣기엔 따뜻할지 몰라도 종종 함정에 빠지게 된다. 결과가 나빠도 '열심히 했으니 괜찮다'는 미지근한 반응으로 끝낼 수가 있기에. 난 프로야구 경기를 좋아한다. 국민학교 시절 야구선수를 했기에 그렇기도 하지만, 실상은 승부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그 내면을 목격하고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내가 수행하는 작은 회사의 경영고문 업무와도 닮았다. 진정한 일류란 높은 성과 기준과 따뜻한 인간관계가 함께 어우러진 곳에서 이루어진다.


#책추천 #경영전략 #경영전략일반 #스케일업인사이트 #일류기업 #스타트업 #성장통 #장효상 #변인학 #파지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인성교육으로 시작하는 사회정서교육의 모든 것 - 이론부터 사례까지, 수업부터 학급운영까지. 쉽고 친절한 K-SEL 안내서
정세환 지음 / 테크빌교육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교육학 연구자라면 이 책 전체가 한국형 사회정서학습의 이론과 실제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는 간단합니다. 교육은 지식의 전달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시험 문제를 푸는 기술만이 아닙니다.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과 연결되며,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 '머리말' 중에서 



책의 저자 정세환은 충북에서 중등 전문상담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교과서로 배우는 지식보다 자연스러운 경험과 마음에 담기는 감동이 아이들을 크게 성장시킨다고 믿는다. 친구와의 갈등으로 나를 배우고, 손잡아 협력하며 공동체를 배우고, 좌절해도 일어서는 희망을 배운다면 학교는 제 역할을 다한 것이라 믿는다.


총 일곱 개 챕터로 구성된 책은 위기 진단, 우리 교육이 놓친 것들(챕터1), 요즘 인성교육 이해하기(챕터2), 사회정서교육 이해하기(챕터3), 한국형 사회정서교육, 6대 핵심역량(챕터4), 교실에 작용하기(챕터5), 교사의 역할 짚어보기(챕터6), 학교 확장하기: 가정과 지역사회, 평생학습과의 연계(챕터7) 등을 통해 현 교육의 문제를 진단하고, 시스템 차원의 변화 방향을 모색하도록 돕는다.


나아가 저자는 책의 내용을 관심사와 필요에 따라 선택적 읽기를 제안한다. 즉 교육 정책 입안자라면 챕터1,2,7을 주목해 변화 방향을 모색하고, 현장 교사라면 챕터3,4,5를 통해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의 이론을 이해함으로써 교실에서 적용가능한 방법을 찾고, 학부모라면 챕터1,7의 관련부문을 중점적으로 읽으며 또 챕터3의 전체적 그림을 이해하라고 주문한다.


이에 교육학 비전공자이면서 현장 교사 경험도 전무한 나는 이 책의 챕터 1, 3, 그리고 7에 언급된 내용들 위주로 읽고 이에 대한 나의 솔직한 느낌을 정리해 본 리뷰에 갈음하려 한다. 가능하다면 추가로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의 6대 핵심 역량도 살펴볼 계획이다.


우리 교육이 놓친 것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중고등학생 10명 중 4명 이상이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가는데, 더구나 단순히 시험 전 긴장이나 일시적 불안이 아닌 청소년기期 내내 지속되는 만성적 스트레스 상태라고 한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최근 1년 내 우울감을 경험한 학생은 30명 정원 교실에서 약 8~9명으로 심각한 정서적 문제다. 가장 충격적인 데이터는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었으며, 하루 평균 1명 이상이란 계산이다.



정서적 요인~ 일평균 10시간 넘는 학업임에도 경쟁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 '공부하는 기계'란 자괴감과 존재에 대한 회의감을 초래한다.


관계적 문제~ 100명 중 2.5명 꼴로 학교폭력에 노출되는데, 초등학교 피해가 가장 높아 학폭 시작 연령이 점차 낮아짐을 뜻한다. 피해 유형별론 언어폭력(바보 같아), 집단 왕따(따돌림), 신체폭력(구타), 사이버폭력(익명의 디지털 위협) 등의 순위로 나타난다.


가정적 요인~ 부모의 이혼에 따른 가정 해체는 경제적 어려움과 정서적 공백을 초래, 심리적 충격과 트라우마를 겪게 만든다. 또 부모의 맞벌이로 인해 자연 방임 상태에 처해져 부모와의 정서적 유대감이 악화되고 특히, 대화 단절로 인해 부모와의 정서적 교류가 부족해진다. 경제적 빈곤에 따른 부모의 스트레스 증가는 가정 내 폭력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든다.


한편, 입시 중심의 교육이라는 구조적 한계는 학생들을 경쟁과 시험으로 내몰고 있다. 정규 수업이 파해도 학생들은 귀가가 아닌 학원가로 발걸음을 돌린다. 부족하다고 느끼는 과목들을 학원에서 추가로 배운 후, 밤 11시 넘어 귀가한다. 한국 청소년의 학습 시간은 OECD 국가 중 가장  긴 수준이다.


그런데, 학생들이 목표로 삼는 SKY 대학의 정원은 전체 고교 졸업생의 2%에도 못 미친다. 이런 경쟁 구조는 학교 친구가 경쟁자이자 심지어 '적敵'이 되고 만다. 또 유일한 기준인 '학업 성취도'(수능 점수, 내신 등급, 모의고사 백분위)는 학생의 모든 것을 대변한다. 이는 당해 학생의 훈장이 되기도 낙인이 되기도 한다.


입시 중심의 교육은 구시대의 유물인 셈이다. 과거 산업화 시대엔 효과적이었을지 몰라도 21세기엔 완전 다르다. 복잡성, 불확실성, 다양성 등이 특징인 시대에 필요한 것은 답을 빨리 찾는 능력이 아니라, 문제를 정의하고, 협력하고,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이다.


또 인성교육의 중요성이라는 사회적 합의에도 불구하고, 실제 학교 현장에선 입시 준비가 교육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해방 후 급속한 경제 발전 과정에서 교육은 신분 상승의 가장 확실한 수단이었다. 이를테면 학벌이 새로운 신분제로 자리 잡았다. 공부만 잘하면 된다는 가치관이 사회 전반에 퍼지고 도덕성, 사회성, 창의성 등은 일종의 사치로 여겨졌다. 


학교 교육 현장에서 비판적 사고, 창의적 사고, 논쟁적 사고는 주입식 교육과 객관식 평가 체제 속에서 환영받을 수 없었다. 진리 추구와 입시 준비 사이에서의 괴리는 결국 입시 성적만이 절대 가치가 됨에 따라 오히려 '사교육'이란 과외 교육이 급팽창하는 악순환을 조성하고 말았다. 


나 또한 아버지의 강권으로 상고商高를 입학, 졸업할 즈음에 초급 행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은행 내의 유리천장을 뛰어넘기 위해선 명문 대학교 졸업장이 반드시 필요함을 절감했다. 이후 은행 사직과 함께 대입준비에 올인해 안암골 K대에 입학했다. 이후 나의 사회적 신분은 크게 격상되었다.


사회정서교육 이해하기


사회정서교육은 개인이 성공적이고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하기 위해선 전통적인 인지적 능력 못지않게 사회적/정서적 능력과 이와 관련된 실천적 기술이 핵심적인 요인임을 강조하며, 전통적인 인성교육과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한다, 


쉽게 말하자면 사회정서교육은 우리가 인생을 잘 살아가는데 필요한 사회정서 역량을 기르는 과정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학습이 아니라 과정이라는 점이다. 사회정서교육은 단순한 일회성 교육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종합적인 발달 경로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본격적인 확산은 1990년대 후반 미국 학교들이 교육적/사회적 위기 상황에서 비롯되었다.



미국의 학업 및 사회정서교육협회가 제시한 5가지 역량


자기인식 역량~ 자신의 감정, 가치관, 신념, 행동 패턴

자기관리 역량~ 자신의 감정을 상황에 적절하게 조절

사회적 인식 역량~ 타인의 관점에서 상황을 바라보기

대인관계 기술~ 주변인, 다양한 집단과 건강하고 긍정적 관계

책임 있는 의사결정~ 공동체 전체의 이익과 안녕에 도움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은 지난 20여 년간 한국 교육계가 시행착오를 거치며 연구와 실천 경험을 축적해온 결과물이다. 한국에서 본격화된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였다. 한국의 교육 연구자들과 일부 학교 현장의 교사들은 이를 국내에 도입하려는 시도를 시작했다. 가장 중요한 전환점은 2012년에 마련되었다. 당시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기 인성교육 강화를 위해 '2012 도덕과 교육과정'을 고시했다. 


평생학습과의 연계


사회정서교육이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효과를 거두려면 학교란 공간에서의 교육만으론 충분치 않다. 생태체제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주변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변화하는 존재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사회정서교육은 학교, 가정, 지역사회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생태계 안에서 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가정은 아동의 사회정서발달이 시작되는 최초의 환경이자, 가장 오랜 시간 동안 영향을 미친다. 학교에서 배운 사회정서역량을 실제 생활에서 연습, 적용할 수 있는 자연스런 환경이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화가 날 때 심호흡하고 진정하야 한다"고 배운 아동이 집에서 화가 났을 때 부모가 "왜 이렇게 화를 내! 방에 들어가!"라고 반응한다면 학교에서 배운 전략은 더 이상 강화되지 못한다.


반대로 부모가 "지금 화가 많이 났구나. 우리 함께 심호흡을 해볼까?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 이야기해보자"라고 반응한다면, 아동은 학교에서 배운 정서 조절 전략을 가정에서도 연습하고 내면화할 수 있다. 그렇다. 가정에서 사회정서교육을 실천하려면 일상적인 상호작용의 질을 높이는 게 더 중요하다.



효과적인 부모 교육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 첫째, 아동/청소년의 사회정서발달에 대한 이해이다. 둘째, 부모 자신의 사회정서역량 강화이다. 셋째, 효과적인 양육 전략과 기술이다. 넷째, 학교와 가정의 연계이다. 다섯째, 발달 단계별/상황별 대응이다. 여섯째, 다양한 가족 상황에 대한 고려이다.


부모 교육과 함께 부모가 한국식 사회정서교육 활동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부모가 학교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자녀의 학교 생활을 더 잘 이해하고, 교사와 협력 관계를 형성하며, 가정 - 학교 간 일관성을 강화할 수 있다.


지역사회에는 학생들의 사회정서발달을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자원이 존재한다. 청소년센터, 도서관, 문화예술회관, 체육시설, 복지관, 정신건강센터 등은 모두 한국식 사회정서교육의 중요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 특히 학교에서 소외되거나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청소년센터는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학교완 달리 비형식적이고, 수평적인 분위기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다.


학교 - 가정 - 지역사회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사회정서교육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선 체계적인 연계 시스템이 필요하다. 사회정서교육은 학교만의 책임이 아니며, 가정이나 지역사회 단독으로 이루어질 수도 없다. 학생들의 건강한 사회정서발달을 위해서는 학교, 가정, 지역시회가 공동의 목표를 향해 협력하는 통합적 생태계가 필요하다.


사회정서역량은 고정된 특성이 아니라 평생에 걸쳐 발달하고 변화하는 동적動的인 능력이다. 인생의 각 단곈는 새로운 도전과 과업을 제시하며, 이에 따라 사회정서역량도 지속적으로 발달하고 심화되어야 한다. 인생은 예측 불가능한 사건들로 가득하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정서역량은 회복탄력성의 핵심 자원이 된다.


성인 초기(19~40세)~ 관계와 진로 확립

중년기(40~60세)~ 생산성과 돌봄

노년기(60세 이상)~ 통합과 의미




AI 시대의 인간만의 영역


인공지능AI는 이미 많은 영역에서 인간을 넘어섰다. 계산, 암기, 정보 처리 등은 기계가 인간보다 훨씬 잘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만의 영역은 무엇일까? 바로 '인간다움' 그 자체이다. 감정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공감하며, 의미를 만들어내고, 윤리적 판단을 내리는 능력.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며, 서로 협력하고, 마음으로 소통하는 능력. 이 모든 것이 사회정서적 역량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사회정서교육에 관해 궁금증이 많은 교육관계자 분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책추천 #교육학일반 #인성교육으로시작하는사회정서교육의모든것 #정세환 #테크빌교육 #한국식사회정서교육안내서 #평생학습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서른에 처음 읽는 부의 철학
최영원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같은 돈을 가져도 어떤 사람은 자유를 얻고, 어떤 사람은 더 큰 불안을 얻습니다. 같은 소득을 올려도 어떤 사람은 행복해지고, 어떤 사람은 끝없는 비교 속에 머뭅니다. 돈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돈을 바라보는 우리의 생각과 태도입니다. - '머리말' 중에서


책의 저자 최영원은 문득 '왜 우리는 돈을 배우지 못한 채 어른이 되었을까?'란 질문이 생겨 그 답을 찾고자 경제학뿐 아니라 철학 원전을 다시 읽기 시작해 아리스토텔레스, 공자, 세네카, 니체, 쇼펜하우어 등 수천 년 전 철학자들이 남긴 사유를 따라가며, 돈의 문제는 결국 사람의 문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총 다섯 개 장으로 구성된 책은 서른의 무기(1장), 시장의 원칙(2장), 부자의 태도(3장), 투자의 안목(4장), 삶의 습관(5장) 등에 걸쳐 돈과 행복, 자본주의, 경제적 자유를 고전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시대가 변해도 흔들리지 않는 부의 원칙을 다루며, 부를 만드는 본질적 요소를 돌아보고, 철학을 현실의 투자와 연결하며, 돈을 넘어 삶을 얘기한다.

결론적으로 돈이 우리 모두의 삶에 매우 중요하지만, 삶의 목적이 아니라 단지 더  나은 삶을 위한 도구이며, 이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는 결국 우리 인간들의 철학이 결정한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 자신만의 '부의 철학'을 만드는 첫걸음이 되면 좋겠다.

돈으로 살 수 없는 행복의 영역

많은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건강, 가족과의 시간, 심지어 꿈과 열정마저 접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이런 희생이 결코 큰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번아웃, 우울증, 불안 장애 등 정신 건강상의 문제점이 많이 발생한다. 그렇다. 이는 돈이 인생의 목적이 되었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이면서 이제 막 커리어를 위해 질주를 시작한 서른 나이에 쉽게 놓치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돈이 인생의 최종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단지 수단으로 삼아 자기 계발에 힘쓰고, 의미 있는 관계를 맺으며, 새로운 경험에 투자할 때 우리는 만족과 행복을 찾을 수 있다. 고전 철학자들이 남긴 지혜가 오늘날에도 유효한 이유이다. 행복은 돈의 많고 적음이 아닌, '어떻게 살고 무엇을 소중히 여기는가'에 달려 있다.

삶의 주도권을 결정하는 생산 수단의 힘 

앞만 보고 달리는 30대에게 마르크스의 경고는 절실하다. 가진 것이 노동력뿐일 때, 우리는 나무에 붙은 낙엽처럼 불안한 운명을 피할 수 없다. “나에게 노동에서 벗어날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가?”라는 질문 앞에 우리는 자주 멈춘다.

고전 철학은 부를 멀리하지 않는다. 세네카는 외적인 풍요보다 내면의 평온을 중시했지만, 이는 현실 도피를 의미하지 않았다. 삶의 조건을 명확히 인식하고 그 위에서 주도권을 되찾으라는 요청이었다. 마르크스 또한 생산 수단이라는 개념을 통해 자본주의의 본질을 깊이 이해할 것을 촉구한다.

중요한 것은 지금 무엇을 소유했는지가 아니라,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느냐이다. 종잣돈 1억 원은 통장에 찍힌 숫자가 아니라 삶의 시스템을 바꾸기 위한 토대이다. 지금의 구조를 냉정하게 인식하고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주체적으로 시도하는 것, 그것이 바로 고전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이다.

소비 습관이 자산을 갉아먹는다

“왜 우리는 열심히 일하고 돈을 버는데도 정작 부자가 되지 못하는가?” 그 이유는 돈을 다루는 습관에 있다. 즉 잘못된 소비 습관을 들이면, 아무리 많은 돈을 벌어도 자산은 쌓이지 않는다. 그렇다. 부자가 되지 못하는 까닭은 번 돈을 지켜내는 습관을 다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임스 클리어는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서 "뇌는 시행착오 과정을 건너뛰고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한다'는 규칙을 만들어낸다. 이와 유사한 상황이 생기면 이런 인지적 각본들이 자동적으로 이어진다. 한때 노력을 요했던 선택은 이제 자동적인 행위가 된다. 습관이 만들어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통찰은 소비 습관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무의식적으로 쇼핑 앱을 켜고, 피로할 때마다 배달 음식을 시키며, 불안을 달래려 무분별한 투자에 손을 대는 것이다. 지친 하루를 보상받으려는 작은 행위들이 쌓여, 어느새 자산 형성의 길목을 스스로 막아서는 가난의 각본이 된다. 처음에는 사소한 보상처럼 보였던 행동이 반복되는 순간 습관으로 굳어지고, 그 습관이 부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

돈을 위해 일할 것인가, 삶을 위해 일할 것인가?

칼 마르크스는 <자본론>에서 인간의 노동을 "가치의 원천"이라 정의했다. 인간은 노동을 통해 자연을 변화시키고, 그 속에서 삶의 의미와 생존을 동시에 획득한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가 발전하면서 노동은 점차 소외되고, 자산이 새로운 권력으로 부상했다. 오늘날 세계는 '무엇을 소유하고 있는가?'가 삶의 안정과 자유를 결정한다.

한나 아렌트는 <인간의 조건>에서 노동, 작업, 행위를 명확히 구분했다. 노동은 생존을 위한 활동이며, 작업은 지속적인 세계를 만드는 활동이다. 행위는 자유와 정치적 관계를 여는 활동이다. 단순히 돈을 버는 노동을 넘어, 인간은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를 실현하는 활동 속에서 존재한다. 노동은 자기실현의 과정이다.

현실에서 노동과 자산의 균형을 구현하는 방법은 명확하다. 예컨대 노동 소득의 일정 비율을 강제적으로 저축하고 투자하는 습관은 장기적으로 자산 소득의 토대를 만든다. 연금 계좌, 적립식 펀드, 주택 마련 저축은 모두 노동 소득을 자산 소득으로 전환하는 장치이다. 자산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 확보되면, 노동은 생계 수단을 넘어 자아실현의 장이 된다. 자산이 노동을 뒷받침할 때, 우리는 더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 일을 선택한다.

노동과 자산의 균형은 결국 이런 질문으로 귀결된다. “나는 돈을 위해 일하는가, 아니면 삶을 위해 일하는가?”, “내 자산은 단순한 숫자인가, 아니면 내 삶의 가치를 반영하는가?” 등이다. 철학은 이러한 질문들에 성찰을 제공하며, 재테크 전략은 그 성찰을 현실로 구현한다. 

노동 소득과 자산 소득이 균형을 이룰 때, 우리는 불안에서 벗어나 평온과 자유를 누린다. 마르크스가 말한 노동의 본질과 아렌트가 제시한 인간 활동의 의미는 오늘날 자산 소득의 중요성을 명확히 뒷받침한다. 두 축은 함께 나아가야 한다.

삶의 습관

시간 관리는 곧 돈이다
가장 위대한 공식, 복리
워런 버핏의 독서
배움은 결국 부자를 만든다
건강이 무너지면 자산도 무너진다
인맥이 돈이 된다
모든 부자는 미니멀리스트
부와 행복으로 가는 철학

파스칼은 "현재의 순간을 붙잡아야 시간이 자산이 된다"고 말했고, 프랭클린은 "시간은 곧 돈"이라고 말했다. 시간 관리는 삶의 의미와 직결된 철학적 실천이다. 복리는 부와 행복을 동시에 지탱하고, 돈보다 시간을 먼저 지배하는 것이 부자가 되는 첫 번째 법칙이다.

아인슈타인은 '복리는 가장 위대한 수학적 원리'라고 말했는데, 처음엔 그 변화가 미미할지라도 꾸준히 반복할수록 그 차이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이자가 다시 원금에 합쳐져 새로운 이자를 낳는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누적 효과는 폭발적으로 드러난다. 복리의 힘은 삶과, 습관, 태도에도 그대로 작동한다. 작은 반복은 장기적으로 큰 차이를 만들고, 어느 순간 거대한 부로  전환된다.

빌 게이츠는 "도서관은 오늘날의 나를 만든 가장 큰 자양분"이라고 말했다. 부자들의 삶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독서이다. 이는 지적 자본을 축적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또 자기 성찰의 기회이기도 하다. 워런 버핏은 하루의 절반 이상을 책 읽기에 할애한다.


부의 철학이 필요하다

우리들 대부분은 돈이 부족해서 불안한 것이 아니라, 어저면 돈을 이해하지 목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투자와 재테크을 다루는 도서와 달리 이 책은 돈을 버는 기술보다 돈을 바라보는 기준을 이야기한다. 돈과 함께 살아가는 삶, 스스로 선택하는 삶, 자기 기준을 지키는 삶 등이 바로 참된 부富의 모습이다. 세상의 수많은 '돈의 공식'보다 내 삶을 지켜주는 '부의 철학'을 모든 분들에게 추천한다.

#자기계발 #성공학 #부의철학 #서른에처음읽는부의철학 #고전 #최영원 #스노우폭스북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프랜차이즈를 이기는 가게, 가게를 살리는 프랜차이즈 - 외식업 스케일업의 모든 것
임영태 지음 / 온프북스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과거에는 맛 하나만 훌륭하면 손님이 찾아왔지만, 지금은 브랜드 경험과 독창적인 스토리가 없으면 외면받는 시대가 됐다. 이제 자영업자도 단순한 음식 조리사를 넘어, 자신의 매장을 브랜딩하고 마케팅하는 ‘총괄 기획자’가 되어야 한다. - '이 책에 들어가면서' 중에서



책의 저자 임영태는 제약회사 영업직을 거쳐 아버지와 함게 중국 음식점을 운영하며 외식업에 입문했다. 삼립식품과 해태그룹에서 제과/제빵 및 체인 사업을 경험했고, 해태델리, 레드핀피자, 투고커피, 조이어클락 등 직영점과 가맹점 출점 업무를 수행했다.


총 다섯 개 장으로 구성된 책은 프랜차이즈 본질과 성공 DNA(1잔), 동네 가게에서 상장사까지(2장), 실전 상가 입지 및 매장 구축 전략(3장), 실패 없는 매장 인수와 법률 리스크 관리(4장), 지속 가능한 경영: 디지털 마케팅과 미래 기술(5장) 등을 통해 성공적인 외식업 창업에 관한 구체적 해법들을 소개한다.


‘독립 창업인가, 프랜차이즈 가맹 창업인가?


먼저 두 형태의 장단점을 비교해보자. 독립 창업은 뭐니뭐니해도 압도적 자율성이 가장 큰 장점이면서 이에 따른 모든 책임을 혼자 부담해야 하는 것이 바로 단점이다. 반면에 프랜차이즈는 검증된 시스템과 브랜드를 빌려 사용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지출해야 할 수수료와 프랜차이즈 본사의 통제를 받아야 하는 단점이 있다.


프랜차이즈는 본사, 가맹점, 고객, 협력업체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구조다. 본사가 단기 이익보다 가맹점의 생존을 우선시하는 ‘공생’의 철학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26쪽)


책은 어느 한쪽을 무조건 두둔하지 않는다. 창업자 모두 개성이 제각각이므로자본, 경험, 리스크 수용 정도, 운영 성향 등을 기준으로 자신의 몸에 딱 맞는 창업 모델을 판단하도록 도울 뿐이다. 참고로 프랜차이즈의 힘을 빌어 빠른 창업에 나선 사람들 중에 실패한 창업자들도 많다. 


이에 책은 창업프랜차이즈 박람회에서 브랜드를 고르는 법, 허위/과장 매출을 가려내는 질문, 물류비와 영업이익률, 다점포율과 폐업률, 슈퍼바이저 운영까지 실제 상담 현장에서 확인할 항목을 짚는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꼼꼼한 공부와 지식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외식업을 시작하면 못 본 것 투성이일 수가 있다.


성공하는 프랜차이즈의 핵심 요소


서비스의 표준화와 브랜드 신뢰도 구축

규모의 경제를 통한 효율성 제고

리스크 관리 역량


동네 가게의 경쟁력을 ‘운영 시스템’으로 바꾸기


저자는 성공한 외식업 자영업자들의 사례를 통해 공통된 습관을 소개한다. 성울 종로의 한 귀퉁이에서 40년 넘게 설렁탕을 끓여 온 사장님은 10년 넘게 입은 구멍 난 면 티셔츠를 입고 있다. 이렇게 아껴 절약한 돈으로 매달 장학금으로 수천만 원을 기부한다. 


요즘 '힙한' 상권에서 '줄 서서 먹는 고깃집'을 운영하는 사장님은 업계 평균보다 20% 높은 임금을 지급하고 주 4일 근무제를 시행하며 직원을 '파트너'로 대접한다. 메밀 반죽의 물 양을 1ml 단위로 조절하는 사장은 일본에서 기술을 배워 작은 소바집으로 시작해 지금은 전국적 브랜드가 되었다.


프랜차이즈 수백 개를 가진 중견 외식 기업 회장님은 일주일에 3일 이상은 신규 매장이나 부진 매장에 직접 나가 앞치마를 두르는 현장 예찬론자다. '3전 4기' 끝에 대박을 터트린 치킨집 사장은 매장 뒷편에 야전 침대를 펴놓고 1년 동안 영업에만 전념, 눈비에도 직접 배달하며 단골들의 이름을 외우고 손 편지까지 동봉했다. 절실함이 돋보인다.



성공한 자영업자의 습관외에도, 메뉴 구성과 가격의 법칙, 인건비와 급여 관리, 비용 절감, 배달의 한계를 넘어서는 매장 방문 전략, 품질/서비스/청결(QSC) 관리 등 현장 운영의 핵심을 다룬다. “대박 상권”을 찾는 대신 입지와 고객, 동선과 매출 데이터를 읽고 매장의 기초 체력을 높이는 방식이다.(121)



오프라인 맛집들의 비결


대체 불가능한 본질적 맛(배달보다 방문)

공간 경험의 차별화(문화적 유희)

환대와 소통(주인장과 눈맞춤)


매장을 기업으로 키우는 스케일업


10평짜리 가게를 상장사로 만들기 위해선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저자는 개인사업자에서 프랜차이즈 법인으로의 전환, 매장 양수·양도와 M&A, 정보공개서와 핵심 판결, 사모펀드의 투자 방식, IPO와 자본시장 진입까지 외식업의 성장 단계를 연결한다. 화려한 성공 신화보다 재무/법률/조직/표준화가 갖춰져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외식업에서 ‘상권’은 단순히 ‘어디에서 장사를 하느냐’의 문제를 넘어,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가진 고객에게 ‘어떤 가치와 가격대의 경험을 제공할지’ 결정하는 핵심 전략의 출발점이다. 성공적인 외식 경영을 위해 상권을 분석하고 선정할 때 반드시 검토해야 할 주요 기준들은 아래와 같다.


첫째, 상권 내의 인구 규모와 유효 수요의 파악

둘째, 교통 거점(지하철역, 버스 정류장)에서 매장까지의 동선

셋째, 주중, 주말, 오전, 야간에 걸쳐 꾸준한 유동 인구 유지

넷째, 향후(3~5년 뒤)의 변화 양상을 예측하는 혜안

다섯째, 매장 건물의 보행자 시선

여섯째, 동일 업종 경쟁 업체

일곱째, 고객 진입로 확보

여덟째, 오르막이나 계단 많은 곳 유무 파악

아홉째, 예상 매출 대비 임대료 비중의 적정성

마지막, 지역 특색 등이 브랜드 콘셉트와 조화  


디지털 마케팅을 넘어 AI 전환


한국 외식 업계는 현재 단순한 미식의 시대를 넘어 데이터와 AI가 경영의 핵심 무기가 되는 전환점에 직면하고 있다. 오래 전 식당 경영이 지영업자의 직관이나 촉에 의존했다면 이잰 방대한 데이터로 학습한 AI가 매출 관리부터 미래 예측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나침반 역할을 수행한다.


식당 문을 열면 로봇이 손님을 맞이하고, 테이블에 앉아 스마트폰으로 주문을 마친다. 주방에선 AI 기반의 조리 로봇이 정밀하게 계산된 레시피대로 음식을 만들고, 무인 서빙 로봇이 테이블 사이를 매끕럽게 오간다. 외식 매장은 지금 AI 기술과 결합하여 패러다임의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책은 데이터 중심의 매장 관리, 고객관계관리(CRM), 디지털 마케팅 퍼널, 매장 운영의 AI 전환(AX), 스마트 주방과 초개인화 소비까지 미래 외식업의 변화를 한발 앞서 조망한다. 기술을 도입하라는 선언에 그치지 않고, 현장 효율과 고객 경험, 일관된 품질이라는 외식업의 본질과 어떻게 연결할지 묻는다.



상생相生과 본질


프랜차이즈 시스템의 핵심은 본부의 독자적인 이익 추구가 아니라, 가맹점의 생존과 성장이 담보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본사와 가맹점은 '공동 운명체'임을 한시도 망각해선 안 된다. 창업을 꿈꾸는 예비 자영업자들에게 냉정한 현실을 직시하길 바라는 마음에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경제경영 #창업 #외식업 #프랜차이즈창업 #프랜차이즈를이기는가게 #가게를살리는프랜차이즈 #임영태 #온프북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20볼트로도 충분히 짜릿한
이현준 지음 / 말그릇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게는 보통 사람보다 더 많은 양의 전류가 흐른다. 최대 출력 20볼트 정도. 그것이 바로 윤아가 가진 말할 수 없는 비밀이었다. 그 작은 불꽃이 피어오를 때마다 윤아는 철저하게 혼자가 되었다. 손끝에서 피어나는 찌릿한 물리적 통증보다, 사람들의 눈빛이 전하는 차가운 거절이 어린 윤아에게는 더 큰 상처로 남았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의 저자 이현준 작가는 어릴 적부터 백일장이 열리는 곳마다 서성거리며 글과 가까이 지낸 인물이다. 그는 중학교 3학년 때 뉴질랜드로 건너가 오랜 기간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었고, 지금은 호주에서 그 일을 계속 수행중인 10년차 셰프다.


자, 이제 책 속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이야기의 첫 장면이 다소 학교 폭력을 떠 올리게 한다. 주인공 윤아는 남학생과의 싸움에서 전혀 꿀리지 않고 오히려 상대 남학생(이도윤)의 코에서 피가 흐르도록 강타를 날린다. 검은 곱슬머리의 윤아는 멈추지 않고 도윤의 옆구리와 하벅지를 운동화 앞 코로 걷어찬다. 쓰러진 도윤의 몸에 올라탄 후 결정적인 한 방을 턱에 내리친다. 여학생이 남학생을? 내 상식으론 이해하기 힘든 광경이다.


이야기 흐름을 끊기 싫어서 계속 읽어 내려갔다. 이윽고 구경하던 남학생들이 우르르 몰려 나와 윤아에게 달려들어 윤아의 가녀린 몸을 교실 바닥에 내팽개친다. 뒤이어 사방에서 윤아를 향해 발길질한다. 남학생 무리가 여학생 하나를? 이는 더 이해하기 곤란하다, 아니 비겁한 남학생들에게 화마저 치민다, 학교는 남녀공학인 듯한데,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길래?


한바탕 회오리가 몰아친 교실 안은 정리가 되었다. 얼굴이 피범벅된 도윤을 부축한 몇몇 학생들이 양호실로 떠났기에. 떠난 자리엔 볼품없이 몸을 웅크린 윤아의 일그러진 얼굴과 멍든 몸덩이가 드러났다. 학생들의 수근거림과 마치 벌레를 보는 듯한 시선을 뒤로 한 채 어렵게 몸을 일으킨 윤아는 자기 책상으로 발을 옮겼다. 책상 위의 선물 더미를 플라스틱 쓰레기통에 처박았다. 바로 그때, 교실 문을 열고 윤아의 엄마가 들어왔다. 엄마 품에 안긴 윤아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울음을 터트렸다.



무대가 바뀌어 패밀리 레스토랑, 오늘은 윤아의 열여섯 번째 생일이다. 정전 후 재차 불이 들어오고 새일 케이크와 함께 축하 음악 멜로디가 울려 퍼졌다. 윤아는 눈을 감고 마음 속으로 소원을 빌었다. 화장실에 다녀온다던 언니가 아직 오자 않은 게 마음에 걸렸다. 갑자기 비명과 함께 한 여자 어린이가 인질범의 칼에 내몰리며 레스토랑 안은 공포 분위기에 휩싸였다.


화장실에 다녀온 윤아의 언니 승아는 인질범의 뒤에서 이 사태를 목격했다. 엄마도 "승아야, 안 돼"라고 외쳤다. 얼굴이 하얗게 변해가던 승아는 떨리는 손가락을 들어 인질범을 가리켰다. 이어서 승아의 입술이 열린 찰나에 거대한 굉음과 함께 강도의 머리 위로 번개가 내려쳤다. 초현실적인 광경 앞에 사람들은 넋을 잃은 채 승아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구석에서 이 모든 상황을 핸드폰으로 녹화하던 한 여성이 마치 인터뷰라도 하려는 태세로 승아에게 다가갔다. "학생, 초능력을 쓰신 건가요?" 이미 현장에서 역사적인 광경을 목격했던 사람들의 시선은 온통 승아를 향하고 있었다. 리얼타임으로 생중계한 동영상은 전세계로 퍼졌다.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엔 "한국인 여성 토르가 탄생했다"는 문구가 내걸렸다. 뒤이어 대통형 직속 경제 안보 TF에서 움직여 승아의 능력을 3일간 검사했다. 


이 대목에서 얼마 전 유튜브로 시청했던 디즈니 플러스의 드라마 <무빙>이 떠올랐다. 이 드라마는 초능력자들의 영웅적 활약상을 주제로 다루는데, 차태현 배우가 역할을 맡았던 '번개맨'도 전기의 힘을 마음대로 조종함으로써 일상에서 정상인이 도저히 훙내낼 수 없는 장면을 연출했었다.


국가기관에서 승아의 귀가를 약속한 3일 뒤의 낮이었다. 윤아의 부모들은 거실 소파에서 초조하게 딸의 귀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청하던 TV 화면이 갑자기 암전暗電된 후 굳은 표정의 앵커가 나타나서 긴급 속보를 발표했다. "외계 생명체가 지구를 침략했습니다" 


화면을 바라보던 윤아의 가족들은 이 속보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이후 승아는 남산타워를 침공하려는 비행선을 향해 힘차게 팔을 휘둘러 거대한 벼락으로 비행선을 추락시켜 또다시 매스컴을 탔다. 반면, 윤아의 마음 한구석엔 묘한 질투와 심술이 움텄다. 엄마는 윤아의 손에서 흐르는 정전기 때문에 일전에 김치냉장고가 망가졌던 일을 떠올리며 고무장갑을 착용하고 식사하라고 했다. 금속성 수저에 전류가 흐르기 때문이다.(사진, 39)


그런데, 세상은 참 요지경 같다. 승아의 와계인 격퇴를 잘못이라고 비난하며 외계인을 옹호하는 '외계인 옹호자'란 모임이 생겨 외계인이 지구로 온 것은 침공이 목적이 아니라 지구인과 교감하려는 의도 때문이라는 주장을 펼치며 오히려 승아의 행동을 비난하기까지 했다. 덩달아 동생인 윤아도 이런 무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윤아는 학교에서 친구도 없다. 아마도 몸에서 20볼트 정전기를 일으키는 이 묘한 현상 때문인 듯, 친구들도 윤아를 만나면 정전기를 피하는 움직임을 보일 정도이다. 유독 교내에서 윤아를 편들어주는 사람은 체육 교사인 김철수 선생님인데, 반바지 뒷자락에 '무적해병'을 새겨넣고, 뒷주머니에 비비탄 권총을 넣고 다니는 '괴짜'로 불린다. 


오늘도 급식을 수령하는 대신 재빨리 인근 편의점으로 달려가 은박지에 포장된 김밥 2줄을 구매해, 교문 옆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 벤치에 자리를 잡고 은박지 뭉치를 손으로 잡으면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이것이 윤아의 비밀이다.


나무기둥 뒤에서 불쑥 남학생이 나와 윤아에게 접근하자 따끈한 김밥 1줄을 건넸다. 손에서 정말 전기라도 나오는 듯 신기해한다. 바보같이 맹한 얼굴을 한 이 남학생에게 긴장을 풀고 대화를 이어간다. '벼락 히어로'가 자신의 친언니라고 하자 윤아도 그렇게 벼락을 내리치는 사람이냐고 반문한다. 그럴 리가?                 



“기계를 바꾸는 족족 내 손만 대면 전류가 튀어서 다 고장 나 버리거든요. MP3든 최신 폰이든 남아나는 게 없어요. 근데 희한하게 옛날에 아빠가 선물해 준 이것만 멀쩡하더라고요. 그래서 나한테는 선택권이 없어요. 이것만 써야 하니까.” “진짜 신기하고 기묘한 인연이네요. 그 기계가 윤아 씨를 선택한 건지도 몰라요.”(86쪽)


정전기는 니트옷을 입었을 때 옷자락에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나 또한 니트옷을 즐겨 입었기에 이를 경험했다. 20볼트 정전기 때문에 집안의 전기제품을 망치게 해서 엄마한테 혼나는 여학생 윤아는 늘 행동이 조심스러워 언니의 영웅 신화 뒤 그림자에 숨는다. 혹 남에게 피해를 줄까 두려워 고무장갑을 끼고 교실 구석을 맴도는 고독한 영혼이다.


이런 윤아도 쓸모있는 사람이 된다. 독거노인이 살아가는 적적한 방에서 브라운관 TV를 다시 켜주고, 유치원 아이들의 김밥을 따스하게 감싸준다. 캄캄한 수련회장에서 마시멜로를 노릇노릇하게 구워낼 수 있으니 말이다. 이런 사소한 순간들이 모여 윤아는 진짜 번개가 되었다.



작가는 우리 모두 가슴속에 작은 불씨를 품고 살아간다면서 남과 비교하며 스스로 '낙오자'라고 자책하는 대신, 자신이 가진 작은 온기가 남에겐 어둡고 추운 세상을 밝혀줄 수 있으므로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짜릿하다고 위로해준다. 늘 위축된 마음으로 살아가는 모든 분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책추천 #소설 #장편소설 #20볼트로도충분히짜릿한 #이현준 #말그릇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카스피 2026-09-24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시우행님 즐거운 추석연휴 보내세요^^

호시우행 2026-09-24 20:48   좋아요 0 | URL
님도 행복한 명절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