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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교육으로 시작하는 사회정서교육의 모든 것 - 이론부터 사례까지, 수업부터 학급운영까지. 쉽고 친절한 K-SEL 안내서
정세환 지음 / 테크빌교육 / 2026년 6월
평점 :
교육학 연구자라면 이 책 전체가 한국형 사회정서학습의 이론과 실제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는 간단합니다. 교육은 지식의 전달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시험 문제를 푸는 기술만이 아닙니다.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과 연결되며,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 '머리말' 중에서

책의 저자 정세환은 충북에서 중등 전문상담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교과서로 배우는 지식보다 자연스러운 경험과 마음에 담기는 감동이 아이들을 크게 성장시킨다고 믿는다. 친구와의 갈등으로 나를 배우고, 손잡아 협력하며 공동체를 배우고, 좌절해도 일어서는 희망을 배운다면 학교는 제 역할을 다한 것이라 믿는다.
총 일곱 개 챕터로 구성된 책은 위기 진단, 우리 교육이 놓친 것들(챕터1), 요즘 인성교육 이해하기(챕터2), 사회정서교육 이해하기(챕터3), 한국형 사회정서교육, 6대 핵심역량(챕터4), 교실에 작용하기(챕터5), 교사의 역할 짚어보기(챕터6), 학교 확장하기: 가정과 지역사회, 평생학습과의 연계(챕터7) 등을 통해 현 교육의 문제를 진단하고, 시스템 차원의 변화 방향을 모색하도록 돕는다.
나아가 저자는 책의 내용을 관심사와 필요에 따라 선택적 읽기를 제안한다. 즉 교육 정책 입안자라면 챕터1,2,7을 주목해 변화 방향을 모색하고, 현장 교사라면 챕터3,4,5를 통해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의 이론을 이해함으로써 교실에서 적용가능한 방법을 찾고, 학부모라면 챕터1,7의 관련부문을 중점적으로 읽으며 또 챕터3의 전체적 그림을 이해하라고 주문한다.
이에 교육학 비전공자이면서 현장 교사 경험도 전무한 나는 이 책의 챕터 1, 3, 그리고 7에 언급된 내용들 위주로 읽고 이에 대한 나의 솔직한 느낌을 정리해 본 리뷰에 갈음하려 한다. 가능하다면 추가로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의 6대 핵심 역량도 살펴볼 계획이다.
우리 교육이 놓친 것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중고등학생 10명 중 4명 이상이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가는데, 더구나 단순히 시험 전 긴장이나 일시적 불안이 아닌 청소년기期 내내 지속되는 만성적 스트레스 상태라고 한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최근 1년 내 우울감을 경험한 학생은 30명 정원 교실에서 약 8~9명으로 심각한 정서적 문제다. 가장 충격적인 데이터는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었으며, 하루 평균 1명 이상이란 계산이다.

정서적 요인~ 일평균 10시간 넘는 학업임에도 경쟁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 '공부하는 기계'란 자괴감과 존재에 대한 회의감을 초래한다.
관계적 문제~ 100명 중 2.5명 꼴로 학교폭력에 노출되는데, 초등학교 피해가 가장 높아 학폭 시작 연령이 점차 낮아짐을 뜻한다. 피해 유형별론 언어폭력(바보 같아), 집단 왕따(따돌림), 신체폭력(구타), 사이버폭력(익명의 디지털 위협) 등의 순위로 나타난다.
가정적 요인~ 부모의 이혼에 따른 가정 해체는 경제적 어려움과 정서적 공백을 초래, 심리적 충격과 트라우마를 겪게 만든다. 또 부모의 맞벌이로 인해 자연 방임 상태에 처해져 부모와의 정서적 유대감이 악화되고 특히, 대화 단절로 인해 부모와의 정서적 교류가 부족해진다. 경제적 빈곤에 따른 부모의 스트레스 증가는 가정 내 폭력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든다.
한편, 입시 중심의 교육이라는 구조적 한계는 학생들을 경쟁과 시험으로 내몰고 있다. 정규 수업이 파해도 학생들은 귀가가 아닌 학원가로 발걸음을 돌린다. 부족하다고 느끼는 과목들을 학원에서 추가로 배운 후, 밤 11시 넘어 귀가한다. 한국 청소년의 학습 시간은 OECD 국가 중 가장 긴 수준이다.
그런데, 학생들이 목표로 삼는 SKY 대학의 정원은 전체 고교 졸업생의 2%에도 못 미친다. 이런 경쟁 구조는 학교 친구가 경쟁자이자 심지어 '적敵'이 되고 만다. 또 유일한 기준인 '학업 성취도'(수능 점수, 내신 등급, 모의고사 백분위)는 학생의 모든 것을 대변한다. 이는 당해 학생의 훈장이 되기도 낙인이 되기도 한다.
입시 중심의 교육은 구시대의 유물인 셈이다. 과거 산업화 시대엔 효과적이었을지 몰라도 21세기엔 완전 다르다. 복잡성, 불확실성, 다양성 등이 특징인 시대에 필요한 것은 답을 빨리 찾는 능력이 아니라, 문제를 정의하고, 협력하고,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이다.
또 인성교육의 중요성이라는 사회적 합의에도 불구하고, 실제 학교 현장에선 입시 준비가 교육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해방 후 급속한 경제 발전 과정에서 교육은 신분 상승의 가장 확실한 수단이었다. 이를테면 학벌이 새로운 신분제로 자리 잡았다. 공부만 잘하면 된다는 가치관이 사회 전반에 퍼지고 도덕성, 사회성, 창의성 등은 일종의 사치로 여겨졌다.
학교 교육 현장에서 비판적 사고, 창의적 사고, 논쟁적 사고는 주입식 교육과 객관식 평가 체제 속에서 환영받을 수 없었다. 진리 추구와 입시 준비 사이에서의 괴리는 결국 입시 성적만이 절대 가치가 됨에 따라 오히려 '사교육'이란 과외 교육이 급팽창하는 악순환을 조성하고 말았다.
나 또한 아버지의 강권으로 상고商高를 입학, 졸업할 즈음에 초급 행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은행 내의 유리천장을 뛰어넘기 위해선 명문 대학교 졸업장이 반드시 필요함을 절감했다. 이후 은행 사직과 함께 대입준비에 올인해 안암골 K대에 입학했다. 이후 나의 사회적 신분은 크게 격상되었다.
사회정서교육 이해하기
사회정서교육은 개인이 성공적이고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하기 위해선 전통적인 인지적 능력 못지않게 사회적/정서적 능력과 이와 관련된 실천적 기술이 핵심적인 요인임을 강조하며, 전통적인 인성교육과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한다,
쉽게 말하자면 사회정서교육은 우리가 인생을 잘 살아가는데 필요한 사회정서 역량을 기르는 과정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학습이 아니라 과정이라는 점이다. 사회정서교육은 단순한 일회성 교육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종합적인 발달 경로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본격적인 확산은 1990년대 후반 미국 학교들이 교육적/사회적 위기 상황에서 비롯되었다.

미국의 학업 및 사회정서교육협회가 제시한 5가지 역량
자기인식 역량~ 자신의 감정, 가치관, 신념, 행동 패턴
자기관리 역량~ 자신의 감정을 상황에 적절하게 조절
사회적 인식 역량~ 타인의 관점에서 상황을 바라보기
대인관계 기술~ 주변인, 다양한 집단과 건강하고 긍정적 관계
책임 있는 의사결정~ 공동체 전체의 이익과 안녕에 도움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은 지난 20여 년간 한국 교육계가 시행착오를 거치며 연구와 실천 경험을 축적해온 결과물이다. 한국에서 본격화된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였다. 한국의 교육 연구자들과 일부 학교 현장의 교사들은 이를 국내에 도입하려는 시도를 시작했다. 가장 중요한 전환점은 2012년에 마련되었다. 당시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기 인성교육 강화를 위해 '2012 도덕과 교육과정'을 고시했다.


평생학습과의 연계
사회정서교육이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효과를 거두려면 학교란 공간에서의 교육만으론 충분치 않다. 생태체제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주변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변화하는 존재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사회정서교육은 학교, 가정, 지역사회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생태계 안에서 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가정은 아동의 사회정서발달이 시작되는 최초의 환경이자, 가장 오랜 시간 동안 영향을 미친다. 학교에서 배운 사회정서역량을 실제 생활에서 연습, 적용할 수 있는 자연스런 환경이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화가 날 때 심호흡하고 진정하야 한다"고 배운 아동이 집에서 화가 났을 때 부모가 "왜 이렇게 화를 내! 방에 들어가!"라고 반응한다면 학교에서 배운 전략은 더 이상 강화되지 못한다.
반대로 부모가 "지금 화가 많이 났구나. 우리 함께 심호흡을 해볼까?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 이야기해보자"라고 반응한다면, 아동은 학교에서 배운 정서 조절 전략을 가정에서도 연습하고 내면화할 수 있다. 그렇다. 가정에서 사회정서교육을 실천하려면 일상적인 상호작용의 질을 높이는 게 더 중요하다.

효과적인 부모 교육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 첫째, 아동/청소년의 사회정서발달에 대한 이해이다. 둘째, 부모 자신의 사회정서역량 강화이다. 셋째, 효과적인 양육 전략과 기술이다. 넷째, 학교와 가정의 연계이다. 다섯째, 발달 단계별/상황별 대응이다. 여섯째, 다양한 가족 상황에 대한 고려이다.
부모 교육과 함께 부모가 한국식 사회정서교육 활동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부모가 학교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자녀의 학교 생활을 더 잘 이해하고, 교사와 협력 관계를 형성하며, 가정 - 학교 간 일관성을 강화할 수 있다.
지역사회에는 학생들의 사회정서발달을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자원이 존재한다. 청소년센터, 도서관, 문화예술회관, 체육시설, 복지관, 정신건강센터 등은 모두 한국식 사회정서교육의 중요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 특히 학교에서 소외되거나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청소년센터는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학교완 달리 비형식적이고, 수평적인 분위기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다.
학교 - 가정 - 지역사회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사회정서교육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선 체계적인 연계 시스템이 필요하다. 사회정서교육은 학교만의 책임이 아니며, 가정이나 지역사회 단독으로 이루어질 수도 없다. 학생들의 건강한 사회정서발달을 위해서는 학교, 가정, 지역시회가 공동의 목표를 향해 협력하는 통합적 생태계가 필요하다.
사회정서역량은 고정된 특성이 아니라 평생에 걸쳐 발달하고 변화하는 동적動的인 능력이다. 인생의 각 단곈는 새로운 도전과 과업을 제시하며, 이에 따라 사회정서역량도 지속적으로 발달하고 심화되어야 한다. 인생은 예측 불가능한 사건들로 가득하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정서역량은 회복탄력성의 핵심 자원이 된다.
성인 초기(19~40세)~ 관계와 진로 확립
중년기(40~60세)~ 생산성과 돌봄
노년기(60세 이상)~ 통합과 의미


AI 시대의 인간만의 영역
인공지능AI는 이미 많은 영역에서 인간을 넘어섰다. 계산, 암기, 정보 처리 등은 기계가 인간보다 훨씬 잘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만의 영역은 무엇일까? 바로 '인간다움' 그 자체이다. 감정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공감하며, 의미를 만들어내고, 윤리적 판단을 내리는 능력.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며, 서로 협력하고, 마음으로 소통하는 능력. 이 모든 것이 사회정서적 역량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사회정서교육에 관해 궁금증이 많은 교육관계자 분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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